2020년 5월 30일 미국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의 유인우주선‘크루 드래건’이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되고 있다. 사진 AP연합
2020년 5월 30일 미국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의 유인우주선‘크루 드래건’이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되고 있다. 사진 AP연합

우주에서 부(富)를 캐는 ‘지구 밖 자본주의’가 주목받고 있다. 영국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이끄는 우주관광 기업 버진갤럭틱의 주가는 올 초부터 1월 19일(이하 현지시각)까지 33% 올랐다. 나스닥에 상장된 인공위성 업체 맥사테크놀로지(41%), 통신위성 업체 로럴스페이스(31%), 오브콤(20%) 등도 같은 기간 급등세를 보였다.

막대한 비용만 들고 실적은 없다고 치부되던 우주 기업에 돈이 몰리는 이유는 우주에서 부를 창출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인식 때문이다. 과거 우주는 체제의 우월성을 가리는 경쟁의 무대였으나,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버진갤럭틱 등 민간 기업이 뛰어들면서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가 열렸다. 세 기업은 올해 민간 우주여행을 추진하며 인류의 꿈을 현실로 바꿀 계획이다.

개미 투자자의 의구심을 확신으로 바꾼 건 투자운용사와 기업의 행보다. 투자업계 ‘미다스의 손’으로 꼽히는 미국의 캐시우드는 1월 13일 “지구 표면이 아닌 곳에서 이루어지는 서비스·상품을 가진 기업에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테슬라 등에 이은 성공 투자 사례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캐시우드가 이끄는 ‘아크인베스트먼트’의 우주 탐사 관련 ETF ‘ARKX(ARK Space Exploration ETF)’는 3월 29일 출시될예정이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우주산업의 형성이라는 트렌드에 올라타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내 최대 게임사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는 최근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의 민간 우주항공 기업인 스페이스X에 1600만달러(약 191억원)를 투자했다. 국내 투자법인이 스페이스X 주주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페이스X가 우주관광을 넘어 저궤도 인공위성을 통한 통신사업, 화성 이주 프로젝트 등 다양한 신사업을 통해 가치를 만들어낼 것이라 판단한 것으로 파악된다. 항공기 부품을 제조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우주항공 전문기업이자 코스닥 상장 업체인 쎄트렉아이에 1089억원을 투자해 지분 30%를 획득한다고 1월 13일 발표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미래 성장이 기대되는 우주 위성 산업 핵심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에 투자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위성 개발 기술 역량을 확보해 기술적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우주사업 스타트업들…유니콘도 등장

새로운 기회의 땅 우주 개발이 빨라지면서 우주산업 투자에 대한 관심은 계속해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벌써 지구 관측, 소행성 채굴, 우주 쓰레기 추적 등 다양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잇따라 등장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알레프팜스는 2019년 지구에서 약 400㎞ 떨어진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소고기 배양육(培養肉)을 만드는 데 성공했고, 중국 스타트업 오리진 스페이스는 에너지 자원이 될 수 있는 광물 채굴 로봇을 개발했다. 스위스 스타트업인 클리어스페이스와 일본 애스트로스케일, 러시아 스타트로켓 등은 수명이 다한 우주 쓰레기를 청소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우주항공 스타트업 중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까지 나오면서 우리나라 기업도 빠르게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우주에 투자합니다’라는 책에서 “우주에서의 통신, 인터넷, 관측 등 우주산업이 인류의 삶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뉴스페이스 시대가 오면 시장을 선점한 민간 기업들이 막대한 부와 시장 장악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plus point

[Interview] 박종원 스타버스트(Starburst) 수석고문
“우주 스타트업이 대기업 위협… 韓도 기회 찾아야”

안소영 기자

박종원(오른쪽) 스타버스트 수석고문이 우주 스타트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종원(오른쪽) 스타버스트 수석고문이 우주 스타트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공상과학(SF) 영화에서만 바라보던 우주가 우리에게 성큼 다가왔다. 우리는 어떻게 우주시대에 대비해야 할까. ‘이코노미조선’이 1월 19일 ‘스타버스트’의 박종원 수석고문을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스타버스트는 2015년 프랑스에서 설립된 우주항공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로, 스타트업에 자금이나 전문가 상담 지원을 해준다. 한국, 미국, 캐나다, 인도, 이스라엘, 싱가포르, 브라질, 독일 등에 지사가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우주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를 어떻게 보는가.
“긍정적이다. 우주 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뿐만 아니라, 우주산업에 투자할 필요성을 알고 있는 것이다. 스페이스X나 블루오리진은 대기업을 위협하고 있다. 과거 군사위성 시장은 보잉과 록히드마틴의 합작사인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ULA)가 100% 독점하고 있었지만, 현재는 스페이스X가 ULA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NASA의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는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제프 베이조스(아마존 창업자)의 블루오리진이 선정됐다. 자존심 강한 록히드마틴도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블루오리진과 전략적인 제휴를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인상 깊은 우주항공 스타트업이 있는가.
“스타버스트 포트폴리오 회사 중 처음으로 유니콘 기업이 된 모멘투스(Momentus)다. 모멘투스는 인공위성이 적절한 궤도에 도달할 수 있도록 데려다주는 ‘우주의 견인트럭’ 역할을 한다. 스페이스X는 로켓(추진체)에 많은 인공위성을 싣고 가서 한 번에 떨어뜨리는데, 이 위성들은 가야 할 궤도가 각기 다르다. 인공위성이 궤도를 찾아가기 위해서는 연료가 많이 들 수밖에 없다. 모멘투스는 여기서 착안해 추진체를 이용해 위성을 싣고 궤도에 내려다 주는 모델을 선보여 가치를 인정받았다. 우주라는 시장이 워낙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매력적이고 새로운 사업모델을 선보이면, 매출을 내기 전에도 유니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우주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잘 활용하는 기업도 인상 깊다. 오비탈 인사이트(Orbital Insight)는 인공위성이 찍은 사진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하는 일을 한다. 월마트 주차장에 세워진 차량을 가지고 매출을 예측하거나, 원유 탱크의 부유식 뚜껑 위치와 그림자를 분석해 전 세계 원유 저장량을 파악하고 유가를 예측하는 식이다.”

미국, 중국의 민간 우주 시장 개척이 빠르다. 국내 기업은 어디서 기회를 찾아야 할까.
“많은 스타트업이 차지하고 있는 시장에 뛰어들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남들과 다른 사업모델’이다. 스페이스X 같은 기업이 우주 발사 비용을 낮추면 수많은 새로운 사업이 창출될 수 있다. 우주 농업, 우주 호텔업, 우주 요식업, 우주 제조업 등 무궁무진하다.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기회를 찾는 기업, 국가가 나오고 있다. 버진 갤럭틱은 2019년 언더아머와 함께 우주복을 선보였다. 룩셈부르크는 소행성에서 광물 자원을 채굴하는 우주 광산 사업에 나섰다. 또 우주 광산업 스타트업을 모으고 우주자원법도 제정했다. 우리도 할 수 있는 것, 잘하는 것에서 기회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국내 기업들은 우주 제조업, 우주 건설업에 초점을 맞추면 좋을 것 같다.”

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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