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성에 있는 BMW 부품물류센터 내부. 사진 BMW코리아
경기도 안성에 있는 BMW 부품물류센터 내부. 사진 BMW코리아

7월 5일 경기도 안성에 있는 BMW 부품물류센터(RDC). 축구장 8배 크기인 5만7000㎡ 면적의 물류센터에 지게차를 탄 작업자들이 부품 박스를 실은 채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물류센터 왼쪽 12개 창구로는 하루 두 번 부품이 물류센터로 들어오고, 오른쪽 12개 창구에서는 전국 서비스센터로 부품이 실려 나간다. 센터로 들어온 부품이 보관되는 평균 기간은 24개월. 자주 사용되는 부품은 입고된 지 며칠 만에 배송돼 나가기도 하지만, 오래된 모델의 일부 부품은 수년 동안 배송을 기다리기도 한다.

이곳 안성 물류센터는 BMW코리아가 지난 2017년에 1300억원을 투자해 기존 이천 물류센터를 확장 이전한 곳이다. 기존 1만6500㎡ 크기였던 물류센터가 5만7000㎡로 늘어나면서 보유 부품도 3만5000종에서 8만6000종으로 늘었다. 하루 평균 처리할 수 있는 부품 주문은 1200건이다. 또 독일 본사와 BMW 아시아 테크니컬센터가 직접 시스템을 연결해 실시간 재고 조회가 가능해 신속하게 부품을 받을 수 있는데, 긴급 부품 공급의 경우 아시아 지역 다른 부품 물류창고에서 국내 입고까지 최대 14시간 이내 가능하다. 덕분에 즉시 공급할 수 있는 부품 비율, 즉 부품 가용률도 90%에서 94% 수준으로 높아졌다.


강세일 BMW RDC 센터장. 사진 BMW코리아
강세일 BMW RDC 센터장. 사진 BMW코리아

물류센터 설립 비용 절반 안전에 투자

BMW 물류센터는 지난 6월 경기도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사고 이후 더 주목받고 있다. 이곳은 미국 보험회사 FM(FactoryMutual)글로벌이 정립한 물류센터 최고 안전 기준을 충족한 국내 유일한 물류센터다. BMW가 센터 설립을 위해 투자한 1300억원 중 50%에 해당하는 650억원 정도가 안전 강화 분야에 투입됐다. BMW 측은 “물류센터에 화재 사고가 발생하면 곧바로 부품 공급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한다”며 “물류센터 안전 강화에 상당한 자금을 투자한 것은 전체 부품 공급망을 탄탄하게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물류센터에는 천장에만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만, 물류센터에는 부품을 보관하는 랙(rack)마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다. 그래서 배터리 등 화재에 민감한 부품에 불이 났을 경우 발화지점을 바로 진화할 수 있다. 또 일반 스프링클러는 120도에 반응하지만, 이곳에 설치된 화재 조기 진압형 스프링클러는 74도에서 소방수가 나오고, 화재가 발생했을 때 물을 끌어 올려 작동하는 건식 스프링클러와 달리 이곳 스프링클러에는 꼭지까지 물이 가득 차 있다.

방화 스크린 셔터 역시 실리카 내화섬유(불이 붙어도 타지 않고 잘 견디는 성질을 가진 섬유)를 활용해 화재 시 소방 인력이 더 쉽게 화재 현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했다. 물류센터 바닥에는 900t의 소방수가 상시 저장돼 있고, 실내 전선도 모두 화재에 더 오래 견딜 수 있도록 처리돼 있다.

이 물류센터에는 BMW그룹이 직접 개발한 핵심 물류 기술도 집약돼 있다. BMW는 보유 부품 수를 늘리고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동시에 본사와 긴밀히 협의함으로써 부품 공급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부품을 주문하면 각 서비스센터로 도착하기까지 2주일이 걸렸는데, 지금은 이틀로 단축됐다. BMW의 부품 리드타임(주문에서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은 국내 수입차 업계에서 가장 짧은 수준이다.

리드타임을 크게 줄인 핵심은 2010년 본사가 빅데이터와 수요 예측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개발한 SRD(Supply&Replenishment Dealership)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이 적용된 덕분에 전국 69개 BMW 서비스센터는 필요한 부품의 상당 부분을 자동으로 공급받는다.

대규모 리콜이 시행되거나 사고 차량이 예상치 못한 부품을 주문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해당 프로그램이 커버하는 부품 주문은 96% 정도. 서비스센터가 필요한 부품이 100개라면, 96개는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처리하고 나머지 4개 부품만 각 서비스센터가 개별적으로 주문한다는 의미다. 특히 필터와 와이퍼, 오일류 등 일반 정비에 필요한 유지 부품의 경우 서비스센터가 따로 주문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강세일 RDC 센터장은 “보다 정교한 알고리즘이 적용된 ‘SRD 넥스트’를 올해 하반기에 도입할 계획”이라며 “전국 서비스센터의 부품 공급이 보다 원활해지고 이에 따라 서비스센터를 찾는 소비자들의 대기 시간도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BMW는 한국 시장의 중요도가 높아지는 상황을 감안해 부품을 원활히 공급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팀 인력을 국내에 파견했다. 이들은 안성 물류센터에서 상주하면서 리드타임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국내 부품 업체가 공급하는 부품도 독일 본사로 건너간 뒤 현지에서 검수를 마치고 다시 국내로 공급됐지만, TF는 국내 부품 업체가 생산한 부품은 물류센터가 직접 공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전기차 전환 대응…배터리 전용 저장 공간 마련

BMW코리아가 물류센터에 대대적인 투자에 나선 것은 그만큼 부품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운행되고 있는 BMW 차량 수(전체 누적 판매 대수 중 폐차 수 제외)는 5년 전인 2017년 37만 대에서 올해 53만 대로 늘었다. 수입차 국내 판매가 해마다 늘어나는 상황을 감안하면 부품 수요도 더 확대될 전망이다.

BMW는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이 급속히 이뤄지는 환경에도 대비하고 있다. 3만 개의 기계 부품이 들어가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는 필요 부품 수가 1만 개 정도로 적지만, 배터리와 전장용 부품 등 세밀한 관리가 필요한 부품이 다수 탑재된다.

강세일 센터장은 “물류센터 내 여유 공간에 전기차 배터리를 보관할 수 있는 700개의 랙을 추가 설치하고 있다”며 “전기차 부품을 어떻게 보관하고 공급해야 하는지에 대해 본사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700개의 랙이 추가 설치되면 최소 전기차 1000대에 공급되는 배터리 저장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BMW는 물류센터 증설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강 센터장은 “완공된 물류센터 옆 3만1000㎡ 규모의 유휴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 논의 중”이라며 “해당 부지에 증설이 이뤄지면 장기적으로 한국 BMW 물류센터가 아시아·태평양의 허브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안성 물류센터는 독일 본사와 지난해 3월 개소한 일본 물류센터에 이어 세 번째로 큰 BMW 물류센터인데, 증설이 이뤄지면 일본을 제치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물류센터가 된다.

연선옥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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