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버추얼 피팅룸 스타트업 ‘지킷’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하면 ‘나’를 모델로 다양한 옷을 스마트폰 화면상에서 입혀보고 구매할 수 있다. 사진 지킷
이스라엘의 버추얼 피팅룸 스타트업 ‘지킷’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하면 ‘나’를 모델로 다양한 옷을 스마트폰 화면상에서 입혀보고 구매할 수 있다. 사진 지킷

미국 유통시장에서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대표하는 월마트와 아마존의 전장(戰場)이 ‘버추얼 피팅룸(virtual fitting room)’ 서비스 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버추얼 피팅룸 서비스는 고객이 오프라인 패션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애플리케이션(앱)에 본인의 사진을 올리면, 원하는 옷을 골라 입어보고 구매할 수 있는 증강현실(AR) 기반 서비스다. 온라인 옷 쇼핑 시 문제가 되는 배송 후 사이즈가 맞지 않는 단점을 개선해 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추세 강화에 더해 스마트폰 촬영 및 AR 기술 발달에 따라 각광 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애큐맨리서치’가 지난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버추얼 피팅룸 시장은 2020년부터 7년간 연평균 20.2% 성장해 2027년 115억달러(약 13조11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미국 정보기술(IT) 매체 테크크런치는 5월 13일(현지시각) 월마트가 버추얼 피팅룸 서비스 업체 ‘지킷(Zeekit)’을 인수했다고 보도했다. 인수 가격은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지킷은 2013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세 명의 여성이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미국 IT 매체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5월 19일 현재 이 회사의 누적 펀딩액은 900만달러(약 102억6000만원)다. 지난해 직원 수는 43명, 매출은 100만달러(약 11억4000만원) 규모였다.

지킷은 자체 앱을 통해 의류를 판매하는 한편, 아디다스와 타미힐피거, 아소스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와 계약을 맺고 버추얼 피팅룸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실시간 이미지 처리 기술을 사용해 사람의 이미지를 수천 개의 세그먼트로 매핑한다. 옷도 유사한 방식으로 처리돼 옷을 입은 고객의 모습이 최종 시뮬레이션 그래픽으로 제공된다. 소비자는 반바지와 탱크톱을 입은 본인의 사진을 올리면 다양한 옷을 모바일상에서 자유롭게 입어본 후 주문할 수 있다. 도시와 자연 등 다양한 배경도 미리 준비돼 가상 공간에서 선택한 옷이 본인은 물론 배경과 어울리는지도 파악한 후 구매할 수 있다.

월마트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지킷 인수를 계기로 PB(자체브랜드) 의류 제품과 프리 피플, 챔피언, 리바이스 등 월마트에서 취급하는 패션 브랜드에 대한 버추얼 피팅룸 서비스를 곧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월마트의 지킷 인수는 버추얼 피팅룸 기술의 대중화를 가속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버추얼 피팅룸 서비스는 아주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2011년을 즈음해서 국내외에서 관련 서비스가 시험적으로 선보였다. 코로나19로 강화한 비대면 기조는 버추얼 피팅룸의 성장 가능성을 키웠다.

기술 발전 요인도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성능이 개선되고 이미지 처리 기술이 발전하면서, 2D 사진으로도 충분히 3D로 측정이 가능해진 덕을 봤다. 실제 애플의 최신 스마트폰인 ‘아이폰13’에는 ‘라이다(Lidar)’ 센서가 탑재됐다. 이는 자율주행차에서 쓰이는 부품으로, 레이저를 사용해 매핑하는 일종의 스캐너다. 이를 통해 스마트폰만으로도 정확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한 이용자가 아마존 ‘메이드포유’ 서비스를 통해 스마트폰에서 티셔츠 색상을 고르고 있다. 사진 아마존
한 이용자가 아마존 ‘메이드포유’ 서비스를 통해 스마트폰에서 티셔츠 색상을 고르고 있다. 사진 아마존

美 의류 판매 1위 놓고 경쟁

아마존도 올해 버추얼 피팅룸 서비스를 시작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아마존은 올해 2월부터 고객의 전신 사진 데이터를 이용한 서비스를 제공중이다. 가장 최근에 공개한 것은 고객의 매력을 높여주는 맞춤옷 ‘메이드포유(made for you)’ 서비스다.

이용자가 옷을 입은 채 찍은 정면, 측면 전신 사진을 입력하면 이 사진으로 이용자의 신체 사이즈를 측정해 맞춤 티셔츠를 제작해주는 서비스다. 아마존은 메이드포유 서비스를 이용하면 옷을 구매할 때 사이즈를 고르는 번거로운 단계를 생략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동안 아마존은 패션 제작 분야로 진출하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건전지와 같은 실용품과 달리, 의류나 패션 품목은 아마존 자체 브랜드의 유사품을 만들어 인기를 끌기 어려웠다. 가상 맞춤복 제작은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시기에 특히 유용한 수단이라는 평가다. 디자이너가 고객의 치수를 재거나, 의류 매장에 가서 옷을 입어볼 필요 없이, 비대면으로 맞춤복을 제작해 입을 수 있다.

외신들은 이번 월마트의 지킷 인수 배경에 대해 과거 지켜온 미국 의류 판매 1위 자리를 아마존에 내주게 된 사실에 초점을 맞춰 설명하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은행 웰스파고는 지난해 아마존 의류 판매가 411억5000만달러(약 46조9110억원)로 1위, 월마트는 334억3000만달러(약 38조1100억원)로 2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실제 월마트는 지킷 인수 외에도 미셸 오바마 전 미국 영부인, 팝스타 레이디 가가 등이 즐겨 찾던 디자이너 브랜든 맥스웰을 영입, 의류 포트폴리오 강화에 힘을 쏟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은 현상은 월마트의 온라인 시장 진출이라는 관점에서도 볼 수 있다. 월마트는 최근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업체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10대들이 춤추고 립싱크하는 동영상을 올리는 소셜미디어(SNS) 틱톡(TikTok)과 손을 잡고 라이브커머스(라이브 스트리밍+이커머스)를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 방송사 CNBC는 지난 2월 “월마트는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망을 강화하기 위해 중국에 꾸준히 큰 금액을 투자해 왔다”라고 보도했다. 아마존이 수년째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점유율을 뺏어오기 위한 월마트의 노력이 계속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plus point

버추얼 피팅룸 시장 스타트업 각축 무대

조조수트를 입은 이미지 컷. 사진 조조
조조수트를 입은 이미지 컷. 사진 조조

버추얼 피팅룸 서비스는 코로나19 이후 급성장하는 분야로 꼽힌다. 해외 패션 매체들에 따르면 아직 시장을 석권한 강자는 없다. 다만 이스라엘 지킷 외에도 미국 보스턴의 ‘트루 핏(True Fit)’을 비롯, ‘버추사이즈(Virtusize)’ ‘미테일(Metail)’ ‘문제(Moonjee)’ ‘브이핏 슈앤드아바매트릭스(vFit Shoe and Ava Metrics)’ 등의 스타트업이 버추얼 피팅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 온라인 쇼핑몰 ‘조조타운’의 사례는 특히 눈길을 끈다. 일본 최대 패션 쇼핑몰 조조타운을 운영하는 업체 ‘조조’는 온라인판 신개념 유니클로를 지향하며 2018년 신청한 고객 모두에게 1만5000개의 센서를 내장한 무인 측정 수트인 ‘조조수트’를 무료(배송비 별도)로 발송했다. 조조수트에 내장된 신축 센서를 통해 1만5000개의 정확한 포지션이 인식되고 블루투스를 통해 스마트폰 전용 앱으로 신체 사이즈 데이터가 전송된다. 소비자는 사이즈 고민 없이 옷의 디자인과 재질만 확인하고 손쉽게 구매할 수 있었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출시 당시 얼리어답터(early adopter〮신기술을 남들보다 앞서 경험하려는 소비자)들에게 혁신적인 기술과 패션의 만남으로 반짝 인기를 끌었지만, 1년 만에 서비스가 중단됐다. 조조는 이 사업을 위해 무려 100만 벌의 조조수트를 무료로 뿌리는 등 성공에 대한 과도한 확신을 가졌다. 결정적으로 조조수트를 통해 측정한 사이즈가 잘 맞지 않는다는 고객 반응이 많았다. 무리하게 설정한 사업 목표와 예상보다 부족했던 기술이 실패로 귀결된 셈이다.

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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