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1년 10월 9일 신해혁명 1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베이징 인민대회장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했다. AP연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1년 10월 9일 신해혁명 1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베이징 인민대회장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했다. 사진 AP연합

알리바바를 비롯한 중국 빅테크의 주가가 추락을 거듭하면서 이른바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 뉴욕과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빅테크 주는 1년 가까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고, 심지어는 상장 폐지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국내외 증권사에서는 새해부터 중국 빅테크 주가 다시 성장 궤도에 올라탈 수 있는 만큼 ‘저가 매수’에 나설 때라는 조언이 나온다.

중국을 대표하는 빅테크 알리바바는 최근 주가가 2021년 초 대비 반 토막이 났다. 2021년 12월 20일(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알리바바는 5.81% 하락한 115달러(약 13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020년 10월까지만 해도 310달러(약 37만4000원)를 웃돌던 알리바바 주가는 같은 해 11월부터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2021년 들어서만 약 50.6% 하락했다.

알리바바는 최근 1년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사들인 미국 주식 중 하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20년 12월 21일부터 2021년 12월 20일까지 서학개미는 알리바바 주식을 1억8607만달러(약 224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쿠팡(1억7554만달러·약 2122억원), 코인베이스(1억5403만달러·약 1862억원)의 순매수 금액을 웃돌고, 에어비앤비(1억8847만달러·약 2278억원) 순매수 금액과는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온라인 주식 종목 토론방에서 알리바바 주주들은 ‘본전만 찾을 수 있게 도와달라’ ‘고점 대비 3분의 1은 말도 안 되는 가격이다’ 등의 글을 남겼다. 일부 주주들 사이에선 ‘365일 바겐세일’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를 겪은 헝다 주식보다 못하다’ ‘마윈(알리바바 창업주)이 행방불명됐을 때 (주가 흐름을) 눈치챘어야 한다’ 등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알리바바를 비롯해 중국 빅테크 주가 발목을 붙잡은 건 중국 정부의 플랫폼 규제다. 중국 당국은 2020년부터 반(反)독점, 금융 안정, 소비자 보호 등을 명분으로 자국 내 대형 플랫폼 기업을 때리기 시작했다. 2020년 11월 알리바바 계열의 핀테크 업체 앤트그룹 상장을 돌연 중단시키는가 하면, 2021년에는 알리바바 등을 대상으로 반독점 조사를 하고,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빅테크인 텐센트, 메이퇀 주가는 2021년 들어 12월 20일까지 20% 이상 떨어졌다. 텐센트는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을 운영하고 있고, 메이퇀은 ‘중국판 배달의민족’으로 불리는 중국 최대 음식 배달 서비스 업체다. 이들을 추종하는 홍콩 항셍테크지수를 따라 움직이는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인 ‘KODEX 차이나항셍테크’ ‘TIGER 차이나항셍테크’도 20% 넘게 하락했다.

앞서 2021년 12월 초에는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중국 최대 차량 공유 업체 디디추싱이 뉴욕 증시에서 자진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 2021년 6월 말 중국 정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뉴욕 증시에 입성한 지 5개월 만에 백기를 든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일주일 전 디디추싱 경영진에 상장 폐지 계획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일정은 나오지 않았지만, 디디추싱은 향후 홍콩 증시에 상장할 예정이다.



2021년 11월 20일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열린 세계인터넷대회(WIC)에 설치된 알리바바와 자회사 앤트그룹 전광판. 로이터연합
2021년 11월 20일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열린 세계인터넷대회(WIC)에 설치된 알리바바와 자회사 앤트그룹 전광판. 사진 로이터연합

전문가들 “중국 빅테크株 규제 충격, 사실상 마무리”

하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 규제로 인한 충격이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평가에 하나둘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그동안 낙폭을 키운 중국 빅테크 주가가 바닥을 다지고 있어 저가 매수에 나서도 좋다는 것이다. 새해부터는 중국 정부 규제 목적과 방식을 이해한 플랫폼 기업들이 사업 구조를 전환하며 본격적으로 이익을 늘려갈 것으로 예상됐다.

정정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홍콩 항셍테크지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의 고점 대비 하락 폭은 2021년 9월 이후로 안정화하고 있다”며 “규제가 정점을 지났다는 인식이 형성되면서 규제로 인한 밸류에이션 훼손 강도도 그만큼 약해졌다”고 판단했다. 이어 “중국 정부의 규제 관련 소식이 앞으로도 전해지겠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향후 빅테크 주의 밸류에이션이 추가 급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가운데, 기업들은 이익 증가를 통해 주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됐다. 일례로 알리바바는 2021년 12월 초 기업 간 거래(B2B)와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부문으로 나뉘었던 전자상거래 사업을 중국과 글로벌 부문으로 조정했다. 중국 시장에 쏠려있던 전자상거래 사업 비중을 글로벌 시장으로 분산하겠다는 취지였다.

정 연구원은 “지금까지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 사업 부문 중 중국 시장 비중이 81%에 달했다”며 중국 전자상거래 산업 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사업 부문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 내부적으로도 반독점 규제 타깃이 되고 있기 때문에 사업구조 전환을 통해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 역시 중국 빅테크 주 규제 충격이 사실상 거의 마무리됐다고 진단했다. 중국 정부의 규제 강도는 2021년 여름이 절정이었고, 그 후 빅테크 주가 변동성은 시장에 남아있던 규제 충격과 거시경제 변화, 가속화하는 경쟁 등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설사 중국 정부의 규제가 계속되더라도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 들어 투기성 자본보다는 장기적인 가치를 보고 중국 빅테크로 유입되는 인내자본(Patient capital)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주가를 지지하는 힘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타리크 데니슨 GFM자산관리(GFM Asset Management)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정부의 빅테크 규제는 향후 20~30년 동안 지속할 수도 있다”면서도 “이런 규제가 어느 순간 갑자기 시작된 게 아니라 오래전부터 단계적으로 축적된 결과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장기 투자자들은 이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불확실한 규제 전망 때문에 중국 빅테크 투자를 단념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주요국과는 반대로 완화적인 통화 정책 기조를 이어 가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새해에 지급준비율(지준율·RRR) 인하 등 추가적인 정책 대응이 나오면 시중 유동성이 늘어나고, 중장기적으로 빅테크 주 수급에도 긍정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2021년 12월 15일 시중은행 지준율을 내렸고, 12월 20일에는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2020년 4월 이후 20개월 만에 낮췄다.

권유정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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