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 스쿠터 브라운 이타카홀딩스 대표, 스콧 보세타 빅머신 레이블 그룹 CEO, 저스틴 비버, 세븐틴, BTS가 하이브의 이타카홀딩스 인수를 축하하고 있다. 사진 하이브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 스쿠터 브라운 이타카홀딩스 대표, 스콧 보세타 빅머신 레이블 그룹 CEO, 저스틴 비버, 세븐틴, BTS가 하이브의 이타카홀딩스 인수를 축하하고 있다. 사진 하이브

방탄소년단(BTS)이 속해 있는 하이브(HYBE·옛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미국의 대형 레이블(음반사) ‘이타카홀딩스’를 1조1860억원에 인수한다. 국내 엔터테인먼트사의 인수합병(M&A) 중 최대 규모 거래이자 첫 해외 레이블 인수다. 하이브는 세계적 스타를 발굴한 미국의 거물급 제작자인 스쿠터 브라운 이타카홀딩스 대표를 사내이사로 맞이함과 동시에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등도 주주로 함께하게 됐다.

하이브는 지난해 10월 상장 후 6개월 만에 △네이버와 지분 교환 등을 통한 네이버 ‘브이라이브(V LIVE)’의 위버스와 통합 추진 △자회사 비엔엑스와 함께 YG플러스 2대 주주로 등극 △유니버설뮤직과 2개의 조인트벤처 설립 등을 발표하며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인수 건은 ‘BTS가 군대에 간 후에는 성장성이 불투명하다’ ‘BTS에 수익 구조가 치중됐다’는 투자 업계의 우려를 한 번에 날려버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은 미국과 일본의 선진 문화가 국내로 도입된 경우가 많았다. 하이브의 이타카홀딩스 인수는 한국 문화 산업을 G7(주요 7개국)에 수출하며 판도를 뒤집은 첫 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 1970년대 중화학, 1990년대 반도체에 이어 21세기 주도 산업인 콘텐츠 산업에서 한국의 영역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브라운 대표는 “역사를 만들고 음악 산업을 혁신하며 판 자체를 뒤집을 기회”라고 했다. 비버 역시 “함께 역사를 만들자”고 말했다.

하이브는 유망한 연예인을 발굴해 육성하는 기존 엔터테인먼트사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하이브 강점은 팬덤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Weverse)’에 있다. 하이브가 2019년 선보인 위버스는 아티스트가 직접 사진을 올리고, 팬과도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다.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아티스트 관련 물품이나 유료 콘텐츠 등도 판다. 음악과 아티스트 팬덤이 모여 소통하고 연대할 수 있다. 위버스는 증강현실(AR) 아바타 서비스, 네이버 ‘제페토’를 통해 BTS 멤버의 모습을 딴 아바타 캐릭터 타이니탄을 선보이기도 했다. 위버스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도 지난해 하이브의 총매출액 7963억원 중 41%(3280억원)를 책임졌다. 방시혁 하이브 대표이사 겸 의장은 상장기념식에서부터 “세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이 되겠다”고 했다.


글로벌 레이블로 도약…BTS 의존도 낮춰

이번 인수 대상에는 이타카홀딩스 산하에 스쿠터 브라운이 이끄는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제이 발빈, 데미 로바토 등이 소속된 매니지먼트사 ‘SB프로젝트’와 테일러 스위프트를 발굴해 사세를 확장한 레코드 레이블 ‘빅머신 레이블 그룹’도 포함된다. 이외 TV 및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콘텐츠 제작·유통사, 의류·뷰티 사업 등도 있다.

하이브는 이타카홀딩스와 결합으로 BTS에 대한 의존도를 낮춤과 동시에 소속 아티스트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고 플랫폼 사업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이브의 BTS에 대한 의존도는 2019년 97%에 달했다. 2019년 소스뮤직과 2020년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KOZ까지 인수했지만, 여전히 BTS의 매출 비중이 85%였다.

하이브가 단순히 이타카홀딩스를 인수하는 것을 넘어 브라운 대표와 주요 아티스트가 직접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도 관심이다. 하이브 아티스트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든든한 현지 지원으로 본격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스쿠터 브라운 대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브라운 대표는 저스틴 비버를 발굴한 인물로 싸이와 CL의 미국 진출을 돕기도 했다. 그는 소셜미디어(SNS), 온라인 마케팅의 귀재로도 꼽힌다. 2012년 싸이가 미국 시장에서 화제를 모은 배경에는 트위터 팔로어가 375만 명인 브라운 대표가 “내가 어떻게 이 친구와 계약을 안 했을 수가 있지?”라는 트윗을 날린 영향도 크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미국 아티스트의 음반 발매와 공연·방송 활동을 담당하는 매니지먼트가 분리돼 있다. 저스틴 비버와 아리아나 그란데도 소속 레이블은 유니버설 계열이지만, 이들의 매니지먼트는 SB프로젝트다. 미국에서는 특히 방송 출연, 콘서트 표 매진과 관련해 매니지먼트 영향력이 크다. 물론 SB프로젝트 산하 아티스트도 아시아 시장에서 더욱 활발히 활동할 수 있게 된다.

이타카홀딩스는 지난해 매출액 1550억원, 영업이익 190억원의 실적을 냈다. 하이브의 지난해 매출액이 7962억원, 영업이익이 1455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크지 않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하이브와 이타카홀딩스의 결합은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본다.

하이브는 유튜브 구독자 1~4위 글로벌 아티스트를 모두 보유하게 된다. 음악 시장에서 유튜브 구독자가 많은 것은 그만큼 아티스트의 소셜 채널과 영상 콘텐츠 파급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 세계 아티스트 기준 유튜브 구독자 1위는 저스틴 비버(6220만 명)다. 그가 최근 발표한 신곡 ‘피치’는 빌보드 핫100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아리아나 그란데(4770만 명)와 BTS(4720만 명)도 상위권이다. 위버스에 비버와 그란데 같은 팝스타가 합류하면 플랫폼의 힘은 더욱 커진다. 이들은 그동안 앨범과 콘서트 투어에 집중해 간접 참여형 매출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이번 인수로 IP가 통합 운영되면 위버스의 거래액이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하이브는 YG엔터테인먼트의 협력으로 전 세계 아티스트 유튜브 구독자 2위인 블랙핑크(5980만 명)의 위버스 합류도 앞두고 있다. 이외 빅히트의 트레이닝, 팬덤 비즈니스 역량과 이타카홀딩스의 시장·산업 전문성을 접목하면 세계적 아티스트 육성과 함께 다양한 신사업 발굴이 가능하다.

안진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양한 국내외 아티스트 라인업으로 투어를 개최할 경우 하이브의 글로벌 음악 시장 점유율(2020년 2%)은 생각보다 빠르게 올라가고, 더 나아가 글로벌 음악 시장 주도권을 한국이 가져오는 꿈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팬 커뮤니티 플랫폼’ 후발주자 엔씨의 추격

하지만 하이브에 부담이 되는 요인도 있다. 팬 커뮤니티 플랫폼 시장에 국내 3위 온라인게임 업체 엔씨소프트가 올 1월 도전장을 낸 게 대표적이다. 엔씨소프트는 카카오와 손잡고 ‘유니버스’를 강화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하이브·네이버·YG엔터테인먼트처럼 투자 등의 거래를 한 것은 아니지만, 카카오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과 플랫폼 연동을 시작하며 향후 협업 가능성을 남겨뒀다. 이외 하이브가 핵심 사업인 음반과 레이블 사업을 분할해 ‘빅히트 뮤직’을 신설한다고 밝힌 점도 우려 요소다.

안상희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