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의 살아 있는 교과서’로 불리는 워런버핏(Warren Edward Buffett)의 책을 보면 이런 일화가 나옵니다. 어느 날 워런버핏은 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골프를 쳤습니다. 라운드를 즐기다 갑자기 CEO는 워런버핏에게 한 가지 내기를 제안했습니다.

“이번 홀에서 당신이 2달러를 걸고 티샷을 해 홀인원을 하면 내가 1만달러를 주겠소.” 재미삼아 한번 해볼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워런버핏은 “그렇게 확률 낮은 도박은 안 한다”며 일언지하에 거절했습니다. 무안해진 CEO가 “그렇게 돈이 많으면서 2달러 갖고 뭘 그러느냐”고 묻자 워런버핏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2달러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은 사람은 1만달러를 손에 쥐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게임이라도 이길 확률이 없는데 돈을 거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죠.”

이런 워런버핏을 ‘참 재미없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2달러도 아끼는 워런버핏은 지난 5년간 25억달러를 자선단체에 기부했고, 앞으로도 자기의 전 재산 중 85%(370억달러)를 기부할 예정이죠. 그는 재미없는 사람일 수는 있지만 돈의 가치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아는 따뜻한 부자임에 틀림없습니다.  

돈의 가치를 아는 진정한 부자들은 대부분 워런버핏처럼 돈을 양보다는 질로 평가하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신용카드사의 한 상품 개발자는 부자 마케팅과 관련해 “암만 많이 줘도 진짜 부자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며 하소연을 하더군요.

플래티넘카드, 블랙카드 등 부자들을 위한 VIP카드는 일반 카드와는 달리 수많은 고급 서비스가 제공됩니다. 골프 및 콘도 무료 이용권은 기본이고 무료 항공권, 놀이공원 연간회원권, 명품 할인권 등 카드사 직원조차 셀 수 없을 정도의 다양한 혜택이 들어 있죠. 그래서 연회비가 일반 카드보다 비싸지만 서비스만 꼬박꼬박 챙겨도 연회비를 뽑고도 남을 정도입니다. 이처럼 고급 서비스가 많은 이유는 부자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죠.

하지만 그 상품 개발자에 따르면 실제로 돈 많은 부자들은 아무리 많은 혜택을 줘도 VIP카드를 만들지 않거나 만들어도 잘 쓰지를 않는다고 합니다. 때문에 최근에는 VIP카드 발급 기준을 완화해 고소득층 위주로 영업을 한다더군요. VIP카드 소지자가 갑자기 대폭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합니다.

부자들은 남들과 다른 많은 혜택을 받는데도 왜 꿈쩍도 하지 않을까요. 상품 개발자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부자들은 카드가 당장 없어도 소비생활에 지장이 없죠. 더군다나 공짜 서비스를 받는 것보다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를 먼저 생각하더군요. 단순히 ‘연회비보다 서비스가 많으니까 좋다’라고 생각하는 부자들은 없었습니다.”

흔히 돈을 모으는 것보다 쓰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합니다. 부자가 되기 위해 부자처럼 행동하기보다 먼저 부자처럼 생각하고 소비하는 습관을 길러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