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 공모주 열풍이 불고 있다. 최근 두 달 사이에만 무려 12조원이 넘는 대규모 자금이 공모주 시장에 몰렸다. 단일 기업의 청약 경쟁률도 1000대 1을 넘을 정도로 공모주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저금리에 부동산 투자마저 규제가 강화되면서 500조원을 넘는 시중 부동자금이 고수익이 가능한 공모주 시장으로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과열 뒤엔 항상 부작용이 따르는 법. 단기 고수익을 쫓아 ‘묻지마 청약’식으로 공모주 투자에 나섰다가 손해를 보는 개인 투자자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치열한 청약 경쟁을 피해 보다 안전하게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공모주 투자 방법은 없을까. 공모주 투자의 ‘프런티어’로 불리는 박순보 도이치자산운용 주식운용 이사에게 물었다.

2006년 9월 자산운용업계에서는 펀드 하나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도이치자산운용의 ‘도이치아시아종류형채권혼합펀드’가 바로 그것. 국내 1호 ‘아시아 공모주 펀드’인 이 상품은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홍콩 등 아시아 8개국의 공모주에 투자해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상품 출시 두 달 만에 3500억원의 자금이 몰려 판매가 조기에 마감됐고, 이어 출시된 2호 펀드 역시 한 달도 채 안 돼 1600억원이나 판매되는 등 단번에 히트 상품 반열에 올랐다. 전체 자산의 70%는 국내 채권(국공채)에 투자하고 나머지 30%를 국내외 공모주에 투자하는 이 펀드는 현재 3개월 누적수익률이 7%(연환산)에 달하고 있다.

이 펀드의 공모주 투자를 담당하고 있는 펀드매니저가 바로 박순보 도이치자산운용 주식운용 이사다. 그는 이 펀드로 공모주 투자의 새로운 신기원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울타리를 넘으면 더 많은 기회가 있다”

박 이사는 공모주 투자로 보다 안전하게 고수익을 얻고 싶다면 해외로 눈을 돌리라고 충고했다. 국내 시장에 한정된 공모주 투자로는 더 이상 고수익을 기대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공모주 시장이 과열되면 청약 경쟁률이 높아져 배정 물량은 줄어들고 그만큼 손에 쥐는 수익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반면 투자비용 대비 리스크는 커지고, 또 다른 투자 기회마저 잃어버릴 수 있다. 최근 개인 투자자들이 공모주 투자로 손해를 보는 것도 단순히 공모주 열풍에 편승해 ‘묻지마 청약’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는데 굳이 국내만 고집할 필요가 있나요. 해외에는 국내보다 더 높은 수익이 가능한 공모주 시장도 많습니다. 또 공모주 투자 기회도 많죠. 분산투자와 더 많은 투자 기회 획득을 위해서라도 공모주 투자 역시 이제는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그는 해외 공모주 시장 중에서도 중국, 인도,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 대만, 태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시장에 관심을 가지라고 권고했다. 아시아 공모주 시장은 경제성장과 함께 그 규모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공모주 투자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경제 대국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2006년 공모주 시장 예상 규모는 360억달러로 미국(311억달러)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공모주 시장은 그 특성상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는 이머징마켓이 더욱 활발하고 고수익 기회도 많죠. 따라서 지금은 아시아 지역의 공모주 시장에 관심을 둬야 할 때입니다. 중국, 인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지는 경제성장과 함께 공모주 시장이 비약적으로 커지고 있어 그만큼 투자 기회가 많고 고수익도 가능합니다. 홍콩과 싱가포르, 대만 등도 중국발 훈풍에 최근 공모주 수익률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죠.”

실제로 최근 아시아 공모주 시장은 경제성장에 발맞춰 수익률도 뜀박질하고 있다. 2006년 9월1일 현재 홍콩은 상장일 공모주 평균 수익률이 41.4%, 상장 이후 한 달 평균 공모주 수익률은 45.5%에 달하고 있다. 같은 기간 홍콩 증시가 17.38% 오른 것을 감안하면 2.5배 이상 높은 수치다. 또 싱가포르도 상장일 공모주 평균 수익률이 36.9%, 상장 이후 한 달 공모주 평균 수익률은 27.1%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도이치아시아종류형채권혼합펀드’가 채권형 펀드임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7%가량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도 이처럼 아시아 공모주 시장의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 펀드는 현재 중국, 싱가포르, 홍콩, 필리핀 등지의 11개 기업에 투자했으며 이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중국의 식료품 가공업체인 CKD로 43.5%의 수익률을 올렸다.

해외 공모주 나라별 특색 고려해야

박 이사는 아시아 공모주 투자의 또 다른 장점으로 분산투자와 대안투자 효과를 뽑았다. 국내에 한정된 투자 자산을 여러 국가의 다양한 기업에 투자해 안정적인 분산투자 효과를 노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부동산, 금, 구리, 다이아몬드 등을 취급하는 해외 기업에 투자함으로써 대안투자 효과도 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해외펀드가 각광받는 이유 중 하나는 분산투자로 자산 포트폴리오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 때문이죠. 해외 공모주 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해외 공모주 투자는 천연자원 생산 기업 등 국내에는 생소한 다양한 기업에 투자할 수 있어 실물펀드처럼 대안투자 효과도 볼 수 있죠.” 

아시아 공모주 시장이 ‘새로운 기회의 땅’이라면 어떤 기업의 공모주에 투자해야 할까. 박 이사는 해당 국가의 경제적, 지리적 특성을 최대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처럼 고성장에 있는 국가의 경우 다양한 기업의 공모주 투자가 가능하죠. 그리고 IT강국인 대만은 IT기업에, 풍부한 천연자원이 강점인 필리핀은 천연자원을 생산 취급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또 인도처럼 인구가 많은 곳은 내수기업이 유망하죠. 펀드에서도 해당 국가의 경제적, 지리적 특성을 고려한 투자 방식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해외 공모주 투자는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가 직접 투자하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투자 절차가 복잡할 뿐 아니라 공모 기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이사는 해외 주식이나 채권 등과 마찬가지로 해외 공모주 투자도 펀드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아시아 공모주 시장은 국내보다 기관투자자(펀드) 배정 물량이 많고, 락업(Lock-up, 매도 불가능 기간)제도도 없어 펀드 투자가 더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개인 혼자서 해외 기업들의 방대한 정보를 정확히 알아내는 것은 사실 힘들죠. 오히려 리스크만 키울 수 있습니다. 해외 네트워크가 없는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직접 펀드를 만들어 운용하기 힘들 정도니까요. 따라서 해외 주식이나 채권처럼 해외 공모주 투자도 펀드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게 수익을 올리는 방법이죠. 현재로선 도이치자산운용의 아시아 공모주 투자 펀드가 유일하지만 앞으로 다양한 해외 공모주 펀드가 나올 것이라 예상됩니다.”

한편 박 이사는 개인들의 해외펀드 투자와 관련, 투자자산의 20% 가량은 해외펀드에 투자하되 고성장에 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비중을 늘릴 것을 권고했다.

그는 “한국 경제는 더 이상 이머징마켓으로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발전했고 앞으로 장기 저성장 국면이 예상된다”며 “따라서 자산 포트폴리오 상의 해외펀드 투자는 필수며 특히 고성장 단계에 있는 아·태 지역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할 때”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