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지로버 이보크. 사진 고성민 기자
레인지로버 이보크. 사진 고성민 기자

재규어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 이보크(Evoque)’는 레인지로버 라인에서 차체가 가장 작은 모델이다. ‘레인지로버’가 가장 크고, 둘째가 ‘레인지로버 스포츠’, 셋째가 ‘레인지로버 벨라(Velar)’, 막내가 레인지로버 이보크다. 국내 판매량은 이보크가 레인지로버 라인 중 가장 많다.

레인지로버 이보크를 타고 서울 근교를 약 100㎞ 주행해 보니, 날카롭게 질주하는 시원한 가속 능력과 험로 주파력이 다재다능한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모습이었다. 작은 차체로 도심의 좁은 골목을 요리조리 쉽게 빠져나가는데, 보기보다 힘이 넘쳤다.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전장(차 길이) 4371㎜, 전폭(차의 폭) 1904㎜, 전고(차 높이) 1649㎜의 준중형 SUV다. 기아 셀토스와 전장·전고가 비슷하고, 전폭은 104㎜ 더 넓다. 외관은 레인지로버 벨라와 패밀리룩을 이룬다. 측면에서 봤을 때 루프(지붕) 라인이 운전자 머리 부분까지 우뚝 솟았다가 뒤로 갈수록 일직선으로 낮아지는데, 이는 레인지로버 특유의 디자인이다. 얇고 짧은 전면 그릴도 레인지로버의 개성이 짙게 반영됐다.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2011년 1세대로 글로벌 시장에 최초 출시됐다. 출시 직후부터 돌풍을 일으켜, 2016년 글로벌 50만 대 판매를 돌파했다. 이는 랜드로버 역사상 가장 빠른 판매 기록이었다.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2019년 풀체인지(완전 변경)를 통해 2세대로 돌입했고, 2021년 연식 변경을 거쳤다. 트림은 △P250 S △P250 SE △P250 R-다이내믹 SE 등 세 가지인데, 파워트레인은 같고 익스테리어·인테리어 디자인과 옵션 차이가 있다. 시승 모델은 최상위 트림인 P250 R-다이내믹 SE 모델이었다.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2.0L 4기통 터보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다. 9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고, 사륜구동(AWD)으로 주행한다. 최고 출력은 249마력, 최대 토크는 37.2㎏·m다. 공차 중량은 1930㎏으로 준중형 SUV 중에선 꽤 무거운데,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7.6초로 제법 빠르다.


레인지로버 이보크의 옆모습과 뒷모습. 고성민 기자
레인지로버 이보크의 옆모습과 뒷모습. 사진 고성민 기자
레인지로버 이보크의 실내. 고성민 기자
레인지로버 이보크의 실내. 사진 고성민 기자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최대 토크가 1300rpm(엔진 회전수)에서 4500rpm까지 폭넓은 영역에서 뿜어져 나온다. 어느 속도에서든 충분한 가속력을 발휘했다. 울퉁불퉁한 노면의 충격을 충분히 흡수했고, 고속에서의 차체 움직임도 안정적이었다. 

유려한 디자인과 작은 차체로 도시 운전자를 위한 SUV로 적합해 보이는데, 알고 보면 험로도 비교적 잘 헤친다. 530㎜ 깊이까지 도강이 가능하고 눈길, 진흙, 암반 등 7가지 오프로드 주행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레인지로버 이보크가 탑재한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 2(Terrain Response 2)는 주행 조건에 맞는 지형 프로그램을 자동으로 설정해 엔진 반응이나 트랙션 컨트롤 개입 등을 조정한다.

2세대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1세대 대비 휠베이스(자동차의 앞바퀴 중심과 뒷바퀴 중심 사이의 거리)를 21㎜ 늘렸고, 이를 통해 뒷좌석 레그룸(다리를 뻗는 공간)을 11㎜ 더 확보했다. 다만 준중형 SUV라는 태생적 한계로 2열 뒷좌석 공간은 그렇게 넓지는 않다. 중학생 이상 자녀를 둔 4인 가족이 타기엔 적합하지 않아 보였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591L, 2열 폴딩 시 1383L다. 준중형 SUV 가운데 전폭이 넓은 편이라, 접이식 유모차나 골프백 등이 트렁크에 충분히 들어간다.

고속에서 날카롭게 울리는 엔진음은 단점이 될 것 같았다. 풍절음이나 노면 소음 등 여러 주행 소음은 적절히 억제하는데, 급가속 시 엔진이 화를 내는 듯한 소리가 실내로 꽤 크게 파고들었다. 연비는 복합 기준 8.9㎞/L로 낮은 편이다.

차급 대비 비싼 가격도 단점이다. 레인지로버 이보크의 판매 가격은 개별소비세 인하 기준으로 최저가 P250 S 트림이 6790만원, P250 SE 트림이 7460만원, 최상위 P250 R-다이내믹 SE 트림이 7890만원이다. 레인지로버가 비싸고 고급스러운 점을 강조하지만, 수입 준중형 SUV 경쟁군인 볼보 ‘XC40’이나 BMW ‘X1’, 캐딜락 ‘XT4’ 등과 비교하면 최고가 트림 기준으로 가격이 약 2000만원 비싸다.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전방 차량이 멈추면 같이 정차하는 스톱앤드고(Stop & Go) 기능이 포함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탑승객 하차 모니터링, 차선 유지 어시스트, 후방 교통 감지 기능, 사각지대 어시스트 등 편의사양을 탑재했다. 레인지로버 이보크의 ACC는 다른 제조사와 비교할 때 차간 간격을 지나치게 넓히지 않고 적절하게 좁혀줘 유용했다.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올 뉴 디펜더’에 최초 적용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피비 프로(PIVI Pro)를 장착했다. 피비 프로는 스마트폰과 유사한 인터페이스가 특징인데, 퀄컴 스냅드래곤 820Am 칩과 블랙베리 QNX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직관적이고 빠르게 작동한다.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또 16개의 개별 모듈을 원격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는 SOTA(Software-Over-The-Air) 기능을 갖췄다. SOTA를 통해 지도와 애플리케이션(앱) 등의 다양한 차량 기능을 서비스센터 방문 없이 원격으로 업데이트해 최신 버전으로 이용할 수 있다.

운전자 사이에서 수입차 순정 내비게이션은 불편하다는 평이 많은데,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T맵을 기본 내비게이션으로 장착했다.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도 이용할 수 있다.

고성민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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