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는 미국 파트너사인 엘러간(현 애브비),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와 전격적으로 3자 간 합의 계약을 맺었다고 2월 19일 밝혔다. 왼쪽부터 서울 강남구에 있는 메디톡스 빌딩과 대웅제약 본사. 사진 연합뉴스
메디톡스는 미국 파트너사인 엘러간(현 애브비),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와 전격적으로 3자 간 합의 계약을 맺었다고 2월 19일 밝혔다. 왼쪽부터 서울 강남구에 있는 메디톡스 빌딩과 대웅제약 본사. 사진 연합뉴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5년여에 걸친 ‘보톡스 분쟁’이 메디톡스의 승리로 끝났다. 메디톡스는 합의금과 로열티, 경쟁사 주식까지 거머쥐게 됐다. 다만 대웅제약도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를 통해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제제 ‘나보타(미국명 주보)’의 미국 판매를 재개할 수 있게 돼 나름대로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메디톡스는 미국 파트너사인 엘러간(현 애브비), 대웅제약 파트너사 에볼루스와 전격적으로 3자 간 합의 계약을 했다고 2월 19일 밝혔다. 대웅제약의 나보타 판매에 대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 등 모든 지식재산권 소송의 해결을 위해서다. 이에 따라 메디톡스가 에볼루스를 상대로 제기한 미국 캘리포니아 소송도 철회될 예정이다.

메디톡스와 엘러간, 에볼루스의 3자 간 합의 계약이 이뤄지면서 메디톡스는 3500만달러(약 390억원)에 이르는 합의금과 연간 매출에 대한 로열티를 얻게 됐고, 대웅제약은 나보타의 미국 판매를 재개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국내 소송은 아직 종결되지 않아 분쟁의 불씨를 남겨두게 됐다. 이번 합의에 따라 메디톡스와 엘러간은 미국 내에서 나보타의 지속적인 판매와 유통을 위한 권리를 에볼루스에 부여한다. 에볼루스는 합의금과 매출에 대한 로열티를 메디톡스와 엘러간에 지급하게 된다. 미국 이외 나라의 매출에 대한 로열티도 21개월간 지급하며, 그 이후에는 미국과 다른 국가 매출에 대해 상호 계약한 로열티를 특정 기간 메디톡스에 지급할 예정이다.

3자 간 합의에 따라 메디톡스는 에볼루스 주식 16.7%(676만2652주)도 취득해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은 이번 합의 당사자가 아니며, 이번 합의는 한국과 타 국가에서의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법적 권리 및 지위, 조사나 소송 절차에는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5년 보톡스 전쟁의 내막

보톡스 전쟁의 내막을 알기 위해선 약 15년 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메디톡스는 2006년 ‘메디톡신’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서 처음 보톡스 제품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출시 첫해 8%의 점유율을 기록했고, 2009년 말에는 34%까지 치솟으며 국내 1위 자리를 거머쥐었다.

하지만 메디톡스의 순항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2014년 후발 주자인 대웅제약이 국내 시장에 나보타를 출시했고, 에볼루스를 통해 미국과 유럽, 캐나다, 호주에 이 제품의 공급을 시작한 것이다. 미국 시장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에 한발 앞서 진출한 것이다.

엘러간을 통해 2022년을 목표로 세계 최초의 액체형 보톡스 ‘이노톡스’의 미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던 메디톡스는 2016년 6월 “대웅제약이 보톡스 균주를 도용하고 제조공정 기술문서를 훔쳤다”며 대웅제약과 에볼루스를 상대로 국내에서 소송을 걸었다. 2019년 1월에는 엘러간과 함께 미국 ITC에도 대웅제약을 제소했다. 미국 보톡스 시장에서 80% 이상을 차지한 엘러간의 독보적인 지위에 균열이 갈 수 있다는 우려 탓이었다. 2019년 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대웅제약 나보타 승인으로 이 같은 우려가 커졌다. ITC는 2020년 7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며 나보타의 미국 수입을 10년간 금지한다는 예비 판결을 했다. 그해 12월 ITC는 최종 판결을 내리면서 나보타의 미국 수입을 21개월간 금지하며 이전보다 제재 수준을 대폭 낮췄다. 대웅제약이 사실상 승소로 판단한 배경이기도 하다.

대웅제약은 당시 “ITC의 21개월 금지명령에 대해 즉각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며 “미국 현지 전문가와 학자, 의사들의 비판에도 ITC가 이런 결정을 한 건 엘러간의 독점 시장 보호를 위한 자국 산업 보호주의”라고 밝혔다.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은 ITC 결정에 서명해 이를 발효시켰다. 나보타 수입 금지 결정을 받아들인 것이다.

대웅제약은 이번 3자 합의에 대해서도 “ITC 결정의 오류를 바로잡을 기회가 없어지게 된 것이 유감”이라고 강조했다.


대웅제약은 美 판매망 붕괴 우려 불식

대웅제약은 그러나 이번 합의로 미국 사업 리스크(위험 요인)가 해소되고, 나보타 판매 재개의 기반이 마련됐다고 봤다. 회사 측은 “에볼루스와 함께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며 “글로벌 매출과 이익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다만 국내 소송은 계속 이어 갈 계획이다. 대웅제약은 “이른 시일 내에 국내 민형사 재판에서 승소할 것임을 확신한다”며 “앞으로도 메디톡스로 인해 실추된 ‘K바이오’의 공신력을 회복하기 위해 혁신 기술 개발과 품질 향상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메디톡스 역시 ITC의 결정을 바탕으로 국내 소송에서 지식재산권 침해 주장과 관련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대웅제약과 국내 소송에 대한 온도 차가 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대웅제약이 합당한 조건을 제시한다면 합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던 메디톡스의 부활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메디톡스의 보톡스 제제 이노톡스는 올해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로부터 품목 허가취소 행정처분을 통지받았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도 식약처는 메디톡신과 또 다른 보톡스 제품 코어톡스에 대해 서류조작 등을 이유로 회수 폐기명령과 잠정 제조판매 중지명령을 내렸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메디톡스는 지난해 1390억원의 매출액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중 보톡스 제제의 내수·수출이 680억원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회사의 항소로 메디톡신과 코어톡스·이노톡스 제품 판매가 중단된 건 아니지만, 만약 이 제품들의 인허가가 취소된다면 회사 실적에도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경쟁 업체도 메디톡스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분쟁을 벌이는 사이 이들과 함께 국내 보톡스 시장을 삼등분하고 있던 휴젤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며 반격에 나선 것이다.

휴젤은 지난해 2110억원의 매출액과 78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는 2019년과 비교해 매출액은 3.2%, 영업이익은 14.9%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해 4분기만 놓고 보면 휴젤의 보툴리눔 톡신 매출은 메디톡스의 품목 허가취소에 따른 점유율 확대로 36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46.1% 증가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휴젤의 보톡스 제품인 ‘보툴렉스’가 4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번 합의가 메디톡스의 숨통을 터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업에 난항을 겪는 메디톡스에 자금이 유입되면서 재무구조도 개선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국내 소송에서도 메디톡스가 승기를 잡을 경우 대웅제약뿐 아니라 다른 경쟁사에 악재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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