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SK이노베이션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1, 2 공장 전경,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사 얼티엄셀즈의 미 오하이오주 합작1공장 건설 현장. 사진 각 사
왼쪽부터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SK이노베이션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1, 2 공장 전경,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사 얼티엄셀즈의 미 오하이오주 합작1공장 건설 현장. 사진 각 사

“삼성·현대차·SK·LG, 생큐, 생큐, 생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5월 21일(이하 현지시각) 문재인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 도중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6명의 한국 기업 최고경영자에게 자리에서 일어나 달라고 한 뒤 ‘생큐’를 세 번 반복했다. 한·미 정상회담 기간 국내 대표 반도체·전기차 배터리 회사 등이 44조원 규모의 현지 투자를 약속한 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이후 추구해온 동맹 중심의 공급망 재편에 K반도체·배터리가 가세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의약품, 희토류 등 4대 품목의 글로벌 공급망을 검토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나라에 의존하는 공급망은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 동맹 구축에 시동을 건 것이다. 삼성·현대차·SK·LG는 미국 투자 확대로 바이든의 공급망 동맹에 참여하게 됐지만, 중국에서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해야 하는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삼성 파운드리 증설, SK R&D센터 설립

삼성전자는 170억달러(약 19조3800억원)를 들여 미국에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라인을 두 곳 증설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투자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미국 공장이 있는 텍사스 오스틴이 유력하지만 미국 내 다른 지역에서 제시하는 세제 혜택과 보조금 등의 조건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투자 결정으로 세계 1위 메모리 업체인 삼성전자 반도체의 최대 해외 투자처는 중국에서 미국으로 바뀐다. 1996년 세워진 오스틴 공장은 삼성전자의 유일한 미국 내 반도체 생산기지다. 삼성전자는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 기간에도 오스틴 공장에 15억달러(약 1조7100억원) 투자를 발표했다. 지금까지 누적 투자 금액이 170억달러를 넘는다. 이번 투자까지 합치면 미국 내 반도체 공장에 340억달러(약 38조7600억원) 이상을 투자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중국 시안 공장에 약 258억달러(약 29조4120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2년 108억달러(약 12조3120억원)를 투자해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메모리 공장을 짓고, 2017년에 70억달러(약 7조9800억원), 2019년 80억달러(약 9조1200억원)를 투입해 2공장 증설을 진행 중이다. 2공장은 연내 완공된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굳건한 한⋅미 동맹을 통해 미국 기업과 동반 성장하며 혁신에 활로를 찾겠다”고 했다.

세계 2위 메모리 업체인 SK하이닉스도 미 실리콘밸리에 인공지능(AI), 반도체 등의 혁신을 위한 연구개발(R&D)센터 설립에 10억달러(약 1조14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08년 유진 공장 문을 닫은 후 미국에서의 첫 투자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해외 반도체 생산 공장을 모두 중국에 두고 있다. 현재 청주 공장에 있는 파운드리 장비(M8라인)를 중국 우시 공장으로 이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우시에 D램 공장과 별도로 현지 정부 펀드와 합작한 파운드리 공장 가동을 준비 중이다. 충칭에선 후공정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문 인수가 마무리되면 향후 다롄 공장도 운영하게 된다.

삼성과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미국과 중국 둘 다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원천기술을 미국이 가지고 있어 미국을 빼놓고 한국이 반도체를 만드는 건 어렵다”면서도 “한국 기업 입장에서 최대 반도체 수요처인 중국 없이 세계 1등을 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했다.


LG-GM, SK-포드 美 배터리 공략

글로벌 배터리 산업을 주도해온 K배터리도 미국 투자 확대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합작 또는 단독 투자를 통해 총 140억달러(약 15조96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의 포드자동차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한다. 두 회사는 합작법인에 6조원을 투입한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직전 미시간주 포드 전기차 공장을 찾아 “중국이 전기차 경주에서 이기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과 포드의 합작법인 ‘블루오벌에스케이’는 2025년쯤부터 연간 약 6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셀·모듈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내 배터리 생산 능력이 세 배 수준으로 확충되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3조원을 투자해 미 조지아주에 배터리 1공장을 완공했으며 2공장은 건설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4월 미국에 2025년까지 5조원 이상을 투자해 70GWh 규모의 독자적인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는 미국 미시간주에 5GWh 생산 능력의 자체 공장만 운영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설립한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를 통해 2조7000억원을 투자해 테네시주에 제2 합작공장 설립을 추진한다. 2공장은 2024년 상반기까지 35GWh 규모의 생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합작법인은 미 오하이오주에도 2조7000억원을 투입해 생산 능력이 같은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 공장은 내년 가동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미국 내에서 자체 공장(75GWh)과 합작법인을 통해 배터리 생산 능력을 145GWh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SK와 LG의 배터리 대미 투자 확대는 중국과 유럽에 이어 세계 3대 전기차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시장조사기관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시장은 올해 110만 대에서 연평균 40% 성장해 2025년 42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세계 10위권 전기차 배터리 기업이 모두 아시아 기업이고, 이 가운데 바이든 정부가 배제하려는 중국 기업을 제외하면 미국 내 배터리 공급 능력은 부족한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미국에 선제적 투자를 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국내 배터리 기업이 중국에서도 공장을 운영하며 사업을 키우려고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적절한 역할과 조치를 해줘야 한다”고 했다. 양국 사이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정부가 방패막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전기차 배터리 3사 모두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중국에 현재 총 27GWh 규모의 창저우(7GWh), 옌청(10GWh), 후이저우(10GWh) 공장을 운영 중이다. 옌청 공장 증설이 끝나는 2023년에는 중국 내 생산 능력이 35GWh로 확대된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배터리 기업들과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 합작공장 설립도 추진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난징에 1·2공장을 가동 중이다. 중국 내 생산 규모는 약 20다.


plus point

모더나, 삼바에 기술 이전? 일단 충전·포장만 맡기기로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했다. 모더나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국내에서 생산된다.

한·미 양국은 5월 2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윌러드 인터콘티넨털 호텔에서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행사를 하고 총 4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위탁 생산 △ 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의 모더나 한국 내 시설 투자 및 인력 채용 지원 △ 정부와 SK바이오사이언스 노바백스의 독감 결합 백신 등 개발과 생산 △ 국립보건연구원과 모더나의 mRNA 백신 기술 협력 등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 백신의 원액을 들여와 국내에서 무균 충전, 라벨링, 포장 등을 거쳐 최종 완제품을 생산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빠르면 올해 3분기부터 모더나로부터 백신 원액을 받아 미국 이외 지역에 백신을 공급하게 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두 회사의 계약이 백신 기술 이전이 아닌, 병입·충전·포장 단계라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안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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