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1일 충남 당진 JW생명과학 수액 공장 수액생산동에서 2차 검사 이후 멸균이 완료된 제품이 박스에 담기고 있다. 사진 남강호 조선일보 기자
10월 21일 충남 당진 JW생명과학 수액 공장 수액생산동에서 2차 검사 이후 멸균이 완료된 제품이 박스에 담기고 있다. 사진 남강호 조선일보 기자

“미국 박스터(Baxter)에서 이번에 증설한 전자동화 설비를 보더니 ‘자기들보다 낫다’며 엄지를 들어 올렸다니까요.”

10월 21일 충청남도 당진시 JW생명과학 수액 생산단지에서 만난 한현석 JW생명과학 제품 플랜트장(부사장)은 이 공장 설비를 자랑해 달라고 하자 이렇게 답했다. 박스터는 글로벌 1위 수액 전문 제약사로 지난 2013년 JW생명과학이 개발한 종합영양수액에 대해 10년 독점 계약을 하면서 국내에 알려졌다. JW생명과학은 수액 시장 세계 순위로는 5위, 아시아권 1위 기업이다.

이날 4층(24m) 높이의 아파트형 공장 1층에는 입원환자의 ‘생명수’라고 불리는 기초수액이 한창 생산되고 있었다. JW그룹이 2006년 1600억원을 들여 건설한 이 공장의 총면적은 5만3000㎡(약 1만6000여 평)로, 수액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유리 칸막이로 둘러싸인 거대한 기계는 굉음을 내면서 쉴 새 없이 수액봉지(백)를 쏟아냈다. 흰색 흡착 손가락이 달린 검은색 로봇 팔이 앞뒤로 움직일 때마다 어른 손바닥만 한 수액백 네 개가 컨베이어 벨트에 실렸다.

컨베이어에 실린 수액은 흰색 작업복의 검수원 앞에 도착해 육안 검사를 받고, 검사를 통과한 수액은 다른 컨베이어로 옮겨진 후 비닐백으로 포장(오버랩)된 후 멸균실로 향했다. 한 부사장은 “수액은 인체 혈관에 직접 투입되기 때문에 아주 작은 이물질도 용납되지 않는다”라며 “제조·충전·멸균까지 모든 공정을 자동화했지만, 사람 눈으로 두 차례 점검하는 작업은 아직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 부사장의 말처럼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는 넓은 작업장에 사람은 10여 명에 불과했다. 수액백이 멸균실 앞에 도착하면 2m 남짓의 로봇 팔이 들어올려 멸균실에 밀어 넣고, 고온으로 멸균된 수액백을 포장 단계로 옮기는 것도 운반 로봇이 알아서 했다.


JW생명과학 수액 공장 수액생산동. 충전실에서 나오는 백의 이물검사를 실시, 컨베이어를 타고 이동해 오버랩 머신에서 오버래핑하는 과정. 사진 남강호 조선일보 기자
JW생명과학 수액 공장 수액생산동. 충전실에서 나오는 백의 이물검사를 실시, 컨베이어를 타고 이동해 오버랩 머신에서 오버래핑하는 과정. 사진 남강호 조선일보 기자

연간 1억4000만 개 생산…수액백에도 혁신

기초수액을 포함해 영양수액제, 투석액, 생리식염수 등 수액 제제 120여 종은 13단계의 제조 공정을 거친다. ‘물 수급→원료칭량(秤量⋅측정)→약조제→용기 제작→충전)→이물 검사→포장(오버랩)→멸균→2차 이물 검사→포장→운반→최종 품질 확인)→출고’순이다. 연간 생산량은 1억4000만 개. 이 가운데 기초수액만 1억 개에 달한다. 국내에 유통되는 수액이 약 2억5000만 개로 추산되는데, 그 수액 10개 중 4개가 당진 공장에서 생산되는 셈이다.

한 부사장은 “수액은 내용물도 중요하지만, 수액을 담는 소재 연구가 필수”라고 했다. 1950년대 6·25전쟁 때, 링거병이 없어 콜라병에 소금물을 담아 응급치료에 사용했다고 한다. JW그룹도 처음엔 유리병에 수액을 담아 공급했다. 하지만 멸균과 운반 과정에서 10개 중 2~3개는 깨졌다.

유리병을 구하기 힘들던 옛날에는 미군이 사용하던 콜라병을 모래, 수세미로 닦아 사용했다고 한다. 1990년대 초반 폴리염화비닐(PVC)백이 도입됐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PVC의 환경 호르몬 문제가 부각됐다.

JW그룹은 1997년 국내 처음으로 Non-PVC 수액백 관련 기반 설비를 도입하고, 2006년 당진 공장을 세우면서 자체 Non-PVC계 필름과 용기를 개발했다. 하지만 이렇게 개발한 Non-PVC백은 재질에 힘이 없어 자꾸 쓰러졌다. 한 부사장은 “연질의 백을 일으켜 세워서 옮기는 작업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라며 흡착식 로봇 손가락이 나온 배경을 설명했다.


동물성 지방 담은 종합영양수액 수익 견인

이렇게 깐깐한 공정을 거치는 기초수액의 가격은 편의점 생수와 비슷한 1000원 수준이다. 수액 사업은 막대한 설비 투자와 물류 시스템이 필요하지만 투자에 비해 수익이 많지 않다. 한 부사장은 “‘환자에게 필요한 약을 공급한다’는 생명 존중의 사명감이 없으면 만들지 못한다”며 “JW그룹에 수액 사업은 사회적 책임까지 고려한 것”이라고 했다.

기초수액의 낮은 수익성에도 JW생명과학의 실적은 견고하다. 이 회사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탄수화물·단백질·지방 등 3대 필수영양소를 모두 공급하는 종합영양수액 제품군인 ‘위너프’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

위너프는 JW생명과학이 지난 2013년 개발한 종합영양수액으로, 동물성 지방을 수액에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예전에는 수액에 쓰는 지방 성분은 정제대두유를 많이 썼다. 하지만 ‘오메가3’ 지방산이 환자의 회복을 돕는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수액에 동물성 지방을 담는 것이 과제가 됐다.

그런데 동물성 지방은 탄수화물·아미노산 등과 결합하면 쉽게 손상됐다. JW생명과학은 하나의 백에 지질·아미노산·포도당이 섞이지 않도록 나눠서 보관하다가, 환자에게 투여하기 직전에 격막을 찢어서 섞은 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수액백을 개발했다. 이런 방식의 수액을 3챔버(chamber⋅실) 종합영양수액이라고 부른다.


10월 21일 충남 당진 JW생명과학에서 한현석 부사장이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남강호 조선일보 기자
10월 21일 충남 당진 JW생명과학에서 한현석 부사장이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남강호 조선일보 기자

亞 기업 수액으로 사상 첫 유럽 시장 진출

하지만 수액백의 안쪽 격막이 쉽게 찢어지면, 운반 과정에서 수액이 못 쓰게 되고, 그렇다고 너무 견고하게 만들면 환자에게 투여하기가 어렵다. 그러니 이를 얼마나 적절히 구현해 내는가가 3챔버 수액의 성패를 가른다.

JW생명과학이 3챔버 수액백 개발에 성공하자 미국 박스터가 먼저 협력을 제안했다. 두 회사는 지난 2013년 10년 단위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박스터는 지난 2019년 유럽에서 위너프를 ‘피노멜’이란 상품명으로 허가받고 현지 판매에 나섰다. 일본은 물론 아시아권 제약사 중에서 유럽에 수액을 수출한 것은 처음이었다.

박스터는 작년 JW생명과학과 미국 시장을 타깃으로 한 새 영양수액제에 대한 제품 개발 및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한 부사장은 “박스터와 코로나19로 전화와 영상회의를 주로 하는데, 요즘은 동등한 관계에서 협상이 된다”며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했다.

작년 10월에는 지주회사 JW홀딩스가 중국 뤄신제약의 자회사 산둥뤄신제약그룹과 ‘위너프’ 기술 수출 및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JW생명과학은 오는 2024년부터 당진 공장 여유 부지에 추가적인 공장 증설도 계획하고 있다. 한 부사장은 “중국에서 3챔버 종합영양수액제 시장 규모가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25.5%로 급성장한 것으로 안다”며 “중국 시장 진출 덕에 2030년 JW생명과학이 글로벌 수액 시장에서 3위에 오를 것”이라고 했다.

김명지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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