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든든한 조력자를 두고 계십니까?” <이코노미플러스>는 ‘혼돈의 자산관리 시대’를 헤쳐 나갈 수 있는 방법으로 금융권의 자산관리 전문가들인 PB(Private Banker, 자산관리사)들을 조력자로 두기를 제안한다. 이의 일환으로 PB의 실제 재무 상담 사례를 중심으로 ‘나만의 재무 주치의를 갖자’는 연중 기획기사를 연재한다. 또 독자들이 주변에서 보다 쉽게 PB를 접할 수 있도록 ‘전국 지역별 자산관리사 인명록’을 매년 제작해 배포할 계획이다.

이제는 PB(자산관리사) 동반자 시대!

모대기업 과장인 나종범씨(가명, 35)에게 2006년은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는 1년’이다. 나씨는 지난 한 해 동안 무려 1억원이 넘는 손실을 입었다. 2005년 증시 활황으로 짭짤한 수익을 얻었던 그는 지난해 그동안 유지했던 3:2:2 법칙을 깨고 ‘몰빵식’ 주식투자에 나섰다가 화를 당했다.

4년 전 결혼해 아직 자녀가 없는 나씨는 결혼 이후 월 소득 중 30%는 생활비와 주택담보대출, 20%는 정기예금, 20%는 주식 및 금융상품에 투자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45세가 되기 전에 40평형대 집을 장만해 놓는 것이 그의 목표다.

하지만 2005년 주식투자로 4000만원가량을 벌면서 그의 재무인생은 180도 변했다. 쥐꼬리만한 이자보다 주식이 더 크게 보였던 것. 그는 지난해 그동안 모았던 정기적금을 깨고 1억5000만원을 주식과 주식형 펀드에 6:4로 투자했다. 그러나 주식시장 침체로 주가가 떨어지면서 그의 꿈은 산산이 무너졌다. 욕심내고 투자한 주식은 원금의 절반 이상을 까먹었고, 펀드 역시 10%의 손실을 기록했다.

재테크 독불장군은 없어



‘악몽 같은 1년’을 경험한 나씨는 다시는 ‘나 홀로 자산관리’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1억원이 넘는 큰돈을 잃었지만 그보다 더 큰 것을 잃어버릴 뻔했기 때문이다. 바로 그의 인생 목표다. 나씨는 “자신감만 가지고 덤볐다가 당한 격이죠. 주가가 떨어질 때는 직장생활은 물론 가정생활도 힘들었어요.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이제 버렸습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나씨의 실패를 단순히 ‘욕심이 과했던 것’이라 쉽게 판단할 수 있지만 사실 그의 투자 내역을 보면 그렇지 않다. 책이나 경제신문을 가지고 공부하며 나름대로 투자 철칙을 세웠던 그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주식과 펀드에 투자했다. 주식은 대형주와 중소형주에, 주식형 펀드도 성장형과 혼합형에 각각 분산 투자했던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나빴던 가장 큰 이유는 주식시장이 급변했고, 직장생활로 바쁜 와중에도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만일 나씨가 처음 주가 하락으로 손실을 기록했을 때 손절매만 했더라도 그나마 손실 폭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직장생활로 바빴던 나씨는 몇 차례 매매 타이밍을 놓치면서 손실을 키웠다. 또 펀드투자도 마찬가지다. 2006년 모든 주식형 펀드들이 손실을 기록한 것은 아니다. 나씨가 발품을 팔아 더 많은 상품을 살펴보고, 전문가 상담을 통해 잘만 골랐다면 수익을 낼 수 있었다.

민주영 미래에셋투자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나씨는 그나마 나름대로 포트폴리오를 짜고 안전장치를 두려고 했지만 시장에 대한 판단이 틀렸고, 손실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지 못해 큰 손실을 입은 케이스”라며 “아무런 계획 없이 투자에 나섰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1억5000만원에서 5000만원가량만 건진 나씨는 최근 주거래 은행을 만들고 정기적금과 금융상품에 5000만원을 예치해 PB 고객으로 등록했다. 인생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보다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재무 설계를 하기 위해서다.

나씨의 경우처럼 나 홀로 자산관리족들은 더 이상 투자로 성공하기 힘든 시대가 됐다. 금융환경이 급변하면서 개인 혼자서 모든 정보를 분석하고 판단하는 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2006년 한 해에만 새롭게 출시된 펀드가 800개(공모+사모펀드)에 달한다. 여기에 은행, 보험사 등에서 출시되는 상품을 합칠 경우 최소 1000개가 넘는다. ELS 등 단기상품이나 특판상품을 포함하면 매년 새롭게 등장하는 상품 숫자는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다. 따라서 개인은 물론 금융 전문가조차도 옥석을 가리기 힘들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현재 1696개(코스피+코스닥)에 달하는 기업이 상장돼 있고 매년 20여 개의 기업들이 신규로 상장된다. 또 일반 주식과 함께 ELW, ETF 등 파생상품과 인덱스상품, 단기상품을 합칠 경우 거래 종목은 2000개를 훌쩍 넘는다.

김명환 대우증권 상품개발팀 과장은 “주식시장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상품만 해도 상품 개발자들도 알 수 없을 만큼 많다”며 “과거와 달리 금융시장의 (상품 개발)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어 상품 개발자 역시 힘들 정도”라고 전했다.

상품 수와 함께 금융상품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것도 개인의 재테크를 어렵게 하고 있다. 2004년부터 국내에도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일반인은 이해하기 힘들고, 리스크도 큰 상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속칭 ‘타짜들의 상품’이라 불리는 ELW가 대표적인 예다.

저금리와 고령화로 저축에서 투자로 재테크의 개념이 바뀌었지만 이처럼 금융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개인 혼자서 효과적인 재테크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명노욱 현대증권 강동지점장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개인 투자자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그 수가 감소하고 있다”며 “금융시장 변화에 발맞춰 이제는 PB를 통해 재테크 계획을 세워야 할 때”라고 전했다.

힘들다고 재테크를 저버릴 순 없다. 로또 대박이 터지거나, 길고 긴 인생을 포기하지 않는 한 재테크는 꼭 필요한 삶의 일부가 돼 버렸다. 그렇다면 어떻게 재테크에 임해야 할까? 보통 사람은 병이 나면 의사를 찾고, 어려운 일에 처하면 주변 지인들에게 도움을 받는다. 재테크도 마찬가지다. 고민을 해결하고 처방을 받으려면 해당 전문가를 찾아 나서면 된다. 바로 금융기관의 PB가 그들이다. 성공적인 재테크를 위해서는 전문가로부터 충분한 상담과 컨설팅을 받는 게 필수적인데, PB 고객이 되면 이런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PB들은 단순히 투자뿐만 아니라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인생 주기에 맞게 자산을 설계해줄 수 있는 프로들이다.

자산관리는 PB에게 맡겨라

많은 사람들이 PB라고 하면 부자들의 전유물로 여기곤 한다. 사실 정통적인 PB은 부자를 타깃으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금융기관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부자 서비스로만 인식되던 PB가 중산층으로 확산되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PB 고객 기준을 수억~수십억원에서 수천만원으로 크게 낮추고 있다. 자산가뿐만 아니라 ‘예비 부자’를 고객으로 확보해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가장 먼저 PB 문턱을 낮춘 것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2004년 6월 PB 고객 기준을 예금평잔 3000만원으로 대폭 낮췄다. 우리은행에 이어 많은 금융기관들도 현재 PB 고객 기준을 3000만~5000만원으로 낮춘 상태다. 증권사의 경우 예탁자산 1000만원 이상이면 PB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부자만의 전유물로 생각하고 근접하지 못했던 고객이라면 지금이라도 자신의 자산을 체크해 PB 서비스를 받아 볼 수 있다. 또 여러 곳에 분산 예치한 고객이라면 자산을 한 곳에 집중해 해당 금융기관의 PB 서비스를 받는 것도 방법이다.

유점승 우리은행 PB 사업단 부장은 “이제는 부자만을 위한 PB 서비스 시대는 지났다”며 “어느 정도 자산과 신용도만 있다면 충분히 PB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금융기관의 PB 고객이 되면 '대접'이 확 달라진다. 일반 고객과는 달리 전문적이고 풍부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PB 서비스 내용은 보유 자산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우선 남들과 달리 신속하고 편안하게 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 PB 고객이 되면 자산관리 서비스뿐 아니라 금전적인 혜택도 적지 않다. 금융거래에 뒤따르는 각종 수수료를 할인 또는 면제받을 수 있다. 예금과 대출에서도 금리 우대를 받을 수 있다. 또 급전이 필요할 경우에는 일반 고객보다 쉽게 무보증 신용대출도 받을 수 있다. 부가적인 혜택도 많다. 재테크에 필수적인 세무, 법률, 부동산투자 등에 관해 전문가들로부터 무료 상담을 받을 수 있고 심지어 금융종합과세 등 세무 신고 업무도 PB가 대신해준다.

PB 재무 상담 사례

40대 김 차장,

절세·해외 상품 활용 기대수익률 높아져


이재호 미래에셋증권 자산관리컨설팅본부장 겸 에셋매니지먼트(Asset Management)

jaeholee@miraeasset.com

평소 은행의 예·적금 중심으로 자금을 적립하던 S그룹 김윤식(가명, 40) 차장은 지난해 1월 미래에셋증권 지점을 찾았다. 현재 400만원 월급이 결코 낮은 수준은 아니지만 확정금리의 안정추구형 상품만으로는 도저히 미래를 대비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 차장은 33평형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지만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2명의 자녀를 보고 있으면 현재의 월급은 그저 자녀 뒷바라지 정도 밖에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그동안 모아 둔 1억원을 투자상품을 통해 적극적으로 불리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 당시 증권사 지점장으로부터 제시받은 포트폴리오는 다음과 같았다. 주식과 관련된 투자상품은 처음 가입해 보기 때문에 지점장도 은행 금리 플러스 알파 수준의 수익률을 추구하도록 설계했다. 총 1억원 중 6000만원을 4~7% 내외의 확정금리 상품에 들고 나머지 4000만원 중 3000만원을 8% 예상수익의 채권혼합형 펀드에 그리고 나머지 1000만원은 10% 이상의 수익률을 노리고 국내 주식형 펀드에 가입했다.

당초 가입할 때 연평균 7.32% 수준의 예상수익을 기대했으나 실제로는 5.66% 수익에 그쳤다.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이 부진했던 관계로 채권혼합형 펀드와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예상보다 저조했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공학상품(미래에셋 RCF)의 수익률만 예상보다 높게 나왔다.

이러한 결과는 표면적으로 보면 다소 불만족스러울지 모르나 지난해의 경우 상대적으로 다행스러웠다. 만일 김 차장이 처음부터 수익에 욕심을 부려 주식형 펀드에 올인했다면 자칫 원금 손실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다. 김 차장은 투자상품을 아직까지 낯설어 하지만 포트폴리오의 구성에 따라 리스크를 나름대로 관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내친김에 올 초 보다 진화된 포트폴리오를 제시했다. 포인트는 네 가지였다.

첫 번째는 CMA통장의 활용이다. 단기 유동성 확보를 위해 기존에는 MMF에 가입했으나 이제는 하루만 맡겨도 연4.4% 수준의 금리를 주는 종합자산관리계좌 CMA통장을 개설하기로 했다. CMA통장으로 앞으로는 입출금은 물론 펀드투자까지 자유롭게 할 예정이다.

두 번째, 국내 주식형 펀드 비중의 확대다. 1000만원으로 운용하던 국내 주식형 펀드를 2000만원으로 증액하는 것이다. 사실 지난해 국내 증시는 해외 주요 시장에 비해 매우 부진했다. 그러나 올해 국내 증시는 큰 기대까지는 아니지만 점진적인 회복세가 예상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코스피 목표치를 1700선으로 제시한 바 있다.

세 번째는 해외펀드 편입이다. 기존 포트폴리오에는 해외펀드가 전혀 편입되어 있지 않았다. 국내 주식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펀드에 가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포트폴리오에는 해외펀드에 4000만원을 투자해 보기로 했다. 마침 해외펀드 수익에 대한 과세제도가 한시적(3년간)으로 폐지됨에 따라 기대수익률이 그만큼 높아지게 되었고, 해외시장의 투자환경 자체도 양호한 상황이다.

다만, 4000만원 중 절반은 아시아부동산펀드에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친디아베트남펀드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리츠펀드의 경우 해외 유망한 지역의 대규모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여 안정적인 임대 수익과 시세차익을 추구한다. 기존 채권이나 주식과 비교하여 낮은 상관관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배당수익도 가능하다. 현 시점에서 국내 거주용 부동산에 관심을 갖는 것보다는 당연히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친디아베트남펀드의 경우 기존 중국과 인도의 성장세에다 최근 무한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는 베트남 주식에도 투자하는 펀드다. 일부에서 이들 시장에 대한 고평가 시각이 제기되고 있지만 어차피 멀리보고 수익을 내고자 하는 김 차장과 같은 경우라면 일시적인 흔들림을 각오하더라도 투자해 볼만하다고 하겠다.

사실 해외펀드의 경우 기존에는 세금우대종합통장에 가입해서 투자하는 것이 유리했다. 지난해까지 4000만원 한도로 세금우대(9% 분리과세)가 되었지만 올해부터는 한도가 2000만원으로 축소됐다. 그렇지만 올해부터 해외펀드 수익에 대해 비과세됨으로써 해외펀드 투자 시 우대통장의 활용도는 사실상 사라졌다고 하겠다.

네 번째는 절세상품의 활용이다. 현재 김 차장은 절세상품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다. 당장 올해부터 두 가지 상품에 가입하기로 했다. 연금저축과 장기주택마련저축상품이다. 김 차장의 경우 다니고 있는 회사가 조만간 퇴직연금에 가입할 예정이다. 본인은 퇴직금을 그냥 확정금리로 쌓아가기 보다는 적립식 펀드에 가입하는 개념으로 확정기여형(DC)으로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한 가지 더 가입할 것이 바로 개인연금저축이다. 현 우리나라 연금저축의 과세 체계는 선비과세 후과세 방식으로 연금저축 불입 시 연 300만원 한도로 소득공제를 받는다. 55세 이후 연금을 수령하면 연금소득으로 저율 과세된다. 실제 화폐 가치를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절세 효과는 매우 크다. 김 차장은 여기에 월 30만원씩 가입하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김 차장의 2007년 투자 포트폴리오가 완성됐다. 지난해 실제 수익률과 비교하면 3.77%포인트 정도 더 높아졌다. 그러나 사실 김 차장은 말로만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 아닌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는 자긍심과 보람을 느끼고 있다.

나 홀로 자산관리 시대의 종말

정복기 삼성증권 PB연구소장 bokki.jung@samsung.com

옛날에는 흔히 사람들이 몸이 아프면 민간요법으로 집에서 혼자 병을 다스리거나 그냥 치료를 못하고 죽고는 했다. 현대에는 의학의 발달과 사람들의 의식 전환으로 몸이 아프면 아픈 곳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찾는다.

병원을 찾을 때도 무턱대고 아무 데나 가지 않고 자신의 병을 잘 치료하리라 생각되는 곳을 수소문하여 찾고 주위에 도움을 받는다. 또 어디가 어떻게 아프고 어디가 이상한 지 의사에게 소상히 설명한다.

예를 들어, 얼굴이나 몸매에 자신이 없으면 성형외과를 찾아 자신의 고민을 토로하고 성형수술을 받고,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병원을 찾아 무엇이 문제인지 발견하곤 한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나라의 국민들은 유명하고 전문적인 병원을 찾고 치료를 받는 데는 주저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자산관리 현황에 대한 문제점은 전혀 깨닫지 못하고 ‘천상천하 유아독존’격의 투자를 한다. 본인의 감과 경험, 그리고 나만의 정보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투자 결정을 내리곤 한다.

PB는 병 고치는 의사와 같아

이러한 자신만의 투자 노하우가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예전과는 달리 작금의 금융시장은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단순히 예금과 적금이라는 전통적인 상품을 떠나 투자라는 새로운 자산관리의 패턴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에 금융기관이 개발하여 고객에게 제공하는 상품도 하루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으며 그 상품 구조 또한 복잡하여 일반 투자자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게다가 국내 금융시장은 이제 대한민국이라는 조그만 영역을 넘어 세계의 모든 뉴스와 변화에 영향을 받는 수준이 됐다.

예를 들어, 전날 미국 주식시장이 떨어지면 우리나라 시장도 영향을 받고, 중국 위안화 및 일본 엔화의 변화에 따라 금융시장이 요동을 친다. 예전에는 단순히 금리가 몇 퍼센트인지, 수수료는 얼마인지, 그동안 수익률은 어떤지, 부가 서비스는 무엇인지를 보고 상품을 선택하면 그만이었지만, 지금은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변수와 정보를 남보다 빨리 습득하고 실행해야만 투자에 성공할 수 있는 때가 됐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 속에 각 금융기관은 단일 상품 판매에 집중해오던 예전의 고객 상담의 모습을 바꾸어 PB, WM, FC 등의 각종 이름으로 고객의 자산을 전담하여 관리해주는 직원들을 양성 발전시켜오고 있다. 이들은 고객의 자산 현황을 파악하고 고객의 투자성향, 투자 목적 등을 감안하여 시기와 상황에 맞게 고객에게 맞는 처방전을 내주고 있다.

또한, 고객들은 예금은 은행, 주식과 펀드는 증권, 보험은 보험회사, 부동산은 부동산 전문회사, 세금은 세무 전문기관 등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상담을 받고 가입해야만 했던 것이 금융기관 업무 영역의 장벽 완화로 이제는 증권사에서만 판매하던 펀드를 은행과 보험사에서, 보험사에서만 판매하던 보험을 은행과 증권에서, 급여 이체 등 입출금예금을 은행이 아닌 증권회사에서 가입할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고객들은 한 금융기관에서 자신의 투자 목적에 맞게 여러 다양한 상품으로 관리자에게 컨설팅 받을 수 있게 되었으며 상품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 현재 각 금융기관들은 이러한 변화 속에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고 고객 만족도 제고와 우수 고객의 확보를 위해 시스템 개발 및 상품 라인업 확충, 직원의 역량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융 전문가를 인생 파트너로 둬야

한 조사에 따르면 외국의 경우 금융기관 거래 고객의 90%가 자신의 자산관리 조언을 해주는 관리자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관리자의 종류는 금융기관의 PB와 같은 관리자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집안의 자금을 관리해 주던 집사로부터 변호사, 회계사 등의 전문가들을 두고 조언을 받아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아직도 50%가 넘는 고객들이 타인보다는 본인과 가족의 뜻에 따라 투자를 결정하고 있는 상태다. 물론, 외국에 비해 국내는 다양한 포트폴리오와 역량을 통해 고객의 자산을 전담 관리해 줄 금융 전문가 양성의 역사가 일천한 것은 사실이나, 다른 이의 조언보다 본인 자신을 가장 믿는 국민성향도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제 우리나라에도 신뢰할 만한 금융 전문가가 많이 양성되었으며, 고객들의 의식도 최근 2~3년 사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주식, 금리, 부동산, 환율 등 모든 금융시장에서 방향성을 예측하기 힘든 때다. 이럴 때일수록 자신의 감과 경험만을 믿고 투자하지 말고 본인만의 관리자를 선정하고 그를 통해 다양하고 신속한 정보를 받아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할 때다.

올해는 급속하게 변화하는 정보의 홍수 속에 옥석을 가려내는 혜안을 가진 신뢰할 만한 나만의 금융 주치의를 찾아 자기 자산의 아픈 곳을 찾아내어 원인을 발견하고 올바른 처방을 내려 미래의 안정된 수익과 만족을 이끌어 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