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간 직장 생활만 했던 최중경씨(41)는 요즘 사업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하루 평균 300만~400만원씩 팔아 한 달 순익으로 2000만원을 손에 쥐었기 때문이다. 개업 전 10개월간 고심 끝에 선택한 그의 장사 아이템은 대게 전문점.

유한킴벌리 차장 출신인 최씨가 자영업자로 변신한 건 2006년 10월초. 장고 끝에 대게 전문점을 낙점한 까닭은 한마디로 웰빙 트렌드 때문. 갈수록 육류보다 해산물 등 저칼로리 음식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으로 확신한 탓이다.

문제는 가격. 지금까지 대게는 가격 문턱이 높아 대중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을 날린 건 가격파괴 대게 프랜차이즈 ‘대게하우스(daegaehouse.co.kr)’를 만나면서부터다. 시중에서 1kg당 7만~8만원에 판매되는 대게를 1kg당 2만9000원에 선보인 덕분이다.

아이템 선정 후 고민은 입지로 모아졌다. 목 좋은 곳을 잡자니 투자비가 겁났고 C급 점포를 잡자니 장사가 안 될까 걱정이었다. 이때 최 씨가 주목한 건 집근처인 평촌에 새로 오픈한 벤처빌딩(두산벤처다임).

입주 업체 직원만 4000여 명에 이르고 배후에 평촌과 의왕시의 5만 세대에 이르는 ‘오피스+주택가 복합 상권’이다. 새 건물이라 권리금이 없고 2층에 들어가면 임대료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 특히 대게 요리 특성상 ‘충동구매’보다는 ‘목적구매’가 많아 2층서도 통할 것으로 확신했다.

“오피스+주택가 복합 상권이 좋아”

이렇게 평범한 직장인 출신 최중경씨가 ‘사장님’으로 변신하는데 들어간 총 투자비는 3억원. 직장 생활 14년간 벌어 놓은 종자돈을 올인했다. 돌아갈 다리를 끊겠다는 배수진의 각오였다. 이는 80평 대형 매장에 여유 있는 좌석 공간으로 이어졌고 널찍한 실내는 벤처빌딩 내 입주 직원들을 매장 안으로 유인한 결정적 이유였다.

개업 후 뚜껑을 열어본 성적표는 월 매출액 1억원 돌파. 하루 평균 300만~400만원 매출액을 기록한 것. 평일엔 사무실 직장인들, 주말엔 배후 아파트 가족 손님이 몰렸다. 그는 “매출액 대비 20~25%는 순익으로 남은 것 같다”고 들려줬다. 유재수 한국창업개발연구원장은 “요즘 점포 사업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경향이 강해졌다”며 “객단가가 2만원대 이상 점포일수록 대형점이 유리하다”고 분석한다.

이곳의 주력 메뉴는 대게와 킹크랩, 랍스터로 압축된다. 대부분 코스요리다. 대게와 킹크랩은 1인분 2만9000원으로 가격 문턱을 낮췄고, 랍스터는 1인분 7만원대 고가다. 1인분 대게 요리를 700~800g으로 맞춰 마진율을 높인 게 특징. 그래도 고급 대게 전문점에 비하면 30~40% 저렴한 셈이다. 비결은 해산물 직수입 회사와 제휴, 러시아산 대게를 직접 공급해 유통 거품을 뺐기 때문이다. 최중경씨는 “메뉴 단가가 높아 회전율에 연연하지 않아도 매출액이 높다”며 “4인 가족 기준 테이블 객단가는 10만원을 웃돈다”고 들려준다. 

평촌점만의 특징은 타 매장에서 사용하지 않는 세라믹 불판을 사용한다는 사실. 세라믹 불판은 불꽃이 아닌 원적외선 열을 이용하는 가스레인지다. 요리가 나가기 3분 전 세라믹 불판을 예열시켜 증기 접시를 제공, 잘라먹는 동안 증기 접시에 대게를 올려놓는 용도다.

이렇게 하면 식지 않은 대게를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게 최씨의 자랑이다. 그는 “이 같은 노하우를 위해 개업 전 모 음식점에서 2개월가량 ‘운영 체험’ 시간을 가졌다”면서 “식어 버린 요리에서는 이따금씩 비린내가 나는 단점을 보완해주는 효과도 있다”고 강조한다.

그래도 1인당 3만원 메뉴는 직장인 식사로는 부담스럽지 않냐 는 질문에 그는 “점심시간엔 4000~8000원대 알밥, 매운탕, 비빔밥, 북어국을 준비해 뒀다”면서 “대게 코스요리는 회식이나 접대용 메뉴”라고 말했다. 매장 효율성 제고를 위해 ‘점심=저가, 저녁=고가’로 매출 이원화 전략을 쓰고 있는 셈이다.

월 매출액 1억원대 잘 나가는 점포 사장이지만 최중경씨는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마음을 하루 10번씩 외친다”고 말한다. 매장 청소는 물론 허드렛일까지 마다 않는 모습이 그렇다. 특히 고객이 많은 음식을 남기면 그는 남긴 음식을 꼭꼭 먹어본다. 맛에 이상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서다. 8명 직원들도 이런 최 사장을 따라가고 있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외식업 창업의 성공 포인트는 맛과 입지, 창업자 자질에 있다”면서 “평촌점이 대박점포로 롱런하기 위해선 로열 고객층(단골) 확보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대게 전문점 경쟁 현황

현재 대게 전문점은 대중화 전쟁이 한창이다. 특히 인테리어도 수산시장 분위기가 아니라 깔끔하고 고급스럽게 변모 중이다. 젠 스타일의 깔끔한 인테리어와 직접 제작한 옹기 속에 대게를 넣어 600℃의 황토 가마 안에서 구운 뒤, 일식 퓨전요리 형태로 맛의 고급화를 실현,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있는 매장으로는 ‘로산진’이 대표적이다. 또한 러시아 캄차카에서 직수입한 A급 붉은 왕게 요리가 간판메뉴인 ‘이복용크래버’는 자체개발한 고압 스팀기로 20분정도 쪄내는 게 특징. 3개월 동안 저온 숙성한 유자소스로 맛의 차별화를 가져왔다. 의정부에 위치한 ‘대게도락’은 월계수잎, 청주, 솔잎 등을 넣은 물에 왕게를 넣고 15분 정도 찐다. 쪄낸 왕게는 껍데기를 벗겨 낸 뒤 속살에 버터 등 7가지 재료의 양념을 발라 살짝 구워 내 맛은 물론 특유의 향까지 함께 느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동해 앞바다의 바다 속 섬인 무화잠에서 잡은 대게만을 취급하는 ‘무화잠' 은 대게의 맛을 기타 조미료나 소스로 맛을 첨가한 것이 아니라 대게 자체의 본 맛을 최대한 살린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대게 요리는 물량 공급 문제로 프랜차이즈화하기가 힘들다. 현재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대게하우스’가 유일하다. 해산물 직수입 회사와 제휴해 대게를 공급받고 있는 이 회사는 현재 직영점 8곳, 가맹점 5곳을 운영 중이다.

대게하우스 평촌점 사업 성적표

● 입지  평촌 오피스 상가(배후 5만여 세대)

● 매장 평수  80평(2층)

● 총 투자비  3억원(임대료 1억원)

● 일 매출액  350만원

● 마진율  20~25%

● 월 순익  2000만원 안팎

●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

● 일평균 내방객  평일 150명, 주말 200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