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를 둘러싼 정부와 개인 투자자(개미)들 간 시각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공매도 관련 제도를 보완하는 내용을 내놨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여전히 공매도가 시장을 교란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다시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내는 투자법이다. 주식을 빌리지 않고 매도한 뒤 다시 사들여 갚는 무차입 공매도는 결제불이행 위험이 있어 국내 증시에선 허용되지 않는다.

7월 28일 금융위는 대검찰청,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관계 기관과 합동회의를 열고 공매도 제도 보완 방안을 내놨다. 보완책은 불법 공매도 적발과 처벌 강화 그리고 공매도 제도 개선을 골자로 한다.

금융위는 공매도와 연계한 불공정 거래에 대해 기획 조사를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혐의가 발견되면 즉시 조사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또 공매도 기획 감리를 정례화해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수사도 강화한다.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 불법 공매도 조사 전담 조직도 확대할 계획이다.

제도 개선안도 함께 마련됐다. 금융당국은 장기·대량 공매도 투자자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도 확대했다. 공매도 비중이 30%를 넘는 종목은 공매도 과열 종목에 지정된다. 또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 담보 비율이 현행 140%에서 120%로 하향 조정된다.


1. 불법 공매도 처벌│정부 “자본시장법상 최고 수준” vs 개미 “사후약방문”

개인들은 금융당국이 공매도 불공정 거래에 대해 ‘사후약방문’식 대처를 내놨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불법 공매도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 뒤 단죄하면 무슨 의미냐는 것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한국투자증권이 3년 3개월간 1억4000만 주의 불법 공매도를 했지만, 과태료는 8억원에 불과했다”고 호소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또 정부가 내놓은 불법 공매도의 처벌 수위가 선진국에 비하면 ‘솜방망이’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난해 4월 6일부터 고의적인 불법 공매도를 저지르면 1년 이상 징역 또는 부당이득의 3~5배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500만달러(약 65억원) 이하 벌금 또는 2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미국, 30만엔(약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일본, 10만홍콩달러(약 16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2년 이하 징역에 처하는 홍콩과 비교하면 제재 수위가 낮은 것이 사실이다. 이와 관련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미국은 사법 체계 자체가 달라 단순 비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처벌 수위가 미국보다 결코 낮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처럼 거래소와 금융감독원까지 나서서 전방위적으로 불법 공매도를 모니터링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2. 투자 주체 간 형평성│정부 “개인도 공매도 기회 확대” vs 개미 “위험만 커져”

금융위는 개인이 공매도할 때 적용되는 담보 비율(자산 평가액을 대출금으로 나눈 값)을 올해 4분기부터 현행 140%에서 120%로 인하하기로 했다. 투자 주체 간 공매도 기회의 형평성을 조정하기 위해서다. 기관과 외국인의 담보 비율이 105~120%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그 격차가 줄어든 셈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차거래 담보 비율은 기관 간 합의로 이뤄지는데 여기에 정부가 개입하면 국제 표준에서 벗어난 국내 대차 시장이 외면받을 수 있다”며 “대차하기 위해선 주식 보유가 선행돼야 하는데, 외국인 자본이 떠나면 국내 증시가 활력을 잃고 개인 투자자들의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에 관해 오히려 위험만 커졌다고 항변한다. 정 대표는 “개인 담보 비율을 낮추면 전체적인 공매도 대금이 늘고, 투자 실력이 부족한 개인은 더 위험에 빠질 수 있다”며 “투자 주체와 관계없이 담보 비율을 140%로 일괄 상향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금융당국이 선심 쓰듯 내놓았지만, 실효성이 떨어지는 정책”이라며 “개인 담보 비율을 낮춘다고 공매도에 참여할 개인이 얼마나 되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담보 비율 하향은 대다수 개인 투자자와는 무관한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대금 중 개인 비중은 2% 수준이다.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는 각각 72.3%, 25.3%를 차지한다.


3. 공매도 상환 기한│정부 “외국인·기관 기한 제한 득보다 실” vs 개인 “장기간 공매도로 피해”

현행 규정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는 공매도를 위해 빌린 주식을 90일 안에 갚아야 한다. 반면 기관·외국인 투자자는 상환 기한이 없다. 금융당국은 90일 이상의 대차 거래에 대해 상세 보고의무를 신설했지만 상환 기한을 조정하진 않았다.

금융당국은 기관·외국인 투자자의 공매도 상환 기간을 제한하면 득보다 실이 더 크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관 간 대차 거래 조건은 당사자 간 합의로 결정되며, 기간도 국제증권대차 표준계약서(GMSLA)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대차 기간을 제한해도 당사자 간 합의에 의한 기한 연장(롤오버)을 허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매도의 경우 주식 차입 비용이 계속 발생하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할 때까지 공매도 포지션을 잡고 무한정 기다리는 것은 기회비용이 더 큰 투자”라고 설명했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기한 없는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불러온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 대표는 “상환 기한을 최대 120일 정도로 설정하고, 상환 이후 한 달까지는 다시 빌릴 수 없도록 해야 한다”며 “장기간의 공매도가 주가 상승 발목을 잡는다”고 강조했다.

증권 업계 전문가들은 공매도와 관련된 끊이지 않는 논쟁이 당국과 개인 투자자들의 관점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말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인 담보 비율을 높이고 기관과 외국인의 공매도에 상환 기간을 설정하자는 주장은 공매도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하는 사람들의 입장”이라며 “개인 투자자들은 피부로 느끼기 어렵겠지만, 공매도 제도 덕분에 정보가 가격에 빠르게 반영되는 등 순기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공매도와 주가 하락 간에 직접적인 인과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황 연구위원은 “공매도가 늘 때 주가가 내려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주가가 공매도 때문에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기업 실적이 저조하고 경기가 둔화할 것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수익을 위해 공매도라는 ‘도구’를 활용한 것일 뿐 공매도 자체가 원인은 아니다”라고 했다.

아직 금융위와 관계기관은 공매도 전면 재개 시점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는 2020년 3월 코로나19로 증시가 폭락하자 6개월간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고, 이후 금지조치를 6개월 더 연장했다. 지난해 5월엔 코스피200·코스닥150 지수 구성 종목만 부분적으로 공매도를 재개했다. 코스피200·코스닥150 지수에 속하지 않은 종목은 공매도가 금지된 지 2년 5개월의 시간이 흐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