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9월 1일 오후 서울 장교동 서울지방고용노동청앞에서 ‘건설노동자 총력투쟁 선포 전국 동시다발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9월 1일 오후 서울 장교동 서울지방고용노동청앞에서 ‘건설노동자 총력투쟁 선포 전국 동시다발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뉴스1

대형 건설사들의 하청을 받아 골조 공사를 하는 전문 건설사 대표 A씨. 최근 그는 건설 현장에 인력을 제때 투입하는 데 진땀을 빼고 있다. 일당을 25만원에서 30만원으로 올려잡았지만 일할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A씨는 “지상부 골조 작업은 알루미늄 폼을 쓰는 자재 특성상 노동 강도가 높아 내국인 노동자를 구하기 어려운데, 외국인 노동자를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라고 했다.

건설 현장의 인건비가 고공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한동안 상승세를 보이던 철근 등 원자잿값은 점차 안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건설 현장 인건비는 떨어질 기미가 없다. 건설 업계에서는 불법체류자가 아닌 외국인 노동자를 구하기가 어려운 데다, 내국인 노동자는 씨가 마른 탓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비자 문제 해결 등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서울 시내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뉴스1
서울 시내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 뉴스1

인건비 올려도 “사람 구하기 어렵다”

건설 업계에 따르면, 작년 말 하루에 25만원 수준이던 형틀(목공) 작업자의 인건비는 올해 상반기 30만원 수준으로 올랐다. 형틀 작업자와 건물 뼈대를 만드는 작업을 하는 철근 작업자의 인건비는 약 22만원에서 약 24만원으로, 콘크리트 작업자의 인건비는 약 20만원에서 23만원가량으로 각각 올랐다. 평균 인상률이 15%에 달한다.

아파트 건설 공정 중 내부 마감 작업에 속하는 도배 작업자는 작년 말 기준 일당이 25만원 수준이었지만, 올해 상반기엔 29만원으로 올랐다. 타일 작업자의 일당도 24만원에서 29만원가량으로 올랐다. 골조와 마감 작업 모두 반년 만에 10% 이상 인건비가 상승한 것이다.

이는 대형 건설사보다 전문 건설사들에 더 큰 고통으로 다가오고 있다. 대형 건설사에 시공 책임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인력을 구하고 공사를 하는 주체는 대부분 전문 건설사이기 때문이다. 대형 건설사와 이미 정해진 계약대로 공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전문 건설사에 인건비 상승은 이윤 감소로 이어진다. 

창틀 시공을 하는 전문 건설사 대표 B씨는 “안 힘든 때가 없었다지만, 요즘엔 사람을 구해 일정 수준 이상의 공사를 기한에 맞춰 끝내는 게 정말 어렵다”면서 “내국인 노동자는 크게 부족하고 외국인 노동자도 코로나19 이후로 쉽게 구해지질 않으니 인건비를 어느 수준까진 높여 불러보지만 무작정 높일 수도 없고, 고민이 크다”고 했다.


외국인 노동자. 사진 셔터스톡
외국인 노동자. 사진 셔터스톡

외국인 부족한데 내국인 쓰기도 쉽지 않아

현장에서는 인건비가 계속 오르는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일단 국내 건설 현장을 상당 부분 떠받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의 수급이 수월치 않다. 국내 3D(Difficult· Dirty·Dangerous,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업종에서 일하는 외국인은 대부분 비전문 취업(E-9) 비자를 받고 있는데, 코로나19 상황이 지속하면서 이 비자가 제대로 발급되지 않고 있다.

올해 정부가 발급할 E-9 비자 추정치는 6만6000건이다. 이 중 건설업 노동자의 몫은 약 3.6%인 2400건이다. 건설 업계에서는 건설 현장을 유지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숫자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구인난 해소 지원 방안을 마련했지만, 건설 업종은 쏙 빠졌다”고 푸념했다. 정부는 앞서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조선업과 뿌리 산업 등 5개 부문에 외국인 노동자 1만 명을 입국시키겠다고 밝혔다. 건설업은 포함되지 않았다. 건설 업종에서는 이미 1000개 정도의 비자가 남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건설 업계에서는 잔여 비자 1000개는 사실상 허수(虛數)라고 지적했다. 불법 체류자를 고용했다가 적발돼 고용 제한 조치를 당한 수치라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인력난과 높은 인건비에 어쩔 수 없이 불법체류자를 고용하게 되고, 그러면 또다시 고용 제한에 걸리는 악순환에 빠진다고 설명한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불법체류 노동자를 고용한 것이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현장에서 어쩔 수 없이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를 쓰게 될 때가 있다”면서 “단가에 맞춰 건설 현장이 제대로 돌아가도록 하려면 절대 인원이 부족한 이런 구조적인 상황도 고려해줘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외국인 노동자가 부족한 경우, 내국인으로 건설 현장을 채우면 되겠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건설노조가 노조원의 인건비를 크게 높여 부르는 등 쉽지 않은 환경이어서다. 노조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때 건설 현장 문을 봉쇄하는 시위를 벌이는 경우도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양대 노조에서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자신들이 정한 인건비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주된 공정에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비싼 노조원들을 고용하도록 강요하고, 그러지 않을 경우 현장이 돌아가지 못하게 하는데,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니 일부 받아들이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 “외국인 노동자 비자 규제 풀어야”

인건비 상승은 공사비 증액 요인으로 작용한다. 공사비가 오르면 정비 사업을 추진하기가 어려워지고, 분양가도 오르게 된다.

건설 업계에서는 인력 부족과 인건비 상승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 외국인 노동자 확충과 규제 현실화를 먼저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내국인 노조 문제 등은 고차원적인 해결법이 필요한 만큼 당장 인건비 상승을 저지할 수 있는 외국인 노동자를 늘릴 방법을 우선 찾아 달라는 뜻이다.

건설 업계 한 관계자는 “알루미늄 거푸집 같은 경우 무겁고 힘든 일이라 일할 사람을 구하기 어려우니 불법 체류자라도 불러 쓸 수밖에 없는 경우가 생긴다”면서 “정부에 이런 현실을 반영해 중소기업 활력 차원에서 고용 제한을 한 번 풀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장 4년 10개월인 E-9 비자 제도를 고쳐 일본처럼 특정 기능공의 경우 장기간 체류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외국인 노동자가 안정적으로 장기 근속할 수 있고, 인력난으로 인한 인건비 폭등도 막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본은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특정 기능 실습생에게 최장 10년까지 체류 기간을 연장해주고 있다.

건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이 들어오면 기본적으로 고용 기간이 3년, 동일 사업주가 1년 10개월 연장하면 총 4년 10개월을 있을 수 있는데, 일 가르쳐서 기술력이 늘고 생산성이 날 만하면 나가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며 “특히 장기간 체류할 수 있는 일본 같은 곳으로 넘어가는데, 보고만 있자니 아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정 기술에 한해서만 기간을 늘리는 것도 가능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강성주 대한전문건설협회 노동정책팀장은 “법무부에서는 5년 넘으면 귀화 조건과 관련돼 안 된다고 하는데, 귀화 조건을 바꾸거나 특정 기술에 대해서만 늘리는 방법도 있다”면서 “외국인 인력이 일을 다 배운 후 비자 문제로 빠져나가기 시작하니 현장은 인력난이 심해지고 인건비가 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오은선·김송이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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