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27일 세계적인 여배우 니콜 키드먼은 최신영화인 <점령> 촬영 중 타고 있던 재규어 승용차가 촬영 장비에 미끄러지면서 시속 72Km로 가로등 기둥과 충돌하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의 상황을 담은 영상에서도 알 수 있듯 요란한 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는 등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다음날 키드먼은 멀쩡한 모습으로 촬영장에 나타나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영연방국 중 하나인 호주 출신으로 평소 재규어 마니아로 알려진 니콜 키드먼이 이번만큼은 애정을 쏟아오던 애마의 덕(?)을 본 것이다.

잘 알려져 있듯 재규어는 안전성, 스타일, 성능 등 모든 면에서 영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다. 특히 네 개의 헤드라이트와 보닛의 곡선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라이온스 라인’의 독특한 디자인은 자동차의 유행과 장르를 넘어 마니아들의 뇌리에 깊이 박혀있다.

많은 자동차 전문가들과 애호가들이 재규어 예찬론을 펼치게 하는 것도 차 자체의 성능과 더불어 이 같은 독특한 디자인이 한 몫을 한다. 일례로 지난 2002년 영국의 권위 있는 자동차 전문지 <오토카>는 ‘자동차 역사상 가장 섹시하고 아름다운 차’로 1961년 발표한 재규어 E타입을 선정하기도 했다.

재규어의 시작은 지난 19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해 연안의 시골마을 블랙풀에서 모터사이클광 윌리엄 라이온스가 친구 왐슬리와 함께 사이드카 제작사인 ‘스왈로우 사이드카 컴퍼니’를 세운 것이 그 시작이다. 영국 황실의 지정 차량으로 품격과 전통을 중시하는 재규어지만 그 시작은 스물을 갓 넘긴 청년들의 스피드에 대한 열정으로 시작된 것이다.

1940~1950년대 르망레이스 등 각종 자동차 경주대회를 휩쓸던 재규어는 2차 세계대전이 갓 막을 내린 1961년 자동차 역사상 ‘최고의 차’ 중 하나로 꼽히는 E타입을 제네바 모터쇼에 내놓는다. ‘안락한 슈퍼카’라는 컨셉트의 E타입은 재규어 역사의 또 다른 시작이었다. 완성도, 성능, 스타일, 가격 등에서 E타입은 자동차에 요구되는 네 박자를 갖춘 차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E타입의 대성공을 바탕으로 재규어가 본격적으로 고급 세단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한 건 1968년 창시자들의 디자인 철학에 첨단의 성능과 세련미를 집약시킨 XJ6살롱을 내놓으면서부터다. 이 차는 현재 재규어의 플래그십 모델이자 최고급 모델인 XJ모델의 모태가 된 차로 이후 1999년 S타입이 출시되기 전까지 가장 많이 팔린 모델로 기록된다.

이후 20여 년간 영국은 물론 북미지역에서 ‘럭셔리카’의 대표주자로 군림하던 재규어는 1980년대 초반 영국 경제위기의 여파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창립자인 윌리엄경도 1985년 세상을 떠난다.

결국 1989년 재규어는 포드와 합병한다. 때문에 현재 재규어는 포드그룹의 일원인 PAG그룹 산하로 같은 영국계의 랜드로버와 함께 딜러망을 갖추고 있으며 PAG그룹의 또 다른 브랜드로는 애스턴마틴과 볼보가 있다. 하지만 PAG그룹 산하의 메이커들은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제외하고는 각기 다른 라인에서 생산되며 내부 경쟁을 추구하는 포드그룹의 전략 아래 각기 최대한의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다.

부활의 포효를 한 재규어

한때 주춤하던 재규어가 포드와의 합병으로 본격적인 시너지효과를 내기 시작한 것은 바로 S타입과 X타입이 연이어 출시된 2000년을 전후해서다. 1999년 재규어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S타입이 출시되고 2001년 ‘베이비 재규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X라인이 새로 등장하면서 지금처럼 플래그십 XJ, 중형세단 S, 준중형세단 X, 스포츠카 XK 등의 타 메이커의 각 라인에 대응하는 세분화된 라인업을 갖추게 된 것.

이후 재규어는 생산 자동화와 품질 향상은 물론 각 라인들이 안정된 판매 성과를 보여주면서 부활의 날개를 펼치고 있는 중이다. 이는 2006년 총 생산 대수는 20만 대를 훌쩍 넘어선 것이나 유수의 자동차 어워드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는 사실에서 잘 드러난다.

재규어 플래그십카인 XJ모델의 경우 2003년, 2004년 연속으로 영국 BBC의 자동차 매거진 <탑기어>가 실시한 차량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최고의 럭셔리 차량’으로 선정됐다. 또 미국의 품질 평가 전문기관 JD파워가 북미지역에서 판매되는 차량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4년 ‘판매만족도’ 조사에서 1위, 2005년 ‘신차품질 조사’에서 유럽 자동차 부문 1위를 차지했고, XJ8은 전 미자동차 협회(AAA)에서 2006년 최고의 차로 선정됐다.

더불어 지난 2월7일에 발표된 영국의 자동차 권위지 <비즈니스카>에서 시상하는 ‘2006년 비즈니스 카 어워드’에서는 XJ모델이 BMW, 아우디, 렉서스 등의 고급 세단들을 누르고 2년 연속 최고 럭셔리카 자리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현재 재규어는 북미지역에서 벤츠, BMW와 함께 3대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로 평가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도로 위에서 재규어를 만나기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강남 등지를 중심으로 재규어가 부쩍 자주 눈에 띄고 있다.

지난해 재규어의 한국법인인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는 재규어를 440대 판매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101.8% 증가한 성적으로 인피니티와 폭스바겐에 이어 수입차 브랜드 중 최상위권의 성장세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 전년 대비 10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한 재규어와 올해 SUV(스포츠 유틸리티 비히클) 신차 출시를 대거 앞둔 랜드로버는 올해 두 브랜드를 합쳐 전년 대비 50% 이상 높은 판매량인 1000대를 목표로 삼고 있다.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관계자는 “올해 다양한 신차 출시를 통해 폭 넓은 고객층을 확보하고 합리적인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딜러망과 A/S 강화 등을 통해 소비자의 만족도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승기 재규어 XJ 3.0

나지막한 맹수 울음소리의 미학

먼저 밝혀둘 게 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기자의 위시리스트 상위권엔 항상 재규어 S타입이 올라 있다. 잡다한 설명은 빼고 단 하나, 재규어 S타입이 가진 뭔가 있어 보이는 ‘아우라’가 마음을 흔들어 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시승은 S타입이 아닌 XJ타입으로 하게 됐다. 위안이라면 XJ타입은 S타입보다 한 단계 윗 라인이라는 점.

XJ모델엔 현재 세 가지가 있다 V형 8기통 엔진을 얹은 XJ8 3500㏄와 4200㏄가 핵심이다. 여기에 2006년 2월 한국에 들여온 V6 3000㏄을 엔진을 단 XJ 3.0이 덧붙여지는데 이번에 시승한 차가 바로 이 차다.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아우디 A8 등이 이 바로 XJ의 경쟁 모델들이다.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외관을 보자 웃음부터 나왔다. ‘웃겨서’가 아니라 ‘좋아서’다. 어디서건 눈에 띄는 재규어의 독특한 디자인 컨셉트인 ‘라이온스 라인’은 당연한 것이고, 차의 색이 엘리자베스 여왕이 직접 자기 차로 골랐다는 그 유명한 ‘브리티시 그린’이다.

차체는 타 메이커에 비해 꽤 길고 낮았다. 이 차의 길이(전장)는 509cm. 국산차 중 GM대우의 스테이츠맨(485cm)보다는 길고 에쿠스(512cm)보다는 약간 짧다. 하지만 늘씬한 디자인 덕분에 느낌으로만은 훨씬 길고 커 보인다.

수작업을 거쳤다는 내부의 나무 장식은 꽤 고급스럽다. 중앙에 달린 아날로그 시계도 고전적이라는 느낌을 줬다. 아날로그 시계나 나무 장식이 최근의 자동차들의 추세와는 약간 벗어난 듯하지만 ‘이게 바로 전통과 명예를 중시하는 재규어의 특징’이라고 차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이기로 했다.

각종 조작 버튼은 센터페시아에 집중돼 있다. 버튼들도 큼직하고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지 않아도 어떤 버튼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바로 머리에 들어온다. 배열도 복잡하지 않고 안정적인 편이다.

재규어의 운전석 계기판은 단출하게 꾸며져 있어 집중도가 높다. 전체적으로 독일 차 계열의 계기판이 붉은색을 띄고 있어 ‘나를 데리고 신나게 달려봐’하는 드라이버의 느낌이고, 일본 차 계열이 밝은 흰색으로 ‘나는 뛰어난 성능을 지닌 차입니다’라는 엔지니어의 느낌이라면 초록색 계열의 재규어는 ‘편안히 모시겠습니다. 주인님’하는 멋진 중년의 집사 같은 느낌이다. 또 가죽시트도 고급 소파만큼이나 안락하다. 전체적으로 집안 거실처럼 편안한 느낌을 주는 것이 디자이너의 목표였던 것 같다.

각종 편의장치도 다양한 편이다. 운전석과 운전대의 높낮이는 물론 페달의 높낮이도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고 뒷좌석에서 냉난방 장치를 별개로 조절할 수 있다. 또 오디오 시스템과 전화도 각 좌석의 위치에 맞춰 최적화할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운전석 열선을 누르면 운전대도 함께 따뜻해진다는 것.

XJ 3.0의 주행성은 절대 ‘폭발적’이라거나 ‘다이내믹’하다거나 하는 수식어는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운전하는 재미가 ‘밍밍하다’는 건 결코 아니고 ‘매끄럽다’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게 바로 XJ 3.0이다. 서서히 가속페달을 밟자 160Km/h까지 전혀 문제없이 부드럽고 조용하게 뻗어나갔다. 그 이상도 주저 없이 달릴 기세였지만, 여건상 오른발의 힘을 풀었다. 제원상 최고속도는 233Km/h. 때마침 라디오에선 멘델스존의 교향곡이 흘러나왔다. 평소에 클래식을 즐기는 건 아니지만 재규어 특유의 정갈한 주행성과 맞물려 드라이브 뮤직으론 더할 나위 없었다.

XJ 3.0은 매끄러운 직진 주행성만큼은 어디다 내놓아도 빠지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솔직히 코너링은 그리 뛰어나다고 할 순 없다. 핸들이 국산차에 비해 좀 무거운 편이었지만(대부분 운전대가 무거운 차들이 핸들링이 좋은 편이었다) 착착 감기는 느낌이 별로 없다. 차체가 워낙 큰 것도 운전의 감각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한다.

제동은 차의 성격에 맞게 차분하게 그리고 안락하게 가라앉았다. 그럼에도 요철에서의 반응은 의외로 통통 튀는 느낌이다. 부드러운 주행성능에 단단한 서스펜션은 약간 언밸런스하다고 생각하지만, 최근 자동차들의 추세가 노면의 상태를 잘 전달하고자 하기 때문에 흠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수동기어도 좋은 성능을 보여줬다. J자 모양기어(재규어는 이를 J게이트라 부른다)의 조작감은 전혀 이질감이 없었고 나무로 만든 동그란 형태의 기어레버도 꽤 귀엽고 손바닥에 착 달라붙었다. 하지만 수동 조작 때 몇 단인지를 계기판에서 확인할 수 없는 게 약간 불편했다.

XJ 3.0을 시승하면서 가장 큰 매력은 엔진의 음향에 있었다. 실지로 XJ 3.0은 일본 차에 비견될 만큼 매우 높은 실내 정숙성을 가지고 있다. 제자리에 서있을 때도 빠르게 치고 나갈 때도 밖의 소음이 거의 완벽하게 차단됐다. 하지만 엔진소리만큼은 이상하리만치 또렷하게 들린다. 시끄럽게 산만하게 울리는 것이 아니다. 이 차의 메이커가 ’재규어‘이기 때문일까. 맹수가 낮게 그르렁대는 것처럼 조용하게 하지만 힘차게 귓전을 맴돈다. 안락하고 정숙하지만 절대 밋밋하지 않게 느껴졌던 게 특유의 정제된 엔진음이었을 것이다.

물론 XJ 3.0도 몇 가지 흠을 잡을 수 있다. 첫째로 수납공간이 좀 좁다. 콘솔박스나 문 아래쪽 공간은 괜찮지만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수납공간이 넉넉지 않다. 큰 차체에 비해 뒷좌석도 좀 좁은 편이었으며 실내 공간과 트렁크 용량이 전체적으로 타 메이커의 동급 차량에 비해 작은 축에 속한다. 또 인테리어가 ‘폼’나는 외관에 비해 못 미치는 편이다. 미적 감각이야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센터페시아 부근에 몰린 조작 버튼을 누르는 감각이라든지 만듬새 등이 너무 ‘고전적’이어서 최근 수입차들이 추구하는 ‘감성’적인 부분이 부족해 보인다.

그럼에도 미국 시장에서 판매 가격 기준으로 6만달러 이상 받을 수 있는 모델은 메르세데스 벤츠, BMW, 아우디와 재규어뿐이라고 한다. 때문에 재규어 XJ 3.0을 선택하게 하는 가장 큰 메리트 중 하나는 가격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억원(부가세 포함)이라는 점이다. 최근 3000만원대 수입차도 많이 등장했지만 사실 E클래스나 5시리즈, ES330 같은 중형급 베스트 셀링카들은 오히려 슬금슬금 가격이 올라가는 추세다. E클래스의 350모델은 이미 1억원을 돌파했다. 타 럭셔리 메이커와 비교해서 비슷한 가격으로 한 단계 상위 모델을 탈 수 있다는 사실은 소비자들에겐 큰 메리트다.

재규어 풀 라인업 & 2007년 주목할만한 차

재규어의 모델들은 고급 기종 순으로 XJ, S, X로 나뉜다. 스포츠카인 XK모델도 있다. X타입은 포드가 재규어를 인수하면서 보다 대중화한 모델이다. 동그란 라디에이터로 유명한 S타입은 그 중간쯤으로 보면 된다.

재규어의 플래그십 모델인 XJ시리즈는 1968년 재규어의 창시자인 윌리엄 라이온스의 디자인 철학과 성능을 결합시킨 XJ6 살롱을 시초로 탄생해 전 세계적으로 80만 대 이상 팔려나간 모델이다. 내부 프로젝트 명으로 사용된 ‘실험적인 재규어(experimental jaguar)'에서 유래된 재규어의 XJ시리즈는 현재 세계 재규어 판매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재규어 XJ는 100% 알루미늄 바디로 이루어져 있어, 기존 모델보다 40% 이상 감소한 차체 중량에도 불구하고 강성은 60% 이상 증가해 연비와 가속 시간, 안정성 면에서 주목할 만한 특징을 갖는다. 또 업계 최초로 우주 항공업에서 사용하는 최첨단 리벳 본딩 방식과 에폭시 수지 접착 방식으로 차체를 접합했다는 것도 재규어의 기술력을 잘 보여준다. 또 J게이트라 불리는 재규어의 6단 자동 변속기를 장착해 수동 스포츠모드 선택도 가능하다.

스탠더드 휠베이스의 경우 현재 V6 3.0모델이 판매 중에 있으며, B필러와 C필러의 보다 넓은 공간을 확보한 롱 휠베이스 모델은 V8 3.5, V8 4.2 모델이 현재 시판중이다. 3.0모델은 최대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30.6KGB·m, 0-100km/h 도달시간 8.1초의 성능을 보여준다.

여기에 올해 2월중으로 2.7리터 디젤엔진을 장착한 XJ 2.7D모델을 출시해 선택의 폭을 넓힐 예정이다. 이향림 재규어 코리아 대표는 “기존 XJ가 가진 최상의 승차감과 성능 그리고 경제성까지 겸비한 디젤 모델을 국내 시장에서도 곧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XJ 2.7D는 재규어의 명성에 걸맞은 최첨단 기술을 적용한 최고의 디젤차”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여기서 퀴즈 한 가지.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재규어의 모습을 했음에도 ‘다임러’라는 메이커를 단 차를 길에서 봤을 수 있다. 다임러는 재규어의 플래그십인 XJ 중에서도 최고급 기종에게만 붙는 일종의 ‘작위’다. 1960년 고급 자동차 메이커인 ‘다임러’를 재규어가 인수한 이래 이어진 전통적인 명칭.

다임러엔 수퍼차저 4.2리터 V8 DOHC 엔진을 탑재해 최대출력 400마력에 최대토크 56.4kg·m의 성능을 자랑한다. 이 같은 고성능 엔진과 더불어 100% 알루미늄 바디를 적용해 0-100km/h를 불과 5.3초에 주파한다.

외관의 경우 다임러의 유산을 잇는 세로 홈 그릴과 시그니처가 새겨져 있고, 백미러와 후미등엔 크롬으로 장식돼 있어 XJ 이상의 럭셔리함을 전한다. 또 재규어 역사상 가장 크고 긴 차일뿐 아니라 동급 경쟁차 중에서도 최장의 전장을 자랑하며 모든 시트와 내장은 수공예로 마감되어 있다. 영국 황실의 전용차로 쓰이는 것이 바로 이 다임러 모델이다.

재규어 S타입은 재규어의 부활을 상징하는 모델이다. S타입은 스타일과 주행성능의 결합을 성공적으로 이뤄내 재규어의 세계 판매량을 2배 이상 신장시킨 모델로 특히 젊은 소비자에게 어필해 재규어의 대중화에 기여한 차다.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20만 대 이상 판매됐으며 재규어 본사의 자체 조사에서도 최고의 인지도를 기록했다.

1998년 데뷔했을 때 ‘현실로 다가온 꿈의 차’라는 극찬을 받기도한 S타입은 2002년 동급차종 중 최초로 6단 자동변속기와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를 탑재하는 등 디자인은 물론 기술적으로도 한발 앞서나간 차이다.

국내 판매 모델은 3.0리터 가솔린 엔진모델(S 3.0)과 2.7리터 디젤모델(S 2.7D)이 있다. S 3.0의 최고 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30.6kg·m, S 2.7D는 최고출력 207마력, 최대토크 44.4kg·m의 고출력을 뿜어낸다. 후방 충돌 시 승객을 보호하는 충격 흡수식 헤드레스트, 비상제동보조장치(EBA), 도로 상황에 따라 휠 스핀을 자동 조절하는 DSC(Dynamic Stability Control) 등의 각종 안정장치들이 모델 모두에 내장돼 있다.

X타입은 ‘베이비 재규어’라 불리는 콤팩트 스포츠 세단이다. 이 모델엔 재규어 최초로 ‘트랙션 4’라 불리는 AWD 방식을 채용, 앞뒤 바퀴 구동력을 평소에는 40:60으로 나누고 한쪽 바퀴가 미끄러지면 나머지 바퀴에 구동력을 집중시켜 안정된 승차감과 함께 핸들링 시 뛰어난 응답성으로 스포츠 세단다운 다이내믹한 드라이빙 성능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또 2000~2500rpm의 낮은 rpm에서도 최대토크의 90%가 발휘돼 재규어다운 순발력도 갖추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2.1, 2.5, 3,0의 세 가지 모델이 출시됐다.

지금의 재규어는 부드럽고 고풍스러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사실 재규어는 모터 스포츠의 역사와 함께 성장해온 도전과 젊음을 상징하는 메이커다. 지난 2005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첫 선을 보인 뉴 XK는 이 같은 재규어 본래의 철학에 충실한 모델이다. 스포츠카답게 길고 납작한 후드와 가파르게 깎아내린 앞뒤 유리, 아치형의 휠, 도출 부위를 최소화한 날렵한 바디는 ‘전설의 명차’ E타입의 정신을 가장 잘 따르고 있다는 평이다.

XK는 재규어 특유의 알루미늄 바디를 사용해 경쟁 차종에 비해 180kg가량 무게를 낮췄으며, 최대출력 300마력에 이른 4.2리터 V8엔진을 탑재 강력한 힘을 자랑하며 최고속도 250km/h에 0-100km/h를 불과 6.2초에 주파한다. 더불어 미국 캘리포니아의 까다로운 배기가스 기준인 LEV2보다 강화된 ULEV2(초저공해차량)를 통과할 정도로 환경친화적인 모델이다.

랜드로버, 올해 대거 신차 출시

올해 재규어가 약간 쉬어가는 형국이라면 재규어의 ‘형제’ 랜드로버는 다양한 신차를 내놓는다. 지난해 12월 최고급 플래그십 모델인 올 뉴 레인지로버를 출시하며 럭셔리 SUV의 박차를 가한 랜드로버는 올해 3월 콤팩트 SUV인 프리랜더 2를 주력 모델로 국내 고급 SUV 시장을 주도할 계획이다. 또 2월초엔 디스커버리 3 디젤, 3월엔 레인지로버 스포츠 디젤 등 힘과 경제성을 겸비한 디젤 모델을 상반기 중에 연달아 출시해 더욱 탄탄한 라인업을 구축하게 된다.

디스커버리 3과 레인지로버 스포츠 디젤 모델은 모두 2.7리터 터보차저 V6 디젤엔진을 장착했으며, 최대출력 190마력에 최대토크 45kg·m의 성능을 자랑한다. 이들 디젤모델에 장착된 터보차저는 엔진의 압축 비율을 낮춰 효과적인 연료 사용을 돕고 배출가스와 소음을 줄였다. 또 엔진 전체의 무게를 기존 엔진보다 가볍게 하는 CGI(Compacted Graphite Iron)재질을 썼으며, 랜드로버만의 특허 기술인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을 기본으로 탑재했다. 젊은 층에 인기가 높던 프리랜더를 10년 만에 풀체인지한 뉴 프리랜더 2는 6기통 3.2리터 i6 엔진을 탑재해 기존 모델보다 30% 이상 향상된 출력과 10% 이상 좋아진 연비 등이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