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IT 산업은 인도로 통한다’는 말이 생길 정도로 인도의 IT 산업은 급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도 인도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인도는 아직 미지의 세계다. 인터프릿 투크랄(Inderpreet Thukral) IBM인디아 전략사업 부문 총괄이사를 만나 인도의 기회와 위협 요인에 대해 들었다.

“이제는 회사 내에서 혁신과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하기는 어렵다. 다른 지역을 통해 혁신을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한국 기업들도 급성장하고 있는 인도를 눈여겨봐야 한다.”

인터프릿 투크랄 총괄이사는 인도 시장을 활용해 기업 혁신을 이룰 수 있다며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진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급성장하고 있는 인도 시장과 IT 산업이 한국 기업에게 새로운 수익 모델을 발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의 말처럼 인도 경제는 급성장하고 있다. 인도는 2006년 2분기에 9.2%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해 8.9%를 기록했던 1분기의 성장률을 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2분기 경제성장률은 당초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8.9%를 상회하는 수치이며, 인도는 지난 7분기 중 6분기 동안 8%가 넘는 고성장세를 지속해왔다.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서비스업은 전 분기의 10.6%에서 10.9%로, 제조업 성장률도 11.3%에서 11.9%로 높아졌다.

IT 산업도 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인도는 1990년대 중반부터 IT 산업이 성장하기 시작했으며, 2000년대 들어서면서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투크랄 이사는 인도의 IT 산업은 나이로 치면 20살 정도 됐으며, 최근 3~4년 동안 급성장했다고 말했다.

2005년 인도의 SW와 서비스 수출의 가치는 179억달러로, 아웃소싱은 57억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인도 기업들이 복잡한 시장 환경에서 경쟁하기 위해 인프라와 서비스에 투자함에 따라 IT 지출도 전반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인도 내수시장을 위한 IT 산업은 매년 15% 성장하고 있다. 또 IT 기지로 활용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의 SW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IT 산업은 25%, 아웃소싱을 위한 IT 산업은 최근 40%의 고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인도가 세계 1위의 아웃소싱 국가라는 점을 알 수 있는 수치다.

“인도의 IT 산업은 지난 15년간 SW 서비스가 중심이 됐다. 하지만 하드웨어(HW)와 IT 제품의 제조 부문은 약하다. 한국이 휴대폰 등 관련 IT 제품 제조에 강한 것과 대조적이다.”

인도의 경제와 IT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글로벌 기업에게 인도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지고 있다. IBM은 중국, 브라질, 러시아에서 각각 8%, 7%, 29%씩 성장하고 있는 반면 인도에서의 성장률은 55%에 이를 정도다.

인도의 IT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자 IBM도 인도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2006년 11월, 4년 연속 인도를 방문한 샘 팔미사노 IBM회장 겸 CEO는 IBM이 지난 3년간 20억달러였던 투자액을 향후 3년간 세 배인 60억달러로 증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인도를 고성장 지역으로 여기고 있다는 반증이다.

매년 20만명의 IT전문가 배출

IBM 등 글로벌 IT 기업이 인도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것은 급성장하고 있는 시장뿐 아니라 인도가 가진 IT 산업에 대한 또 다른 매력 때문이다. 이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주름잡을 정도로 인도 IT 분야 인력의 경쟁력이 탁월하다는 점에서 이해되는 대목이다.

“인도는 엔지니어링 분야서 매년 40만 명의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이중 IT 전문가는 20만 명에 이른다. 이들을 배출하는 인도공과대학(IIT), 인도과학대학(IIS), 인도정보기술대학(IIIT) 등은 세계적인 대학이다. 이러한 대학과 민간학원을 통해 수많은 인력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는 특히 스톡옵션을 포함한 높은 연봉과 외국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 등의 이유로 많은 젊은이들이 IT 관련 대학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성장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인도 시장을 선점하는 동시에 임금 비용이 낮은 양질의 노동력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인텔은 인도에 3000여 명에 이르는 연구원을 두고 있으며, 독일계 SW 기업인 SAP도 독일을 제외하고는 가장 큰 연구단지를 인도에 두고 있을 정도다.

급성장한 인도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한국 기업도 마찬가지다. 한국 기업이 인도에 투자한 금액은 2006년까지 9억달러를 상회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인도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인도 시장에 대한 이해가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세계적인 생활용품 기업인 유니레버의 계열사인 힌두스탄 레버의 경우 지방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 커다란 샴퓨통 대신 1회용 통을 개발해 새로운 소비자를 창출했다. 인도 시장에 대한 이해가 성공한 경우다. 한국 기업도 이러한 자세가 필요하다.”

그는 IBM인디아도 중소기업 사업 분야서 인도 시장 이해를 바탕으로 크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가격 정책 등을 인도 실정에 맞게 적용한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인도는 12억의 인구에 언어만도 16개다. 방언은 1600개에 이른다. 하지만 이러한 차이점이 포용되는 사회이기도 하다. 외국 기업들은 이러한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해야 한다. 임원진의 경우 인도인을 고용해 차이를 해소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적절한 인도 파트너를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

친디아로 불리며 인도와 마찬가지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에 대해서는 인도가 한 수 앞선다고 자신했다. 인프라에 대한 많은 투자와 HW에서 시작해 SW를 거쳐 서비스로 이전하는 IT 산업의 성장 패턴은 비슷하지만 서비스 면에서는 인도가 중국보다 강하다는 것이다.

“인도의 물질적 인프라가 중국과 마찬가지로 취약한 것은 사실이다. 정부도 이러한 것을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는 향후 5년간 많은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혼자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델리와 몸바이공항의 경우 민간이 운영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인도는 민주화를 통해 변화는 느리지만 안정적이다.”

그는 인도가 ‘기회의 땅’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성공이 보장된 ‘약속의 땅’은 아니라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인도의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와 장기적인 전략이 없다면 누구도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