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기 오미나라 대표 전 디아지오코리아 부사장, 위스키 윈저·골든블루 등 개발 / 이종기 오미나라 대표가 술 제조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이종기 오미나라 대표 전 디아지오코리아 부사장, 위스키 윈저·골든블루 등 개발 / 이종기 오미나라 대표가 술 제조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경북 문경의 ‘오미나라’는 한국 최고의 증류주 전문가 이종기 대표가 설립한 소규모 양조장이다. 30년 넘게 위스키를 개발해오다 은퇴한 그가 ‘세계 술 시장에 내놓을 한국 술을 만들겠다’며 양조장을 설립한 지도 10년이 더 지났다. 작년 매출은 15억원. 판매 실적만 보면 아직 ‘거북이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미나라 제품은 청와대 국빈 행사에 만찬주로 선정되고 있으며, 여러 품평회에서도 최고의 술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 조선비즈가 주최한 대한민국주류대상에서 오미나라는 부문별 대상을 3개나 거머쥐었다. 하이트진로·국순당 같은 주류 대기업이 아닌, 직원 10여 명의 작은 양조장이 대상을 3개나 탄 것은 드문 일이다. 올해 대상을 받은 오미나라 제품은 오미로제 연, 오미로제 프리미어, 문경바람이다. 이 중 오미로제 프리미어는 2011년에 출시된 오미자 스틸 와인(비발포성)이며, 문경바람은 사과 증류주로 이 역시 출시된 지 오래됐다.

나머지 하나, 오미로제 연은 2020년 5월에 출시된 신제품 오미자 스파클링 와인으로서, 10년 전에 나온 오미로제 결의 후속 제품이다. 두 제품의 차이는 2차 발효(숙성) 기간인데, 오리지널 제품인 오미로제 결은 2차 발효 기간이 3년, 오미로제 연은 1년 정도다. 병입 상태에서 숙성하는 오미로제 결은 숙성이 천천히 진행돼 깊은 맛이 특징인 반면, 고압 탱크에서 속성 2차 발효한 오미로제 연은 상큼한 맛이 매력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출시된 오미로제 연은 지금껏 출시 행사를 해보지 못했다. 흥행에는 치명적인 불운을 안고 태어난 셈이다. 그런데도 출시 1년 만에 1만 병 이상 팔릴 정도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가격이 착하다. ‘오리지널’ 오미로제 결은 숙성 기간이 긴 탓에 가격이 9만원인 데 반해, 생산 기간을 3분의 1로 단축한 오미로제 연은 절반 가격인 4만원 선이다. 원료인 오미자 함유량은 차이가 없고 숙성 기간과 알코올 도수가 다르다. 결은 12도, 연은 8도다.

둘째는 부드러운 신맛이다. 원료인 오미자는 원래 매우 시다. 식용 과일로 대접받지 못하는 이유가 신맛이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신맛도 기분 좋은 부드러운 신맛이 있고, 식초처럼 톡 쏘는 거부감 느끼는 신맛이 있다. 오미로제 연이나 오미로제 결은 숙성을 통해 오미자의 신맛을 기분 좋은 신맛으로 바꿔놓았다. 덕분에 이를 마시는 사람은 신맛에 거부감을 느끼기는커녕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갈 정도로 기분이 좋아짐을 느낀다. 그렇다고 신맛만 나는 것은 아니다. ‘다섯 가지 맛’이 나는 오미자를 오랫동안 숙성한 덕분에 과일과 꽃향기도 느낄 수 있다. 고재윤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장은 “오미로제 연은 오미자·복숭아·진달래 향이 좋으며, 가벼운 탄산의 터치가 좋다”고 평했다. 착한 가격, 부드러운 신맛으로 오미로제 연은 출시 1년 만에 한국 와인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이종기 대표는 “한국 와인 중 1년에 5000병 이상 팔리는 술이 드문 현실에서 연간 1만 병 판매는 쉽지 않은 성과”라고 했다.


오미나라에서 오미자로 만든 와인들. 사진 오미나라
오미나라에서 오미자로 만든 와인들. 사진 오미나라

오미로제 연은 스파클링치고는 알코올 도수가 8도로 낮은 편이다. 8도로 한 이유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스파클링 와인의 알코올 도수가 5.5도다. 프랑스 샴페인은 12도가 표준이지만, 다른 나라는 그렇지 않다. 스파클링 와인 중 가장 많이 팔리는 게 이탈리아 스푸만테인데, 알코올 도수가 5.5도다. 사실 맥주와 비슷하다. 그런데 맥주 원료인 홉에서 나오는 쓴맛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점에서 비슷한 도수인 스푸만테가 쓴맛이 없으면서 더 청량해 많이 팔린다. 처음에는 오미로제 연 도수를 10도로 생각했다가 대중성을 고려해 8도로 낮추었다.”

3년 숙성한 오미로제 결과 1년 숙성한 오미로제 연의 차이점은.
“결은 숙성 기간만 3년 넘게 걸린다. 정통 샴페인 방식으로 만든 만큼, 연에 비해 깊은 맛이 매력이다. 오랜 기간 천천히 발효하기 때문에 결은 깊은 맛이 느껴진다.”

오미로제 프리미어 와인 반응은 어떤가.
“2011년 오미로제 결과 동시에 출시됐다. 오미나라 와인 중 판매 40%를 차지하고 있다. 획기적인 것은 오미로제 투게더다. 오미로제 프리미어(4만원)보다 저렴한 제품으로 새로 만들었다. 최근 군납에도 선정됐다. 마셔본 군인들이 ‘최고의 와인’이란 후기를 많이 올린다.”

오미자의 신맛을 줄이기 위한 해법은.
“톡 쏘는 기분 나쁜 신맛을 기분 좋은 신맛으로 바꾸는 기술이 숙성이다. 오미자 와인은 오랜 숙성을 통해 능금산이 젖산으로 바뀌어 사람들이 마실 때 ‘기분 좋은 신맛’을 느끼게 한다. 젖산은 ‘부드러운 신맛, 기분 좋은 신맛’이라고 할 수 있다. 오미자가 가진 신맛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숙성을 통해 입에 거슬리는 능금산이 젖산으로 바뀌어 신맛이 부드러워지는 것이다.”

프랑스의 유명 사과 증류주 칼바도스와 오미나라의 문경바람을 비교하면.
“가격은 칼바도스가 비싸지만, 품질은 문경바람이 뒤지지 않는다. 사과 증류주 칼바도스는 실제로 사과 향은 거의 없고, 숙성 때 사용하는 오크 향만 있다. 그런데 문경바람은 사과 향이 향긋하게 난다. 칼바도스는 숙성에서 오는 부케 향이 도드라지지만, 문경바람은 부케 향과 더불어 원재료인 사과 향인 아로마 향도 느낄 수 있다.”

문경바람 제조를 위한 사과 수매량은.
“작년에 240t을 수매했다. 올해는 350t 정도 예상한다. 인근 상주에서 배가 많이 나는데, 문경바람에 배를 일부 넣는 걸 검토하고 있다. 현재까지 문경바람은 100% 사과만으로 만든다. 칼바도스는 70~80%는 사과이고, 20~25%는 배를 넣는다.”

개발 중인 신제품이 있나.
“프리미엄 보드카를 개발하려고 한다. 디아지오 근무 당시, 스미노프 보드카를 개발·생산한 경험을 살려 사과를 원료로 한 보드카를 만들려고 한다. 우선은 여과 재료로, 핀란드산 자작나무 숯을 쓸 예정인데, 우리나라 참숯으로 대체해보려고 한다. 술의 원료도 국산 사과이고, 보드카 여과 공정의 핵심 원료인 숯도 국산화하려고 한다. 올해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잦아들 것으로 보이는 11월쯤 출시할 예정이다. 2차 접종자가 어느 선 이상으로 넘어가면 보드카로 코로나19 퇴치 축배를 들었으면 한다.”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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