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사진 뉴스1
인보사. 사진 뉴스1

코오롱생명과학(코오롱)의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인 ‘인보사케이주(인보사)’로 촉발된 인보사 사태는 ‘제2의 황우석 사태’로도 통했다. 인보사의 주성분 중 일부가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한 연골세포와 다른 신장세포라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2019년 3월 31일 유통과 판매가 중단됐다.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2019년 4월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취소했다. 인보사 사태 관련 허위자료 제출 등 논란이 계속되면서 허가 취소와 집단소송도 이어졌다. 점점 ‘처음부터 신약기술은 없었다’로 상황이 굳어졌다. 20여 년간 이어졌던 연구는 한순간에 거짓말이 됐고, 이우석 전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구속기소됐다. 여기에 코오롱티슈진까지 상장폐지 심의 대상이 되면서 소액주주들은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소액주주들에겐 실낱같은 희망이 생겼다. 7월 5일 서울고등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김종호)가 코오롱이 정부를 상대로 “연구비 환수와 국가연구 개발사업 참여 제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를 판결하면서다. 또 항소심 판결보다 앞서 지난 2020년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3상 재개가 허용됐고, 지난 4월 싱가포르 주니퍼바이오로직스와 기술 수출 계약도 체결한 코오롱의 국내 판매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승소 판단을 얻기까지 무엇보다 법무법인 화우의 역할이 컸다. 코오롱을 둘러싼 모든 민·형사 사건을 관통하는 하나의 논리인 ‘인보사가 안전하고 연구 윤리에 문제가 없었다’는 판단을 여러 차례 받아낸 것이다.

법무법인 화우의 형사, 송무, 기업상사 등 각 부문의 전문 변호사들이 한데 모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총력 대응에 나선 결과였다. 김성호 화우 변호사는 “수술 없이 주사 한 번으로 2년 이상 효과가 있다는 점이 입증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檢 구속영장에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적혀

인보사는 사람 연골세포가 담긴 1액과 연골세포 성장인자(TGF-β1)를 도입한 세포가 담긴 2액으로 이뤄진 유전자치료제다. 코오롱은 허가 당시 식약처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1·2액 모두 연골세포로 기재했다. 하지만 2019년 2액에서 ‘신장세포(GP2-293세포)’라는 세포가 들어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 세포는 종양을 유발할 수 있는 신장세포로 알려져 있다. 식약처는 조사 후 코오롱이 제출한 ‘2액이 연골세포임을 증명하는 자료’가 허위라고 결론 내렸다. 2액이 1액과 같은 연골세포임을 증명하려면 1액과 2액을 비교·분석해야 하는데 ‘1·2액의 혼합액’과 ‘2액’을 비교했기 때문에 잘못됐다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었다. 코오롱이 2017년부터 성분이 바뀐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보도도 이어지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검찰 수사도 같은 기간 시작됐다.

인보사 사태를 둘러싼 검찰과 식약처 판단의 핵심은 코오롱이 △주성분 자체의 변경·바꿔치기 △암세포 등 안전성이 결여된 상품을 제조·판매 등을 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이 인보사 관련 코오롱 관계자들을 수사할 당시 처음 청구된 코오롱생명과학 임원 2명의 구속영장에 따르면 “인보사 2액의 주성분이 암세포라는 사실을 알고도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기업의 이익 추구를 위해 ‘대국민 사기극을 벌였다’”라고 기재돼 있다. 식약처에서는 인보사의 품목허가가 취소됐다. 임상시험계획 승인도 취소됐고, 정부의 연구비마저 환수 처분과 함께 연구개발사업 참여 제한도 있었다. 코오롱은 지난 2015년 글로벌 첨단바이오의약품 기술개발사업에 선정되면서 3년간 총 82억원의 지원금을 받은 바 있다.

박상혁 화우 변호사는 “황우석 사태를 거친 감정적 트라우마로 사태가 더 커졌던 것 같다”며 “과학적인 접근을 통한 사실 판단이 필요해 보였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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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수준에서 오류 가능성 주장한 화우

화우를 선임한 코오롱은 2020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연구비 환수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당시 정부로부터 연구비를 받아 연구를 시행한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취지에서다.

화우는 변론 과정에서 세포의 기원 유래부터 설명했다. 당시 기술 수준에서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컸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2액 세포는 개발 과정에서 세포의 형질이 전환된다. 이런 세포를 만들 경우 어떤 세포를 사용하든지 종양 원성(종양을 만드는 것)이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 FDA가 세포의 분열·증식과 종양 원성 차단을 위해 방사선을 쬐어야 한다고 권고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지성 화우 변호사는 “2005년 당시 한국 식약처와 미국 FDA 등이 이미 인지하고 있었던 문제로, 인보사는 이를 고려해 조치가 취해진 상태의 의약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방사선 조사로 세포의 기원 등에 상관없이 종양 원성을 차단했기 때문에 의약품으로서 안전성을 확보했다는 논리”라고 덧붙였다. 

화우는 미국에서 인보사에 대한 과학적 평가가 변하지 않은 점, 형사 처벌도 논의되지 않은 점도 증거로 제시했다. 특히 2021년 4월 미국 FDA의 시험(환자 투약)을 계속해도 된다는 리무브 클리니컬 홀드(Remove Clinical Hold) 공문도 근거로 냈다. 임상 1·2상 시험 결과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3상 시험을 재개해도 된다는 내용이었다. 당초 티슈진의 연구가 성실이 이행됐다는 점을 입증하려는 취지였다.

이 변호사는 “연구 자체가 잘못되지 않았다는 점을 설득하기 위해 거시적인 부분에서부터 접근하는 전략을 세웠다”고 했다. 총 4개 분야로 구성된 연구과제도 신라젠 등 다른 연구진에 비해 성과가 좋았던 점을 강조했다. 당시 세부 연구 목표로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 △미국 임상 3상 △연골세포 대량생산 공정 개발 △관절경 수술 연구 등이 제시됐는데, 코오롱은 임상 3상이 지연된 것을 빼곤 모두 달성했다. 김 변호사는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면 세부 과제를 달성할 가능성이 전혀 없어진다”며 “충실한 연구였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다.

법원 판단, 과기부·복지부와 달라

재판부는 화우의 주장을 대다수 받아들였다. 사업의 4개 과제 중 3개를 성공적으로 달성해 실패한 연구가 아니었고, 기타 부정한 방법이 연구에 개입되지 않았다는 것이 재판부의 설명이었다. 1심에서 인정된 이 판단은 항소심에서도 그대로 유지됐다. 재판부는 “2019년 4월 품목허가가 취소되는 등의 사태가 연구개발 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며 “2액 세포의 유래에 관한 착오는 인보사 초기 개발 당시 신장세포(GP2-293세포)의 형질변이를 발견해 내지 못한 데 기인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를 알면서도 정부 사업에 지원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코오롱은 미국 FDA의 임상 중지 명령으로 인해 환자 투약과 같은 임상 진행이 불가능했지만, 다른 연구가 수행되기도 했다”며 “다른 3개 과제의 연구 목표는 모두 달성했고, 과제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연구개발의 성과가 극히 불량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의 재량권 일탈·남용도 있다고 판단했다.

화우의 TF팀을 이끈 박재우 변호사는 “자칫하면 근거 없는 의혹으로 사장될 위기에 처했던 세계 최초 무릎골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 인보사의 연구 성과와 가치를 다시금 인정해 준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