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 1월31일 윈도 운영체제(OS)의 차세대 버전인 ‘윈도 비스타’를 내놨다. 윈도 비스타는 MS가 2001년 내놓은 ‘윈도 XP’를 6년 만에 대체하는 제품으로 강화된 검색·멀티미디어 기능과 화려한 그래픽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일부 국내 인터넷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는 것과 비싼 가격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최근 초등학생이 인터넷에서 ‘체벌 카페’를 운영하다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유해 인터넷 사이트 및 콘텐츠에 노출돼 있는 게 사실이다. 부모가 이메일 체크나 간단한 검색 정도의 컴퓨터 활용 수준이면 자녀에게 올바른 컴퓨터 사용을 지도하기가 어렵다.

이번에 새롭게 출시된 비스타는 이러한 물음에 해답을 준다. MS가 윈도 비스타를 출시하면서 강조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자녀 보호 기능. 부모가 특정 게임을 선택해 허용 또는 제한하거나 일정 연령 수준 이하로 등급이 지정된 게임만 하도록 제한할 수 있다. 컴퓨터 사용 시간까지도 지정할 수 있다.

박준석 MS 이사는 “자녀가 의도하지 않은 각종 유해 사이트와 콘텐츠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해줄 뿐만 아니라 컴퓨터 중독에 대한 걱정을 덜어주어 한층 안심할 수 있는 환경에서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사무실의 컴퓨터 사용 환경도 달라진다. 컴퓨터 앞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거나 외부 이동이 많은 직장인의 경우 보안과 동료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요시 한다. 더구나 차곡차곡 쌓이는 데이터 관리도 골칫거리다. MS는 개선된 검색 기능과 보안 기능, 모바일 컴퓨팅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소했다.

이번에 MS가 새롭게 내놓은 비스타는 자녀 보호 기능과 함께 ‘경치’나 ‘전망’을 뜻하는 이름에 걸맞게 화려한 검색 화면과 멀티미디어 기능이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윈도 비스타의 가장 큰 기능적 변화로 꼽는 것이 바로 PC 내부 자료에 대한 검색이 강화됐다는 점이다. 이전의 윈도 버전들은 데이터를 찾을 때 시간이 많이 걸렸고, 원하는 결과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윈도 비스타는 ‘통합 검색엔진’을 채택해 인터넷 포털에서 검색하듯이 빠르고 편리하게 PC 안에서 필요한 자료를 찾을 수 있다. ‘3차원 폴립 기능’을 이용해 열려있는 창을 입체 형태로 배열해 책장을 넘기듯 한눈에 화면을 훑어볼 수 있게 한 것도 눈길을 끈다.

또 한글 기본 글씨체도 지난 1995년부터 사용했던 ‘굴림체’에서 ‘맑은 고딕체’로 바뀌어 색다른 느낌을 준다. ‘에어로(Aero)’ 기능을 이용하면 프로그램 창을 투명하게 할 수 있어 여러 개의 창이 겹쳐져도 뒤에 있는 문서의 내용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윈도 비스타는 화려한 기능에도 불구하고 국내 소비자들을 외면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윈도 비스타 출시 이후 호환성에 대한 보완을 많이 했지만 아직 국내 인터넷 서비스의 일부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불편이다. 예컨대 윈도 비스타의 강화된 보안 기능이 국내 인터넷 사이트들의 동영상 재생과 보안 분야를 지원하는 ‘액티브X(ActiveX)’ 프로그램이나 키보드 보안 프로그램과 충돌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서비스 지원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려면 길게는 5개월 정도가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호환성 문제로 PC, 모니터, 메모리, 그래픽카드 등의 하드웨어 업계는 ‘비스타 특수’를 기대하고 있지만, 오히려 IT 서비스 업체들은 윈도 비스타 호환 문제 해결을 하자보수 차원으로 인식해 무상으로 요구하는 기업들의 사례가 늘어 비용 부담을 느낄 정도다.

비싼 가격도 논란

윈도 비스타 ‘홈 프리미엄’ 제품은 1GB 램과 40GB 하드디스크드라이브 이상의 컴퓨터 사양 및 고성능 그래픽카드가 지원돼야 하는 단점이 있다. 여기에다 외국보다 비싸게 책정된 가격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팔리는 윈도 비스타의 국내 가격은 미국 온라인 쇼핑몰보다 1.5배 정도 비싸다. 미국 아마존닷컴에서 파는 윈도 비스타 홈 프리미엄과 얼티미트 버전 처음 사용자용은 리스트 가격(쇼핑몰에서 할인되기 전 가격)이 239.95달러(약 24만원)와 399.95달러(약 40만원). 그러나 MS의 국내 공식 판매점(MSshop)이 비스타 출시 기념 이벤트를 진행하며 매긴 가격은 각각 35만9000원과 59만7000원이다. 같은 제품이 12만원, 19만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이에 대해 한국MS는 “소매상의 가격정책 때문에 차이가 난다”고 해명했다. 특히 한국에서는 공급사가 소매 유통 가격을 결정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각 나라에서 판매되는 제품 가격을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

한국MS는 총판에 공급하는 공급가만을 책정하고, 총판은 이를 다시 소매상에게 재판매하며, 최종 소비자 가격은 소매상이 책정하기 때문이다. 한국MS 측은 시장의 99.9%를 차지하는 PC 제조업체에 제공되는 가격을 비교하는 것이 더욱 합당하다고 밝혔지만 PC 제조업체에 제공하는 가격에 대해선 공개를 기피했다.

윈도의 높은 가격 논란은 이번만이 아니다. 윈도 비스타 이외에도 MS의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국내에서는 가격에 대한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윈도XP를 출시할 당시에도 미국보다 평균 90% 가량 비싼 가격에 판매해 소비자들로부터 원성을 샀다.

사실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MS의 존재는 거의 독보적이다. MS는 전 세계 컴퓨터 운영체제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 인터넷 포털 사이트나 국내 금융기관의 인터넷뱅킹, 전자정부 사이트의 서비스도 MS의 익스플로러가 아니면 이용할 수 없을 정도로 MS의 기술에 의존하고 있는 게 현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MS의 입김은 거셀 수밖에 없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MS의 ‘끼워 팔기’ 영업을 문제 삼자 MS 측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며 오히려 큰 소리를 칠 정도였다.

IT 업계 관계자는 “지난 6년 동안 모두 60억달러를 투자해 만들었다는 비스타에는 기술적인 진보는 있어도 소비자나 S/W 협력업체들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