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임웍스의 아이슬란드탄소 포집 공장 오르카(Orca) 전경. 사진 클라임웍스
클라임웍스의 아이슬란드탄소 포집 공장 오르카(Orca) 전경. 사진 클라임웍스

박순우 메인스트리트인베스트먼트 대표 전 한빛소프트 해외 마케팅 상무, 전 더나인 부사장, 전 알리바바 게임담당 총괄이사, 전 LB인베스트먼트 중국법인 대표
박순우 메인스트리트인베스트먼트 대표 전 한빛소프트 해외 마케팅 상무, 전 더나인 부사장, 전 알리바바 게임담당 총괄이사, 전 LB인베스트먼트 중국법인 대표

3월 25일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이 의결됐다. 이로써 한국은 ‘2050 탄소중립’ 비전을 법제화한 14번째 국가가 됐다. 

또 정부가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하는 것으로 기존의 목표치(35%)를 변경함에 따라 향후 목표를 이행하기 위한 환경 규제가 강화될 전망이다. 

2015년 12월 체결된 파리기후협정을 통해, 각국 정부는 2100년 2.7~4.0℃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 아래로 억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각국은 이를 위해 구체적인 세부 계획을 수립 및 제출해야 하며, 2023년부터 5년 단위로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국제 사회의 점검이 이뤄질 예정이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서도 무역 협정 내 환경 규범을 삽입하는 등, 환경 문제는 더 이상 주변부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의 핵심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탄소 중립은 배출한 탄소와 흡수한 탄소의 양을 맞춰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자는 뜻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매년 360억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돼 공기에 누적되는데,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거나 이미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제거해야만 한다. 지금 당장 공장을 멈추는 것은 우리의 생활에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만큼 자연스레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직접 공기 포집(DAC⋅Direct Air Caputure)’ 기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구적 탄소 제거 시도한 클라임웍스

스위스에 본사를 둔 클라임웍스(clime-works)는 탄소 직접 포집 기술을 활용하는 대표적인 스타트업이다. 과거의 탄소 직접 포집 기술은 보통 화력 발전소나 정유 시멘트 공장에 설치해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지점에서 바로 포집하는 방식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방식이 경제성이 낮을 뿐더러 구동하는 데 들어가는 화석연료가 많아서 효율적이지 않다는 점이었다. 

이산화탄소 포집 후(後) 처리는 또 다른 문제였다. 기존의 탄소 포집 기술을 보유한 업체들은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비닐하우스에 제공해 작물을 자라게 한다든가, 코카콜라 등 탄산음료 업체의 제조공정에 공급했다. 하지만 이는 힘들게 모아둔 이산화탄소를 결국 다시 공기 중으로 내보내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돌(탄산염) 형태로 고체화하겠다는 클라임웍스의 시도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클라임웍스의 탄소 직접 포집 기술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일반적인 대기 환경에서 대규모 모듈형 흡입기로 공기를 빨아들인 후 흡착제 성분이 들어간 필터에 통과시켜 이산화탄소만 포집해낸다. 이산화탄소가 충분히 모인 다음에는 이를 가열해 이산화탄소를 분리해서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지하에 주입해,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탄산염 광물을 땅속에 보관함으로써 대기상의 탄소를 영구적으로 제거한다. 여기에 클라임웍스는 탄소 포집과 광물화 과정에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지열 에너지 같은 친환경 재생 에너지를 사용함으로써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탄소 제거 솔루션을 개발했다.


높은 친환경 기술력에 MS도 투자

2010년 설립된 클라임웍스는 2014년 모듈형 탄소 포집기를 개발, 연간 100대의 포집기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전 세계 16곳에 포집기를 공급했다. 특히 2019년에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기후혁신펀드(Clime Innovation Fund)로부터 직접 투자받아 아이슬란드에 세계 최대의 상업용 탄소 포집 공장인 ‘오르카(Orca)’를 건설했다. 오르카는 500t의 포집 용량을 갖춘 모듈기 8개로 구성돼 연간 4000t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다. 이에 필요한 모든 열과 전기는 인근 지열 발전소를 통해 공급받음으로써 기후 변화에 맞설 해결책으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클라임웍스는 기술 상용화에 힘입어 기후 위기 대응이 수익성 있는 사업이 되도록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우선 자체적으로 탄소 감축이 어려운 기업들을 대상으로 탄소배출권을 판매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재보험사 스위스리와 10년간 1000만달러(약 126억6000만원) 규모의 탄소 제거 계약을 체결했으며, 캐나다의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인 쇼피파이와는 5000t, 독일의 완성차 업체 아우디와는 1000t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계약을 했다. 또한 클라임웍스는 개인을 대상으로도 구독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넷플릭스나 애플 뮤직을 구독하듯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공유하는 개인에게도 탄소 감축 경험을 구독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다. 1유로당 1㎏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해주는데, 자신이 남긴 탄소 발자국을 스스로 지우고자 하는 8000여 명의 고객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 클라임웍스가 마주한 가장 큰 과제는 이산화탄소 포집 비용을 낮춰 경제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현재 개인 고객에게는 1t당 1200달러(약 159만2000원), 대량 구매를 진행하는 기업 고객에는 1t당 600달러(약 75만9600원)에 판매하고 있는 것을 2030년까지 200달러(약 25만3200원)까지 낮추고, 2040년 중반까지 100달러대로 내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클라임웍스의 목표가 실현될 경우 기업 경영진들은 탄소 배출에 대해 벌금을 내는 것보다 클라임웍스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 여길 것이다. 기후 변화라는 인류가 맞닥뜨린 가장 큰 난제에 대한 클라임웍스의 해법이 기대된다.


plus point

스위스 대학 연구실서 시작

클라임웍스의 공동 창업자 크리스토프 게발트 (Christoph Gebald·왼쪽)와 얀 부르츠바허(Jan Wurzbacher). 클라임웍스
클라임웍스의 공동 창업자 크리스토프 게발트 (Christoph Gebald·왼쪽)와 얀 부르츠바허(Jan Wurzbacher). 클라임웍스

공동 창업자인 크리스토프 게발트(Christoph Gebald)와 얀 부르츠바허(Jan Wurzbacher)는 스위스 취리히대 공대에서 처음 만났다. 이들은 함께 알파인 스키를 즐기던 중 이산화탄소로 지구 온도가 상승해 스위스의 만년설(萬年雪)이 점점 녹아 없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들은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토대로 탄소 직접 포집 기술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공기 중 이산화탄소 포집을 위한 흡착제 연구와 진공 순환식 공정 연구로 각각 박사학위를 받으며 클라임웍스 기술력의 토대를 갖췄다. 이들은 대학 연구실에서 개발한 시제품을 바탕으로 영국 버진그룹의 환경 기술 지원 프로그램인 ‘버진 어스 챌린지’를 통해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후 유럽혁신기술연구소(EIT)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지원을 받으며 본격적인 기후 대응 스타트업의 길에 접어들게 된다. 클라임웍스만의 탄소 포집 기술력과 구체적으로 제시된 사업 모델이 높은 평가를 받은 덕분에 클라임웍스는 탄소 포집 기술과 관련해 단일 기업으로는 가장 많은 투자금을 투자받았다. 현재까지 누적 투자액은 1억5600만달러(약 1974억원)에 달한다. 클라임웍스는 총 10만t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새 공장 건설에 나설 계획이다.

박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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