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프로 앱을실행 중인스마트폰 화면.사진 비츠미디어 홈페이지
무슬림 프로 앱을실행 중인스마트폰 화면.사진 비츠미디어 홈페이지
박순우 메인스트리트인베스트먼트 대표 전 한빛소프트 해외 마케팅 상무, 전 더나인 부사장, 전 알리바바 게임담당 총괄이사, 전 LB인베스트먼트 중국법인 대표
박순우 메인스트리트인베스트먼트 대표 전 한빛소프트 해외 마케팅 상무, 전 더나인 부사장, 전 알리바바 게임담당 총괄이사, 전 LB인베스트먼트 중국법인 대표

튀르키예(옛 터키)나 인도네시아 같은 이슬람 국가를 여행하다 보면 아랍어로 들려오는 어떤 소리를 들을 때가 있다. 무슬림(이슬람교 신도)에게 예배 시간을 알려주는 아잔(Adhan·) 소리다. 무슬림은 하루에 다섯 번 성지 메카의 카바 신전을 향해 기도해야 하는 종교적 의무가 있다. 태양의 위치에 따라 기도 시간이 정해지기 때문에 매일매일 기도 시간은 달라진다. 

국교가 이슬람교인 국가들은 거리에 울려 퍼지는 아잔 소리를 통해 기도 시간을 확인할 수 있지만, 무슬림 신자가 적은 나라에서 신도들은 어떻게 기도 시간을 확인할까? 매일매일 기도 시간을 확인하고, 성지 메카 방향을 찾아내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무슬림의 이러한 고충을 해결해주기 위해 무슬림의 신앙생활에 꼭 필요한 기능을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모은 스타트업이 있다. 무슬림 라이프스타일 앱 무슬림 프로(Muslim Pro)를 출시한 비츠미디어(bitsmedia)다. 

 

19억 무슬림 시장 겨냥

2009년 싱가포르에 설립된 비츠미디어는 무슬림 프로 앱 출시 13년 만에 1억3200만 명이 다운로드받은 슈퍼 앱으로 거듭났다.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2840만 명, 일별평균이용자수(DAU)는 81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이미 무슬림 사이에서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앱으로 자리 잡았다. 1억3200만 명의 무슬림은 기도할 때나 경전을 읽을 때, 성지 순례를 할 때 무슬림 프로의 도움을 받는다. 비츠미디어의 2021년 매출은 1090만달러(약 143억원)로, 2020년 대비 21% 증가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슬람 문화권을 접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무슬림 시장에 대해 간과하는 경향이 있는데, 무슬림 인구는 19억 명(2020년 기준)으로 세계 2위 규모다. 전 세계 인구의 약 25%에 해당한다. 미국 퓨리서치센터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60년 무슬림 인구는 약 30억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무슬림 시장의 폭발적인 잠재력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무슬림 의무 돕는 신앙 앱 

무슬림 프로가 제공하는 기능은 무슬림 의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무슬림은 하루 다섯 번 의무적으로 기도해야 한다. 기도 시간을 맞추는 게 관건인데, 무슬림 프로는 사용자 위치를 위성항법장치(GPS)로 확인해 현재 위치에 맞는 기도 시간을 때에 맞춰 알려준다. 특히 기도할 때는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의 출생지인 성지 메카의 카바 신전을 향해서 기도가 이뤄져야 하는데, 나침반 기능도 함께 제공해 알맞은 시간에 알맞은 방향을 향해 기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루 다섯 번의 종교적 의무를 다했는지 여부를 다이어리를 통해 체크해 기도 횟수가 부족할 경우 다음번에 보충할 수 있도록 하여, 종교적 의무에 소홀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기능도 있다. 또 기도할 때 사용하는 이슬람교의 경전인 ‘쿠란’의 전체 텍스트를 제공함은 물론이고, 45개국 언어로 경전 번역본을 제공해 아랍어를 모르는 무슬림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무슬림은 이슬람력으로 9월에 해당하는 라마단 기간에는 일출 때부터 일몰 때까지 금식을 통해 인내와 자제력을 기르는 종교적 의무를 다해야 한다. 이슬람력은 1년이 354.3일로, 우리가 사용하는 그레고리력과 다른 달력 체계를 사용하는데, 이 때문에 라마단 기간도 매년 달라진다. 우리가 달력에 양력과 음력을 병기하듯이 무슬림 프로는 이슬람력을 보여줘서 라마단을 포함한 이슬람 전통 명절과 이슬람력상의 이용자들의 생일을 알려준다. 

이슬람교에서는 매일 다섯 번 기도하는 방향인 메카를 순례하는 것을 일생에 한 번은 해야 하는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성지 순례는 이슬람력으로 매년 12월 8일부터 12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의 히자즈 지역에 있는 메카에서 행해지는데,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매년 300만 명 이상이 참가하는 이슬람교 최대 행사였다. 무슬림 프로는 일생일대의 순간을 경험하는 무슬림을 위해 성지 순례에 필요한 모든 준비 사항과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다.

무슬림 의무에 직접 규정돼 있지는 않지만, 잘 알려진 것처럼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은 돼지고기를 먹어서는 안 되고, 할랄(halal·) 식품만을 섭취해야 한다. 할랄이란 아랍어로 ‘허용되는 것’이란 뜻으로, 이슬람 율법에 하자가 없는 음식을 할랄 식품이라 한다. 이슬람교가 국교가 아닌 나라에서는 할랄 인증이 있는 식당을 찾기 어렵기 마련인데, 무슬림 프로를 통해서는 자신의 현재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할랄 음식점 위치나 영업 시간 등의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무슬림 프로는 무슬림의 신앙생활뿐 아니라 커뮤니티를 형성하도록 돕는 등 라이프 스타일 관련 콘텐츠에도 집중하고 있다. 앱 내 커뮤니티를 운영해 무슬림 간 네트워킹을 장려하고 있는데, 2021년 튀르키예에서 일어난 대규모 산불 사건과 관련해 81만 명이 넘는 앱 사용자가 함께 기도하고 연대를 표시하기도 했다. 

또한 매일매일 각종 명상 및 정신건강 콘텐츠를 업데이트해 이용자에게 제공함으로써 단순히 신앙생활로만 무슬림 프로가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전반에 도움 되는 앱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무슬림의 넷플릭스를 꿈꾸다

비츠미디어는 무슬림 시장의 거대한 규모와 기존에 확보한 1억3200만 명의 사용자 풀(pool)을 바탕으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무슬림 전용 OTT 플랫폼인 ‘칼박스(QALBOX)’는 이슬람교 신앙과 교리에 어긋나지 않는 다양한 무슬림 엔터테인먼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비츠미디어의 최종 목표는 칼박스를 무슬림의 넷플릭스로 만드는 것이다. 

무엇보다 무슬림 프로가 보유한 브랜드 가치와 대규모 사용자 풀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신규 OTT 사업 진행을 위한 실탄 마련을 위해 약 1500만달러(약 197억원)의 투자금을 유치 중이다. 현재 기업 가치는 1억달러(약 1319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무슬림 콘텐츠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 이슬람 스트리밍 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무슬림 프로와 칼박스가 앞으로도 무슬림에게 든든한 친구 같은 존재가 되길 기대해본다.


Plus Point

가톨릭 신자가 만든 무슬림 프로

에르완 메이스 비츠미디어 창업자 겸 CEO. 사진 비츠미디어 홈페이지
에르완 메이스 비츠미디어 창업자 겸 CEO. 사진 비츠미디어 홈페이지

무슬림 프로를 만든 비츠미디어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에르완 메이스(Erwan Mace)는 프랑스인으로, 무슬림이 아니라 가톨릭 신자다. 구글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던 그는 싱가포르에서 무슬림인 아내를 만나 결혼하게 됐는데, 무슬림인 아내와 딸의 편리한 신앙생활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무슬림 프로 앱을 개발했다. 창업 아이디어는 거창한 목표나 비전에서 비롯될 수도 있지만, 이처럼 자신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의 불편함을 소홀히 넘기지 않는 작은 계기에서 출발할 수도 있다. 이슬람교 신자인 아내와 딸의 불편함은 곧 무슬림 프로를 다운로드한 1억3000만 명 무슬림의 불편함이기도 했다. 무슬림 프로가 이슬람 문화권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