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4일 오전 경북 안동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생산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수송 차량에 실려 군과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보관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2월 26일부터 접종을 시작한 국내 첫 코로나19 백신이다. 사진 연합뉴스
2월 24일 오전 경북 안동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생산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수송 차량에 실려 군과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보관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2월 26일부터 접종을 시작한 국내 첫 코로나19 백신이다. 사진 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 개발·생산·유통 등 전 단계 라인업을 갖춘 유일한 한국 기업’

SK그룹 제약·바이오 계열사 중 두 번째로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에 대한 기대가 뜨겁다. 지난해 상장한 SK바이오팜은 시가총액이 9조7000억원을 넘고, SK바이오사이언스는 기업가치가 최대 5조원으로 추정된다. 올해의 ‘IPO 대어’로 꼽히는 SK바이오사이언스는 3월 4~5일 수요 예측을 진행하고, 3월 9~10일 일반투자자 청약을 진행한다. 3월 18일부터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될 예정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18년 7월 SK케미칼에서 분사해 설립된 전문 백신 기업이다. SK디스커버리의 자회사인 SK케미칼이 지분 98%를 보유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코로나19 백신 개발·생산·유통 업체로 발돋움했다. 노바백스,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제약사는 백신 생산 시설이 부족하자 SK바이오사이언스에 백신 위탁생산(CMO)을 맡겼다. 사노피·GSK, 존슨앤드존슨, 모더나 등 다수의 백신 개발사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체 코로나19 백신 개발도 진행 중이다. mRNA 방식이 아니라 합성항원 기술에 기반한 2개 프로젝트다. ‘NBP2001’은 임상 1상 단계를 진행하고 있고, 빌 게이츠 재단의 지원을 받아 공동개발하고 있는 후보물질인 ‘GBP510’은 임상 1·2상을 진행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3분기부터 둘 중 하나를 택해 임상 3상을 진행하고, 내년 상반기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는 2월 23일 열린 온라인 IPO 간담회에서 “전문가들은 유효성과 안전성, 경제성, 유통 편리성 측면에서 합성항원 방식의 백신이 우세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SK의 자체 개발 백신이 게임클로저(game closer·게임을 끝낼 만한 위력을 지닌 것)가 될 것”이라고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실적 개선세도 뚜렷하다. 지난해 상반기 75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3분기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덕분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IPO로 확보할 1조원 넘는 자금을 투입해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바이오 CMO 공장 구축 등 시설 투자에 4000억원을 투자한다.


최종현 회장의 바이오 투자 결실

제약·바이오 업계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상장 뒤에 SK그룹의 뚝심이 있었다고 평한다. 고(故) 최종현 선대 회장은 1980년대 제약 산업을 차세대 먹을거리로 정하고 투자를 시작했다. 그는 1987년에 SK케미칼 내 의약사업본부를 만들었고, 1993년에 미국 뉴저지에 의약개발전문연구소를 세웠다.

그룹 수장을 이어받은 최태원 회장도 2002년 “바이오 부문을 육성해 2030년 이후 그룹 중심축의 하나로 세운다”는 비전을 세웠다. 그는 200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한 뒤에도 신약 개발 조직을 지주회사 직속으로 두고 투자를 지속했다.

SK㈜ 아래에 있던 SK바이오팜(화학합성신약연구)과 SK바이오텍(원료의약품)은 전폭적 투자 덕에 본궤도에 올랐다. SK바이오팜은 국내 제약사 최초로 해외에 기술을 수출하지 않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직접 판매 허가를 신청해 승인을 받았다. SK는 2월 24일 SK바이오팜 860만 주를 1조1000억원에 매각하며 신성장 자금을 확보해 ‘투자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최태원 회장의 사촌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도 ‘따로 또 같이’ 전략으로 바이오 사업을 키웠다. 최창원 부회장이 이끄는 지주회사 SK디스커버리 아래에는 SK케미칼, SK바이오사이언스, SK플라즈마가 있다. 그는 2006년 대규모 백신 투자 계획을 세우고, 2008년부터 총 5000억원을 투자했다. 2012년에는 안동에 연간 5억 도즈(1도즈는 1회 접종)의 백신을 생산하는 공장을 세웠다. 현재 기초연구, 생산·허가, 상업화까지 전 밸류체인을 갖췄다.

SK디스커버리 산하 바이오 계열사는 SK바이오팜, SK바이오텍과 주력 분야가 다르고,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연구도 없다. 최태원 회장은 자신의 지분이 거의 없는데도 그룹의 수장으로서 SK바이오사이언스에 힘을 싣고 있다. 그는 지난해 4월 코로나19 백신 개발 담당자들에게 화상 전화를 걸어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1월 20일 문재인 대통령의 경북 안동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 방문에도 동행하며, 공급 계획을 밝혔다.


plus point

비상장 주식, 공모주 펀드 시장도 들썩

“가족 명의로 계좌를 만들어서라도, 6개 증권사 모두 신청하려고 합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상장을 앞두고 투자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비상장 주식은 공모가보다 세 배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한편, 공모주 확보를 위한 계좌 개설도 이어지고 있다.

비상장 주식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2월 24일 오후 5시 기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주당 가격은 20만2000원이다. 희망 공모가(4만9000~6만5000원)보다 세 배 이상 높은 가격이지만, 투자자 구매 수요(4150건)가 판매 수요(2958건)보다 훨씬 많았다. 투자자들은 “SK바이오팜의 뒤를 잇지 않겠냐”는 기대를 하고 있다. 지난해 7월 2일 상장했던 SK바이오팜은 상장 첫날 따상(공모가 두 배 가격으로 시초가 형성, 이후 상한가), 사흘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주목받았다.

공모주 대박을 꿈꾸는 투자자들은 여러 증권사에서 미리 계좌를 개설하며 공모주 청약을 준비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 청약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6개 증권사에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부터 공모주 50%가량에 균등배정 방식이 적용되면서 소액투자자들의 관심이 크다. 균등배정 방식은 최소 청약증거금 이상을 납입하면 청약자들이 똑같은 수의 주식을 배정받는 방식으로, 소액만 가지고 있더라도 공모주를 받을 수 있다.

간접 투자 방식인 공모주 펀드로의 자금 유입도 지속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부터 2월 23일까지 공모주 펀드에 1조565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와 퇴직연금 다음으로 많은 자금이 유입됐다. 에셋원공모주코넥스하이일드 2호 등 일부 공모주 펀드는 기존 고객의 수익 제고 및 보호를 위해 2월 중순부터 신규 가입을 중단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증시의 변동성이 커졌고, 바이오 기업 특성상 기업가치 파악이 어려워 주의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주력 시장 성장 둔화 △경쟁 심화 △수주계약 생산 지연·실패 등을 위험 요소로 제시하기도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위탁생산하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 백신에 문제가 생기면 판매가 중단될 수 있으며, 위탁생산 계약이 연장되지 않는다면 실적 악화 가능성도 있다.

안소영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