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이신의 박현광(사법연수원 39기·사진) 변호사는 인수합병(M&A),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자산유동화증권 등 증권·금융 분야에서 다양한 자문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있다. 또 금융 관련 민형사상 분쟁은 물론 투자자를 위한 펀드 및 주식 투자 관련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사진 박현광 변호사
법무법인 이신의 박현광(사법연수원 39기·사진) 변호사는 인수합병(M&A),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자산유동화증권 등 증권·금융 분야에서 다양한 자문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있다. 또 금융 관련 민형사상 분쟁은 물론 투자자를 위한 펀드 및 주식 투자 관련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사진 박현광 변호사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 고수익)’ 상품을 판매하는 증권사 금융투자 업무 담당자들은 대부분 고액 연봉자다. 연봉이 높으면 성과급도 높을 수밖에 없는데, 보상 체계가 단기 성과 위주로 돼 있다 보니 더욱더 고위험 상품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국내 금융회사가 휘청인 원인이기도 했다. 당시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장외파생상품 거래가 난무하면서 국내 금융 회사들이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증권사들의 재무적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단기에 수익을 내고 이동하는 고액 연봉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2010년 ‘금융투자 회사 성과보상체계 모범 규준’을 마련했다. 2015년 법으로 도입돼 지금까지 시행되고 있는 ‘성과급 이연제도’의 모태다. 성과급을 한 번에 지급하지 않고 여러 해에 걸쳐 분할 지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도입 취지와 달리 일부에선 사측이 임직원 퇴사 및 이직을 막거나 지급을 거절 내지 미루는 수단으로 악용하면서 근로자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쟁점은 ‘당연 퇴직인지 자발적 퇴사인지’

실제 이연성과급 제도가 도입된 이후 증권사·자산운용사 등 금융 회사와 퇴직 임직원 간 ‘법적 갈등’은 끊이지 않았다. 때로는 사측이 때로는 임직원들이 승소하면서 사건별로 법원의 판단이 달라 업계에서는 “기준이 없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최근 항소심 재판부가 원심을 뒤집고 임직원들의 손을 들어준 사례가 나와 주목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계약 기간 중 퇴직이 아닌, 계약 만료에 의한 퇴직만큼은 적어도 사측이 이연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해당 판결은 의미가 있다.

KTB투자증권의 채권금융팀에서 채권매매 및 중개업무를 담당했던 A 이사와 B 차장은 2017년 1월 1일부터 같은 해 12월 31일까지 일하는 것으로 사측과 계약을 맺었다. 이후 이듬해 1월 26일과 31일에 각각 사직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성과급의 일부(각각 8500여만원, 1억5000여만원)가 지급되지 않았다. 사측은 “계약 기간이 만료됐음에도 계속 회사에 다녔고 타사 이직에 따른 ‘자발적 퇴사’”라며 ‘채권금융팀 인센티브 계약서’상 조항을 근거로 “자발적 퇴사일 경우 인센티브를 주지 않는다”라고 맞섰다. 이에 직원들은 사측을 상대로 약정금 청구 소송을 냈다.

법리적 쟁점은 A씨와 B씨의 퇴직을 계약 만료에 따른 당연 퇴직으로 볼 것인지, 자신의 의사에 따른 자발적 퇴사로 볼 것인지 여부였다. 사측과 해당 직원들 사이에 체결된 인센티브 계약서에는 자발적 퇴사가 아닌 경우에만 이연성과 보수를 지급하도록 돼 있다.

1심은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두 번의 기일 만에 내려진 결론이었다. 1심 재판부는 계약 기간이 종료된 이후 원고들이 1개월간 회사에 다닌 것을 두고 근로계약이 묵시적으로 연장됐다고 판단해 ‘자발적 퇴사’로 봤다. KTB투자증권을 대리한 법무법인 율촌 측은 사직서 면담 내용에 ‘타사 이직에 따른 의원 퇴직’이라고 적혀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 원고들이 2018년 직원 연봉 책정안 대상자에 포함돼 있었고 모두 연봉 인상 대상자였다는 점도 피력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뒤집고 직원들 손을 들어줬다. 변론 준비 기일도 별도로 열 정도로 사안을 꼼꼼히 들여다본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들이 자발적 퇴사가 아닌 당연퇴직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사측과 직원들이 체결한 근로계약서에 보면 ‘계약 기간 만료 후 계약을 갱신할 경우 계약 기간 만료 전에 갱신 합의가 있어야 한다(1조 2항)’고 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계약 갱신에 관한 명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했다.

이러한 판단을 이끌어 낸 데는 직원들을 대리한 법무법인 이신의 박현광(사법연수원 39기) 변호사 노력이 컸다. 그는 계약 갱신에 대한 입증 책임을 사측에 요구했다. 이에 사측은 ‘관행’을 근거로 반박했다. 계약 기간 만료 즈음 더 이상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미리 통보를 해주지만, 이렇다 할 언급이 없는 직원들은 자동 연장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관행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관행만 내세울 뿐 계약 갱신을 했다는 객관적 증거를 내밀지 못했다.

특히 실제로 사측이 주장하는 것처럼 ‘묵시적 계약’이 이뤄졌다고 보면 이 사건 근로계약 1조 2항 규정을 무의미한 조항으로 만들어버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된다는 점도 지적됐는데 이를 재판부가 받아들였다. 박 변호사는 “(사측 주장대로라면) 계약 갱신 여부와 조건을 전혀 알지 못한 채 계약 기간 만료일을 맞이한 근로자들이 그제서야 ‘본인 의사에 의한 퇴직’으로 취급돼 이연성과급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인데 이는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들과 같은 근로자가 계약 만료 시점에 퇴직하더라도 이를 본인 의사에 의한 퇴직으로 봐서 이연성과급 배제 사유로 본다면, 계약 기간 중 퇴직하는 경우는 물론 기간 만료 시 퇴직하는 경우에도 성과급을 지급받을 수 없다”면서 “근로자들의 퇴직의 자유를 사실상 제한해 부당하게 근로의 계속을 강요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고액 연봉 받아도 ‘근로자 권리’ 보호돼야

당초 박 변호사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2018년 12월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에 진정을 넣었다. 하지만 ‘자발적 퇴사’로 판단된다며 기각됐다. 근로감독관이 맡는 사건은 대부분 일용직 노동자 등이 원고 측으로 돼 있는 사건이다.

박 변호사는 “증권 업계 영업직을 바라보는 시선에 편견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노동청은 물론 법원 역시 그러한 인식을 아예 외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고 말했다. 단타로 돈을 벌고 몸값을 부풀려 이직하는 고액 연봉자에게 성과급까지 지급해야 하느냐는 부정적인 시선이다.

그럼에도 박 변호사는 이 사건이 ‘근로자 권리 보호’라는 점에서 증권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연 기간 중 퇴사했다 하더라도 계약 기간 만료로 퇴사하는 경우 자발적 퇴사가 아니라는 점과 이연성과 보수의 지급배제 사유에 대한 입증 책임은 사측에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 판결”이라며 “특히 타사 이직을 위한 퇴사라 할지라도 계약 기간 만료 시점에 당연 퇴직 할 수 있고 이를 금지하는 것은 퇴직의 자유를 제한(근로기준법 제20조 위반)한다는 점을 명백히 밝힌 셈”이라고 의의를 부여했다.

박 변호사는 국내 대기업과 증권 회사 사내변호사로 오랜 기간 활동하면서 파생금융상품, 금융감독 기타 금융규제 관련 자문 등 증권·금융 분야에서 다양한 자문 업무를 수행해왔다. 또 자산운용사 등 금융 회사를 대리한 경험이 있어 관련 민형사상 분쟁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의 펀드·주식 투자 관련 손해배상청구 관련 업무 경험도 풍부하다.

이미호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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