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플래그십 세단 ‘K9’의 내부. 사진 기아
기아의 플래그십 세단 ‘K9’의 내부. 사진 기아

최근 공간이 넓은 차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회장님 차’로 불리던 대형 세단들이 새로운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중후한 이미지 대신 스포티한 디자인을 강조하는가 하면 날렵한 주행을 즐길 수 있도록 주행 성능 개선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과거 차 길이(전장) 5m가 넘는 대형 세단은 의전용 차량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국내 모델 중에서는 과거 현대차 에쿠스와 쌍용차 체어맨이 대표적이었고, 최근에는 제네시스 G90과 기아 K9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그런데 기아가 새로 내놓은 K9 부분변경(페이스 리프트) 모델은 이전보다 많은 젊은 소비자가 대형 세단을 찾는 상황에서 확실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6월 29일 서울 광장동에서 출발해 남양주를 다녀오는 왕복 50㎞ 구간을 시승해 봤다. 시승차는 3.3 가솔린 터보 모델이었다.


기아 ‘K9’. 사진 기아
기아 ‘K9’. 사진 기아

부드러운 가속감…제동력도 만족스러워

K9의 전면부는 웅장하면서도 날렵한 인상을 동시에 준다. 브이(V)자 모양의 크롬 패턴이 적용된 거대한 라디에이터 그릴이 플래그십 세단의 자존심을 드러낸다면, 사선으로 얇게 그어 올라간 헤드램프는 스포티한 이미지를 풍긴다. 새로 바뀐 기아 엠블럼이 무광 크롬 처리돼 정면에 들어가 세련돼 보였다.

측면과 후면 디자인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측면은 균형 잡힌 실루엣과 볼륨감 있는 캐릭터 라인으로 중후한 느낌을 살렸고, 독특한 디자인의 펜더 가니시와 입체적인 19인치 스퍼터링 휠이 적용됐다. 특히 후면은 완전변경(풀체인지) 수준의 변화가 이뤄졌다. 이전 모델의 경우 두꺼운 리어램프가 좌우 끝에 육중하게 자리 잡고 있었는데, 이번 모델에는 좌우로 길게 리어램프가 연결됐다. 이전 모델과 달리 번호판이 범퍼로 내려와 무게 중심이 낮은 대형 세단의 이미지를 완성했다. 차 문 잠금 해제 시 헤드램프와 리어램프가 동시에 점등되는 다이내믹 웰컴 라이트가 적용된 것도 인상적이었다.

내부 시트는 적당히 단단하고 안락했는데 퀼팅 패턴이 적용돼 고급스러웠다. 전면에는 스위스 럭셔리 브랜드 모리스 라크로와와 협업을 통해 디자인된 시계가 적용됐다. 스티어링 휠 아래에 우드 소재가 적용된 것도 눈에 띄었다. 정면에 14.5인치 와이드 디스플레이가 적용돼 편리성이 높다.

시승 출발 지점인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빠져나오면 곡선 도로가 이어지는데 가속이 상당히 부드러웠다. 거대한 차체를 끌고 가면서도 무겁다는 느낌 없이 가속이 붙었다. 서서히 속도를 높일 때 승차감도 안정적이었다. K9 가솔린 터보 모델에는 V6 트윈 터보 엔진이 탑재돼 최대 출력 370마력, 최대 토크 52.0㎏.m의 주행 성능을 낸다. 자연흡입 과급 방식의 V6 엔진이 장착된 3.8 가솔린 모델의 경우 최대 출력 315마력, 최대 토크 40.5㎏.m에 이른다.

내부 소음이 적었고 울퉁불퉁한 노면이나 장애물을 지날 때도 흔들림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제동도 안정적이었다. K9에는 고급 서스펜션의 대명사인 멀티링크 서스펜션이 적용돼 승차감이 개선됐다. 기아는 내비게이션과 전방 레이더·카메라를 이용해 전방 도로 정보를 수집해 서스펜션을 제어한다고 설명했는데, 그만큼 승차감이 개선된다는 의미다. 기아는 “차량 전·후면 유리창과 문에 차음(遮音) 유리를 적용해 차폐감과 실내 정숙성을 향상시켰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외국 브랜드들이 대형 세단에서도 스포티한 주행감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최근 출시한 S클래스에 후륜 조향 기술을 적용해 회전 반경을 줄이고 주차 시 편의성을 높였으나 K9은 후륜 조향 기술을 적용하지 않았다. 이 때문인지 평탄한 직선 도로에서 K9의 주행감은 나무랄 데 없었지만, 방향을 바꾸거나 곡선 도로를 지날 때, 차선을 바꿀 때 주행감이 다소 답답하다는 느낌이 있었다. 속도를 급격하게 끌어올릴 때 거칠다는 느낌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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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로 ‘전방 예측 변속 시스템’ 적용

운전 보조 분야에서는 다소 진화된 기술을 체감할 수 있었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은 이미 출시된 K8과 같은 수준이었지만, ‘전방 예측 변속 시스템’이 최초로 적용됐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꺼야 활성화되는 이 시스템은 내비게이션과 전방 레이더·카메라를 활용해 주행 상황을 예측해 최적의 기어단으로 변속하는 기술이다. 커브를 돌거나 앞차와 간격이 좁아지면 엔진 브레이크가 작동돼 낮은 속도가 유지됐다. 반대로 고속도로에 진입하는 경우 일시적으로 주행 모드가 스포츠로 변경돼 빠르게 속도를 높이기도 한다.

전 트림에 고속도로 주행 보조2(HDA2)와 다중 충돌방지 자동 제동 시스템(MCB) 등 다양한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 기본 탑재됐다. 지문 인증 시스템과 필기 인식 통합 컨트롤러도 유용하다.

클러스터와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무선으로 업데이트(OTA)할 수 있는 시스템도 처음 탑재됐다. 기존 내비게이션 무선 업데이트뿐만 아니라 클러스터 신규 그래픽, 헤드업 디스플레이 표시 기능 등을 무선으로 자동 업데이트할 수 있다.

의전용 차량으로 많이 활용되는 모델인 만큼 뒷좌석 환경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 원터치 버튼으로 앞 보조석 시트가 접히고 뒷좌석이 120도 정도 젖혀진다. 덕분에 성인 남성도 넉넉하게 다리를 뻗을 정도의 레그룸이 확보된다. 좌우 뒷좌석에 각각 터치스크린 모니터가 있어 주행 중 콘텐츠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천장에 뒷좌석 탑승자가 쓸 수 있는 작은 거울도 있다. 운전석과 뒷좌석 우측에는 스트레칭 모드를 추가한 에르고 모션 시트가 장착됐다. 스트레칭 모드는 시트 내부에 있는 공기 주머니(에어 셀)를 제어해 탑승객의 피로도를 낮춰 주는 기능이다.

K9 가격(개별소비세 3.5% 기준)은 3.8 가솔린 플래티넘 5694만원, 마스터즈 7137만원이며, 3.3 가솔린 터보의 경우 플래티넘 6342만원, 마스터즈 7608만원이다. 연비는 트림에 따라 8.1~9.0㎞/L이다.

K9의 전장은 5140㎜로, 제네시스 G80(4995㎜)보다는 길고 G90(5205㎜)보다는 짧다. 전장은 얼마 전 출시된 메르세데스-벤츠의 플래그십 세단 S클래스(5180㎜)보다 짧지만, 실내 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축거)는 3105㎜로, S클래스(3106㎜)와 비슷한 수준이다. 전폭은 1915㎜, 높이는 1490㎜이다.

연선옥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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