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여주 해슬리 나인브릿지CC의 클럽하우스 전경. 사진 CJ그룹
경기 여주 해슬리 나인브릿지CC의 클럽하우스 전경. 사진 CJ그룹

골프장이 호황을 맞으면서 골프장 클럽하우스 위탁 운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급식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1위 급식업체인 삼성웰스토리와 골프 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CJ그룹의 CJ프레시웨이가 골프장 클럽하우스 위탁 관리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는 가운데, 아워홈과 신세계푸드 등 후발 주자들도 골프장 영업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클럽하우스 운영권 유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영업 전략도 다양해지고 있다. 골퍼들의 눈과 입을 사로잡는 이색 메뉴를 출시하는가 하면, 그룹 계열사가 운영하는 명문 골프장의 관리 노하우를 전수하는 교육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골프장에서 판매하는 이색 메뉴 중 요새 가장 핫한 아이템으로는 신세계푸드의 ‘안전빵’이 꼽힌다. 신세계푸드는 지난 3월 골프장 전용 먹거리 ‘안전빵’을 출시했다. 호두과자처럼 생긴 빵에 ‘골프장에서 가장 안전한 빵은 안전빵’이라는 스토리를 붙였다. 골프 중 발생하는 아웃오브바운즈(OB), 해저드 등이 없는 즐거운 게임을 기원한다는 의미를 넣은 상품이다. 골프 마니아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골프 치며 배고프거나 당 떨어질 땐 안전빵”이란 문구와 함께 안전빵 사진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경기 여주 자유CC에서 안전빵 판매를 시작한 신세계푸드는 버드우드CC·페럼CC·양산동원로얄CC 등 8개 골프장 클럽하우스로 판매처를 확대했다. 신세계푸드는 조만간 자신들이 위탁 관리하는 클럽하우스 모두에서 안전빵을 판매할 계획이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골퍼들 사이에서 안전빵이 유명 먹거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면서 “여러 골프장과 스크린 골프장, 편의점 등에서 판매 문의가 오고 있다. 하지만 쉽게 눅눅해지는 제품 특성상 일반 가공식품으로 만들어 유통하기는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워홈은 최근 자신들이 위탁 운영하고 있는 골프장에서 ‘벙커전(煎)’과 ‘콩카페 코코넛소프트아이스크림’을 출시했다. 골프공이 벙커에 들어가지 않고 바로 앞에 떨어졌을 경우를 말하는 ‘벙커전’에서 이름을 따와 해물파전의 이름으로 붙인 것이다. ‘콩카페 코코넛소프트아이스크림’은 코로나19로 해외 골프 여행을 가지 못하는 골퍼들이 베트남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 베트남 카페 브랜드 ‘콩카페’와 협업해 메뉴를 만들었다. 아워홈 관계자는 “대중적 입맛으로 젊은 골퍼를 사로잡을 수 있고, 신선한 재미를 줄 수 있는 메뉴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면서 “골프장 전용 이색 메뉴와 차별화 서비스를 더욱 강화해 골프장 식음 매장 유치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CJ프레시웨이는 자신들이 운영하는 클럽하우스에서 ‘온그린 한상세트’를 판매 중이다. 감자전에 시금치를 갈아 올려 골프장의 그린을 형상화했다. 여기에 순대와 족발무침을 곁들임 메뉴로 제공한다.

삼성웰스토리는 ‘라베팩’이라는 이색 메뉴를 선보인다. ‘라이스&베이커리 패키지’를 줄여 ‘라베팩’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도시락 패키지 상품으로 김밥·유부초밥과 샌드위치를 조합했다. ‘라베’는 골퍼들이 ‘라이프 베스트 스코어(현재까지 기록한 가장 낮은 타수)’를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라베팩을 먹고 오늘 라베를 작성하세요’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삼성웰스토리 관계자는 설명했다.


급식기업들이 클럽하우스 위탁 운영권 유치 경쟁에서 돋보이기 위해 만든 이색 메뉴들. 왼쪽부터 삼성웰스토리 ‘라베팩’·신세계푸드 ‘안전빵’·CJ프레시웨이 ‘온그린 한상세트’·아워홈 ‘벙커전’. 사진 각 사
급식기업들이 클럽하우스 위탁 운영권 유치 경쟁에서 돋보이기 위해 만든 이색 메뉴들. 왼쪽부터 삼성웰스토리 ‘라베팩’·신세계푸드 ‘안전빵’·CJ프레시웨이 ‘온그린 한상세트’·아워홈 ‘벙커전’. 사진 각 사

위탁 운영으로 골프업계도 ‘인건비’ 부담 덜어

급식업체들이 이처럼 이색 메뉴 출시 경쟁을 벌이는 것은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골프장 클럽하우스 위탁 운영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골퍼들이 재밌어하는 이색 아이템을 자신의 골프장에서도 팔았으면 하는 골프장주들이 많아졌다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골프에 입문한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 골퍼들을 겨냥한 이색 메뉴 출시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골프장 위탁 관리를 고려하고 있는 골프장주들에게 흥미를 준다는 점에서 입찰전 무기로 쓰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골프장 클럽하우스 위탁 운영 사업의 시장 규모는 5000억원대로 추산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골프붐이 일면서 급식기업들이 클럽하우스 위탁 운영 사업에서 높은 수익을 올리자 급식 기업 간 유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유치전이 격화되면서 골프장 클럽하우스 위탁 운영 시장 점유율 1위 기업도 바뀌었다. 당초 CJ프레시웨이가 34개 클럽하우스를 운영하며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켰으나, 최근 삼성웰스토리가 골프존카운티에서 운영하는 골프장의 클럽하우스 운영권을 다수 확보하며 총 43개로 1위 자리를 탈환했다.

급식 시장 점유율 2위 기업인 아워홈은 올 상반기 클럽하우스 6곳의 운영권을 따냈다. 아워홈은 기존 12개 클럽하우스를 포함해 총 18개 골프장의 클럽하우스 운영권을 위탁받아 관리 중이다. 신세계푸드는 신세계건설이 운영하는 자유CC 등 총 15개 골프장의 클럽하우스를 위탁받아 관리하고 있다.

사내 전담 부서를 조직하는 등 클럽하우스 운영권을 수주하기 위한 전략도 고도화되고 있다. CJ프레시웨이는 2015년 업계 최초로 골프장 영업 특화 조직인 ‘레저사업부’를 조직하고 시장 공략에 나섰다. CJ프레시웨이가 치고 나가자 곧바로 삼성웰스토리도 2017년 골프장 전담 부서를 만들어 영업에 뛰어들었다. 삼성웰스토리는 특히 식음료 서비스를 넘어 골프장 잔디 관리, 수목·조경 관리, 직원 교육 프로그램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삼성웰스토리 관계자는 “클럽하우스 운영과 함께 직원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많다”면서 “식음료 서비스를 대신 제공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해당 골프장을 명문 클럽으로 만드는 게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목표”라고 말했다.

급식기업에 클럽하우스 위탁 운영은 알짜 사업이다. 공급 단가가 낮게 책정돼 있는 급식보다 객단가가 높고, 마진율도 좋기 때문이다. 한 급식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등교 수업 제한, 재택근무 등으로 급식 사업이 계속 손실을 보고 있는 가운데, 골프장 클럽하우스 위탁 운영은 급식기업들에 단비가 됐다”면서 “급식업계 뜨거운 감자가 된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이슈에서 자유롭다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클럽하우스 위탁 운영은 비용 절감을 고민하는 골프장주들의 이해관계와도 맞아 떨어졌다. 골프업계 관계자는 “식음료 서비스 직원을 골프장에서 직접 고용하면 비수기와 기후 사정으로 골프장 운영을 못 하는 날에도 직원들에게 급여를 줘야 한다”면서 “위탁 운영을 통해 인건비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방 골프장들은 직원 등 인력을 구하는 것도 숙제”라면서 “위탁 운영을 통해 전문인력 채용 부담에서 자유로워졌다”라고 했다.

윤희훈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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