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PC의 단점은 이동중 사용 시간이 짧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삼성전자가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노트북PC의 연료전지를 개발했다고 해서 눈길을 끈다. 언제쯤 상용화가 가능한 것일까.

최근 삼성SDI가 삼성전자, 삼성종합기술원과 공동으로 내놓은 연료전지는 노트북PC를 일주일에 5번, 하루에 8시간 사용한다면 약 한 달 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도킹타입의 대형 연료 카트리지(약 1리터)를 갖추고 있는 이 연료전지는 메탄올을 연료로 하는 ‘직접 메탄올 연료전지(DMFC)’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최대 20W의 출력이 가능하고 특히 에너지 밀도는 경쟁사의 4배 수준이다.

이 연료전지는 노트북 ‘센스 Q35’에 직접 장착하는 일체형 구조로 설계됐으며, 잉크 카트리지처럼 연료를 계속 충전해서 사용할 수 있다. 그동안 소음 문제와 기울임에 따른 성능 저하 문제로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소음을 일반 노트북PC 수준으로 낮췄고, 어느 방향으로 기울여도 성능 저하 없는 안정성을 확보했다. 이는 우리나라보다 약 5년 정도 빨리 개발을 시작한 일본의 도시바, 히타치, NEC 등을 넘어선 수준이다.

하지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크기와 가격 때문이다. 연료전지의 크기는 현재 노트북에 채용된 리튬배터리를 3~4개 합친 정도로 커서 휴대는 불편해 보인다. 여기에다 가격도 현 기술 수준으로는 최고 100만원에 달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3년 지나면 저렴한 가격으로 현재의 노트북 배터리와 어댑터를 합친 크기의 연료 카트리지를 넣고 쓰는 시대가 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상용화를 위한 걸림돌이 많지만 리튬 2차 전지를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써 연료전지에 대한 관심은 더욱 많아지고 있다. 연료전지가 세상에 처음 등장한 것은 1839년. 연료전지가 100여 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있는 이유는 ‘무공해 발전 장치’이기 때문이다. 연료전지는 수소, 메탄올, 천연가스, 휘발유, 석탄 등의 원료가 가지고 있는 화학 에너지를 연소가 아닌 전기화학반응으로 전기 에너지로 직접 변화시키는 고효율의 무공해 발전 장치다.

일반적으로 연료전지는 수소 에너지 시스템을 근간으로 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등의 환경부하를 줄일 수 있으며, 에너지 변환 효율이 커 절약 효과도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론적으로 연료전지의 발전효율은 화력발전(35%)보다 15~25%가 높은 50~60% 수준에 이른다.

‘퓨얼 셀(Fuel Cell)’을 일반적으로 ‘연료전지’라 부르는데 이는 전지라기보다는 전기를 생성하는 발전 장치(Power Generation System)다. 연료전지의 원리는 물 전기분해의 역반응이다. 수소(H2) 또는 수소를 포함하고 있는 연료(메탄, 도시가스, 알코올)와 공기(산소)를 반응시켜 화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장치다. 이러한 원리 때문에 연료전지를 3차 전지라 부르기도 한다.

연료전지는 연료부(연료를 처리 하고 공급하는 부분), 발전부(연료를 이용한 화학반응을 통해 전기를 직접 생성하는 부분), 응용부(생성된 전기를 이용해 원하는 전자제품에 공급하여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부분)로 나뉜다.

연료부에서 연료를 처리하고 공급하는 과정을 거쳐 수소 연료가 준비되면 발전부에 공급돼 공기와 수소가 스택(Stack)이라는 곳에서 전기화학반응을 해 전기가 생성된다. 생성된 전기는 컨트롤 회로 등을 통해 전자기기 또는 사용하고자 하는 제품의 특성이 요구하는 상태로 변환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연료전지의 각각의 구성품 모두가 다 중요하지만 그 중에서도 전기를 직접 생성해내는 스택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료전지는 발명된 이래로 기술 발전을 거듭해 왔다. 1960년대 미국과 소련의 우주를 향한 기술 경쟁 중 미국의 제미니, 아폴로 우주선에 연료전지가 적용돼 처음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우주선에 적용된 AFC(알칼리 연료전지)는 우주선 전원 공급 장치와 물 발생 장치로 활용됐고, 이를 통해 연료전지의 무한한 가능성이 확인된 것이다.

1970~1980년대에는 전 세계적으로 석유파동이 일어나면서 석유 의존을 벗어난 에너지를 찾기 위한 대체 에너지 개발 차원에서 연료전지가 대안으로 붐을 일으켰다. 당시에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연료전지는 PAFC(인산 연료전지) 타입이었으나, 기술적 한계로 더 이상 발전하지는 못했다.

이후 MCFC(용융탄산염 연료전지), SOFC(고체산화물 연료전지) 타입 연료전지 기술이 새롭게 나타나 대체 에너지 측면으로 기술 개발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SOFC 기술은 석유 대체 에너지 차원에서 조만간 상용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체 에너지 측면에서의 연료전지 개발과 더불어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연료전지 관련 주변 기술들이 많이 개발됐고, 연구 인프라도 상당히 정비됐다. 이에 따라 일본과 한국을 중심으로 휴대할 수 있는 소형 또는 초소형 연료전지 분야가 급속히 발전하기 시작했다.

삼성SDI는 리튬 2차 전지사업을 2000년부터 진행해 오면서 일찍부터 에너지사업을 한 축으로 삼았다. 삼성SDI가 연료전지 개발에 착수한 것은 2002년부터다. 특히 개발 초기에 목표로 설정한 노트북PC용 연료전지 개발은 4년 만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2003년 개발을 시작한 이래 2004년 최초 개발한 노트북PC용 연료전지는 20W급 출력에 약 1.5리터 부피, 노트북PC를 3~4시간 정도밖에 구동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발표한 제품은 1리터의 연료로 한 달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

2~3년 후 대중화 가능

이러한 연료전지를 이용한 상용화는 언제쯤 가능할까. 삼성전자가 올해 말까지 연료전지를 부착한 노트북PC를 내놓을 예정이지만, 현 기술 수준으로 전지 값만 최대 100만원에 이를 것으로 보여 가격을 얼마나 떨어뜨리느냐가 관건이다. 현재 모든 연료전지의 핵심 소재로 사용하고 있는 백금 촉매를 대체 또는 절감하는 기술을 개발해 가격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해야 상품화가 가능하다. 적어도 2~3년 후에는 성능뿐만 아니라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한 연료전지가 사업화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기술은 변화하고, 발전되고 있다. 이루어질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과거의 많은 문제들이 시간이 가면서 다 이루어지고 있다. 미래 사회는 에너지가 전 세계를 지배한다. 21C 에너지 문제에 있어 무공해 발전 장치인 연료전지는 확실한 대안이다. 특히 반도체, 휴대폰보다도 더 많은 수익을 낳을 수 있는 블루오션으로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