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카누맙(상품명 에드유헬름)’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알츠하이머 치료 신약이 FDA 승인을 받은 건 2003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아두카누맙은 약효 논란에 휩싸인 치료제다. 임상 3상 당시 인지 개선 능력을 높이는 데 실패했고, FDA 자문위원의 절반 이상이 유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런데도 FDA는 시판한 뒤 임상 4상을 통해 효능을 입증하는 조건으로 아두카누맙을 승인했다. 이 약품은 3주 만에 200만달러(약 23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완벽한 치료제가 없는 ‘공포의 대상’ 치매 극복을 향한 인류의 간절함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국제알츠하이머병협회(ADI)에 따르면 2015년 4678만 명이던 전 세계 치매 환자 수는 2018년 5000만 명으로 3년 새 300만 명가량 증가했다. ADI는 치매 환자가 2030년 7500만 명, 2050년 1억3150만 명으로 계속 불어날 것이라고 했다. 상황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중앙치매센터 통계에 따르면 2021년 2월 기준 국내 60세 이상 노인 가운데 치매 환자는 86만3542명으로 추정된다. 65세 이상 인구의 치매 유병률은 10.33%다. 10명 중 1명은 치매라는 의미다. 이 숫자는 매년 가파르게 늘어 오는 2024년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신체 활동이 제한된 노인들에게 치매는 더 위협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치료와 사전 예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뿌옇게 변해가는 기억력이 자아(自我)마저 앗아가는 슬픈 난치병을 인류는 이겨낼 수 있을까. ‘이코노미조선’이 치매 정복을 위한 국내외 기업·연구자들의 노력 현황을 소개한다.


3년 후 15조원 치매 치료제 시장

FDA의 아두카누맙 승인 소식이 전해진 후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는 기대감에 차 있다. 그간 수많은 글로벌 제약사가 바이오젠 치료제와 유사한 방식으로 작용하는 치매 신약 개발에 도전했으나 임상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FDA가 바이오젠에 ‘선(先) 시판, 후(後) 증명’을 허락한 것이다. 경쟁사로선 ‘아두카누맙이 통과했으니 우리도?’ 심리가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들 기업이 개발 중인 치매 치료제는 베타 아밀로이드에 결합하는 항체 단백질로 만든다. 치매 환자의 약 70%는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 기능이 점차 떨어지는 알츠하이머 치매다. 알츠하이머는 뇌에 비정상적인 단백질(베타 아밀로이드)이 쌓여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제약 업계는 이 베타 아밀로이드의 축적을 차단하면 치매도 막을 수 있다고 봤다. 로슈, 일라이 릴리, 존슨앤드존슨 등이 아두카누맙을 따라잡기 위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7월 22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은 스위스 제약 회사 로슈가 임상 3상 단계에 있는 치매 신약 ‘간테네루맙’과 관련해 FDA와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간테네루맙은 아두카누맙과 마찬가지로 베타 아밀로이드와 결합하는 항체 단백질 제제다. 세버린 슈반 로슈 최고경영자(CEO)는 “우리 신약을 환자에게 가능한 한 빨리 제공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임상 3상은 2022년 하반기쯤 끝날 듯하다”라고 했다.

미국 일라이 릴리가 개발 중인 치매 치료제 ‘도나네맙’의 경우 올해 초 임상 2상 시험에서 치매 환자의 증상 진행을 32% 늦추는 데 성공했다. 6월 26일 AP통신에 따르면 도나네맙은 FDA로부터 개발과 심사를 서두르는 ‘혁신 치료제 지정(breakthrough therapy designation)’을 받았다. 릴리는 올해 말까지 임상 3상 대상자 등록을 마치는 동시에 FDA에 신약 허가도 신청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젬백스앤카엘이 치매 치료제 ‘GV1001’의 국내 임상 2상을 마친 상태다. GV1001은 인간 텔로머라아제에서 유래한 16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단백질 조각이다. 텔로머라아제는 DNA가 있는 염색체 말단에서 텔로미어의 길이를 유지하는 효소로, 항암·항염증·항산화 등의 기능에 있다.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 아리바이오도 최근 치매 치료제 ‘AR1001’의 임상 2상 시험을 완료했다. 아리바이오는 시험 결과를 분석한 뒤 오는 11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리는 알츠하이머 임상 시험 국제 학술대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아리바이오가 올해 3월 발표한 6개월 투약 결과에서는 저농도 투여군(10㎎)과 고농도 투여군(30㎎)의 인지 기능이 모두 향상됐다.

치료제 신약은 아니지만 SK케미칼은 치매 증상 완화를 겨냥한 패치형 치료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한 치매 치료 패치 ‘SID710’은 2013년 유럽을 시작으로 호주와 캐나다, 미국 등의 시장에 진출했다. 이 밖에 동아에스티와 일동제약, 차바이오텍 등이 천연물 성분과 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매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SK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치매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15년 31억1100만달러(약 3조5948억원)에서 2024년 126억1200만달러(약 14조5732억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앵무새 로봇과 놀면서도 치매 예방

치매 극복에 약을 주입하거나 패치를 붙이는 시도만 이뤄지는 건 아니다. 최근에는 첨단 정보기술(IT) 기반의 디지털 치료제가 치매 예방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15년 설립된 국내 헬스케어 스타트업 로완이 대표적이다. 로완은 최성혜 인하대병원 신경과 교수 등 내로라하는 국내 치매 전문가들과 손잡고 디지털 치매 치료제 ‘슈퍼 브레인’을 개발했다. 슈퍼 브레인은 경도 인지 장애 환자를 위한 뇌 훈련 게임을 제공한다. 환자는 PC나 태블릿 PC 화면을 보면서 숫자 더하기, 같은 모양 맞히기, 시간 맞히기 등의 게임을 즐긴다.

최성혜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지 기능이 떨어진 노인 152명에게 슈퍼 브레인을 사용하게 했더니 비사용자와 비교해 사용자의 인지 능력 검사 점수가 5점 이상 올라갔다. 현재 슈퍼 브레인은 신경과 의원이나 치매 센터 등에서 의사 처방을 받아 쓰이고 있다. 한승현 로완 대표는 “하루라도 빨리 인지 기능을 파악하고 그에 맞춰 예방해 나가는 것이 치매 예방의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했다.

SK텔레콤은 서울대 보라매병원 이준영 교수팀, 차의과대 윤정혜 교수팀과 의기투합해 치매 예방 서비스 ‘두뇌톡톡’을 개발했다. 두뇌톡톡은 12가지 게임 유형 가운데 무작위로 뽑은 질문을 사용자에게 던진다. 사용자는 정답을 찾느라 고민하는 과정에서 뇌 손상 방지에 도움을 주는 인지예비능(cognitive reserve)을 강화할 수 있다. 사용자는 SK텔레콤의 인공지능(AI) 스피커 ‘누구’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인지 강화 훈련을 할 수 있다.

와이닷츠는 치매 예방과 재활을 돕는 인공지능(AI) 앵무새 로봇 ‘피오’와 관련 콘텐츠를 개발하는 업체다. 사용자는 피오와 대화하고 피오의 각종 요청을 들어주는 과정을 통해 경도 인지 장애가 치매로 넘어가는 걸 막을 수 있다. 경도 인지 장애의 약 10%가 치매로 이어진다.

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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