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구입한 물건을 배달하는 LG ‘클로이 서브봇’. 사진 LG전자
편의점에서 구입한 물건을 배달하는 LG ‘클로이 서브봇’. 사진 LG전자

커피 제조나 음식 서빙과 같은 단순한 업무에서 편의점 물건 배송, 노약자 돌보기, 집 관리하기 등 다양한 용도의 서비스 로봇에 국내 대표 전자기업인 LG전자와 삼성전자가 몰두하고 있다. 두 회사는 지난해 20조원에서 2022년 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전 세계 서비스 로봇 시장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관련 조직 신설과 재편에 빠르게 나서고 있다. LG전자가 상용화에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추격세가 돋보인다.

LG전자는 9월 27일 LG 2세대 클로이 가이드봇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클로이 가이드봇은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코엑스몰에 2대 배치돼 3개월간 시범 서비스를 한다. 클로이 가이드봇은 평일 14만 명, 주말 25만 명이 찾을 정도로 복잡한 환경인 코엑스몰에서 시설 안내와 길 찾기 서비스, 광고 서비스를 하고, 쇼핑몰이 문을 닫는 심야에 보안 업무를 수행한다.

지난 2018년 첫선을 보였던 1세대 클로이 가이드봇은 이미 인천공항,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 GS건설 모델하우스,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클로이 가이드봇은 세계 최대 정보기술⋅가전 박람회 CES 2019에서 박일평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와 공동 기조연설자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서 길 찾기, 안내 등을 맡고 있는 LG ‘클로이 가이드봇’. 사진 LG전자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서 길 찾기, 안내 등을 맡고 있는 LG ‘클로이 가이드봇’. 사진 LG전자
반려동물을 돌보는 삼성 로봇청소기 ‘제트봇AI’. 사진 삼성전자
반려동물을 돌보는 삼성 로봇청소기 ‘제트봇AI’. 사진 삼성전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로봇 사업’을 배터리, 자동차 전장 사업 등과 함께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꼽고,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LG전자는 서비스 로봇과 함께 위생, 배송, 생산 로봇 등 다양한 분야의 로봇 개발에 나서는 중이다.

최근 LG전자는 국립전파연구원으로부터 ‘잔디깎이 로봇(L711HR)’과 ‘협동 로봇(CAJT00)’의 전파인증도 받았다. 잔디깎이 로봇은 장애물 감지 센서, 자율주행, 원격제어 등 기존 로봇 청소기에서 획득한 기술 노하우를 접목한 것이다. 미국 잔디깎이 기업 B&S를 통해 북미 시장에 판매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형’ 개발에 한창이다.

협동 로봇은 생산시설에서 사람이 하는 단순 노동을 대신 하는 로봇이다. 기존 생산라인 로봇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것이라면, 협동 로봇은 인간 노동자와 로봇 간의 상호 작용에 초점을 맞춰 효율적으로 노동력을 배분하는 것이 특징이다. LG전자는 음식 등을 배달하는 클로이 서브봇과 살균·소독에 특화된 클로이 살균봇, 커피를 만드는 클로이 바리스타봇도 소개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1월 CES 2021에서 ‘로봇의 일상화’를 강조하고, 삼성봇 핸디를 내놨다. 삼성봇 핸디는 스스로 물체를 인식하고, 행동하면서 설거지를 하거나 식탁을 정리하는 등의 집안일을 돕는 메이드 로봇이다. 삼성 통합 연구 조직 삼성리서치의 승현준 사장은 “로봇은 인공지능(AI) 기반 개인화 서비스의 정점이다”라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최적화한 결합을 통해 개인 삶의 동반자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삼성전자가 함께 선보인 삼성봇 케어는 기존 모델을 발전시킨 제품으로, 노약자 돌봄뿐 아니라 다양한 가족 구성원으로 돌봄 대상을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로봇청소기 제트봇AI와 스마트싱스 펫 서비스의 경우 로봇청소기의 가능성을 넓힌 제품으로 주목받았다. 지난해 9월 삼성전자의 입는(웨어러블) 로봇 ‘GEMS(Gait Enhancing and Motivating System) 힙’은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국제표준 ISO 13482 인증을 업계 최초로 획득하기도 했다.

LG전자와 삼성전자가 로봇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는 것은 이 시장 성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국제로봇연맹(IFR)은 가정용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가 2019년 46억달러(약 5조5200억원)에서 2022년 115억달러(약 13조8000억원)로 연평균 35.7%, 의료 등 전문 서비스 로봇은 2019년 126억달러(약 15조1200억원)에서 2022년 380억달러(약 45조6000억원)로 연평균 44.5%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승현준 삼성리서치 사장이 CES 2021에서 소개한 가정용 서비스 로봇 ‘삼성봇 핸디’. 사진 삼성전자
승현준 삼성리서치 사장이 CES 2021에서 소개한 가정용 서비스 로봇 ‘삼성봇 핸디’. 사진 삼성전자

또 라스트마일(물류 및 유통업계에서 상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마지막 단계) 배송을 포함한 물류 로봇의 경우 2020년 전년 대비 110% 성장한 19억달러(약 2조2800억원)로 성장했고, 향후 연간 평균 4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LG전자는 로봇 전담 조직 확대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 2019년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신설한 로봇사업센터를 지난해 BS(비즈니스 솔루션)사업본부 내 로봇사업담당으로 재편해 글로벌 영업 인프라 등을 활용할 수 있게끔 했다. 앞서 2018년 국내 산업용 로봇 제조기업 로보스타를 인수한 뒤, 캐나다 라이다(LiDAR) 플랫폼 기업 레다테크, 미국 자동차 AI 센서 기업 에이아이, 국내 모빌리티 기업 코드24, 미국 로봇개발 기업 보사노바 로보틱스 등에 투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김현석 CE(소비자가전) 부문 사장 직속으로 ‘로봇 사업화 전담팀(TF)’을 신설했다. 현재 삼성리서치에서도 로봇 연구를 하고 있는데, CE 부문 TF팀 설립은 로봇 상용화에 속도를 내는 시그널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올 초에는 로봇 구동용 회로 설계와 제어 개발, 로봇용 회로 최적·표준화 등의 업무를 맡을 로봇 개발 경력직 채용도 진행했다.


plus point

현대차, 테슬라 등 자동차 기업들도 로봇에 베팅

현대자동차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12월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는 본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6월 지분 인수를 최종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이에 따라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지분 80%는 현대차그룹이, 나머지 20%는 소프트뱅크가 보유하게 됐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2족, 4족 보행 로봇은 물론 물류 로봇 등을 만들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는) 자동차와 부품 물류 등에 상당한 상승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도 로봇에 베팅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8월 19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본사에서 열린 ‘인공지능의 날(AI day)’ 행사에서 ‘테슬라봇’ 개발을 선언했다. 이날 머스크가 소개한 테슬라봇 제원은 키 172㎝, 몸무게 57㎏이다. 이동 속도는 8㎞/h에 인간과 비슷한 형태의 손을 갖췄다. 테슬라는 이 로봇의 시제품을 내년 공개할 계획이다. 다만 미국 경제 매체 블룸버그는 “머스크는 테슬라봇이 지속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선도하겠다는 테슬라의 미션과 어떻게 부합하는지는 설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박진우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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