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사진 뉴스1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사진 뉴스1

“이 일대의 아파트 단지에 매물이 많아 전셋값이 조금 떨어졌는데도 반전세 매물의 비율은 몇 년 전보다 두 배는 늘었다. 전세와 반전세 매물이 반반이다(서울 용산구의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

“4년간 같은 가격에 전세를 주고 있었다. 지난해 연말 세금을 내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있어 올해 재계약할 때는 상승분만큼 월세로 받을 예정이다(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소유주).”

올해 1분기 서울의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가 조금이라도 낀 거래가 40%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비중이 커진 것이다. 월세 건수도 2만 건을 넘어섰다. 월세 가격도 고공행진 중이다. 

서울 아파트의 월세지수는 지난 3월까지 22개월 연속 상승해 사상 최고치를 또 갈아치웠다.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임대차신고제) 시행 이후 전세 가격이 급등하고 매물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또 대출 규제에다 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까지 오르자 월세를 택하는 세입자가 늘었다.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해야 하는 집주인 입장에서도 월세를 선호할 수밖에 없어 양쪽의 수요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벽면에 양도세·종부세  상담 안내 게시물이 붙어 있다. 사진 뉴스1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벽면에 양도세·종부세 상담 안내 게시물이 붙어 있다. 사진 뉴스1

 임대차 3법 시행 2년 만에 월세 거래 비중 14%포인트 증가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서울에서 아파트 전·월세 전체 거래(5만3883건) 중 월세가 일부라도 낀 거래(2만774건)의 비중은 38.6%로 집계됐다. 2021년 같은 기간(34.5%) 대비 4.1%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건수 기준으로는 2만 건을 넘어섰다. 

서울 전체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이처럼 높아진 배경에는 임대차 3법이 첫손에 꼽힌다. 2020년 7월 임대차 3법이 시행되기 전보다 월세 비중은 현격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2020년 1분기에만 해도 전·월세 중 월세가 조금이라도 껴 있는 거래는 24.2%에 불과했다. 2년 만에 14%포인트 넘게 비중이 커진 것이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등으로 전세매물이 줄고, 그나마 체결된 신규 계약의 가격도 오른 영향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공급이 제한된 상태에서 수요가 유지되니까 가격이 올라가는 데 영향을 미친 것”이라며 “세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일부 월세 전환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월세 비중이 커졌을 뿐 아니라 월세 가격도 급격하게 오르고 있다. KB부동산의 월간통계에 따르면 4월 서울 KB아파트 월세지수는 101.8(2022년1월=100)로 2015년 12월 통계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통계는 95.86㎡ 미만 중형 아파트를 대상으로 조사된 것인데, 임대차 3법이 적용된 2020년 7월(91.3) 이후 22개월 연속 상승했다.

월세 가격의 상승 폭은 매매나 전세보다 훨씬 가파르다. 5월 KB아파트 월세지수는 2021년 말 대비 2.3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와 전세가격지수는 각각 0.8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서울 동작구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S씨는 “2년 전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시세보다 2억가량 싸게 거래를 한 셈이 됐다”며 “현재 전셋값이 더 올랐는데, 이번에 새로운 세입자에게 상승분을 월세로 돌려 거래를 하기로 했다”고 했다. 실제 월세 가격의 흐름도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반포자이 84.94㎡는 2021년 3월 보증금 2억5000만원에 월세 440만원, 1억원에 500만원 수준에서 거래됐다가 올해 2월에는 2억원에 570만원(신규 체결)에 반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에선 84.6㎡가 2021년 2월 보증금 3억원에 월세 165만원에서 올해 2월에는 3억원에 265만원 수준으로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의 평균 월세는 지난 3월 125만3000원으로, 2021년 4월 이후 11개월 연속 오르는 중이다. 강남구의 월세 가격은 같은 달 249만6000원, 서초구와 용산구는 190만원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이는 서울의 평균 전세 가격이 1월 6억3424만원에서 3월 6억3294만원으로 두 달 연속 하락한 것과 비교된다.


금리 인상도 월세 상승에 기여

최근 들어 이처럼 월세가 가파르게 오르는 건 가계대출 대책 중 일부로 전세대출 규제가 논의되는 것과 함께 금리가 상승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한은)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대거 풀린 유동성이 물가를 자극하자 기준금리를 올려 이를 거둬들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통위는 2021년 8월부터 네 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올려 현재 1.50%까지 올려놓았다. 

이에 대출금리는 급등하는 중이다. 한은에 따르면 3월 가계대출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3.98%로 2014년 5월(4.02%) 이후 7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안에 추가적인 금리 인상 또한 예상되고 있다. JP모건은 한은이 5월을 포함해 연내 기준금리를 네 차례 추가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게 되면 올 연말 기준금리가 2.5%에 도달하는 만큼 세입자들이 자금을 동원하기가 더욱 힘들어지는 여건이 조성될 수 있다. 서울 중구에서 직주근접 아파트를 반전세로 구하고 있는 J씨는 “은행의 전세대출 이자도 많이 올라 집주인에게 월세로 내는 게 오히려 싸게 느껴진다”며 “이번에는 처음으로 반전세로 집을 한번 구해볼까 한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이 세금 마련을 위해 월세를 받고자 하는 집주인의 수요와 맞아떨어진 형국이다. 2021년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납부자는 2021년 대비 42% 증가한 95만 명으로, 이들에게 부과한 세액도 세 배 늘어난 5조7000억원에 달했다. 종부세에 재산세를 합한 보유세는 2021년 11조9000억원으로 추산됐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최근의 월세 상승은 전세대출이 어려워진 문제와 함께 금리 인상의 영향도 적지 않다”며 “2021년 말 세금을 납부한 임대인들이 월세로 전환하는 추세와 맞물렸다”고 했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시장 분위기를 보면 이자 부담에 있어서 전세보다 월세가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리는 것 같다”며 “새 정부가 들어서도 세금 부담을 쉽게 완화시키기는 어려운 만큼 집주인들도 월세로 전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은임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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