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 찾은 제주시 애월읍 용권태양광발전소 전경. 사진 고성민 기자
5월 5일 찾은 제주시 애월읍 용권태양광발전소 전경. 사진 고성민 기자
5월 5일 제주시 애월읍 용권태양광발전소 앞에서 만난  강용권 용권태양광발전소 대표. 사진 고성민 기자
5월 5일 제주시 애월읍 용권태양광발전소 앞에서 만난 강용권 용권태양광발전소 대표. 사진 고성민 기자

“에너지 전환이라는 정부 말을 믿고 거액을 대출받아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했는데, 전력이 남아도니 가동을 중지하라니요. 이게 말이 됩니까? 장난하나요?”

5월 5일 제주시 애월읍 용권태양광발전소 앞에서 만난 강용권(79) 용권태양광발전소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강 대표는 이곳에서 염소를 키우며 농사를 짓다 2019년부터 2.6㎿ 규모 태양광 발전소 운영을 시작했다. 발전이익을 얻으며 신재생에너지 생산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악몽은 2021년 말부터 시작됐다. 문재인 정부가 태양광 지원 정책을 쏟아내며 도내 태양광 발전기가 우후죽순 늘어나자, 한국전력은 “과부하가 우려된다”며 출력제한 조치를 내리기 시작했다. 남는 전기를 처리하지 못하니 강제로 발전을 멈추는 것이 출력제한이다. 발전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 대규모 광역정전(블랙아웃)이 발생하지만, 반대로 발전량이 수요를 크게 초과해도 블랙아웃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올 들어선 그 횟수가 점차 늘었다.

강 대표는 “태양광 발전량이 가장 많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 사이에 출력제한 조치가 집중되고 있는데, 이 4시간 동안의 발전량이 하루 24시간 발전량의 절반에 달한다”고 말했다.


대책 없이 늘리더니 과부하 우려된다며 강제 출력제한

문재인 정부가 태양광 보급사업을 적극 추진하며 제주의 태양광 발전사업자는 크게 늘었다. 제주도 내 태양광 발전사업 총허가 건수는 2016년 누적 361건에서 2020년 누적 1182건으로 급증했다. 제주 태양광 발전량도 2019년 297에서 작년 588로 증가했다. 이처럼 늘어난 태양광 시설들은 전력 체계에 위협을 준다. 전력이 과잉 공급되면 수급 균형이 깨지면서 전기 품질이 나빠지고, 심할 경우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제주의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증가해 수요를 넘어설 경우, 통상 풍력과 폐기물발전을 순차적으로 중단해 발전량을 조절한다. 태양광 발전까지 출력제한을 했다는 것은 그만큼 전력이 과잉 생산됐다는 의미다. 정부가 전력 생산량에 대한 고심 없이 무작정 태양광을 늘린 결과다.

제주도 내 태양광 출력제한은 2021년 말 최초로 이뤄졌는데, 올 들어 잦아졌다.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의회에 따르면, 제주도 내 출력제한은 작년 1회, 올해 1분기(1~3월)엔 2회 있었다. 올해 4월엔 한 달간 7회나 이뤄졌다. 5월 들어선 1~5일 닷새 중 사흘이 출력제한이었다. 

강 대표는 “이럴 줄 알았으면 애초에 태양광 발전을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앞으로 출력제한이 더 늘어나고 대출 금리가 오르면 감당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곽영주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의회장은 “정부가 전력 수요와 공급을 계산하지 못하고 태양광 인허가를 남발한 것이 출력제한을 불러일으킨 가장 큰 실책”이라면서 “그 피해는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이 모두 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 제주도는 5월 4일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의회와 설명회를 갖고 태양광을 전기로 바꿔주는 장치인 인버터 성능 개선 사업을 추진해 전기를 육지로 보내는 역송전 작업을 재개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6월부터 총 90㎿급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가동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그러나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의회는 “신재생에너지 잉여전력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수년 전부터 나왔는데, 충분한 시간적 여유에도 불구하고 보급에만 치중한 결과로 출력제한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5월 5일 찾은 서귀포시 SK디앤디 가시리풍력발전소 전경. 사진 고성민 기자
5월 5일 찾은 서귀포시 SK디앤디 가시리풍력발전소 전경. 사진 고성민 기자

풍력도 작년 출력제한 64차례⋯손실액 ‘눈덩이’

풍력 발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풍력은 태양광보다 앞선 2015년부터 출력제한을 겪었다. 제주도 내 풍력 출력제한은 2015년 3회에서 2020년 77회로 늘었다. 지난해 64회로 소폭 감소해 7년간 225회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제주도 내 풍력 발전사업자인 제주에너지공사, 한신에너지, SK D&D, 제주김녕풍력발전, 탐라해상풍력, 수망풍력 등은 지난해 ‘제주 풍력 발전 출력제약 판매손실 보전 위원회’를 발족하고 출력제한으로 발생한 손실액 보전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풍력 발전 출력제약 발전판매 손실 보상제도 도입 △풍력 발전 출력제약 최소화 기술개발 및 시스템 보강 △재생에너지 사업자 투자 손실 발생 최소화 방안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강보민 SK디앤디(SK D&D) 가시리 풍력발전소장은 2021년 11월 세미나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자가 제주도 내에서 늘어날수록 기존 사업자가 영향을 받아, 제주도에선 ‘풍력 사업자의 적은 재생에너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면서 “출력제한 위험은 제주도 내 풍력 발전 투자심리 위축으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출력제한은 더 자주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출력제한이 잦아지면 손실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2020년에는 77차례의 풍력 출력제한이 발동돼 19.7의 전기를 생산하지 못하게끔 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약 30억원의 손실액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2030년까지 제주도 내 전력 생산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제주도 구상에 따르면, 2030년엔 연간 878의 출력제한이 이뤄질 것으로 안재균 에너지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망했다. 이는 10년간 무려 4357% 증가하는 수치다.

고성민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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