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랩이 개발한 협업 툴 ‘잔디’. 사진 토스랩
토스랩이 개발한 협업 툴 ‘잔디’. 사진 토스랩

국내 가구·인테리어 업계 1위 한샘이 올해 6월 스타트업 토스랩의 업무 협업 툴(협업 도구) ‘잔디’를 사내에 전면 도입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장기화로 원격 근무 비중이 커진 상황에서, 제조업 특성상 전 세계에 흩어진 공장·연구소·협력사·대리점과 본사가 서로 실시간으로 소통해야 하는 한샘에도 통일된 협업 툴이 필요해진 것이다. 한샘 관계자는 “잔디를 업무 주제별로 대화방을 구분해주는 ‘토픽’ 기능 등 편의성이 (경쟁사보다) 우수해 잔디를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슬랙(글로벌 1위 협업 툴)’ 자리를 놓고 벌이는 국산 협업 툴 경쟁에서 토스랩이 플랫폼 공룡 네이버·카카오를 제치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시장 점유율은 아직 조사된 바 없지만, 각 사가 밝힌 글로벌 고객사 수 기준으로는 토스랩이 30만 곳 이상으로 가장 앞선다. 넥센타이어·아워홈·게임빌컴투스 등도 한샘과 비슷한 이유로 토스랩의 잔디를 사내 전 임직원이 사용하게 했다.

협업 툴은 메신저·이메일·파일과 일정 공유·화상회의·전자결재 등 원격 근무에 필요한 기능들을 하나로 합친 서비스다. 카카오톡(메신저), 지메일(이메일), 구글 드라이브(파일 공유) 등 무료로도 이용할 수 있는 개별 서비스들이 있지만 원격 근무 비중이 높아지면서 보안, 공사(公私) 구분, 글로벌 지사 간 소통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유료 협업 툴을 찾는 기업이 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협업 툴 시장 규모는 2019년 124억달러(약 14조5000억원)에서 2020년 256억달러(약 30조원)로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후 슬랙, 줌, 마이크로소프트(MS) 팀스 등 외산 플랫폼이 시장을 선점했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여전히 시장의 고성장이 기대되면서 국산 플랫폼도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작년 9월 카카오 진출을 기점으로 국내 시장은 네이버와 카카오의 양강 구도가 될 것으로 점쳐졌지만 토스랩이 활약하며 3파전을 이루고 있다. 2015년 서비스를 시작한 토스랩의 잔디는 수평적인 기업 문화가 자리 잡은 서구권 협업 툴에 없는 ‘조직도’ 기능을 추가하고 영어뿐 아니라 중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등 현지 언어를 지원해 아시아권 기업들에 인기를 얻었다. 현재 70여 개국에 진출했고, 대만에선 1위 플랫폼으로 올라섰다.

잔디는 토픽(주제별 그룹 채팅), 화상회의, 멘션(대화방 내 멤버 지목), 파일 댓글, 파일 공유, 외부 게스트 초대, 업무 파악을 위한 ‘히스토리(접속한 대화방의 과거 메시지·파일 열람)’, 클라우드 ‘잔디 드라이브’ 등 기능을 갖췄고 다운로드 기록 관리, 모바일 다운로드 제한, 문서 워터마크, 멤버별 접근 권한 설정 등을 통해 관리자의 보안 관리가 쉬워지도록 돕는다.

토스랩은 서울대 도시공학과를 석사 졸업하고 티머니 해외 사업 영업대표와 티몬 로컬사업부 기획실장을 지낸 김대현 대표가 이끌고 있다. 국내 협업 툴 스타트업 최초로 270억원의 누적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또 국내 협업 툴 최초로 국제표준 정보보호 인증인 ‘ISO 27001’을 획득해 업계 최고의 보안 수준을 자랑한다고 토스랩 측은 설명했다. 신현성 티몬 창업자,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 강준열 전 카카오 최고서비스책임자(CSO)를 사외이사로 영입하고, 서울상공회의소 부회장을 맡은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와 김동신 센드버드 창업자를 자문단으로 구성했다. 아시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잔디의 사용자인터페이스(UI). 사진 토스랩
잔디의 사용자인터페이스(UI). 사진 토스랩

네이버·카카오도 추격 중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메신저 라인, 카카오톡과 비슷한 기능,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가진 협업 툴로 진입장벽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네이버웍스는 2013년 출시됐는데 지난해 코로나19 유행을 기점으로 고객사 수가 전년 대비 10배 증가하면서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GS그룹, 대웅제약, 일동제약 등을 포함해 20만 개 이상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네이버웍스의 전신인 라인웍스는 2016년 모바일 중심의 협업 솔루션으로 일본 시장에 먼저 진출했다. 진출 2년 만에 현지 토종 브랜드 챗워크와 글로벌 브랜드 슬랙재팬을 큰 격차로 따돌리며 업계 1위를 달성했다. 현지 시장 점유율은 40% 정도다. 국내에서는 자사 쇼핑 플랫폼(스마트스토어) 입점 중소상공인(SME)에게 업무용 메신저(라인웍스 라이트)를 무상 지원하며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유통·물류 업체엔 교대근무 일정 조율, 불만 고객 대처 등 매장 관리 기능을 추가하는 식으로 업종별 기능을 제공한다.

카카오는 토스랩·네이버에 비해 늦은 지난해 9월 카카오워크를 출시했다. 후발 주자지만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영향력을 앞세워 단기간에 점유율을 넓히고 있다. 출시 1년이 조금 안 된 현재까지 15만 개의 업무 조직(워크스페이스)이 만들어졌다. 업무 조직은 기업·부서·팀·단체·개인 등 서로 같은 카카오워크를 이용하는 단위로, 이 중 토스랩·네이버와 직접 비교할 수 있는 기업 고객 수와 기업명은 카카오가 따로 밝히지 않았다.

아직 국내 협업 툴 플랫폼 간 시장 점유율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아 업계 선두를 단정하긴 이르다는 반응도 나온다. 네이버 관계자는 “집계 방식에 따라 비교 결과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라며 “팀 단위로 쓰는 계정 숫자로 집계하면 네이버웍스가 100만 계정을 넘어 가장 많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plus point

국내 협업 툴 3파전 춘추전국 시대 오나

국내 협업 툴 시장 규모는 4000억~5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아직 시장이 형성 초기 단계고 스타트업도 네이버·카카오와 겨룰 수 있는 만큼 다른 기업들도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협업 툴 ‘두레이’를 서비스하는 NHN은 8월 1일 협업 툴 등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자회사 NHN두레이를 독립 출범했다. 두레이의 사용자 수는 잔디(약 200만 명)의 20분의 1 수준인 약 10만 명이다. 대신 연구 협업에 특화된 서비스로 서울대·카이스트(KAIST)·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기초과학연구원(IBS) 등 공공 연구기관 위주로 보급, 국내 공공 부문 1위 경쟁력을 자랑한다. 지난해엔 국내 이용자에게 익숙한 한글과컴퓨터의 웹오피스 ‘한컴오피스 웹’을 탑재했다.

마드라스체크의 ‘플로우’는 지난 6월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협업 툴 국내 다운로드 수 기준으로 잔디, 카카오워크에 이어 3위에 올랐다. 회사는 현대차·기아, 현대모비스, BGF리테일, 에쓰오일, SK인포섹, JTBC, 메가박스, KB캐피탈, DB금융투자, 포스코 등 대기업과 금융기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규모와 업종의 기업 20만 곳 이상이 가입했다고 밝혔다.

김윤수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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