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에는 어느 기업이 주주들에게 많은 이익을 안겨다 줬을까. <이코노미플러스>는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2006년 주가등락률을 가지고 베스트 CEO를 선정, 그들의 주가 상승 비법과 주주 중심 경영철학을 들어봤다. 본지는 매년 한 차례 ‘주주 부자 만든 베스트 CEO’를 발표한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화려하게 빛났던 2005년과는 달리 2006년 국내 증시는 한 마디로 초라했다. 북핵, 금리, 환율 등 대외변수에 의해 증시는 연중 내내 지지부진함의 연속이었다. 2005년 54%나 올랐던 종합주가지수는 2006년에는 3%(2006년 1월2일~11월30일) 오르는데 그쳤다. 이에 따라 668개 상장기업 중 절반 이상이 주가가 연초 대비 하락하는 부진함을 보였다. 하지만 증시 환경 속에서도 빛을 발한 기업들이 있었다. 이들 기업들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든든한 실적을 바탕으로 열악한 증시 상황 속에서도 꾸준히 주가 상승을 이어갔다.

한편 증시 부진으로 소형주보다는 실적이 뒷받침되는 중대형주 또는 업종 대표주 중심으로 주가가 오르면서 베스트 CEO 명단도 확 바뀌었다. 2005년 베스트에 뽑혔던 CEO들 대부분이 2006년 명단에서 빠졌다.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만이 유일하게 2년 연속 금융 부문 베스트 10위에 올랐다.



곽영의 써니전자 회장 최고 성적 올려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2006년 주가등락률을 조사한 결과, 곽영의 써니전자 회장, 송재병 현대미포조선 사장, 김치우 한솔LCD 대표이사, 박장석 SKC 사장, 최창영 고려아연 회장, 조용준 한국카본 회장, 이중구 삼성테크윈 대표이사, 제환석 FNC코오롱 사장, 김용덕 영풍 대표이사, 차석용 LG생활건강 사장 등 10명이 일반기업 부문 ‘2006 주주 부자 만들기 베스트 CEO(이하 베스트 CEO)’에 선정됐다.

베스트 CEO 1위에는 휴대폰 부품업체인 써니전자의 곽영의 회장이 차지했다. 써니전자는 2006년 한 해 동안 주가가 무려 248%나 올랐다. 연초에 이 회사에 1000만원을 투자했다면 2480만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증시 정체에도 불구 써니전자의 주가가 크게 오른 것은 경영 실적 때문이다. 이 회사는 2006년 3분기(2006년1월~9월)에 이미 지난해 전체 이익의 12배 이상을 벌어들였다. 2005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4억9727만원, 2억원을 기록한 써니전자는 2006년 3분기 영업이익 12억4731만원, 당기순이익 13억원1932만원을 기록했다. 실적이 대폭 개선되면서 증시도 이에 화답, 주가가 크게 오른 것이다. 주가 상승의 기본은 실적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이어 2위는 주가를 127% 끌어올린 송재병 현대미포조선 사장이 올랐다. 현대미포조선의 주가 상승 배경 역시 실적에 있다. 이 회사는 2006년 3분기 6116억원의 영업이익과 48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0%, 130% 늘어난 수치다. 또 영업이익률은 9.5%를 기록, 조선 업종 중 최고의 수익성을 자랑하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의 실적 개선은 송 사장의 영업마인드와 원가절감 노력이 뒷받침이 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현대미포조선은 3년 반이 넘는 높은 수주 잔량을 확보하고 있어 시장 변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상태다. 특히 PC선(석유화학제품운반선)과 중소형 컨테이너선 위주의 대량 생산 체제를 바탕으로 공사기간 단축 및 원가절감 효과를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4위는 김치우 한솔LCD 대표이사와 박장석 SKC 사장이 각각 차지했다. 액정표시장치(LCD) 생산업체인 한솔LCD는 높은 품질경쟁력과 함께 LCD 패널 가격 상승으로 영업 실적이 호전되면서 주가가 117% 올랐다. 이 회사는 2005년에도 주가가 251%나 상승했다. 한솔LCD는 김 대표의 품질 경영 노력으로 40인치 이상 TV 패널 부문에서 국내 최고의 품질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LCD용 광학필름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SKC는 주가가 100% 상승했다. SKC는 적자 사업 정리 등 구조조정이 높은 평가를 받으며 주가가 크게 올랐다. 또 국내 독점하고 있는 산화프로필렌(PO) 증설 계획에 따른 실적 호전 기대감도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을 했다. SKC는 박 사장의 선택과 집중에 따라 2008년부터는 성장주로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5~6위에는 최창영 고려아연 회장과 조용준 한국카본 회장이 올랐다. 고려아연은 주가가 97% 상승했다. 국제 아연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 확대와 해외 자회사 상장 등의 호재가 주가를 끌어올렸다. 단열 패널 생산업체인 한국카본은 원자재 가격 하락과 제품 판매처인 조선업 호황 등에 힘입어 주가가 94% 올랐다. 이 회사는 2005년에도 128%의 주가상승률을 기록한 바 있다. 고려아연과 한국카본은 마진 확대에 따라 이익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어 이중구 삼성테크윈 대표와 제환석 FNC코오롱 사장 등 재벌계 회사 대표들이 7~8위를 차지했다. 삼성테크윈은 무차입 경영 등 뛰어난 재무건전성과 성장 모멘텀으로 주가가 92% 올랐고, FNC코오롱은 실적 호전과 저평가 메리트로 인해 91%의 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삼성테크윈과 FNC코오롱은 2005년에도 주가가 각각 122%, 227% 올랐었다.

이밖에 자산주로 인식되면서 주가가 90% 오른 영풍의 김용덕 대표이사가 9위에 올랐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대주주다. 또 주가가 86% 상승한 LG생활건강의 차석용 사장이 10위를 차지했다. LG생활건강은 2005년 구조조정 이후 프리미엄 생활 제품으로 성장 모멘텀을 확보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2005년에도 116%의 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손명환 제일저축은행 사장 금융 부문 1위 차지

전반적으로 금융 부문의 주가상승률은 일반기업보다 부진했다. 이 가운데 손명환 제일저축은행 사장이 36%의 주가상승률로 ‘베스트 CEO’ 1위에 올랐다. 손 사장의 신상품 개발 노력과 인재 확보를 통한 공격 경영이 실적으로 이어지면서 주가가 힘을 받았다. 제일저축은행은 1분기(2006년 7월~9월) 실적이 전년 동기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2위는 26%의 주가상승률을 기록한 원명수 메리츠화재 사장이 차지했다. 원 사장의 장기보험 등 수익성 위주의 경영 전략이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메리츠화재는 수익성 확보와 함께 재무안전성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이 회사는 세계적인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로부터 국내 보험사로서는 최초로 재무건전성 평가등급 `A3`를 획득했다.

3위에는 기업 회생의 달인으로 불리는 박해춘 LG카드 사장이 이름을 올렸다. LG카드는 주가가 19% 올랐다. 최근 신한지주로 매각이 결정된 LG카드는 구조조정을 통해 알짜기업으로 재탄생했다는 평가다.

이어 김순환 동부화재 사장은 16%의 주가상승률을 기록, 4위를 차지했고, 이명섭 한미캐피탈 사장이 15%의 주가상승률로 5위를 기록했다. 이밖에 원종석 신영증권 사장 6위(주가상승률 14%), 전돈희 한국개발금융 사장 7위(13%),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 8위(13%), 황태선 삼성화재 사장 9위(11%), 이상준 브릿지증권 회장 10위(9%)를 각각 차지했다.

한편 2006년에는 증시 부진으로 상장기업들의 주가 성적표가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간접투자기구 및 인덱스를 제외한 688개 기업 중 주가가 오른 기업은 314개사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중 주가가 100% 이상 오른 기업은 17개사에 불과했다. 2005년에는 296개사가 100% 이상 주가가 올랐다.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기업은 고제였다. 고제는 주가가 무려 1539%나 올랐다. 하지만 고제는 감자와 M&A를 단행한데다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돼 조사대상에서 제외됐다.

Plus tip 이렇게 선정했다

‘2006 주주 부자 만든 베스트 CEO’는 668개(간접투자기구 및 인덱스 제외) 상장기업의 2006년(2006년 1월1일~11월30일) 주가등락률을 기초로 조사됐다. 조사기간 내에 대표이사가 교체됐거나, 신규 상장기업 및 관리기업, 적자기업(영업이익)은 배재했다. 또 증자 및 감자, 우회상장, 합병 등 주가에 영향을 줄 만한 특이사항이 있었던 기업도 제외시켰다. 이에 따라 조사대상 기업은 546개로 압축됐다. 이중 주가등락률이 가장 높았던 기업 순으로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기업 가치 평가 등 검증 절차를 통해 최종적으로 상위 10개사를 선정했다. 일반기업과 달리 금융기관에 대한 조사는 별도로 이루어졌다. 조사대상 금융기관은 거래소는 물론 코스닥에 상장된 곳을 모두 합쳐 55개사(창투사 제외)였다.

2005년 베스트 CEO, 주가 부진 ‘민망하네~!’

2005년 베스트 명단에 올랐던 CEO들의 2006년 주가 성적표는 어땠을까. 대부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2005년 일반기업 부문 베스트 CEO 1위를 차지했던 이동윤 세림제지 사장은 연초부터 주가가 하락세를 타면서 일찌감치 1위 자리를 내줬다. 세림제지의 주가는 67% 하락했다.

2위였던 이종휘 동원금속 회장은 베스트 CEO 중 가장 저조한 실적을 기록해 체면을 구겼다. 동원금속의 주가는 80%나 떨어졌다. 이밖에 3위 박성철 신원 회장(주가상승률 -12%), 4위 김창섭 영진식품 사장(-34%), 5위 정훈탁 IHQ 대표(-23%), 6위 유병옥 ACTS 사장(-11%), 7위 김동영 로케트전기 사장(-35%), 9위 유승필 유유 사장(-74%), 10위 이장한 종근당 회장(-2%) 등도 주가가 하락해 베스트 명단에서 멀어졌다.

일반기업 부문에서는 민경조 코오롱건설 사장(8위)만이 유일하게 주가가 올라 체면을 살렸다. 민 사장은 베스트 명단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77%의 높은 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금융 부문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만이 베스트 명단에 2년 연속 이름을 올렸을 뿐 나머지 베스트 CEO들은 모두 주가 부진으로 명단에서 제외됐다.

주가 성적표가 가장 부진했던 CEO는 2005년 7위를 기록했던 진영욱 신동아화재 사장이었다. 신동아화재는 주가가 52% 하락했다. 이밖에도 2위 김봉수 키움닷컴증권 사장, 3위 김우황 제일화재 부사장, 4위 이기수 금호종금 사장, 5위 정종렬 동부증권 사장, 8위 지승룡 신흥증권 사장, 9위 손복조 대우증권 사장 등도 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부진을 보였다. 10위 유정준 한양증권 사장은 주가가 7.3% 올라 그나마 선방했지만 베스트 10위에는 들지 못했다.

2005년 베스트 CEO들이 이처럼 맥을 못 춘 것은 증시가 정체였던 이유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실적이 뒷받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림제지와 영진약품, IHQ 등은 2006년 3분기 적자를 기록했고, 신원, 로케트전기, 종근당 등은 전년 동기 대비 이익이 줄었다.

심규선 CJ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증시가 호황일 때는 주가 변별력이 떨어져 동반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증시가 부진하거나 정체일 때는 실적 등 확실한 모멘텀이 없이는 주가가 오르기 힘들다”며 “2005년에는 증시가 56%나 오르면서 특별한 모멘텀이 없는 중소형주들도 주가가 껑충 뛰었지만 2006년에는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서 주로 실적이라는 확실한 모멘텀을 가진 중대형주나 업종 대표주들의 주가가 올랐다”고 설명했다.

주주 부자 만든 베스트 CEO 인터뷰

박장석 SKC 사장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기회 있을 때마다 직원들에게 ‘Think Big Start Small’을 강조했죠. 큰 것에만 집착한 나머지 작은 것을 잃어버리면 안 되며, 작은 것 하나하나를 실천함으로써 큰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지극히 평범한 생각을 현실에서 실천해 보라는 것이었죠.”

박장석(52) SKC 사장은 회사의 꾸준한 성장 비결을 이렇게 말했다. 2004년 취임한 박 사장은 SKC를 고유가 등 대외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견실한 회사로 만들었다. 실제로 2006년 3분기까지 화학업계는 고유가와 환율 급락, 중국의 저가 공세 등으로 인해 대부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반 토막 나거나 적자로 전환했다. 이에 반해 SKC는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나 홀로 성장이었다. SKC는 2006년 3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 76.1% 증가한 283억원, 206억원을 기록했다.

SKC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영업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박 사장의 발 빠른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재무구조 개선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그는 2004년 CEO로 취임한 뒤 비디오테이프를 비롯한 한계 사업을 정리하고 화학 필름 디스플레이 소재 등 3개 핵심사업군에 집중했다. 또 3개 핵심사업군 외에 미래사업군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2007년부터는 그 결실이 나타날 것으로 박 사장은 예상했다.

“성공적으로 사업구조 재편을 마무리하면서 3개 핵심사업의 수익성은 대폭 개선됐다고 봐요. 앞으로는 ‘Next 30년(SKC는 2006년 창립 30주년을 맞았다)’을 위한 준비에 매진할 계획입니다. 이미 바이오 연료와 하이브리드카용 소재, 중국 내수시장 사업 등을 미래사업군으로 지정하고 성장동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그는 특히 중국 시장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중국 시장을 제 2의 내수시장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중국 내 설비 증설은 물론 신규 유망사업에 대한 인수합병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계 2대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 시장은 위협 요인임과 동시에 커다란 기회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한시라도 빨리 중국 시장을 제 2의 내수시장으로 만드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SKC도 중국 내 설비 증설 등 과감한 투자와 아울러 신규 유망사업 분야에서 M&A도 함께 추진할 예정입니다.”

박 사장은 앞으로 SKC의 주가가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핵심사업군과 미래사업군을 통해 수익성 및 성장성을 고루 갖추게 되면 지금까지 턴어라운드주로 인식되던 SKC도 성장주로 새롭게 평가될 것”이라며 “지금 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의 주가가 형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주중심 경영과 관련, 박 사장은 ‘CEO의 균형 관계론’을 강조했다. 주식회사는 주주뿐만 아니라 직원, 고객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가 서로 얽혀있는 만큼 CEO의 균형적인 관계 정립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주주중심 경영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고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환석 FnC코오롱 사장

“성공적인 구조조정 덕분입니다”

최근 국내 패션업계는 불황의 늪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다. 소비심리가 눈에 띄게 위축된 데다 여름철 잦은 비와 길어진 더위 등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의류 판매가 현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장 의류회사들의 2006년 3분기 실적을 보면 대표적인 캐주얼업체인 더베이직하우스의 매출이 3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 감소했다. 또 F&F(-12.3%), 네티션닷컴(-21.9%) 등도 매출이 곤두박질쳤다. 경기에 민감하지 않은 여성복 브랜드로 '불패신화'를 써오던 한섬(-8.5%)마저도 3분기 매출은 속수무책이었다.

이 가운데 FnC코오롱만이 눈에 띄게 선전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FnC코오롱은 같은 기간 매출이 75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 늘어났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도 6.1%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은 67%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FnC코오롱만이 나 홀로 성장한 이유는 제환석(60) 사장의 혁신적인 경영 시스템 덕분이라는 평가다. 제 사장은 디자인실과 상품기획(MD) 파트에서 제품 출시의 전권을 행사하는 패션업계의 관행을 깨고 영업 파트에 권한을 대폭 넘겨줬다. 시장의 변화와 고객의 니즈를 보다 빨리 수렴,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의 일환으로 도요타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매장STOP제도를 도입했다. 매장STOP제도란 일종의 관제 시스템으로 지점 판매 실적과 고객 불만을 실시간으로 체크, 개선할 수 있는 제도다. 또 브랜드 리뉴얼 및 라인 확대 등을 통해 브랜드 경쟁력을 한층 강화시켰고, 해외시장 진출과 유통망 확대를 통해 유통경쟁력도 제고시켰다. 경영 시스템을 개편해 불황에 강한 조직을 만든 것이다.

불황 속에서도 꾸준한 실적을 올리면서 주가도 껑충 뛰었다. FnC코오롱의 주가는 2005년에 연초 대비 200% 이상 올랐고, 2006년에도 연초 대비(11월30일 기준) 91% 올랐다. 제 사장은 폭발적인 주가 상승을 성공적인 구조조정과 경영 시스템 개편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2005년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한 후, 경영 시스템을 혁신적으로 바꾼 것이 주가 상승을 이끈 것 같아요. 내수경기 악화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매출 성장과 실적 개선이 이루어진 것을 시장에서 높게 평가한 거죠.”

제환석 사장은 경영 시스템 개편과 함께 앞으로는 메가브랜드를 육성, 2010년까지 매출 1조원 이상의 회사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미래성장기반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 생산 비중 확대와 함께 글로벌 비즈니스도 가속화할 계획입니다. 이미 코오롱스포츠, 엘로드 등을 중국과 미국 등지에 진출시켰죠. 또 디자인 역량도 강화해 미래성장기반인 글로벌 메가브랜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제 사장은 기업이익의 주주 환원은 CEO의 인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의무라고 강조했다. “주주의 투자 수익을 높이는 것이 기업 경영의 궁극적인 목표라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꾸준한 실적 향상 및 장기적 관점의 기업 가치의 상승을 기본으로 경영 전략을 수행하고 있죠.”

차석용 LG생활건강 대표이사

“선택과 집중의 효과가 나온거죠”

기업은 달리지 않으면 넘어지는 두 발 자전거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일시적인 성공에 안주한 채 변화하지 않을 때 기업은 결국 쓰러지고 말죠. 때문에 직원들에게 새로운 일에 과감히 도전할 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멋진 실패에 상을 주고 평범한 성공에 벌을 줄 것입니다.”

흑자신화를 기록하며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차석용(53) LG생활건강 사장은 현재의 경영 실적은 중요하지 않다며 이렇게 말했다. 차 사장은 2005년 1월 취임 이후 2006년 3분기까지 7분기 연속 두 자릿수 영업이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2006년에는 1분기 22%, 2분기 30%, 3분기 41%로 갈수록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견고한 성장세를 기록해 화제가 됐다. 실적호전으로 주가도 껑충 뛰었다. 2005년에는 주가가 116% 상승했고, 2006년에도 86%의 주가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이는 동종업계 최고는 물론 LG그룹 내 최고의 주가 성적표다.

LG생활건강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미래가 불투명한 회사였다. 2001년 4월 LG화학에서 분리되면서 아모레퍼시픽(태평양), 애경, 피죤 등 탄탄한 전문회사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그야말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규모가 큰 화학 업종의 일개 사업군 정도로만 여겨졌던 생활건강 부문이 LG화학에서 별도 회사로 떨어져 나오자 직원 사기가 떨어져 이직도 많았다. 이는 실적으로 그대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이 매년 10% 이상씩 줄어들었던 것. 결국 차석용 사장이 구원투수로 긴급 투입됐고 이때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는 세계적 생활용품업체인 미국P&G에 입사한 유일한 한국인이다. 한국P&G 지사장, 해태제과 사장 등 이력에서 알 수 있듯이 마케팅 전문가이자 전형적인 글로벌 경영인이다.

차 사장은 부임하자마자 ‘5년 내 매출 2배’라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를 위해 그는 ‘선택과 집중’에 의한 과감한 브랜드 구조조정과 '제품 프리미엄화'로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추진했다. 생활용품 업계의 고질적 병폐인 할인 판매를 자제하고 대리점 재고를 '제로(O)화'하고 부실 원인이었던 화장품 직판 사업에서 철수했다. 반면 프리미엄 전략을 과감하게 펼쳤다. 생활용품 부문에서는 신제품 또는 기존 제품들을 업그레이드한 프리미엄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내놓았고, 특히 화장품 부문에서는 고가 화장품인 '오휘', '후'에 과감한 투자를 해 대성공을 거뒀다. 생활용품에 이어 취약 부문이었던 화장품에서까지 대성공을 거두면서 영업실적이 대폭 개선됐다. 차 사장의 새로운 도전과 과감한 투자 결정으로 추락하는 경영실적에 날개를 단 것이다.

“지난 2년은 저희가 앞으로 더 높이, 그리고 더 멀리 나가기 위해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부족한 것은 준비하며 근본을 다지는 기간이었죠. 이러한 탄탄한 기본 위에 2007년부터는 그 동안 준비해 온 것들이 하나 둘씩 결실을 맺으며 더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차 사장은 주주의 이익은 기업 가치 제고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CEO는 항상 기업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데 매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그는 주주 이익 실현을 위해 매년 수익의 30%를 배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