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은 국가경제의 뿌리다. <이코노미플러스>는 그 뿌리의 터전이 되고 있는 전국의 산업단지를 찾아 그 역사와 입주 업체들의 애환, 그리고 앞으로의 발전 모습을 그려본다. 이번호에선 시리즈 세 번째로 ‘신형엔진’ 광(光) 산업으로 세계를 빛내고 있는 ‘빛고을’ 광주광역시의 첨단과학 산업단지를 찾았다.

가로 세로가 10여m에 달하는 거대한 전광판에서 여가수가 섹시하게 몸을 흔들고 있다. 탁 트인 엘이디(LED)라이텍 기술연구소 안은 온통 그녀의 몸짓으로 가득하다. 정오가 갓 지난 시각, 창으로는 환한 빛이 들어오고 있지만 그녀의 춤은 또렷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좀 더 가까이 보기 위해 전광판 앞으로 다가서자 그녀를 비추는 전광판이 보통의 전광판과는 다른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일반 건물이라면 3층 높이의 천장에서 아래로 내려뜨린 일정한 간격의 전선들 사이사이에 LED(발광다이오드) 전구들이 매달려있다. 가까이서 보면 크리스마스트리의 장식용 전선과 전구처럼 그저 반짝이고 있을 뿐이지만 멀리서 보면 이 하나하나의 LED들이 모여 영상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저쪽에 있는 PC 보이시죠? PC에서 동영상을 틀면 그대로 전광판에 투영됩니다. LED는 고휘도(작지만 강한 빛을 내는 것)여서 낮에도 잘 보입니다. 근데 저 가수가 누구죠? 좋은데요.”

최종섭 엘이디라이텍 대표는 이렇게 되물었다. 기자와 주변에 서있는 직원들이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길건입니다.”

최 대표가 이끌고 있는 엘이디라이텍은 광주지역의 대표적인 LED 조명 기업이다. 2004년 설립된 이 회사는 불과 2년 만에 매출액 50억원의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경기도 부천 현대백화점, 인천 신세계백화점을 빛나게 하는 LED 조명이 이 업체의 제품들이다. 얼마 전엔 전북 전주 시내에 조성중인 ‘걷고 싶은 거리’에도 제품을 납품했다.

뿐만 아니라 매출액의 85%가 일본, 미국 등으로 수출되고 있으며 곧 모 자동차회사의 실내조명에도 이 회사의 LED 제품이 쓰일 예정이다. 이 대표는 “자동차 조명으로 LED 조명을 쓰면 분위기나 날씨에 따라 실내등의 밝기를 조절하거나 자동차 계기판의 불빛을 속도에 따라 푸른색, 붉은색 등으로 변하게 하는 다양한 효과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금 빛고을 광주에는 엘이디라이텍의 LED 제품처럼 ‘빛’을 기반으로 한 ‘광 산업’ 열풍이 불고 있다. 거의 모든 광주 사람들이 광 산업이 미래의 광주를 먹여 살릴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낼 정도다.

광 산업이란 광학(光學)과 전자공학 기술을 이용한 모든 분야를 통칭하는 것으로 생산 제품은 광원, 광통신, 광정보, 광소재, 광정밀 등으로 나뉜다. 광통신, 광정보, 광원 등은 고도 정보화 사회를 위한 정보통신 산업의 근간이 되는 핵심요소다. LED와 같은 광원 및 광소재는 에너지 절약은 물론 환경 친화 산업의 근간으로 에너지 산업, 조명 산업, 자동차 산업의 기본이 되는 분야다. 또 광정밀 산업은 정밀기계 산업의 근간을 이룬다.

광주 지역 광 산업의 발전 속도는 가히 폭발적이다. 광주 광 산업의 메카인 광주첨단과학산업단지(이하 광주첨단단지)에는 1999년 47개에 불과했던 업체가 2006년 10월 현재 가동 중인 업체만도 219개로 늘었다. 현재 건설 중이거나 아직 착공에 들어가지 않은 업체를 합치면 311개에 달한다. 이중 광 산업의 비중은 전체의 50% 수준. 1130억원에 불과하던 광주첨단단지의 생산액은 2006년말 2조6000억원으로 급성장했으며 고용 인원은 1900명에서 6101명으로 늘었다. 업체 수는 5배가 증가했고 생산액은 20배, 고용은 3배로 늘어난 것이다. 본격적으로 사업이 시작된 2000년부터 불과 6년 새 광주첨단단지는 광주지역 전체 제조업 생산액의 13%를 차지하는 지역경제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

허허벌판이 6년 만에 광 산업의 메카로

“이곳에 처음 입주했을 때만 해도 주변에 덜렁 우리 회사 외엔 없었어요. 6만여 평의 대지에 40개 회사밖에 없으니 말 다했죠. 업체들이 늘어나고 주변이 개발되면서 지금은 ‘첨단 산업단지’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습니다.”

김진봉 피피아이 대표는 지난 1999년 회사가 처음 이곳에 발을 디뎠을 때를 회상했다. 김 대표를 따라 피피아이 옥상에 올라서 주위를 둘러보니 개발 중인 LED 집적단지를 제외하고도 각종 연구소와 기업들이 주위를 가득 메우고 있다.

김 대표의 직함은 두 개다. 하나는 피피아이의 대표이사이고 다른 하나는 전남대학교 공과대학 교수다. 피피아이는 김 대표와 그의 제자들이 모인 학내벤처로 출발했다. 전체 직원 44명 중 8명이 당시 제자들이다. 김 대표는 “당시만 해도 공부하는 학생들이었는데 이젠 우리 회사를 이끄는 어엿한 중견들이다”라며 대견해 했다.

2006년 12월 남중수 KT 사장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KT의 모든 가입자 가정에 FTTH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FTTH(Fiber-To-The Home)란 각 가정에 개별적으로 광섬유를 부설하는 가입자망을 가리키는 말로 인터넷 이용 속도가 현재 구리선방식에 비해 100배 이상 빠르다. IP TV나 와이브로의 도입 같은 통방융합시대의 기본이 바로 FTTH다. 빛고을 광주는 바로 이 FTTH가 2004년 최초의 시범 서비스에 들어간 지역으로 현재 6000여 가구가 혜택을 받고 있다.

FTTH를 구현하기 위해선 각 가정마다 광케이블로 들어온 신호를 해당 기기에 전달하는 광분배기가 필요하다. 피피아이에서 생산하는 제품이 바로 광분배기와 여기에 들어가는 분배용 칩이다.

피피아이의 매출액은 2006년 5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2003년에 미국 시장에 진출한 뒤 메이저통신사인 버라이즌과 제휴를 통해 광분배기용 칩을 공급해왔으며, 2004년 10월에는 경쟁사였던 일본 NHK사로부터 15억원의 자본 투자 등 전략적 제휴를 이끌어낸 광분배기 시장의 선도업체다.

“현재 FTTH가 상용화된 곳은 미국과 일본 정도입니다. 현재 매출도 거의 수출로 이뤄지고 있죠. 하지만 이 나라들 역시 제대로 정착했다고 보긴 어려워요. 확장일로에 있는 FTTH 관련 기술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조금만 힘을 쏟으면 금세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광주첨단단지의 입주 업체 대부분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2002년을 전후해 국제시장의 IT 버블이 꺼지면서 수출길이 꽉 막혔기 때문이다. 광 산업을 선도하는 선진국이 그럴진대 아직 형성조차 되지 않은 국내에선 말 그대로 ‘시장’ 수준의 작은 매출만 가능했다.

피피아이 역시 설립 초반 부침을 겪었다. 김 대표는 “‘광 산업’이란 용어의 개념이 정립된 지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라며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광 산업의 밝은 미래에 대한 희망 그리고 내가 이 분야를 선도해간다는 자긍심으로 사업을 이어왔다”고 덧붙였다.

위기 뒤 기회라 했던가. 버블 붕괴로 ‘네임밸류’ 있는 외국 기업들이 비틀거리면서 제품 주문이 기술력 있고 변화에 능한 한국의 중소기업으로 몰려들었다. 특히 2005년을 기점으로 광원 및 광통신 부품 분야에서 국제적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이 분야에 경쟁력을 가진 광주첨단단지의 기업들이 그 선두에 서게 됐다. 김 대표는 “광주에서 FTTH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안 바이어들이 광주지역 전체 업체의 기술력을 높이 사주는 경향이 있다”고 귀띔했다. 동시에 국내에선 FTTH 사업이 확대되고 휴대폰과 TV, 각종 조명기기에 쓰이는 LED 시장이 커지면서 내수시장에도 활로가 트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국내외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실제 광주첨단단지의 신한포토닉스, 휘라포토닉스, 오이솔루션 등 5개 이상의 광통신 부품 기업들의 매출액은 2006년 100억원 이상으로 상승했다. 최종섭 대표의 라이텍코리아 등 LED 중소기업의 매출액도 50억원을 상승해 향후 2년 내 매출액 100억원 이상의 기업이 20여 개, 200억원 이상의 기업이 10여 개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 대표는 “광주첨단단지의 광 산업은 이제야 언 땅을 뚫고 싹이 돋아나는 단계”라며 “미국과 일본이 주춤하고 있는 지금이 바로 광주첨단단지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시기”라고 전망했다.

울산, 구미, 창원, 여수 등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단지들에 비해 광주첨단단지의 역사는 일천하다. 광주지역에서도 23년의 역사를 가진 하남공단보다 훨씬 짧다. 광주첨단단지가 단시일 내에 어려움을 뚫고 제 궤도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각 기업들의 뼈를 깎는 노력과 더불어 각 지원기관과의 네트워크가 든든한 ‘빽’ 역할을 해줬기 때문이다.

초기부터 계속된 든든한 지원이 성장의 원동력

“예산을 따기 위해 국회에 가서 ‘광주에 광 산업을 일으키겠다’고 하면 국회의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광주에서 구리광이나 금광이 터졌냐고 말이에요. 광 산업의 빛 광(光)자를 광업의 쇳돌 광(鑛)자로 잘못 알아들은 것이죠.”

김종효 광주광역시 경제통상국 과장은 1999년 광주시가 광 산업을 지역전략산업으로 추진하기 시작할 당시의 일화를 소개했다. 광주의 광 산업은 다른 지역 산업과는 달리 중앙에서 결정해 지역 산업으로 육성한 경우가 아니란다. 지역경제기반이 취약했던 광주 지자체가 고심고심해서 선택한 결과였다는 것. 여러 지역 산업 중 광 산업은 상향식으로 추진된 거의 유일한 지역 산업이 된 셈이다.

“일단 시작한 일이 인프라를 다지는 일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단지 조성과 더불어 광 산업과 관련한 연구소를 유치하고 설립하기 시작했습니다.”

광주시는 1999년에서 2003년까지를 1단계 사업기간으로 잡고 광 산업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힘썼다. 먼저 광주첨단단지를 북구 대촌동에 조성했으며, 한국광기술원 같은 광기술 전문연구소 설립을 비롯해 고등광기술연구소, ETRI(광통신연구센터), 생산기술연구원 광주센터, 광산업진흥회 등의 연구기관과 지원기관이 지역에 설립 또는 이전토록 했다.

인프라 구축과 더불어 지원 사업도 펼쳤다. 기업의 R&D 과제 157건에 484억원을 지원하고, 해외 마케팅을 위해 해외 전시회에 참가하는 192개 업체에 2억5000만원을 지원해 광 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켰다. 또 인력양성 사업도 펼쳐 광주지역 3개 대학원, 5개 대학, 1개 고교에 광 관련 전공학과를 개설해 모두 3234명의 광 전문가를 양성해냈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계속될 2단계 사업은 구축된 인프라를 활용해 본격적인 성장을 노리고 있다. 이를 위해 5년간 총사업비 3863억원(국비 2177억원, 지방비 574억원, 민자 1112억원)이 투입될 계획이다. 최근에는 타 지역에 있는 광 산업 관련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광주첨단단지 입주 시 최대 50억원의 이전비도 지원하고 있다.

광주시와 더불어 광주첨단단지 기업 지원의 한 축을 이루는 곳은 한국산업단지공단 광주본부 혁신클러스터추진단이다. 광주첨단단지 안에서 기업 부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전체 면적 73만5000여 평 중 기업 부지는 6만여 평 정도로 10분의 1이 채 안 된다. 나머지는 각종 연구시설, 지원시설, 대학 등이 차지한다. 기업 부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손에 꼽을 수 있는 몇몇 단체가 말 그대로 ‘서포트’에 그치는 대부분의 산업단지와는 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 개발 단계부터 기존의 산업단지와는 다른 ‘클러스터(상호 작용을 통하여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창출할 수 있도록 기업, 대학, 연구소를 모아 놓은 지역)’로 계획됐기 때문이다.

클러스터가 제대로 운용되기 위해선 성격이 다른 각각의 주체들을 아우르는 네트워크의 형성이 절실하다. 아니 네트워크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클러스터’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정도로 각 주체의 긴밀한 협조가 중요하다. 이 네트워크 작업을 맡고 있는 곳이 한국산업단지공단 혁신클러스터추진단이다.

“LED와 광통신 부품 등 분야별로 6개의 미니클러스터를 구성하고 이 분야에 특화된 산·관·학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습니다.”(김영집 혁신클러스터추진단 단장)

광주 혁신클러스터에는 이미 대학 연구소등 25개 기관이 참여한 ‘기원 지원기관 협의회’와 135명에 달하는 전문인력풀이 조성된 상태다. 일종의 산업별 협의체인 미니클러스터에 참여하고 있는 인원은 총 201명으로 기업체 담당자 159명과 전문가 42명으로 구성됐다. 광주첨단산업단지 내 기업 가운데 약 70%가량이 클러스터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미니클러스터 중 가장 활발히 운영되는 곳은 LED 미니클러스터다. 이곳에는 현재·LED 램프 관련사와 부품·소재 생산업체, 조명이나 신호등 등 응용제품 생산업체로 구성된 기업체 26개사 대표 및 광주과학기술원과 전남·전북대 교수진 등 전문가 10명이 참여하고 있다. 최종섭 대표는 “각종 정보를 주고받는 것도 비즈니스의 일환”이라며 “미니클러스터 활동에 참여하다 보면 비단 기술뿐 아니라 어렴풋하던 경영 비전을 정리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광 산업과 더불어 최근 광주에선 금형 산업이 ‘뜨고’ 있습니다.” 김영집 단장은 지역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 전자 산업 그리고 광 산업과 더불어 금형 산업을 주목했다. 현재 광주지역 금형업체는 모두 219개사. 연간생산액은 5521억원 규모로 전국의 9.9% 수준, 생산액의 50%를 수출하고 있다.

광주엔 금형을 필요로 하는 기아자동차, 삼성전자, 대우일렉트로닉스, 금호타이어 등 대기업과 최근 급격한 성장일로에 있는 광 산업의 생산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금형 산업의 필요성이 절실해지고 있다. 또 광주는 업체 대부분이 부설연구소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중소 금형 기업이 발달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광주지역 금형 산업의 포지션이 세계적으로 볼 때 ‘중가 시장’의 위치에 있다는 것이에요. 독일, 일본들의 부품은 품질은 좋지만 너무 비싸고, 중국의 부품은 값은 싸나 품질은 떨어집니다. 러시아나 브라질 같이 최근 성장일로에 있는 국가들의 바이어들이 이곳 광주에 직접 찾아옵니다. 믿을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한 한국 광주의 부품을 쓰겠다는 것이죠. 서울이 아닌 지역도시에 해외 바이어들이 몰려드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죠.”

광주첨단단지의 미래는?

지난 2006년 9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선 ‘2006 국제광산업전시회’가 열렸다. 미국, 일본, 중국 등 13개국 59개 해외업체를 비롯해 국내외 140개 업체가 240개 부스를 마련해 각종 광 관련 기기를 선보였다. 함께 진행된 투자설명회에선 100여 명의 기업인이 참여해 140억원 상당의 투자 MOU와 연구교류협정서가 체결됐다. 그간 ‘광주=광 산업’이라는 등식을 만들기 위해 분주히 뛰었던 각 기업들과 단체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광 산업은 세계적으로 성장일로에 있다. 한국광기술원에 따르면 2005년 270조원을 기록했고 2010년 386조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시장은 2005년 15조원을 기록했고, 이 수치도 2010년에 이르면 39조원으로 9.3% 증가할 전망이다. 광주시는 2010년 광주지역 광 산업 분야 생산액을 7조1859억원(2005년 생산액 1조3079억원)으로 잡고 있다. 이 경우 현재 6000명대인 고용이 4만9000여 명으로 늘어날 예상이다.

이렇듯 밝은 미래를 가지고 있는 광주의 광 산업이지만 아직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2006년 10월 김동철 열린우리당 의원과 박광태 광주시장 사이에서 논쟁이 붙었다. 김 의원은 “광주의 광 산업이 2000년 본격적인 투자 이후 업체의 양적인 팽창에도 전체의 80%가 20억원에 못 미치는 매출로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시장은 “광 산업을 잘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되받아쳤다. 그는 “광주 광 산업은 미국과 일본, 독일, 러시아에 이어 세계 5대 광 산업 국가 진입의 단초를 만든 성공적인 산업”이라며 “9월만 해도 중국 시장 개척을 통해 1500만달러의 수출 성과를 거뒀다”고 덧붙였다.

광주첨단단지는 업체 수에 있어서만큼은 이미 세계 최대의 광 산업단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매출액이나 종업원 수 등 그 규모면에선 아직도 취약한 상황이다. 단지에 있는 광 산업체중 대기업은 LG이노텍, 한국알프스, 엠코테크놀로지 등 3개 업체에 불과하다. 이는 다국적 기업 형태의 일본, 미국 등의 경쟁사 또는 대규모로 국가 차원에서 시작되는 중국의 경쟁사와 비교할 때 규모의 경제에서 비롯되는 대외경쟁력을 확보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수도권 이외 지역 산업단지가 갖는 공통적인 문제다. 광학기기를 생산하는 옵토닉스의 이용범 대표는 “지역 기업들이 가장 애를 먹는 부분이 바로 우수한 인재를 구하는 것”이라며 “아직 광 산업이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직원을 뽑기가 다른 산업에 비해 더 힘들다”고 했다. 그는 또 “옵토닉스는 든든한 모회사가 있지만 옵토닉스와는 상황이 다른 대부분의 업체들은 지역 경제의 한계에 부딪혀 초기투자자금을 마련하는데 힘들어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집 혁신클러스터추진단 단장은 “광주첨단단지가 성공하기 위해선 중견기업, 대기업의 유치 이전이 필요한데 비해 대기업의 광 산업 진출이 대부분 수도권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단장은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크게 네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하나는 타 지역에 비해 뛰어난 광 산업 인프라를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예산을 확대하는 것, 둘째는 기존 광주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 가전 등의 산업을 결합시킨 복합 산업을 일으켜 시장을 확대하는 것, 셋째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광산업인력센터를 정착시켜 광 산업 인재를 양성하고 또 주변의 주거 여건을 재정비하고 교육 여건을 향상시키는 등 우수인력유인책을 마련하는 것, 마지막은 새로운 투자 재원을 환보하기 위해 광 산업 투자펀드와 같은 벤처자본을 만드는 것이 그것이다. 이 같은 방안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 바로 광주첨단단지 내 ‘LED 밸리’다. 총 9만3000평 규모의 LED 밸리는 원래 LG가 공장 설립을 위해 매입했던 땅이었다. 하지만 각종 여건상 15년간 방치됐던 이곳에 총 350억원을 투입해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 부품업체들이 집중 유치된다. 또 기술지원 및 조세감면 등 다양한 지원제도를 마련해 10억원 이내의 시설자금과 3억원 이내의 운전자금을 지원하고 3억원 이내의 경영안전자금도 지원할 예정이다. 벌써부터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들이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생산라인까지는 힘들더라도 광추첨단단지의 인프라와 지원을 활용한 광 관련 연구시설 등을 이곳에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Interview

백찬기 한국산업단지공단 서남지역본부장

“LED집적화단지 성공으로 광 산업의 르네상스이룰 것”

||  광주첨단단지가 타 산업단지와 비교되는 특징이나 장점이 있다면?

광주첨단단지는 국내 최초 연구개발, 첨단산업, 교육, 문화, 주거환경의 기능이 어우러진 광 산업 중심의 복합산업단지라 할 수 있다. 최근엔 LED 생산거점을 집중 육성하기 위하여 광주첨단단지 내 LED집적화단지를 조성하여 분양하고 있다.

||  현재 광주첨단단지의 문제점은?

현재 광주첨단단지에 입주해 있는 업체는 근로자 50명 이하, 매출규모 50억원 이하인 업체들이 대부분이다. 무섭게 치고나오는 중국, 대만 등의 경쟁사들과의 대외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실정이다. 또 싼 인건비와 낮은 복지후생 인센티브 때문에 고급 인력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다.

||  입주 업체들을 위해 서남지역본부는 어떤 지원을 펼치고 있는가

크게 산업단지 관리 및 분양, 공장설립지원센터, 자금 및 인력 지원, 혁신클러스터사업, e-클러스터 활용 등을 들 수 있다. 이중 공장설립지원센터의 업무는 사업을 시작하고자 하는 업체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복잡한 행정절차를 무료로 대행해 주는 것이다. 또 중소기업들이 저렴한 임대료로 입주할 수 있도록 아파트형 공장입지 역시 제공하고 있다.

||  본부장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단지는?

바로 LED집적화단지이다. LED집적화단지는 9만300여 평 규모의 환수 부지에 4개의 도로를 신설하고 전력, 통신 등의 기반시설을 설치하는 중이다. 앞으로 이를 500~1800평 규모 70개 필지로 분할해 분양할 계획이다. 조성사업이 완료되면 전국에 산재되어 있는 광 관련 업체들을 결집해 칩 생산에서 패키징, 응용제품 개발까지 계열화 돼 공동연구개발, 공급사슬구성 등 가치사슬을 이끌어 내는 시너지 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 LED집적화단지 내에는 영세중소기업의 초기 고정자본의 투자 부담을 절감하기 위한 ‘표준형 공장’도 건설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