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IP로 만든 드라마들. 왼쪽부터 ‘김비서가 왜 그럴까’ ‘이태원 클라쓰’. 사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IP로 만든 드라마들. 왼쪽부터 ‘김비서가 왜 그럴까’ ‘이태원 클라쓰’. 사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한국 배우 최초로 칸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안긴 영화 ‘브로커’ 제작사 집,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 초청된 영화 ‘헌트(배우 이정재 감독 데뷔작)’ 제작사 사나이픽처스의 공통점은? 모두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 자회사라는 점이다.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9월 영화사 집을 179억원에, 2019년 사나이픽처스를 186억원에 인수했다. 제75회 칸 영화제에서 들려온 낭보에 카카오엔터가 활짝 웃은 이유다. 이 정도 에피소드는 ‘K엔터테인먼트 신(scene)’에서 카카오가 등장하는 서막에 불과할 것이다. 그동안 카카오엔터는 한국에서 잘나가는 영화·드라마 제작사, 톡톡 튀는 콘텐츠 회사를 거침없이 인수했다. 지난해는 타파스·래디쉬·우시아월드 등 북미 웹툰 및 웹 소설 업체를 인수하는 데 1조원이 넘는 돈을 썼다. 

카카오엔터는 공식 보도자료에서 언급한 그대로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독보적이고 강력한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구축’하는 중이다. 문제는 카카오엔터의 야심 찬 계획을 뒷받침할 자금과 조직 정비다. 2019년 카카오페이지가 단독 상장을 추진할 때 기업 추정 가치는 1조~4조원 수준이었다. 이제 카카오엔터는 웹툰·웹소설을 드라마와 음반(OST)으로 제작하고 해외 시장에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동시다발적으로 파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몸값을 20조원 수준으로 올려 받으려고 한다. 카카오엔터는 나스닥 상장까지 염두에 두고 상장 주관사에 외국 증권사를 포함시켰다. 상장 주관사는 NH투자·KB·모건스탠리·씨티글로벌이다. 


‘슈퍼 IP’ 가치 극대화

카카오엔터가 출범한 것은 지난해 3월이다. 카카오의 웹툰·웹소설 서비스 자회사인 카카오페이지와 영상·매니지먼트 자회사 카카오M이 전격 합병했다. 같은 해 9월 카카오에서 분사한 음원 스트리밍 회사 멜론까지 더해져 카카오엔터는 단숨에 한국 3위 엔터테인먼트 업체가 됐다(매출 기준으로 CJ·하이브·카카오엔터순). 

카카오엔터가 출범하기 약 1년 전부터 이진수(현 카카오엔터 각자 대표) 카카오페이지 당시 대표의 메시지가 크게 바뀌기 시작한다. 그는 “카카오페이지는 사용자를 모아 웹툰을 파는 플랫폼 회사가 아니라 지식재산(IP)을 제작하고 유통하고 연결하고 투자하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카카오엔터가 보유한 ‘오리지널 IP’ 수는 약 1만 개. 작년 한 해에만 50여 개 작품의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판권이 판매됐는데, 이 중 20%가 해외 제작사에 팔렸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넘어야 할 산 1│자금 조달

지난해 카카오엔터 매출은 연결 기준으로 1조2470억원에 달했지만, 영업이익은 264억 정도였다(영업이익률 2.4%). 슈퍼 IP를 내세워 북미·유럽·아세안 시장을 공략하는 사업 구조를 구축하기엔 이익 규모가 작은 편. 

카카오엔터는 상장 전 투자 유치(프리IPO)와 기업공개(IPO)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을 세워 둔 상태다. 예상과 달리 자금 조달 환경이 갑자기 나빠진 게 변수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으로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보로노이, 윈스토어, 태림페이퍼 등이 줄줄이 IPO 계획을 철회했다.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전은 카카오엔터의 자금 조달이 지난해만큼 순조롭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경쟁사였던 네이버와 CJ는 일찌감치 인수전에서 손을 뗀 상황인데도 카카오엔터의 SM 인수 계약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속전속결로 인수합병을 완료했던 카카오엔터의 지난해 행보와는 다른 모습이다. 투자 업계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감안하면 SM 인수에 6000억~8000억원의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 말 카카오엔터가 기업 가치 12조원으로 유상 증자를 실시했기 때문에 프리 IPO에서는 기업 가치를 13조~15조원으로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넘어야 할 산 2│지난한 제작 실험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인수합병을 통해 스토리(웹툰·웹소설)·미디어(영상·매니지먼트)·뮤직(음악) 등 세 개 사업 축을 완성했다. 다만 카카오엔터가 거느린 50여 개 계열사들이 시너지를 내는 데까지 지난한 제작 실험과 시행착오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슈퍼 IP 기반의 영상·게임·애니메이션 제작에서 안정적으로 매출이 나오고, 오디오·메타버스·NFT(Non Fungible Token·대체 불가 토큰) 등 신규 사업에서 유료 상품이 출시되는 데까지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카카오페이지의 탁월한 유료화 모델 ‘기다리면 무료’와 ‘노블코믹스(웹소설의 웹툰화)’가 나오는 데도 4년 이상 세월이 필요했다.

오히려 이해관계가 다른 사업자들을 끌어모은 규모의 확장이 사업 복잡도를 높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월 벌어졌던 세계 1위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와 카카오M의 갈등과 유사한 사례가 빚어질 수 있다. 당시 카카오M은 모기업인 카카오가 운영하는 멜론 서비스를 의식해, 경쟁사인 스포티파이의 한국 서비스에는 아이유·임영웅 등 주요 아티스트의 음원을 제공하지 않았다. 이에 스포티파이가 글로벌 음악 서비스에서 카카오M의 음원 송출을 중단하는 맞불 작전으로 카카오M을 압박했다.


넘어야 할 산 3│대내외 조직 정비 

카카오는 지난 국정 감사 때 골목상권 침해와 플랫폼 갑질 논란 등으로 비난을 받았다. 특히, 카카오엔터는 작가들을 상대로 과도한 수수료를 떼간다는 지적을 받았다. 내부 조직 정비도 시급한 문제다.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 멜론컴퍼니 등의 초대형 합병이 이어지고 비즈니스 모델을 IP 중심으로 바꾼 탓에 조직 전반의 피로도가 한층 높아졌다.


“3년 내 글로벌 거래액 세 배” 

카카오엔터 측은 SM 인수 여부나 IPO 시기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재무 상황에 대한 우려는 일축했다. 또 카카오엔터는 “2024년까지 글로벌 거래액 세 배 성장, 북미 거래액 5000억원 달성이라는 목표도 흔들림 없이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카카오엔터는 지난 4월 자회사 7곳을 대상으로 계약 전수 조사를 하고 작가가 직접 확인 가능한 정산 프로그램 개설 작업에도 돌입했다. 

카카오엔터의 SM 인수에 대해 공개 입장문을 발표했던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카카오그룹 내 풍부한 자금 사정을 고려하면, 카카오엔터가 SM을 인수할 수도 있다고 본다”면서 “다만, 카카오엔터가 대주주 지분(약 19%)만 인수하고 제삼자 배정 유상 증자를 시도한다면 SM 주주 가치를 훼손하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plus point

카카오픽코마, 도쿄 거래소 간다

카카오그룹의 최대 화두는 ‘비욘드 코리아(해외 진출)’다. 그 첨병엔 카카오톡이 아니라 콘텐츠가 선다. 한국에선 카카오톡이 모든 비즈니스로 연결되는 문(門)이었지만, 해외에선 카카오톡 자체를 보급하기가 쉽지 않았다. 카카오가 찾은 해외 진출 카드는 콘텐츠다. 카카오픽코마(당시 카카오재팬)가 2016년 일본에서 신규 사업으로 출시한 종합 디지털 만화 서비스 ‘픽코마(piccoma)’는 K스타일 콘텐츠와 유통 노하우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카카오가 지난해 엔터 계열사 3개 사를 합병하고 북미 시장 진출을 노리는 ‘빅 픽처(big picture)’를 그린 것도 픽코마의 활약상에서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지난해 픽코마 연간 거래액은 전년 대비 85% 증가한 694억엔(약 6246억원)을 기록했다. 올 1월 거래액은 776억원으로 월간 거래액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픽코마의 성공 비결로는 카카오페이지의 ‘기다리면 무료(기다리면 0엔)’ 모델을 적용한 것과 1화, 2화 등 ‘화 분절’ 판매 방식을 도입한 것이 우선 꼽힌다. 또 광고 없이 양질의 작품을 제공한 것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픽코마는 2020년 7월 이후 전 세계 만화 앱 매출 1위를 계속 지키고 있다.

픽코마는 올해 12월 일본 도쿄거래소 상장이 유력하다. 작년 5월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PE로부터 6000억원의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는 등 8조80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최근 김범수 창업자가 글로벌 사업 확대 거점으로 삼은 곳도 카카오픽코마다.

류현정 조선일보 디지털기획팀장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