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3 개막일인1월 5일(현지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 마련된 LG전자 부스가 관람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 뉴스1
CES 2023 개막일인1월 5일(현지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 마련된 LG전자 부스가 관람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 뉴스1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1월 5일(이하 현지시각)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가전 박람회 ‘CES 2023’이 8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행사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3년 만에 대면 행사로 정상 개최됐다. 전 세계에서 174개국, 3100개 기업이 축구장 26개를 합친 면적(18만6000㎡)의 공간에서 혁신 제품과 신기술을 선보였고, 10만 명 넘는 참가자가 현장에서 이를 지켜봤다.

한국에서는 삼성, SK, LG, HD현대, 롯데 등 주요 그룹 관계사가 대규모 부스를 차렸고,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기업들도 3년 만에 부스를 다시 열면서 전시 공간은 지난해보다 50% 늘어났다.

올해 행사는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 웹 3(차세대 인터넷 환경), 모빌리티, 디지털 헬스, 지속 가능성 그리고 인간이 단순노동에서 벗어나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도록 하는 인간 중심의 휴먼 시큐리티(human security) 기술 등의 주제로 열렸다. 

메타버스 영역에서는 후각과 촉각 분야에서 새로운 시도를 한 새로운 제품들이 주목받았다. 인간의 오감 중 후각을 가상현실(VR)로 구현할 수 있도록 한 미국 기업 ‘OVR 테크놀로지스’는 가상현실 속 음식 냄새가 나게 하는 VR 기기를 선보였다. 한국의 ‘비햅틱스’, 미국의 ‘햅틱X’ 등은 VR 속 촉각을 구현하는 제품을 출품했다. 

자율주행과 전동화 분야 혁신을 다룬 모빌리티 영역의 출품도 여전히 많았다. ‘라스베이거스 오토쇼’로 불리던 과거 명성을 되찾은 모습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BMW는 개막 전야에 기조연설을 통해 ‘노이에 클라세(Neue Klasse·뉴 클래스)’로 불리는 차세대 전기차 ‘디(Dee)’를 공개했다. 현대모비스는 ‘통합 플랫폼 전문기업’으로 변모하겠다는 목표를 담아 전동화 자율주행 콘셉트카 ‘엠비전 TO’를 공개했다. 네 개 바퀴가 각각 조향 장치와 제동 장치를 달고 따로 움직이는 이 콘셉트카는 꽃게처럼 옆으로 이동하거나 제자리에서 회전했다. 

테크 기업들도 차량 관련 서비스를 들고 왔다. 구글은 자동차 전용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오토’의 새 기능을 선보였다. 휴대전화로 친구와 가족을 지정해 디지털 자동차 키를 공유하는 ‘키 셰어링’ 기능, 차량 디스플레이에서 연결된 휴대전화의 구글맵과 음악 앱, 메시지 앱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기능 등이 공개됐다. 아마존은 음성 인식 서비스 알렉사(Alexa)를 차량 맞춤형으로 심화한 서비스를 공개했다. MS는 자체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를 통해 자동차 관련 데이터를 저장하고 이를 분석해 차량 결함 시기 등을 예측하고 사고를 방지하는 기술을 공개했다.

해상 모빌리티인 마린테크(Marine Tech) 관련 참가자들과 출품작도 늘었다. HD현대는 자율운항 운항 보조 전문 자회사 아비커스의 새로운 기능과 사업 계획을 소개했고, 바다에 대한 관점과 활용 방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하자는 비전과 함께 대형 상선 및 에너지 분야 미래 구상도 제시했다. ‘머큐리’ 브랜드로 미국 레저보트용 엔진 시장의 50%를 장악한 보트 업계 강자 브런즈윅은 자율운항 관련 기술개발 현황과 향후 계획을 발표하며 아비커스에 대한 도전을 본격화했다. 볼보펜타도 HD현대와 브런즈윅 인근에 부스를 차리고 보트 관련 사업을 소개했다.

1 CES 2023에 출품된 BMW의 미래 차 ‘i 비전 디(Dee)’. 연합뉴스 2 외골격 로봇 Cray-X의 등 부분. 박정엽 기자 3 HD현대의 미래 선박 모형. 사진 박정엽 기자
1 CES 2023에 출품된 BMW의 미래 차 ‘i 비전 디(Dee)’. 사진 연합뉴스 2 외골격 로봇 Cray-X의 등 부분. 사진 박정엽 기자 3 HD현대의 미래 선박 모형. 사진 박정엽 기자

센서 기술 발달과 함께 코로나19 이후 진화 중인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은 폐 소리를 분석해 호흡기 질환을 추적하는 장비(‘애바이스 MD’), 내 집 변기에서 90일간 소변을 추적하는 장치(위딩스 ‘U-스캔’), 화상통화로 얼굴 혈류를 분석해 심혈관계 상태를 분석하는 기술(누라로직스 ‘아누라 텔레헬스’), 뇌파를 분석해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같은 뇌 질환과 우울증 징후를 포착하는 헬멧(아이메디신 ‘아이싱크웨이브’) 등으로 나타났다. 헬스케어 제품으로는 반려동물용으로도 확장해 고령 반려견의 심장병을 털을 깎지 않고 조기 진단할 수 있는 목걸이(케어식스 ‘코톤’), 동물 움직임 등을 분석해 이상행동과 질병의 징후를 찾아내는 소형 센서(우주라컴퍼니 ‘캣모스’) 등 다양했다. 

지속 가능성과 인간 안보 영역에서는 SK그룹이 글로벌 파트너사들과 구축한 탄소 감축 밸류체인과 관련 기술을 소개한 통합 전시관에 3만 명이 몰렸다. SK가 야외 전시장에 설치한 지속 가능 식품 푸드트럭은 나흘간 1만5000여 명이 다녀갔다. 농기계 업계의 세계 1위 존디어는 자율주행하며 빠른 속도로 대량의 씨앗을 심으면서 센서로 씨앗에 비료를 정확히 살포하는 신제품 ‘이그잭트샷’을 전시했다. 작업 효율을 높이는 농업 무인화의 새 경지를 보였다. 무거운 물체를 들어올릴 때 최대 30㎏까지 부담을 상쇄하는 입는 로봇(저먼바이오닉스시스템 ‘Cray-X’)이나 오랜 시간 서서 일하는 작업자의 체중을 분산시키는 ‘입는 의자(Archelis)’ 등 외골격 웨어러블 로봇 등 산업 현장의 근골격계 질환의 해법도 눈에 띄었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이 심화한 가운데 열린 올해 CES 2023는 중국 기업의 참여가 저조했다. 중국은 코로나19 이전까지 CES 참가 기업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며 미국을 제외하고 최대 참가국이었지만, 올해 약 500개 기업만 이름을 올렸다. 그나마 화웨이, 오포 등 대형 전자 기업은 불참하고 소형 업체가 대부분이었다. 이에 따라 올해 CES에서 미국을 제외한 최대 참가국 타이틀은 약 600개 기업이 참여한 한국이 가져왔다. 한편 러시아의 침략으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서는 홈시큐리티 기기 스타트업, 낙엽에서 재생종이를 생산하는 스타트업 등 10여 개 스타트업이 참여해 기술력을 뽐냈다.

서울시, 대전시, 대구시, 광주시, 경남도 등 지자체와 서울대, 포스텍, 연세대, 고려대 등 대학, 한국수자원공사와 인천국제공항 등 공공기관 등도 관련 스타트업과 함께 또는 단독으로 참여했다.


plus point

국내 재계 리더들 CES 2023 총출동

정기선(왼쪽) HD현대 대표가 CES 2023 HD현대 전시관을 찾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만나고 있다. 사진 HD현대
정기선(왼쪽) HD현대 대표가 CES 2023 HD현대 전시관을 찾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만나고 있다. 사진 HD현대

CES 2023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국내 주요 그룹 리더들이 총출동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월 6일 SK 부스를 찾았고, 최 회장의 동생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은 전날 SK 부스를 찾았다. 정기선 HD현대 대표는 CES 개막 전야인 4일 HD현대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 기자간담회에 직접 나선 데 이어 국내 기업 및 해외 경쟁사 부스를 돌아봤다. 구자은 LS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CES를 찾아 국내 기업들의 부스를 방문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도 김교현 롯데케미칼 부회장과 함께 삼성전자, SK 부스 등을 둘러봤다.

라스베이거스(미국)=박정엽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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