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옷차림에서 중요한 것은 ‘바지 핏’. 운동화를 신을 땐 로고가 돋보이지 않는 무채색을 선택할 것. 사진 올젠
남성의 옷차림에서 중요한 것은 ‘바지 핏’. 운동화를 신을 땐 로고가 돋보이지 않는 무채색을 선택할 것. 사진 올젠

주요 대기업들이 연이어 복장 자율화를 시행하고 있다. 비즈니스 캐주얼을 넘어 일반 캐주얼(평상복)까지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3월 현대자동차그룹이 건설 계열사와 함께 복장 자율화를 시행한 데 이어 포스코건설, GS건설, 대한항공, 현대중공업 등이 동참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직원들의 창의성 증진을 위해 자율 복장 제도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직장인은 자율복 입기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한 건설 업체 차장인 김민성(43·가명)씨는 “십여 년간 슈트를 교복처럼 입고 다녔는데, 갑자기 캐주얼을 입으라니 난감하다”며 “지침을 따르지 않으면 회사에 반항하거나 트렌드에 뒤처지는 것처럼 보일까 봐 옷차림에 변화를 주곤 있는데, 아침마다 스트레스 받는다”고 토로했다. 반면, 입사 2년 차인 이승훈(29·가명)씨는 “생각 같아선 요즘 유행하는 어글리 슈즈에 후드 티셔츠를 입고 출근하고 싶지만, 선임들의 눈치가 보여 비즈니스 캐주얼 정도로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대부분의 회사가 명확한 지침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인사팀장은 “젊고 트렌디한 기업 문화를 만들기 위해 자율 복장제를 시행했지만, 가이드라인을 주진 않았다. 그냥 알아서 적당히 입으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자율복이 슈트보다 어려운 이유

“구두끈 하나에도 중요한 단서가 있을 수 있지.” 코난 도일의 소설에 등장하는 명탐정 셜록 홈스는 옷차림과 태도 등을 단서로 상대를 파악하고 사건을 풀어간다. 자율 복장을 얘기하다 갑자기 홈스를 소환한 이유는 옷차림이 가지는 힘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현실에서도 대부분의 사람은 옷차림이나 외모로 상대를 평가하고, 호감을 느낀다.

하지만 자율 복장을 대하는 많은 직장인은 ‘편한 옷’에만 중점을 둔다. 그러다 보니 후드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어도 되는지,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어도 되는지를 두고 실랑이한다. 하지만 ‘옷이 나를 표현하는 도구’이자 사회적 페르소나(가면)임을 인정한다면 접근이 달라진다.

이미지 메이킹 전문가인 박영신 크레비 대표는 복장 자율화를 “자신을 표출하는 기회”로 삼으라고 조언한다. 박 대표는 “기업이 자율복 시행에 나선 이유는 젊고 창의적인 회사라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다”라며 “옷을 골라 입는 행동은 사고를 자유롭게 하고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결과로 연결된다. 상대에게 호감을 주고 소통의 폭을 넓히는 데도 효과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청바지를 입더라도 어두운색을 입으면 더 스마트해 보인다. 사진 지오지아 / 라운드보단 깃이 있는 티셔츠를 입으면 더 단정해 보인다. 사진 지오지아
왼쪽부터 청바지를 입더라도 어두운색을 입으면 더 스마트해 보인다. 사진 지오지아 / 라운드보단 깃이 있는 티셔츠를 입으면 더 단정해 보인다. 사진 지오지아

스텝 1│너 자신을 알라

그럼 어떻게 입어야 할까. 박 대표는 ‘스마트 캐주얼’을 추천했다. 캐주얼을 갖춰 입으라는 것이다. 예컨대 청바지가 허용된다면 워싱(물 빼기)이 들어가지 않은 어두운색 청바지를 입고, 운동화를 신더라도 브랜드 로고가 들어간 스포츠화 대신 심플한 무채색 스니커즈를 매치하는 식이다.

옷 입기에 앞서 가장 중요한 건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 모든 사람은 타고난 외모와 체형이 다르고,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이미지가 변한다. 따라서 자신의 현재 모습을 정확히 알고 어울리는 스타일과 색을 찾아야 한다. 박 대표는 “연예인이 입은 옷을 따라서 사거나, 40대에도 30대 때 입던 브랜드를 찾아선 안 된다”며 “발품을 팔아 자신에게 맞는 옷을 찾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에게 컨설팅받는 것도 방법이다. 요즘엔 자신에게 맞는 색과 스타일을 찾아주는 이미지 메이킹 서비스가 보편화했다. 비용도 3만원에서 수십만원까지 다양하다. 박 대표는 “옷차림을 바꾸는 것만으로 자존감과 업무 성과가 높아진 사례가 많다”며 “자신을 위해 옷 입기에 주목해 보라”고 했다.


스텝 2│재킷보다 바지 핏에 주목하라

많은 남성이 옷을 입을 때 재킷이나 셔츠에 주목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바지 핏(fit)이다. 기장은 짧고 바지통은 좁게 가져가는 게 세련돼 보인다. 신발을 신었을 때 신발에 살짝 닿는 정도의 기장에, 주머니에 손을 자유롭게 넣었다 뺐다 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 있는 통이 적당하다.

상의도 핏이 중요하다. 요즘엔 슬림하게 입어야 젊어 보인다고 생각해 실제 체형보다 옷을 작게 입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오히려 체형의 단점을 드러낼 수 있다. 차라리 넉넉한 클래식 셔츠를 입자. 재킷도 단추를 잠갔을 때 벌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실루엣이 좋다.

재킷 색상은 남색과 짙은 회색이 무난하다. 단 얼굴에 붉은 기가 있을 경우엔 갈색, 황색 등은 안색이 더 붉어 보일 수 있으니 피하는 게 좋다.


스텝 3│기본 옷에 액세서리로 변화를

몇몇 직장인은 복장 자율화 이후 옷값 지출이 늘었다고 호소한다. 하지만 일주일을 나기 위해 많은 옷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남성의 경우 계절별로 재킷 2벌, 이너웨어(셔츠·니트 등) 3벌, 바지 2벌이면 충분하다. 박 대표는 “옷은 단순한 걸 구매하고, 머플러·신발·안경 등으로 변화를 주면 센스 있어 보인다”며 “트렌디해지고 싶다면 이너웨어나 소품을 유행 색으로 택하라”고 했다.

캐주얼 복장에도 넥타이는 좋은 소품이다. 특히 카디건을 입을 때 넥타이를 매면 세련돼 보인다. 실크 대신 니트나 모 소재의 넥타이를 매면 캐주얼하면서도 단정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

복장이 자유롭다고 슈트를 배제해선 안 된다. 외부 미팅이나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있을 땐 의도적으로 보수적인 복장을 하는 게 좋다. 박 대표는 “기업 CEO나 임원들이 솔선수범하겠다고 캐주얼복을 입거나 슈트에 넥타이를 착용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는 신뢰를 무너뜨리고 메시지 전달을 방해할 수 있다”라며 “중요한 안건을 발표할 때는 클래식하고 보수적인 옷을 갖춰 입는 게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