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서해선 홍성~송산 복선전철 아치교 전경. 육상에서 조립한 교량 구조물을 바지선을 이용해 시공 위치로 옮기고 있다. 사진 DL이앤씨
왼쪽부터 서해선 홍성~송산 복선전철 아치교 전경. 육상에서 조립한 교량 구조물을 바지선을 이용해 시공 위치로 옮기고 있다. 사진 DL이앤씨

지난 8월 말, 충남 아산시 영인면 안성천. 비가 내려 하늘은 흐렸지만 안성천 위 뻥 뚫린 시야에 회백색 5개 아치로 연결된 교량이 선명하게 보였다. 지난 7월 DL이앤씨(옛 대림산업)가 작업을 완료한 국내 최대 규모의 철도 아치교다. 서로 크기가 다른 5개의 아치 구조물로 짜인 이 교량은 연장 625m, 높이 44m 규모다. 아치교 건설작업이 완료되면서 서해선(홍성~송산) 복선전철 제5공구 전 구간이 연결됐다.

오는 2023년이면 관광객과 화물을 실은 초고속 여객 열차와 화물 열차가 이곳을 달릴 예정이다. 서해선 복선전철 사업은 총사업비 4조947억원을 투입해 경기 화성 송산~화성시청~향남~평택 안중~충남 아산, 인주~당진, 합덕~예산~홍성을 잇는 총연장 약 90㎞의 복선전철 신설 사업이다. 국가철도공단이 총 10개의 공구로 나눠 발주했다. 9월 기준 총사업 전체 공정률은 약 77%다. 서해안 시대의 새로운 대동맥으로, 서해안 지역의 교통혁명이 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청사진이다.

교량 건설은 한 나라와 기업의 기술력을 상징한다. 서해선 복선전철 사업의 핵심공정으로 평가되는 제5공구는 세계 특수교량건설 사업에서 그동안 여러 실적을 쌓은 DL이앤씨가 맡았다. DL이앤씨는 터키 차나칼레대교, 브루나이 라파스대교, 여수와 광양을 잇는 이순신대교 등 세계 곳곳의 굵직굵직한 교량 건설 사업을 성공시키며 기술력과 노하우를 쌓았다.


육상에서 조립해 배로 이동⋯“강풍과 싸움”

안성천 인근 DL이앤씨의 서해선 복선전철 제5공구 현장사무소에서 차로 약 10분 이동하니 안성천 위로 충남 아산과 경기 평택을 잇는 ‘복합트러스 아치교’가 보였다. 이 교량은 수많은 근로자가 매서운 바람과 추위와 다투며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바람과 물결이 바다 못지않은 안성천 특성 탓에 교량 설치 주요 공사는 바람이 잦아드는 새벽 시간에 이뤄졌다. 정경충 DL이앤씨 서해선 홍성~송산 복선전철 제5공구 현장소장은 “아산만으로 흐르는 안성천은 바다와 육상의 경계 지점이라 기상과 싸움이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DL이앤씨는 철도 교량 시공에 국내 최초로 ‘대선식 일괄가설공법’이란 방법을 썼다. 이는 교량 구조물을 육상에서 미리 조립한 후 배(바지선)를 이용해 시공 위치로 옮겨와 교각(교량의 발·기둥) 위에 설치하는 방법이다. 복합트러스교는 바다와 육상의 경계 지점에 조성됐다. 육상에서 상부 거더(girder·건설 구조물을 떠받치는 보)를 제작해 설치하고, 비대칭 아치교는 육상에서 제작한 대블록을 배로 운송해 들어 올려 설치(육상 제작 대블록 일괄가설 공법)했다.

이 같은 방식을 택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정 소장은 “육상이 아닌 수상에서 조립 작업을 할 경우 환경 오염은 물론 시공 위험성도 더 커지기 때문”이라며 “육상에서 구조물을 조립·일체화한 다음 바지선으로 옮겨 올리는 방법을 택하면 이런 우려를 줄이면서 시공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도 말처럼 간단한 공법이 아니다. 배로 1000t이 훌쩍 넘는 무거운 구조물을 이동시키고, 이를 들어올려 아주 좁은 공간 안에 딱 맞춰 넣어야 하는 고도의 작업이다. 김영호 DL이앤씨 부장은 “중량이 1400t에 달하는 수십미터 길이의 구조물(거더)을 바지선에 싣고 나가 시간당 6m씩 끌어올려, 오차 간격 10㎝ 이내 설치해야 하는 정밀한 작업”이라면서 “풍량과 조류를 감지하는 계측기 센서를 통해 프로그래밍해 구조물을 올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조물을 올리는 작업은 새벽 3~4시에 이뤄졌다”면서 “이곳은 오후가 되면 바람이 항상 불어 불리하기 때문에 새벽부터 들어 올리는 작업을 해야 이른 아침에 교각과 교각 사이로 밀어 넣을 수 있다”고 했다.

바다나 강 등 수상 교량 건설 현장 엔지니어들은 시시각각 바람과 파도의 영향을 분석하고 이런 변수에 대응하면서 현장을 지휘한다. 정경충 소장은 “파도가 심하게 쳐도 공사 진행이 어렵다”면서 “겨울철에는 야간에 수면이 얼면 공사를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얼지 않도록 배를 움직여 공사 현장 컨디션을 관리했다”고 했다.


다양한 다리 선보인 ‘철도교량박람회’

이번 서해선 복선전철 사업 제5공구는 철도 교량의 박람회장으로 불린다. 통상적으로 철도 교량 형태는 단순한데, 5공구는 총 6개 형식(ED교·사판교·곡현 트러스교·PSC BOX교·복합트러스교·아치교)의 다양한 철도 교량으로 시공됐다. 우홍민 DL이앤씨 5공구 현장 차장은 “육상 3.1㎞와 해상 2.8㎞ 등 총 5.9㎞의 구간을 잇는 철도 교량이다 보니 경제성과 안전성, 경관미, 각 지역적 상징과 관문성 등까지 두루 고려해 다양한 형식을 적용했다”고 했다. 현장의 지형, 지반 상태, 교통 여건, 가설 높이, 구조물과 부재의 형태, 공사 규격과 공기(工期), 비용 등을 고려해 가장 적합한 방법을 택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국도 39호선을 통과해 아산시에 진입하는 관문에 자리한 교량은 ED교다. 국도 34호선을 통과하는 교량은 이주탑 사판교로 각각 설계됐다. 이주탑 사판교 아래 도로변에는 저층 주택들이 있는데, 이를 고려해 저소음 저진동 콘크리트 교량으로 시공했다. ED교와 이주탑 사판교를 지나 아산천 합류부를 통과하는 구간에 ED교·사판교와 모양이 다른 노란색 교량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게 ‘곡현(曲弦) 트러스교’다. 곡현 트러스(truss)는 직선이 아닌 곡선 형태의 뼈대 구조를 말한다. 합천 합류부와 어울리는 교량이 될 수 있도록 안전성과 개방감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둔 설계로, 합류부 삼각주에 교각을 설치했다.

농경지를 통과하는 긴 구간은 40m 경간장의 PSC(프리스트레스 콘크리트) BOX(박스)교가 적용됐다. 가장 보편화된 철도 교량으로 ED교, 사판교, 곡현 트러스교, 아치교 사이사이를 잇는 이음새 교량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교량을 선보이게 된 것은 DL이앤씨의 여러 특수 교량 사업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2011년 서해선 복선전철 제5공구 사업 턴키공사(설계시공 일괄 입찰) 입찰 당시 대림산업(현 DL이앤씨) 컨소시엄은 종합평가 결과에서 99.9점을 획득했다. 이 회사는 ̒서해선 홍성~송산 5공구 ‘도담~영천 전철 6공구’ ‘포승~평택 철도 1공구’ 등 철도교에 특화된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국가철도공단사업에서 10년간 중대 재해 없이 현장을 운영하고 있는 점도 사업 수주에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번 서해선 복선전철 사업 제5공구의 경우 공사량이 가장 많은 시점에 투입된 하루 작업 근로자만 500명에 달했다. 정경충 소장은 “수많은 근로자와 대형 중장비가 투입되고, 기술력과 집중력이 요구되는 수상 공사 등 교량 공사를 중대 재해와 대형 사고 한 건 없이 안전하게 마무리했다는 점도 현장 관리자로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허지윤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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