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베팅으로 수십억 움켜쥔 디벨로퍼 K씨 아파트 값 상승기에 개발 사업해 ‘완전 분양 ’쾌거 이뤄
K씨는 30대 후반의 젊은 디벨로퍼(developer)다. 미국에서 유학을 하고 귀국한 이후 여러 가지 사업을 모색하다가 그가 택한 일이 부동산 개발 사업이었다. 넉넉한 집안 덕에 과감히 디벨로퍼로서 출발할 수 있었지만 K씨가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들이 부동산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도 K씨를 부동산 개발 사업으로 이끈 요인이기도 했다. 또한 미국 유학에서 배운 부동산, 금융에 대한 지식도 그를 디벨로퍼로 이끄는 데 한몫을 했음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부동산 개발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가 사업 부지를 확보하는 일이며 이때 디벨로퍼들은 가장 많이 고생하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게 된다. 여러 지역에서 사업 기회를 모색하던 K씨는 우연한 기회에 서울 용산 삼각지역 인근의 아파트 사업 예정 부지를 발견하게 되었는데, 이를 놓치지 않고 과감한 베팅으로 주요한 사업 부지를 확보하게 되었다.

필자가 K씨를 만나게 된 건 부지 매입과 관련해서였는데, K씨가 매입하려는 부지 중의 하나가 철도청이 소유한 부지였고, K씨는 이 부지를 철도청으로부터 불하받아서 사업 부지에 포함시키려고 했다. 우리나라의 ‘국유재산법’에서는 국유 재산의 매입이나 매각의 경우에 반드시 감정평가업자의 감정 평가를 받아서 그 가액으로 매입 또는 매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필자는 철도청의 부지를 감정 평가하게 된 인연을 계기로 K씨를 알게 된 것이다. 필자가 감정하게 된 땅은 철도청 소유의 도로 부지였는데, 철도청에서 이를 용도 폐지하고 K씨에게 매각함에 있어 적정한 매각가를 산정하는 작업을 담당하게 되었다.

독자들께서는 언뜻 도로로 이용되고 있는 땅이라 낮은 가격으로 매각가가 결정되리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이 땅을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도로를 사는 것이므로 평가액이 도로 가격 정도로만 결정되기를 바랄 것이다. 하지만 파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지금은 이 땅을 도로로 사용하고 있지만 사는 사람은 이 땅을 도로로 사용할 것이 아니라 아파트 용지로 사용할 것이기 때문에 아파트 용지 가격으로 평가되기를 바랄 것이다. 평가 실무에서는 이러한 두 입장을 모두 고려하여 평가를 하게 되며, 이때 평가액의 가격 수준은 아파트 용지를 기준으로 하여 성숙도를 감안하여 일정 부분을 감가하게 되는데, 그 폭은 20~30%정도가 된다. 즉 아파트 용지 가격의 70~80%정도로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야기가 옆길로 샜지만, 사실 그때 당시만 해도 K씨는 부동산 개발 사업을 처음해보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중이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무허가 건물에서 살고 있는 점유자들의 문제였다. 철도청 소유의 부지 위에 무허가로 건물을 지어서 오랫동안 살아오던 사람들에게 “아파트를 지으려고 하니 나가 주십시오”라고 하면 쉽게 “예, 그러겠습니다”고 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사람들과 비교적 마찰 없이 그리고 사업 수지에 무리를 주지 않을 정도로 원만히 해결하는 것이 핵심 사안이다. 그러나 보통 이런 문제는 주거의 문제이기 때문에 원만한 해결이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런 문제를 능숙하게 해결하는 것이 경험 많은 개발업자의 능력이라 할 수 있는데, 초심자인 K씨는 이 문제에 부딪혀서 많은 사업 수지상의 손실을 감내해야 했다.

그러나 초심자의 행운이라고 해야 할까? 위치가 무척이나 좋았다. 서울 삼각지역 부근이라 용산 미군기지 이전과 더불어 용산 바람이 막 불기 시작했던 시기였다. 평당 1500만원이라는 당시에는 다소 높은 분양가로 분양을 해서인지 분양 초기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멀지않은 시기에 분양을 성공리에 끝마칠 수 있었다. K씨는 이 한 번의 개발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치게 됨으로서 수십억원의 자금을 움켜쥠과 동시에 본격적인 디벨로퍼로서의 면모를 갖춰 가기 시작했다.

이에 용기를 얻은 K씨는 이번에는 택지개발사업지구 내의 공동주택 용지를 분양받아서 사업을 해볼 생각으로 전국의 택지개발사업지구를 물색하던 중 경남 김해 장유지구에서 아파트 부지를 확보하게 된다. 1차 사업의 성공으로 돈독해진 시공사와의 관계를 토대로 2차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K씨의 경우를 보면 부동산 사업을 함에는 운도 많이 따라 주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물론 스스로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과감하게 베팅할 수 있는 능력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하는 것은 기본이고 전반적인 시장 상황이 분위기를 타 줘야 한다는 것이다.

K씨는 아파트 가격의 급격한 상승기에 아파트 개발 사업을 시작해서 완전 분양이라는 쾌거를 이루어 많은 돈을 벌게 된 케이스로 모든 개발업자들이 다 K씨와 같은 길을 걷는 것은 아니다. 사실, 아직은 K씨가 개발업자로서 완전히 성공했다고는 보기 어렵다.

소위 진정한 디벨로퍼는 시장 상황을 미리 예측해서 사업을 성공시키는 능력까지 갖추어야 한다. 한두 번의 사업 성공으로는 진짜 실력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때문이라도 2차 사업인 장유 쪽의 아파트 사업의 성패 여부를 눈여겨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