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박사의 배아줄기세포 논문 조작 파문 이후 줄기세포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관심은 시들해졌다. 한때는 줄기세포 기술에 대한 회의론까지 불었지만, 배아줄기세포에 가려져 있던 성체줄기세포에 대한 연구 성과들은 빛을 보게 될 것으로 보인다.

황우석 박사로 인한 상처 속에서도 현재 국내 줄기세포를 분화, 증식시키는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 기업은 7~8곳에 이른다. 보건산업기술동향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세포치료제 시장 규모는 2010년에는 562억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중 줄기세포 치료제는 109억달러의 시장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병의 치료나 약품을 상용화할 경우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는 얘기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질병의 치료는 질병의 근원적인 치료를 가능하게 해 기존의 약물과 수술을 이용한 치료법에서 한 차원 업그레이드된 혁명적 변화를 예견하고 있다. 정부도 줄기세포 치료제를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지정해 산학연과 공동 개발을 추진하고 나서 국내 의학계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식약청의 공식허가를 받은 성체줄기세포의 임상시험은 상업임상과 연구자, 응급임상을 포함해 150건을 넘고 있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일반세포 및 성체줄기세포 치료제로 국내 시장에서 이미 상용화한 제품도 무릎연골 치료제, 화상 치료제 등 5개에 이르고 성체줄기세포 치료제, 면역세포 치료제, 유전자 치료제 등 10개 이상의 개발 과제가 임상시험 단계에 진입해 있다.

이는 성체줄기세포는 배아줄기세포에 비해 난자 채취 등 윤리적 문제를 비켜가는 등 줄기세포 치료제 연구에 더 적합한 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개발 역사가 짧은 줄기세포 치료제 연구를 해외 유사 기업과 임상 시험단계에 이르는 과정을 비교해보면 우리의 개발 단계가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하지만 원천기술의 확보 차원에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국내 연구진들이 잇따른 연구결과를 통해 특허를 내고 있지만, 일부 기술의 경우 상업화에 접어들 경우 특허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줄기세포를 이용한 질병을 치료하는 분야에서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임젠. 임젠은 2002년 고려대학교 생명유전공학 교수들이 주축이 돼, 고려대 줄기세포실험실을 기반으로 설립된 줄기세포 연구개발 바이오 벤처기업이다.

임젠이 개발한 역분화 줄기세포는 성체줄기세포와 배아줄기세포의 장점만을 가진 세포라고 할 수 있다. 역분화 기술이란 줄기세포가 체세포로 분화하는 자연 과정을 거꾸로 돌린 것으로 ‘닭을 다시 달걀로 만든 것’에 비유될 수 있다.

이것은 배아줄기세포나 성체줄기세포를 얻기 위해 난자를 기증받거나 제대혈(탯줄혈액)이나 골수를 채취하지 않고 환자 체세포를 직접 줄기세포로 제조, 치료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국내외 각각 8건 특허 출원

임젠은 역분화 기술 관련 특허 출원을 국내외에서 각각 8건씩 내놓은 상태여서 원천기술 확보 측면에서도 논란의 여지를 없앴다. 일본 등에서 비슷한 기술을 발표했지만 임젠보다 1년 정도가 느린 상태다.

회사 측은 역분화 줄기세포는 성체줄기세포보다 훨씬 다양하게 분화할 수 있어 줄기세포 치료제 연구용으로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또 줄기세포의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환자 자신의 자가 세포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식 거부 등의 문제가 없는 것도 장점이다.

역분화 줄기세포는 모든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기 때문에 동일 계통으로만 분화하는 성체줄기세포에 비해서 그 치료 적용 범위가 월등히 넓다. 현재 임젠에서 연구개발한 역분화 줄기세포는 신경세포, 근육세포, 조골세포 등으로 분화가 가능해 치료 적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단계적으로는 척수 손상을 치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병, 파킨스병과 같은 신경계 질환에 대한 적용 및 치료제 개발을 준비 중이다.

또 역분화 줄기세포에서 연골세포, 골아세포로도 분화시키는데 성공해 이를 관절염, 뼈 이식 등에 적용해 치료제로 개발하는 중이며, 최근에는 역분화 줄기세포에서 췌장세포를 분화시키는 데 성공해 당뇨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김기동 임젠 대표는 “사실 줄기세포 치료제가 만병통치약으로 비쳐질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줄기세포 치료제가 차세대 성장동력인 건 맞지만 목표 질환에 대한 치료 효과를 구체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나 빨리 개발하느냐 보다 치료제로서 성공할 수 있느냐에 집중하고 있다며 절대 치료 효과에 대해 포장할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2~3년 정도면 척수 손상과 신경 손상을 치료할 수 있는 줄기세포 치료제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임젠의 이러한 성과는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나온 것이다. 이 회사는 매년 12억원을 연구개발비에 투자했으며, 이는 전체 비용의 70%에 이르는 수치다. 여기에 기초 연구와 사업화를 전략적으로 함께 수행하는 고려대학교 생명환경과학대학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임젠과 전략적으로 팀을 구성, 기초 연구에서부터 실용화 연구에 이르는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진행한 것이다.

유승권 고려대 생명유전공학부 교수는 “고려대 연구실을 통해 줄기세포의 배양과 조작, 분석 등을 함으로써 장기간의 연구와 사업화 과정을 필요로 하는 바이오 분야에서 상용화 기간을 줄이고 성공률도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임젠은 성체줄기세포를 추출, 배양해 보관해주는 사업도 펼칠 계획이다. 이 서비스는 자신의 몸에서 분리한 성체줄기세포를 맡겨놓았다가 난치병에 걸렸을 때 쓰기 위한 것으로 최근에는 일반인으로부터도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임젠은 동국대 일산병원과 공동으로 줄기세포은행과 줄기세포 임상연구소를 2007년 3월 오픈하기 위해 설비공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