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가 국내에 처음 출시한 픽업트럭 ‘레인저 랩터’. 오프로드 주행에 특화된 랩터에는 2.0L 바이터보 디젤 엔진이 탑재됐다. 사진 포드코리아 / 포드 ‘레인저 와일드트랙’은 오프로드뿐 아니라 온로드에서도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사진 포드코리아
(왼쪽)포드가 국내에 처음 출시한 픽업트럭 ‘레인저 랩터’. 오프로드 주행에 특화된 랩터에는 2.0L 바이터보 디젤 엔진이 탑재됐다. 사진 포드코리아
(오른쪽)포드 ‘레인저 와일드트랙’은 오프로드뿐 아니라 온로드에서도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사진 포드코리아

과거 ‘짐차’로 여겨졌던 픽업트럭 시장이 차박(車泊) 열풍을 타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동안 쌍용차의 ‘렉스턴 스포츠’가 독식하던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2019년 한국GM이 미국 정통 픽업 ‘콜로라도’를 출시하면서 판이 커졌다. 이어 지난해 지프가 ‘글래디에이터’를 내놓았고, 포드는 올해 ‘레인저’를 선보였다. 소비자 선택지가 다양해진 것이다.

픽업트럭은 트렁크에 뚜껑이 없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로, 비포장도로(오프로드)와 개인 화물 수송 수요가 많은 미국이나 호주, 중동, 아프리카 등에서 인기 있다. 그런데 최근 캠핑 등 레저를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국내에서도 픽업트럭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출시 직전인 3월 30일 포드 레인저를 타봤다. 전 세계 130개국의 다양한 환경과 거친 기후, 지형에서 주행 테스트를 거친 포드 레인저는 견인력이 좋은 ‘와일드트랙’과 오프로드 주행에 특화된 ‘랩터’ 두 모델로 출시됐다.

레인저의 선 굵은 외관 디자인과 전면부의 높은 벨트라인 때문에 이 픽업트럭을 처음 보면 마치 육중한 군용 트럭을 마주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오버행(앞 차축에서 차량 맨 앞부분까지의 거리)이 짧아 오프로드 주행에 적합한 진입 각을 제공한다. 데이비드 제프리 포드코리아 대표는 두 모델을 내놓으면서 “한 차원 높은 포드의 픽업트럭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얘기했는데, 레저 활동이 증가하는 국내에서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드는 레인저의 주행 성능을 증명해 보이겠다며 인천 중구 을왕동에 오프로드 시승로를 꾸몄는데, 꽤 험난한 코스로 구성됐다. 성인 남성 허벅지 굵기의 바위가 깔린 록 크롤링(rock crawling) 구간과 모래가 푹푹 빠지는 사막로를 지나면 40도에 이르는 경사로와 수심 85㎝의 도강(渡江) 구간이 나온다.


포드 레인저 랩터의 실내. 사진 포드코리아
포드 레인저 랩터의 실내. 사진 포드코리아

탁월한 험로 주행 기능

먼저 뉴 포드 레인저 랩터를 몰아봤다. 차 높이가 1870㎜에 이르는 랩터는 운전석에 오르기 쉽지 않았다. 말 안장에 오르듯 발판을 딛고 운전석에 앉아 스티어링 휠을 잡는 것만으로 압도적인 느낌이 들었다. 가속 페달을 밟자 2.0L 바이터보 디젤 엔진의 힘이 그대로 느껴졌다. 육중한 차체를 가볍게 끌고 출발한 랩터는 생각보다 쉽게 가속이 붙었다. 시속 70㎞까지 속력을 높이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랩터와 와일드트랙에는 2.0L 바이터보 디젤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돼 최고출력 213마력과 51.0㎏·m의 최대 토크를 낸다. 2.0L 바이터보 엔진은 포드가 가장 최근에 개발한 고출력 엔진으로, 2.0L 디젤 차종 중 가장 큰 퍼포먼스를 낸다.

랩터는 지름 20~30㎝ 정도 크기의 바위가 가득한 록 크롤링 구간에서 탁월한 주행 성능을 발휘했다. 바퀴가 아니라 마치 네 개의 다리가 움직이며 바위를 짚고 올라가듯 여유롭게 험로를 지났다. 포드 레인저에는 좌우 바퀴에 같은 엔진 힘을 주도록 제어하는 ‘디퍼런셜 록’ 시스템이 탑재됐는데, 이 덕분에 험로에서 한쪽 바퀴가 공중에 뜬 상태에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랩터에는 육중한 차체와 비교하면 다소 작아 보이는 17인치 알로이 휠이 적용됐는데 이는 오프로드 주행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한 선택이다. 타이어는 285㎜의 대형 사이즈가 적용됐다. 내부 인테리어는 간결하다.

랩터는 심한 경사면을 오를 때도 어려움이 없었다. 경사가 너무 심해 올라가지 못할 것 같다고 망설이는 기자에게 인스트럭터는 충분히 가능하다며 출발을 지시했다. ‘4L(사륜구동 로)’ 모드에서 랩터는 그다지 큰 힘을 들이지 않고 경사를 올랐다. 랩터는 더 가혹한 험로를 지날 수 있도록 설계돼 진입·탈출 각이 와일드트랙보다 3도 정도 크다. 엔진의 힘도 좋았지만, 폭스 쇼크업소버가 포함된 퍼포먼스 서스펜션이 충격을 상당히 흡수한 덕에 운전 피로도가 높지 않았다. 고속으로 경사면을 오를 때 차체가 일시적으로 공중에 떴다가 거친 노면에 착지할 때 상당한 충격이 예상됐지만, 차체는 곧바로 중심을 잡았다.

급격한 내리막길은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에서 모두 발을 떼고 통과했다. 차가 스스로 브레이크를 제어하는 ‘힐 디센트 컨트롤(HDC)’을 활성화해 저속으로 내리막길을 안정적으로 지났다. 수심 85㎝의 물웅덩이에 진입하자 흙탕물이 운전석 시트 부분까지 차올랐지만, 랩터는 어렵지 않게 통과했다. 포드 측은 물이 엔진이나 변속기로 유입되지 않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랩터에는 사막, 빗길, 산악, 스포츠, 눈길 등 주행 환경에 따라 토크 성능과 변속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지형 관리 시스템(TMS)과 오프로드 레이싱 모드인 ‘바하 모드’도 탑재됐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갖춘 와일드트랙

최대 600㎏을 싣고 3.5t을 견인할 수 있는 와일드트랙은 높이가 1850㎜로 랩터보다 다소 낮고, 차 길이와 폭도 각각 5490㎜, 1870㎜로 랩터(길이 5560㎜, 폭 2030㎜)보다 작다. 중량은 랩터는 2030㎏, 와일드트랙은 2310㎏이다. 랩터가 가혹한 오프로드를 즐기는 운전자를 위한 픽업이라면 와일드트랙은 견인력에 초점을 맞췄다. 오프로드를 지날 때 확실히 랩터보다 충격 흡수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속도를 높이면 흔들림은 훨씬 심해졌다. 와일드트랙의 도강 높이는 65㎝로 랩터보다 낮다.

대신 와일드트랙에는 차로유지보조, 어댑티브 크루즈 콘트롤, 액티브 파크 어시스트 같은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 적용됐다. 픽업트럭이지만 도심 주행 시에도 운전자가 편안하고 쉽게 주행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접지력이 높은 18인치 휠이 적용됐다.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SUV라면 오프로드 주행 성능을 강조하는 모델이 대부분이었는데, 와일드트랙은 안정적인 온로드 주행과 우수한 견인력을 갖춘 만큼 소비자의 다양한 선호를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레인저의 판매 가격은 와일드트랙이 4990만원, 랩터가 6390만원이다. 와일드트랙과 랩터의 복합연비는 각각 리터(L)당 10.0㎞, 8.9㎞다.

연선옥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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