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민 대동여주도 대표 2014년 대동여주도(한국 술 비즈니스 기업) 설립, 언니의 술 냉장고 가이드(주류 소개 콘텐츠 플랫폼) 운영 / 사진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이지민 대동여주도 대표 2014년 대동여주도(한국 술 비즈니스 기업) 설립, 언니의 술 냉장고 가이드(주류 소개 콘텐츠 플랫폼) 운영 / 사진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분명 막걸리인데도 와인 같은 느낌을 주는 신상 술이 요즘 화제다. 막걸리를 담은 술병마저도 프랑스 부르고뉴 스타일(어깨가 없이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병 모양)로, 여태껏 나온 막걸릿병 가운데 제일 고급지다는 평이 많다.

맛과 향 역시 화이트와인 느낌이다. 신맛이 다소 도드라진 게 전형적인 화이트와인의 느낌인데도, 단맛이 앞뒤로 받쳐줘 맛의 밸런스(조화, 어우러짐)가 뛰어나다. 막걸리가 이렇게 고급스럽게 변신하다니. 지금껏 마신 막걸리와는 확연히 향과 맛의 차이가 크다. 막걸리의 원재료인 쌀에서 오는 곡물 향보다는 부재료인 청포도의 새콤함과 단맛이 더 기분 좋게 다가온다. 바람 솔솔 부는 야외 간이식탁에 느긋하게 앉아 볼이 큰 와인잔(얼음 두어 개 넣어서)에 마시기에 딱 맞다는 생각이 든다.

전통주 콘텐츠 플랫폼 대동여주도(대표 이지민)와 서울 연희동의 같이양조장(대표 최우택)이 컬래버(협업)해서 만든 신제품 ‘써머 딜라이트’ 막걸리 이야기다. 막걸리의 고급화, 전통주의 고급화를 시도한 덕분에 이 술은 시장에 내놓는 대로 완판이다. 생산량이 적은 탓도 있지만, ‘세상에 없던 막걸리’를 찾는 마니아의 소비 열기 덕분이다.

써머 딜라이트 막걸리는 개발 스토리부터 남다르다. 전통주 홍보를 주 업무로 하는 대동여주도 이지민 대표가 제품 스타일과 부재료(메인 재료는 당연히 쌀·누룩·물) 등을 정해 서울 연희동의 같이양조장에 새 술 개발을 맡겼다. 술 이름과 술병, 라벨 등을 정한 것은 물론 새 술 시음과 마케팅도 대동여주도 측이 주도했다.

써머 딜라이트 막걸리 제조를 맡은 같이양조장은 2020년 4월 설립된 신생 양조장이다. 한국전통주연구소 박록담 소장 밑에서 전통주를 배운 최우택 대표가 만든 1인 양조장이다. 연희 매화, 연희 팔각, 연희 민트 등 양조장이 있는 연희동과 막걸리의 부재료(매화·민트·팔각 등)를 술 이름으로 정한 연희 시리즈 막걸리를 내놓은 바 있다.

주류 전문 비즈니스 기업인 대동여주도는 전통술 제품 기획에서부터 마케팅과 홍보, 콘텐츠 제작까지, 양조장을 위한 통합 솔루션을 지원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을 비롯해 농림축산식품부 등 정부 기관과 연계한 사업과 컨설팅도 다수 진행하고 있다. 2014년 설립했다.


써머 딜라이트 청포도 막걸리(왼쪽)와 샤인 머스캣 막걸리. 사진 대동여주도
써머 딜라이트 청포도 막걸리(왼쪽)와 샤인 머스캣 막걸리. 사진 대동여주도

막걸리를 직접 개발하게 된 계기는.
“전국의 양조장을 대상으로 제품 개발, 디자인, 브랜드 마케팅 같은 컨설팅 일을 오랫동안 해왔지만, 어딘가 늘 아쉬움이 남았다. 일부의 얘기일 수 있지만, 양조장들이 전통 방식을 고수하다 보니 다소 세련되지 못한 디자인의 신제품을 내놓거나 고급 재료 사용을 망설이는 경우를 봐왔다. 우리가 직접 신제품을 만들어 여러 양조장에 자극을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술 개발에 나서게 됐다. 우리가 양조장에 제작 용역을 주는 방식으로 직접 만들어보자고 한 것이다. 전통주 만드는 양조장에 ‘술을 이렇게 고급스럽게 만들 수 있구나’ 하는 긍정적 자극을 줬으면 했다. 그런 취지에서 탄생한 첫 작품이 써머 딜라이트 막걸리다.”

써머 딜라이트 막걸리는 두 종류다. 청포도 막걸리, 샤인 머스캣 막걸리는 세상에 없던 술인가.
“청포도 막걸리를 가볍게 만든 술이 이전에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 샤인 머스캣 막걸리는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가 만드는 막걸리가 어떤 막걸리이면 좋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사람들에게 가볍게 어필할 수 있기보다는 정말 좋은 재료로 고급스럽게 만들어서 ‘시장에 없던’ 제품을 탄생시키자고 했다. 요즘 뜨고 있는 고급 청포도 샤인 머스캣이 우연히 떠올라 ‘샤인 머스캣 막걸리’를 만들어야겠다고 여겼다.”

샤인 머스캣 막걸리는 일 년 중 넉 달만 생산한다는 건가.
“5~6월에도 샤인 머스캣이 일부 출시되긴 하지만, 맛을 보니 한창때인 8월보다는 못하더라. 그래서 제철인 7~10월에 나오는 샤인 머스캣으로 막걸리를 만들어 매년 8~11월 시장에 내놓을 작정이다.”

써머 딜라이트 막걸리는 어떤 스타일의 술인가.
“우선 낮술을 할 수 있는 술이면 좋겠다고 했다. 와인처럼 낮에도 즐길 수 있는 술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소비뇽 블랑 같은 화이트와인처럼, 가볍게 마실 수 있는 막걸리를 구상했다. 2종의 막걸리는 음식 타깃을 좀 달리했다. 샤인 머스캣은 망고처럼 고급스러운 단맛이 특징이다. 원래 청포도는 신맛이 강하지만, 청포도 종류의 하나인 샤인 머스캣은 단맛이 도드라진다. 그래서 청포도 막걸리는 새콤한 맛을 살려서, 전채 요리와 잘 어울리거나 식전주로 마시도록 하자고 했다. 반면에 샤인 머스캣 막걸리는 식후주, 디저트로 어울리도록 했다. 아이스와인 스타일이다. 단맛이 강한 아이스와인을 식전주로 마시지는 않는다. 식사를 끝내고 나서 마시는 디저트, 식후주로 어울리는 아이스와인과 비슷하게 샤인 머스캣 막걸리 콘셉트를 잡았다. 샤인 머스캣 막걸리는 음식과 어울리기보다는 술 자체가 디저트라고 보면 된다. 청포도 막걸리는 3만5000원, 샤인 머스캣 막걸리는 4만5000원이다. 용량은 750㎖. 샤인 머스캣 막걸리의 경우 한 병에 샤인 머스캣만 8000~9000원어치가 들어갔다.”

부르고뉴 스타일의 병을 택했다.
“테라스에 내놓아도 어색하지 않은 디자인이어야 했다. 우선 병 라벨은 청포도 느낌, 햇살 받는 나뭇잎 느낌을 냈다. 테라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변 나뭇잎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 병마개를 코르크로 한 것 역시 나무의 느낌을 강조해서다. 그래서 고급스러운 부르고뉴 스타일의 유리병으로 정했다.”

제2, 제3의 술 개발 계획은.
“시중에는 이미 저렴한 과일 막걸리가 넘쳐난다. 하지만 정말 고급스러운 제품은 거의 없어 제대로 된 고급 과일 막걸리를 이번에 내놓은 것이다. 여름이 아닌 다른 계절에, 그 계절에 가장 좋은 과일을 사용한 다음 버전을 내놓으려고 리스트를 뽑고 있다. 다른 제철 과일을 활용한 제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번에 내놓은 샤인 머스캣 막걸리처럼 고급 버전은 항상 제철 과일을 사용하려고 한다. 가격이 싼 제품이 아닌데, 냉동 과일을 쓸 수는 없다. 시장에 없던 제품을 계속 선보이려고 노력 중이다.”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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