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임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일고 있는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일대. 사진 조선일보 DB
LH 임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일고 있는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일대. 사진 조선일보 DB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을 두고 전문가들은 “대단한 솜씨”라며 혀를 내두르고 있다. 동원된 방법이 매우 다양하면서도 하나하나가 규정의 빈틈을 노리는 ‘신의 한 수’라는 것. 이른바 ‘선수’들의 천태만상 꼼수를 살펴봤다.


1장│땅을 확보하라

대규모 택지개발은 통상 맹지나 농지에 이뤄진다. 이 중 농지는 농지법상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에 따라 취득 시 지자체에 농업 경영계획서(영농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LH 직원들은 신도시 부지의 농지를 매입한 후 벼나 고구마 등을 재배하겠다고 신고했다.

꼭 농지가 아니더라도 개발 대상지 안에 자손이나 관리해 줄 사람이 없는 무연분묘(無緣墳墓)가 있으면 무연분묘를 가족의 묘인 것처럼 속여 땅 지분을 주장할 수 있다. 이 경우 보상금뿐 아니라 분묘 이전비와 보조비도 함께 타낼 수 있는데, 이 금액이 최대 수억원에 이른다. 광명·시흥 신도시 지역에서도 일부 공인중개사들이 묘지로 가득 찬 토지를 쪼개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땅을 확보했다면 보상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토지 지분을 바꾸는 ‘쪼개기’와 ‘합치기’ 작업이 시작된다. 쪼개기는 보통 건물이나 땅의 지분을 나눠 구분등기를 해, 개발 시 아파트 분양권이나 대토(代土) 보상을 많이 받아내는 행태다.

현행 규정상 개발 관련 공고일 이전부터 1000㎡ 이상의 땅을 받으면 대토 보상이나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 이번에 투기 의혹을 받는 LH 직원들은 5000㎡가량의 부지를 1000㎡ 정도의 4개 구역으로 쪼갰는데, 이를 통해 분양권을 4개까지 늘려 받을 수 있게 됐다.

1000㎡가 채 안 되는 토지들은 ‘합치기’를 통해 기준을 맞췄다. 경기도 과천 미니신도시 예정지에서는 LH 직원이 다른 2명과 함께 3개 필지를 매입한 후 하나로 합쳐 1350㎡의 땅을 만들었다. 업계에서는 이를 전형적인 합치기 작업으로 이해하고 있다.


과림동의 LH 직원 투기 의혹 토지에 나무 묘목들이 심어져 있다. 사진 연합뉴스
과림동의 LH 직원 투기 의혹 토지에 나무 묘목들이 심어져 있다. 사진 연합뉴스

2장│땅의 가치를 높여라

땅의 크기와 형태가 정해졌다면 투자를 통해 땅의 가치를 올려야 한다. 땅으로 수익 행위를 해왔다면 수익 행위에 해당하는 만큼의 보상을 해야 하는 토지보상법상, 땅의 가치가 높아야 보상금도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LH 직원들은 농지에 벼·옥수수 등을 재배하겠다고 영농계획서에 신고했지만, 실제로는 작물보다 보상 가치가 훨씬 큰 용버들 등의 묘목을 심었다. 이때 조달청의 조경수목 단가가 비싸게 책정됐거나, 단가표에 등록되지 않은 희귀 수종이라 보상액을 과다 책정할 수 있는 수목을 고르는 것이 유리하다. 보상 시 나무 1주당 이식 비용의 2배를 우선 보상하기 때문에 나무의 수가 많은 것도 중요하다. 또 크고 굵게 자라야 이식 비용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용버들은 이 조건을 거의 완벽하게 충족하는 수종이다. 묘목은 1그루당 3000원 안팎에 불과하지만, 병충해에 강하고 특별한 관리 없이도 빠르게 성장해 2~3년만 지나도 최대 수만원까지 가치가 올라간다. LH 직원들은 이를 노려 1㎡당 20그루 가깝게 용버들을 심었는데, 이렇게 광명·시흥신도시 부지 일대에 심어진 용버들의 보상가는 대략 8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나무 외에 동물이나 비닐하우스 등도 동원된다. 지난 2010년 위례신도시 토지 보상이 이뤄질 당시 위례신도시에서 투기 목적의 비닐하우스 1700여 동, 무단으로 반입한 벌통 8000여 개가 적발됐다.

미사·감일·감북지구 등에서도 토지 보상을 노린 770건의 불법 설치물과 닭 921마리, 개 640마리, 오리 504마리 등이 적발됐다. 현행 규정은 나무의 이식 비용 보상처럼 닭 200마리, 개 20마리, 오리 50마리 이상을 기르면 땅값과 함께 축산업 손실비와 이전비 등을 보상하도록 하는데 이를 노린 것이다.


3장│‘간접보상’까지 살뜰히 챙겨라

이주자 택지, 생활대책, 협의양도인택지 등 간접보상도 놓치면 안 된다. ‘이주자 택지’는 신도시 예정지 공람 공고일 1년 전부터 집을 갖고 거주한 사람이 받을 수 있는 택지다. LH 직원들이 수도·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속칭 ‘벌집’이라 불리는 임시 조립식 주택을 지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으로 보인다.

‘생활대책 용지’는 토지 수용으로 생계 수단을 상실한 사람에게 생계를 영위할 수 있는 상업 용지에 대한 우선 분양권을 주는 것이다. 일반 분양가보다 싼 가격에 신도시 상가를 분양받을 수 있는데, LH 직원들이 쓰지도 않을 비닐하우스를 지은 것이 생활대책 용지 때문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협의양도인택지’는 토지 1000㎡를 가진 토지주가 토지 보상에 적극적으로 임하면 제공하는 일종의 인센티브다. 현금 보상 중 일부 금액만큼 다가구주택 또는 상가주택을 지을 수 있는 단독주택 용지로 우선 분양받게 된다. 이 경우 싼값에 신도시 땅을 산 뒤 전매도 할 수 있어 이를 노리고 투기에 나선 이들이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plus point

LH 사태의 전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의 사전 땅 투기 의혹은 3월 2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기자회견에서 처음 제기했다. 기자회견에 따르면 LH 직원 13명은 지난 2018년부터 광명·시흥신도시 부지 일대에 2만3000㎡를 매입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첫 의혹이 터진 바로 다음 날인 3월 3일 “전수조사를 빈틈없이 하라”는 지시를 내렸으나, 첫 정부 합동조사단에는 문재인 정권과 마찰을 빚던 검찰과 감사원이 제외되고 LH 직원들의 투기 당시 LH 사장을 역임한 변창흠 장관의 국토교통부가 포함돼 ‘셀프 수사’ 논란이 일었다. 이후 언론을 통해 다른 3기 신도시부지에도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논란이 커지자 변 장관은 3월 12일 사의를 표명했으나 문 대통령은 이를 사실상 반려했고, 16일에는 문 대통령이 대국민사과를 했다. 문 대통령은 “공직자들의 부동산 부패를 막는 데서부터 시작해 사회 전체에 만연한 부동산 부패의 사슬을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했다. 이후 28일에는 당·정이 모든 공무원의 재산 등록을 의무화하기로 결정했다. 들끓는 여론은 3기 신도시 지정 취소와 LH 해체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3기 신도시를 취소할 경우 공급난이 더 심해질 수 있고, 섣부른 LH 해체로 부패나 독점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3기 신도시 일정이 변동되면 공급에도 차질이 생겨 그 피해를 국민들이 입을 수 있다”면서 “공급이 빨리 돼야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고 서민의 내 집 마련 가능성이 올라가기 때문에 예정대로 진행하는 게 맞다”고 했다.

유병훈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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