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10일 오전 8시40분 홍콩 첵랍콕공항. 인천공항발 대한항공 KE603편이 내려앉았다. 양 날개 앞 부분에 대한항공 로고가 선명히 찍혀 있는 전통적인 스카이블루 색상의 A330-300기종이었다. 그러나 이 항공기는 총 100여 대에 달하는 대한항공 보유 항공기와는 겉모양은 물론 그 임무에서 차원을 달리하고 있다.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해 3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특별한 항공기다. 이날 대한항공 KE603편에서는 세계적 스타로 부상한 가수 ‘비’가 내렸다.
대한항공은 KE603편을 시작으로 ‘비’의 약 5개월에 걸친 월드투어 길에 하늘을 열어줄 날개를 약속했다. 새로운 차원의 글로벌 스타 마케팅을 선보인 것이다.

가수 비가 탑승한 KE603편 A330-300 기종에는 꼬리날개 부분에 세계무대를 향해 비상하는 가수 비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이 새겨져 있다. 또 그림 옆으로는 ‘레인스 커밍(Rain’s Coming)‘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부산 김해공항에 위치한 페인팅 공장에서 약 1주일간에 걸쳐 특수필름을 활용한 래핑(WRAPPING)기법을 활용해 작업을 마친 뒤 이날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이 항공기는 비 한 사람만이 탑승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KE603편에는 비를 포함한 공연 스텝 70여 명과 일반 여행객 218명 등 288명이 함께 탑승해 인천공항을 출발했다. 총 탑승가능인원은 295명. 비의 공연이 계획돼 있는 해외 도시의 경우 이 항공기 스케줄을 우선 배정해 투입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공연 바람몰이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그러나 비가 탑승하지 않을 때에는 평상 스케줄에 따라 운항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중국, 동남아 등 중단거리 노선에 투입돼 ‘비’의 월드투어 홍보는 물론 해외 지역에서 대한항공 인지도 제고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이 가수 비의 공연 스케줄에 전용 항공기를 제공하기로 한 것은 우리나라 대표적 연예 스타인 비의 세계시장으로의 도약에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다. 또 그동안 대항항공만을 이용해 왔던 비는 대한항공의 글로벌 항공사 이미지 및 수요 창출에 기여하게 된다. 이른바 글로벌 윈-윈전략이다.

대한항공과 비는 1월8일 하얏트 리젠시 인천에서 이같은 내용의 업무제휴 조인식을 가졌다. 올 1월부터 5월까지 약 5개월간에 걸친 비의 월드투어 공연기간 중 대한항공은 비의 이미지가 새겨진 홍보 항공기 운영과 80여 명의 공연 스텝 무임 항공권 제공, 약 20톤에 달하는 공연장비 무료 수송 등의 직접적인 지원과 함께 해외 영업망을 통한 현지 행사 참여 등 다각적인 지원을 하게 된다.

또 공연장 내 대한항공 홍보관 운영, 기내 콘텐츠에 공연 실황 활용, 기내지에 관련 기사 게재, 공동 판촉물 배포, 홍보 사이트 공동 운영 및 온라인 이벤트 진행, 월드투어 여행상품 판매 등 광범위한 공동 마케팅도 벌인다.

대한항공이 비의 월드투어에 지원하게 되는 지원 규모는 18억원 정도. 항공기 래핑을 비롯해 비를 포함한 공연 스텝들의 무인 항공권과 공연 장비 무료 운송 등에 소요되는 직접적인 비용 12억원과 해외 노선망 및 영업망을 활용한 해외 마케팅 비용 6억원이 그것이다.

김영호 대한항공 여객담당사장은 이날 조인식에서 “이번 제휴는 수준 높은 우리 공연문화 상품에 대한 후원을 통한 한류 메신저 역할 수행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면서 “대한항공의 글로벌 영업망과 비의 역동적 스타 파워가 결합된 다양한 형태의 공동 마케팅을 통해 PPL 중심의 기존 스타 마케팅과는 차별화된 형태의 새로운 스타 마케팅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가수 비 역시 “내 모습이 새겨진 대한항공 항공기가 세계의 하늘을 날아다닐 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오른다”며 “이번 공연은 한국 문화가 아시아를 넘어 미국 진출의 시험대가 될 것인 만큼 성공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비의 월드투어는 지난해 12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공연을 시작으로 중국, 태국, 싱가포르, 일본 등 총 12개국 17개 도시에서 35회에 걸쳐 5개월 이상 펼쳐지는 대장정이다. 우리나라 가수가 갖는 해외 공연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예상 관객 수만도 70~80만 명에 이른다.

특히 세계무대로 진출하는 작품답게 다국적 선진 공연 인력들이 참여해 세계 곳곳에서 환상적인 무대를 선보일 예정으로, 동서양 문화의 조화와 함께 첨단 기술과 선도적 연출기법이 어우러진 한국 초유의 문화 수출 상품이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때문에 대한항공도 이미 비 월드투어 특별 T/F팀을 구성해 고객 유치를 위한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에 들어갔다. 공연이 집중되어 있는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 지역의 경우 공연에 맞춰 스카이패스 회원 확보를 위한 온라인 이벤트 및 경품행사 등 다양한 판촉행사를 전개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비의 월드투어 국가 가운데 특히 중국에 주목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인천↔광저우, 인천↔다렌 등 7개 정기노선을 집중 개설하는 등 ‘세계 항공업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항공사’의 비전 달성을 위한 홈마켓으로 중국 노선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또 중국 최대 물류 회사인 시노트랜스와 항공화물 합작회사 설립 계약도 맺는 등 중국 내에서의 현지 물류 거점화 작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우리나라와 2010년 항공자유화를 통해 시장을 전면 개방할 예정이므로 대한항공은 비를 통해 중국 시장에서의 이미지를 확산해 나가겠다는 포석도 감추지 않았다. 상하이, 광저우 등 월드투어 국가 중 가장 많은 4개 도시에서 비가 공연을 하기 때문에 기대 이상의 효과도 예상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엔터테이너 1인의 공연 홍보를 위한 항공기가 운항되기는 국내 처음”이라며 “이번 제휴는 글로벌 선도 항공사로 비상하고 있는 대한항공의 글로벌 마케팅 노력과 월드스타로 도약하고 있는 비의 열정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세계무대 진출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