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연세대 법학과, 사법연수원 36기,현 금융위원회 법령해석심의위원,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수탁자책임 (스튜어드십코드) 자문변호사 사진 법무법인 한결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연세대 법학과, 사법연수원 36기,현 금융위원회 법령해석심의위원,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수탁자책임 (스튜어드십코드) 자문변호사 사진 법무법인 한결

공시는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 자를 쓴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알려야 한다는 의미다. 공시는 사업 내용이나 재무 상황 등 기업의 주요 사항을 투자자나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경영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투자자가 기업 정보를 얻는 통로인 기업 공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허위 공시로 인해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주가 변동의 차액만큼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다만 분식회계 사건을 판단할 때 ‘회사가 정상 공시를 한 직후 형성된 주가’를 ‘정상 주가’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법원의 명확한 판결이 없어 손해배상 금액을 책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투자자들이 대한전선과 임원들, 안진회계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정상 주가에 대한 명확한 판결을 했다. 분식회계 기업의 정상 주가는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고 거래가 정상화한 뒤의 가격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의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결의 김광중(사법연수원 36기) 변호사는 “이번 사건과 함께 진행 중인 2건을 모두 종합하면 대법원 판결 기준으로 120억원 정도의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며 “다른 로펌 3곳이 진행하는 5개 사건까지 더하면 주주들이 많은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전선, 분식회계 허위 공시…투자자들 집단소송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2014년 전선회사인 대한전선이 2011~2012년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해 작성한 재무제표를 공시,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대한전선에 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대한전선은 당시 회수 가능성이 작은 매출채권의 대손충당금 약 2300억원을 과소계상하고, 재고자산과 자기자본 및 당기순이익을 각각 390억원이나 부풀린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대한전선의 회계감사를 맡은 안진은 ‘외부감사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증선위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안진은 2012~2013년 대한전선과 그 종속기업의 감사 결과, 이들의 연결재무제표가 적정하다는 의견을 표명한 감사보고서를 작성했다.

당시 외부감사법·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대한전선 법인과 대표이사, 담당 임원들이 재판에 넘겨졌지만, 이들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당시 재판부는 2011년 재무제표에 대해서는 분식회계가 아니고, 2012년 재무제표는 분식회계가 맞지만 임원들에게 고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안진회계법인에 과징금을 부과한 증선위의 제재 처분도 위법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은 2015년 3월 대한전선의 분식회계로 손해를 입었다며 이를 배상하라는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주주들은 2012년 3월에 ‘2011년도 연간 사업보고서’ 등이 분식회계로 인한 허위 공시인 줄 모르고 주식을 샀다. 그해 11월 7000원대까지 올랐던 주가는 2013년 11월 3분기 보고서부터 대손충당금을 전액 반영해 정상 공시를 한 뒤 2485원까지 떨어졌다. 2014년 12월 증선위가 분식회계 사실을 공표하고 나서 매매 정지 조치가 내려지고 해제된 직후인 2015년 12월 10일에는 479원까지 떨어졌다.

재판은 손해배상액 산정의 기준이 되는 정상 가격 형성 시점을 언제로 봐야 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1·2심은 주가 하락에 따른 주주들의 손해를 인정했다. 하지만 손해액을 산정하는 기준은 달랐다.

1심은 정상 주가를 주식 거래가 재개된 후인 2015년 12월 10일 종가를 기준으로 주주들에게 58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2심은 정상 공시를 하던 2013년 11월 20일 종가 2485원을 정상 주가로 보고 배상액을 약 18억원으로 대폭 줄였다. 

재판부는 “2013년 11월 거짓 사실이 없는 사업보고서를 공시하면서 회사의 재무 상태가 악화해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다는 사실이 이미 시장에 알려졌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상대에 불리한 증거 제출 유도”…손해 인과관계 입증이 성공 포인트

대한전선 측은 허위 내용을 제외한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2013년 11월 20일의 종가가 정상 주가이고, 그 이후의 주가 변동은 분식회계와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손해배상 범위를 줄이려는 취지에서 분식회계의 영향이 미친 거래 범위를 좁게 주장한 것이다.

한결은 정상 주가 형성일은 분식으로 인한 허위 정보로 부양된 주가가 모두 제거된 때이고, 이를 위해서는 허위 공시 사실이 밝혀지고 그로 인한 영향이 주가에 모두 반영되는 게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분식회계 사실이 모두 시장에 알려져 그 영향이 주가에 반영됨으로써 분식으로 인해 부풀려진 주가 상승분이 모두 없어져야 정상 주가라고 볼 수 있다는 취지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한결은 대한전선이 공시한 2013년 3분기 보고서를 분석했다. 그 결과 해당 보고서에도 분식으로 인한 허위 정보가 포함된 것을 발견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여전히 2012년 말 재무 정보에 관한 허위 정보가 들어가 있고, 이에 따라 3분기 보고서 공시 이후에도 기존의 재무 정보는 모두 허위인 채로 계속 공시돼 허위 공시로 인한 주가 부양분이 제거된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김 변호사는 “주식 투자는 당기의 재무 정보는 물론 그 이전의 재무 정보도 매우 중요한 판단의 고려 대상이 된다”며 “기존에 공시된 보고서의 허위 정보를 수정해 시장에 알림으로써 기존의 허위 정보가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상 여전히 기존에 유통된 허위 정보로 인한 손해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한결은 대한전선의 분식회계와 주가 하락의 ‘손해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 대한전선 측은 자신들의 분식이 전혀 드러나지 않으면 주가 하락에도 영향이 없기 때문에 분식 사실을 공시하기 전의 주가 하락과는 상관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자신들의 분식과 주주들의 손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한결은 대한전선 측만 보유한 자료를 내도록 유도했다. 대한전선의 분식은 계열사인 대한시스템즈에 대한 매출채권에 관해 대손충당금을 설정하지 않은 것인데, 대한전선 측은 투자자 중 한 명이 고발해 수사기관에서 경영진의 배임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한 이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2011년과 2012년 1분기·반기·3분기가 분식이 아니란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한결은 이 자료가 대한전선의 분식이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투자자 중 한 명이 대한전선 경영진을 고발한 사건인데, 결국 투자자가 대한전선의 분식을 의심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누군가가 이런 의심에 기반해서 주식을 안 사거나, 보유하던 주식을 팔았거나, 어떤 방향으로든 시장에 영향을 준 것이라면 이것이 손해에 대한 인과관계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의 이런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7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김 변호사는 “정상 주가 형성에 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대한전선은 법무법인 세종을, 대한전선 경영진은 1심에서 법무법인 광장과 2·3심에서 법무법인 클라스를 대리인으로 내세웠다. 안진회계법인은 1심에서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2·3심에서 법무법인 율촌을 선임해 대응했다.

김종용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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