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은 국가 경제의 뿌리다. <이코노미플러스>는 그 뿌리의 터전이 되고 있는 전국의 산업단지를 찾아 공단의 역사와 입주 업체들의 애환 그리고 앞으로의 발전 모습을 그려본다. 이번호엔 경상북도에 있는 구미산업단지를 찾았다.

구미역에서 구미산업단지(이하 구미단지)로 향하는 길가에 늘어선 가로수들이 형형색색으로 변해 가을의 끝을 알리고 있다. 그 가로수들 사이에 들어선 도로표지판엔 유독 눈에 띄는 한 곳이 표기돼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말씀이신가요. 구미단지에서 조금만 가면 돼요. 구미단지가 들어서기 전까지 이곳은 주민 3000여 명이 모여 살던 조그만 촌락이었습니다. 이후 빠르게 발전해 지금은 인구가 38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안내를 맡은 최종권 한국산업단지공단 중부지역본부 과장의 말이다. 그는 또 “예전 박 전 대통령이 이 근방을 찾게 되면 다른 곳을 마다하고 꼭 구미단지 공단 사택에서 잠을 청했다”고 들었다며 “아무래도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하면서 자신의 고향에 조성된 이곳에 애정이 많았던 같다”고 덧붙였다.

구미단지는 크게 4개 단지로 구성돼 있다. 낙동강을 중심으로 1, 2, 3단지가 둑처럼 좌우를 감싸고 있는 형태를 하고 있으며 이들 지역은 이미 1996년 개발과 분양을 끝마쳤다. 여기에서 조금 벗어나 자리 잡은 4단지는 1998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현재 완공 단계에 와 있다. 특히 4단지 지역은 외국인 단지를 겸하고 있다(그림참조). 단지 입주 업체는 2006년 9월말 현재 모두 824개사로 전체 분양률은 95.4%에 달한다.

금오산 쪽의 넓은 들과 강변에 1단지, 칠곡군 인동면에 속한 야산과 전답을 개발해 제2, 3단지를 조성한 구미단지는 지역의 급속한 발전을 가져왔다. 대부분의 지방 도시들이 인구 감소로 고민하고 있지만 지금도 구미시는 매년 5~10%씩 인구가 늘고 있다. 작년 같은 달에 비해 올해엔 1만 명의 인구가 늘었다. 그만큼 구미단지가 고용 창출 능력이 많고 불황의 여파를 덜 타고 있다는 얘기다. 구미시 인구 38만 명 중 공단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약 8만 명. 한 가족당 한 명 정도는 구미단지에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680만 평 규모의 구미단지는 한국의 대표적인 전자 산업단지로 이름나 있다. 현재 가동 중인 713개 기업의 30%에 해당하는 214개사가 전기·전자 관련 업종이다. 특히 디스플레이 분야는 국내 총생산의 33%, 세계 총생산의 15%로 세계 1위 규모의 주력 사업이다. 모바일 수출은 15억달러 규모로 세계 3위 수준. 지난해 구미공단의 생산량은 48조원 규모로 전국의 6%를 차지한다. 수출량은 383억달러로 전국의 13%를 차지해 국가공단 중 최대다.

“구미단지는 원래부터 전자 산업의 중심지로 계획됐습니다. 하지만 30년 전 우리나라 전자 산업의 기반이 워낙 취약해 일단 섬유산업 위주로 성장을 시작했죠. 현재 구미단지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이 코오롱과 KEC(구 한국전자)인데 이중 코오롱은 대표적인 섬유기업이었죠. 제일합성, 제일모직, 새한 등 여타 섬유업체들도 이 지역의 터줏대감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말부터 섬유업이 사양 산업으로 전락하면서 현재 그 비중은 크게 줄었다. 그 자리를 전자 산업이 대체한 것은 이때부터였다.

구미단지는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분업화가 잘 이뤄져 있는 편이다. LG전자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이들 대기업이 필요로 하는 부품을 중소 협력업체들이 개발, 생산, 납품하는 협업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총 814개사 중 대기업은 30여 개 사로 나머지는 중소기업이다. 최 과장은 “최근 들어 삼성전자의 매출액이 부쩍 늘면서 전체 공단 매출액의 반 정도를 차지한다”고 덧붙였다.

구미 시내를 빠져나와 5분여를 달리자 구미단지를 알리는 큰 푯말이 나왔다. 이곳이 바로 구미단지 내에서 가장 오래된 권역인 1단지이다. 1단지의 서쪽으론 경부고속도로가 인접해 있고 동쪽으론 낙동강이 흐르고 있다. 경부고속도로 옆으론 KEC, 코오롱, 새한, 제일모직 등 구미공단과 시작을 같이한 기업들이 들어서 있으며 낙동강 쪽으론 LG필립스디스플레이, 대우일렉트로닉스, 삼성전자, LS전선 등 전기, 전자 등 첨단 업종의 공장들이 있다. 그 사이론 이들 대기업의 협력업체인 중소기업들과 각종 지원 시설, 사원 아파트들이 촘촘히 차 있다.

“몇 해 전 국가산업단지끼리 녹지율이나 단지 내의 환경을 겨뤄 보는 콘테스트가 있었죠. 그 콘테스트에서 구미단지가 3년 연속 1위를 차지하자 아예 그 상을 없애 버렸어요. 이곳보다 더 깨끗하고 쾌적한 단지를 찾으려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죠.”

최 과장의 말처럼 30년이 흐른 구미단지의 오랜 역사를 알리듯 차창 밖으로 큼지막한 나무들이 하늘로 치솟아 있다. 공단이 칙칙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띠고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은 단박에 날아갔다. 첨단 업종이 많아서인지 공장들의 외관도 깔끔하고 산뜻했다. 산업단지 푯말을 지나 다시 10여 분. 1단지 안 중소기업이 밀집한 중심부의 (주)아원에 도착했다.

“지금의 4단지 건너편에 공장을 세웠죠. 농지 한가운데 공장이 있다 보니 고생 꽤나 했습니다.”

군에서 통신장비를 다루던 김학선 아원 대표이사는 제대 후 금오공대에 진학했다. 하사관 근무 후 늦은 나이에 학교에 입학하니 나이 제한에 걸려 취업길이 막막했다. 궁리 끝에 결정한 것이 학교와 군에서 배운 기술을 살려 사업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그는 1989년 전자시험장비 및 부품을 생산하는 아원 창사와 동시에 공장을 세웠다. 그가 가진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사업은 잘 나갔지만 고민거리가 생겼다. 공장입지 문제였다. 가장 큰 건 도로나 용수 등 인프라의 부족이었다. 또 직원모집도 힘에 부쳤다. 교통이 좋지 않아 취업을 원하던 사람들이 발길을 돌리기 일쑤였다. 사업 정보의 부재도 그의 고민거리 중 한가지였다. 김 대표는 “당시 정보를 얻을 곳이라곤 주변에 있는 면사무소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김 대표가 고심하던 정보 문제는 입주 업체들 간의 네트워크가 큰 도움이 됐다. 여기엔 최근 들어 구미단지를 관장하는 한국산업단지공단 중부지역본부 혁신 클러스터추진단이 힘 쏟고 있는 ‘미니클러스터’도 한몫 했다.

[ 구미단지 입주기업 현황 ]

- 생산   ( 단위: 십억원)

2002년 31,672

2003년 36,138

2004년 46,549

2005년 48,409

- 수출( 단위: 백만달러)

2002년 20,422

2003년 25,359

2004년 32,720

2005년 38,308

- 고용( 단위: 명)

2002년 65,215

2003년 68,297

2004년 77,307

2005년 79,559

변화하는 구미단지의 핵심 ‘미니클러스터’

구미단지는 정부가 지난 2005년 지정한 7개 시범단지 중 하나인 전기·전자 혁신 클러스터단지다. 혁신 클러스터란 미국의 실리콘밸리나 이탈리아 북부의 섬유단지처럼 일정 지역에 상호 연관관계가 있는 기업과 대학, 연구소, 관련기관들이 모여 정보를 교류하고 새로운 기술을 창출하는 ‘산업집적지역’을 말한다.

미니클러스터는 이 같은 구미단지 혁신 클러스터 사업의 핵심이다. 미니클러스터는 전기·전자 클러스터라는 큰 덩어리를 다시 반도체, 디스플레이, 홈네트워크 등 업종별로 관계있는 10개의 클러스터로 쪼갠 일종의 협의체다. 미니클러스터 안에서는 각각의 회원사끼리 활발한 기술과 정보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출시 예정 단계에 있는 업스캔컨버터의 디자인 작업을 미니클러스터를 통해 해결했습니다.” 아원에서 생산하는 전자정비장비와 시험장비의 대부분은 군에 납품된다. 때문에 경기를 크게 타지 않고 안정적인 매출 실적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구미단지의 소문난 아이디어맨인 김 대표는 이에 만족하지 않는다. 휴대용 골프헤드세척기, 전자식 안정기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 제품으로 시장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

업스캔컨버터도 그의 아이디어가 밑거름이 된 제품이다. 업스캔컨버터란 CCTV에 전용모니터대신 일반TV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변환기다. 전체 직원 45명 중 3분의 1이 연구개발 인력일 정도로 높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기에 수월하게 개발 작업은 끝마쳤다.

김 대표는 “제품을 시장에 내놓기 위해선 무엇보다 제품에 걸맞은 매끈한 디자인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말처럼 제품을 돋보이게 하는 디자인은 기술력 있는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고민하는 부분이다. 중소기업이 참신한 디자인을 내놓을 만한 시스템을 갖추는 건 여러 가지로 무리가 따른다. 김 대표는 이 같은 문제를 미니클러스터로 연계된 대학을 통해 해소했다.

지금까지 미니클러스터에 등록된 회원은 모두 603명으로 각종 기술포럼, 세미나, 간담회 등 244회에 걸친 다양한 산학협력 활동을 했다. 이 모임에는 총 3200여 명이 참여해 155건의 협력 과제를 발굴 그중 120건을 해결했다.

(주)성우(대표이사 박채원)도 ‘미니클러스터 효과’를 톡톡히 본 기업이다. 성우는 원래   CRT모니터에 쓰이는 전자총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하지만 CRT모니터가 사양길에 접어들자 대부분의 업체들이 수입에 의존하는 스테핑모터의 하우징(하드디스크 안에 쓰이는 모터의 케이스)을 새 성장 동력으로 지정해 제품 개발에 힘써 왔다.

하지만 스테핑모터는 워낙 정밀한 부품이어서 독자적인 기술 개발론 힘에 부쳤다. 때문에 박 대표는 대학, 연구기관 등 여러 곳을 찾아 공동개발 의사를 타진했으나 모두 실패해 망연자실해 있었다.

해답은 미니클러스터 안에 있었다. 미니클러스터에 참여 중이던 김인수 금오공대 교수의 소개로 금오공대의 기술 지원을 받기로 한 것이다. 3차에 걸친 검토 작업을 거쳐 성우는 프레스의 설계와 금형 제품의 조립 및 설계 작업을 맡고 금오공대는 소재의 문제 분석 및 시험 작업을 맡아 시제품 제작에 들어갔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4개월(2005년 11월~2006년 3월)만에 개발을 마치고 올해 말엔 월 200만 개 규모의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예상되는 판매량은 연간 6000만 개 이상 수입대체효과는 연간 30억원 수준에 이른다.

이처럼 구미단지 중소기업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고 있는 미니클러스터는 아직까지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바로 자체 기술력이 높은 대기업들의 참여가 저조하다는 점이다. 교수진과 대기업 출신 연구자 등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대기업의 참여를 유도하지만 쉽지 않은 실정이다. 현재 클러스터가 활성화 된 프랑스는 대기업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반면 국내의 대기업은 이름만 걸어 놓고 참여자가 자주 바뀐다고 한다.

구미단지의 고민과 기회

남구미대교를 타고 낙동강을 건너 2, 3단지로 쪽으로 향했다. 남구미대교를 넘어서자 좌측으론 하수처리장이 보이고 우측과 전면엔 중소기업의 공장들이 들어차 있다. 하수처리장 쪽으로 차를 돌리자 건너편 8000평 규모의 3단지 한 블록 안엔 30여 개의 소규모 업체들이 올망졸망 모여 있다. 제법 규모가 있는 업체가 많은 이곳 구미단지에선 이제껏 볼 수 없던 모습이다. 이 블록을 둘러싸고 LG필립스LCD나 효성 등 공단 내에서도 큰 규모를 가진 공장들이 바벨탑처럼 우뚝우뚝 서 있어 특히나 대비가 심했다.

“셋방살이를 벗어나 맨 처음 내 집을 얻은 기분이었죠.”(김완수 금남정밀기계 대표)

이 지역에서 LCD, PDP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부품을 생산하는 금남정밀기계의 김완수 대표는 1994년 여기에 자리 잡았을 때를 이렇게 회상했다. 1982년 금성전선(옛 LS전선) 엔지니어 출신의 김 대표는 회사를 나와 구미 시내에 금남정밀의 문을 열었다. 기술도 있고 납품처도 확실했지만 자꾸 오르는 공장 부지 임대비가 큰 고민거리였다.

‘혹시나’ 하고 찾아간 산업단지공단에서 그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개발 중인 3단지에 자리가 있다는 것이다. 구미단지뿐 아니라 전국 국가산업단지의 입주 업체엔 세제감면, 자금 지원 등 혜택이 많다. 때문에 업체 간 경쟁이 매우 치열했다. 당시의 금남정밀 같은 소규모 업체는 이 경쟁을 뚫기 어려웠다. 하지만 때마침 개발되는 3단지의 한 블록을 500평 미만으로 쪼개 소규모 업체에게 분양하는 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비로소 내 집을 얻은 금남정밀은 탄탄하게 성장해 왔다. 연매출 20억원을 넘어섰고 직원 수는 20명으로 늘었다. 1미크론(1000분의 1mm)수준의 오차도 벗어나지 않는 부품들로 여러 기업들이 눈물을 흘린 외환위기도 힘들지 않게 넘어섰다. 김 대표는 “함께 이곳에 입주한 30여 개 사 중 회사문을 닫은 곳은 아무 데도 없다”고 말했다. 그에게 이 땅은 복덩이였다.

“LG필립스LCD의 7세대 공장이 파주에 건립되면서 구미단지 입주 업체들이 술렁였죠.”(김완수 금남정밀대표)

최근 구미단지 사람들은 최근 약간의 위기감를 느끼고 있다. 그 한 가지가 솔솔 흘러나오는 ‘수도권공장설립규제완화’ 논란이다. 수도권에 공장 설립 규제가 완화되면 대기업들이 노동력 확보나 물류비 감소 등 메리트가 많은 수도권으로 공장을 이전시키지 않을까 하는 게 지방에 있는 대기업 협력업체들의 걱정이다. 최종권 과장은 “기업 규제 완화 차원에선 긍정적일 수 있지만 지방의 중소기업들에게 수도권공장설립규제완화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나 LG와 삼성 등 대기업 의존도가 높은 구미단지는 수도권 공장 이전의 여파가 다른 곳에 비해 클 수 있다. 이 같은 고민은 부가가치가 높은 LG필립스LCD 7세대공장이 이제껏 터전으로 삼아 왔던 구미단지를 떠나 파주에 자리를 잡게 된 게 불을 댕겼다. 김 대표는 “벌써 구미단지의 몇몇 중소기업들은 LG필립스에 납품하기 위해 파주에 따로 사무실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며 “대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협력업체들로선 이 같은 문제도 비용 상승의 큰 요인이다”고 걱정했다.

LG전자, LS전선, 삼성전자 등 굵직한 기업들의 공장들 사이에 시원스레 뚫려 있는 공단길을 따라 2006년 12월 준공 예정인 4단지가 있는 북동쪽으로 향했다. 현재 마무리 단계인 ‘구미단지의 신형 엔진’ 4단지엔 외국인전용단지, 임대전용단지 등 독특한 성격의 산업단지가 들어서고 있으며, 각종 생활 편의 시설이나 생태공원 등의 조성도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이미 외국인전용단지 쪽은 아시히글라스, 도레이새한 등 외국인 투자업체들이 입주를 마친 상태다.

단지 조성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중장비들 사이로 공사 중인 구미디지털전자정보기술단지(이하 구미디지털센터)가 보였다. 구미전자 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구미디지털센터는 총사업비 860억원, 3만2000평 규모로 2007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미전자 산업진흥원 측은 “본부동, 창업보육동, 아파트형 공장과 기타 부대시설이 들어서는 디지털센터 조선이 완료되면 구미단지 및 대구권 기업들을 지원하는 기술혁신의 거점으로 잡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구미전자기술연구소는 구미전자 산업진흥원과 함께 구미단지 R&D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다. 국내 최대의 전자 분야 연구소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대덕단지로 이전한 후 그 공백을 이 구미전자기술연구소와 구미전자 산업진흥원이 메워 온 것이다.

지난 10월 구미시는 세계적 연구기관 설립을 목표로 구미전자 산업진흥원과 구미전자기술연구소를 통합한 구미기술연구원(가칭)을 설립키로 했다. 구미시는 새로운 통합연구기관 설립으로 양 기관 고유의 기능을 융합해  정부와 공동 개발 사업을 유치하는 등 경쟁력 있는 연구기관으로 육성시킬 계획이다. 또 국책 연구기관으로 발전시켜 연구개발 특구로 지정받아 구미공단을 기술 집약 산업단지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4단지를 나와 가까이 있는 금오공대 캠퍼스로 향했다. 함께 있던 최종권 과장은 이런 얘기를 꺼냈다.

“1980~1990년대 한국전자전을 가보면 정말 희한하고 재밌는 제품들이 많았어요. 일로 간 전시회였지만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제품들을 구경했습니다. 크고 작은 기업들이 모여 있어 전시장 안에 활기도 넘쳤고요. 그런데 2000년대 넘어오면서 전자전이 재미가 없어졌어요. 눈에 띄는 곳이 딱 삼성전자관, LG전자관이에요. 그나마 휴대폰과 LCD, PDP TV 뿐이죠. 선택과 집중이란 측면에선 보면 긍정적일 수도 있겠지만 전자 산업 전반에 대기업, 특정 제품의 의존도가 과도한 것 아닐까요.”

전자 산업은 특히나 제품 주기가 빠르고 기술 개발이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전자 산업 기술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변하는 데는 길면 5년 짧으면 1년이다. 2000년대 이후 휴대폰과 LCD-PDP로 호황을 누린 한국 전자 산업의 성장을 바탕으로 구미단지도 별다른 일 없이 이 자리까지 왔다. 올해가 2006년. 구미단지 사람들 사이에서도 ‘다음 성장 동력이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떠돌고 있다. 구미단지는 아니 한국의 전자 산업은 이 문제의 해답을 풀어낼 수 있을까. 구미단지가 펼치고 있는 ‘혁신 클러스터’ 사업에 희망을 걸어 본다.

 

  한국산업단지공단·Interview  

박광식 한국산업단지공단 중부지역본부장

“경영자협의회 활성화로 기업인들의 끈끈한 네트워크를 만들 것”

현재 구미단지 입주율은 어느 정도입니까.

구미국가산업단지는 총 680만 평이며 그 중 현재 조성공사 중인 4단지를 제외한 480만 평 중 460만 평이 분양되어 분양률은 95.3%에 달합니다. 특히 최근 조성되고 있는 4단지의 국민임대산업단지와 임대전용산업단지는 저렴한 임대료로 기업의 입지 비용 부담을 경감하여 우수한 기술을 보유하고도 자본력이 약한 소기업들에 좋은 여건입니다.

구미단지가 타 산업단지와 비교되는 특징이나 장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구미단지는 지리적인 조건이 타 산업단지에 비하여 매우 우수합니다. 산업단지 중앙을 낙동강이 흐르고 있어 양질의 용수를 쉽게 확보할 수 있고 염분이 적은 토양으로 인하여 전자공업단지의 가장 적합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전기전자 업종이 호황을 누리면서 구미 인근지방의 젊은 인력들이 유입되어 구미시 평균연령이 31.4세로 젊음이 넘치는 산업단지입니다.

입주 업체들을 위해 중부지역본부는 어떤 지원을 펼치고 있는지요.

중소기업의 가장 어려운 점은 기술 개발과 인력 수급 그리고 자금 문제입니다. 이 같은 문제를 기술 개발을 통해 업체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혁신 클러스터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또 자금이 부족한 업체들을 위하여 매년 ‘산업기반자금’을 지원합니다. 금리 4.4%~5%로 8년 이내 융자 기간을 통하여 시설 자금과 운전 자금을 지원합니다. 올해는 28개사가 총 290억원의 자금 융자를 받았습니다.

본부장님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좋은 기업’이란 어떤 기업일까요. 

1970년대 초반 구미단지 조성시기에 입주해 현재까지 가동 중인 업체는 30여 개 사에 불과합니다. 좋은 기업이란 결국 생존력이 있는 기업이라 생각합니다. 산업단지를 관리하면서 많은 기업들의 부침을 지켜봤는데 자생력이 있어 스스로 변화에 적응하는 기업은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현재 구미단지의 문제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구미뿐만 아니라 한국 산업의 문제점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들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자생력을 갖춘 기업들이 많아야 경제를 이끄는 원동력이 되는데 현재는 기업에 어려운 환경 요인들이 많아 스스로 해결하기 힘든 부분이 많습니다. 구미 입주 업체들도 환율 하락 및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인해 기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또 1990년대까지 호황을 누렸던 섬유 업체들의 부진도 구미의 문제점이겠죠.

본부장님께서 개인적으로 관심을 두고 계신 활동이 있다면.

그동안 구미 입주 업체들은 개별적이거나 혹은 몇몇 단체들을 통하여 단합된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으나 지금은 더 크고 끈끈한 연결고리가 필요합니다. 수도권의 반월?시화단지나 경인지역의 경우 경영자협의회가 활성화 되어 입주 기업체 사장들의 의견 교류가 활발한 편입니다. 구미는 그러한 모습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업종을 떠나서 기존의 기업인협의회를 대폭 확대해 새롭게 결집된 경영자협의회를 운영해 나가려 합니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는다면 구미단지는 함께 발전하는 산업단지로 커 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홍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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