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현대캐피탈의 고성장 비결
지난 7월 현대카드는 홍콩에서 무담보로 해외 자금 1억달러를 조달했다. 금리는 연 4.5%. 제2금융권 회사가 국내 시중은행과 비슷한 수준으로 돈을 빌린 것이다. 당시 주간사였던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현대캐피탈 투자에 대한 투자자 만족도가 높아 자회사인 현대카드 대출 한도를 애초 계획보다 2배 늘렸다”며 “글로벌 기업인 GE의 파트너라는 것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현대카드는 홍콩에서 무담보로 해외 자금 1억달러를 조달했다. 금리는 연 4.5%. 제2금융권 회사가 국내 시중은행과 비슷한 수준으로 돈을 빌린 것이다. 당시 주간사였던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현대캐피탈 투자에 대한 투자자 만족도가 높아 자회사인 현대카드 대출 한도를 애초 계획보다 2배 늘렸다”며 “글로벌 기업인 GE의 파트너라는 것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의 성장세에 국내외 금융계 관심이 높다. 특히 성공보다 실패 확률이 훨씬 높다는 합작회사로 변신한 이후 빠르게 성장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2004년 시작된 현대차·GE 합작회사(JV)의 성공 비결은 뭘까?

실패한 합작회사를 들여다보면 내부 파워게임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보통 51대49처럼 엇비슷한 지분을 가지고서 주도권 싸움을 하고, 이해관계가 상충될 때 조정이 쉽지 않다. 반면 2004년 합작 당시 현대차·GE는 지분 비율이 62대 38.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이 확실한 우위에 있다.

최진환 상무는 “합작 당시 지분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었지만, 불필요한 갈등을 없애기 위해 이 같은 지분 비율을 정했다”고 말했다.

GE 소속의 버나드 부사장은 “더 많은 이익을 얻는 것이 중요했지, 파트너십을 깨면서 지분을 더 얻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고 말했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은 현대·기아차를 구입하는 고객의 절반 정도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연체율이 낮고 소비 수준이 높은 우량 고객이다. 반면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은 신용대출 등 리스크 관리가 취약해 카드 사태를 겪으며 한 해 수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GE는 사실 그룹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개인·기업금융에서 올릴 만큼 금융 부문에 강점이 있다. 반면 1998년 국내 소매금융시장에 진출했지만, 고객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이익을 거의 내지 못했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과 GE는 서로의 장점을 공유하는 반면, 부족한 부분은 상대에 전적으로 의존했다. 현대 측이 수집한 시장 정보를 바탕으로 GE가 상품을 설계하는 식으로 ‘상대의 전공(專攻)’을 철저히 존중했다.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사장은 “현대차·GE 직원이 그저 한 사무실에서 일하는 게 아니라 모든 정보를 공유하며 서로 섞인다”며 “더 이상 국내에서 독자적인 영업은 불가능할 정도로 강하게 묶여 있다”고 말했다.

버나드 부사장은 “서로의 실력을 인정하고 믿는다는 게 현대차·GE 합작회사 성공의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분세이 구레 GEFS(GE Fleet Service) 일본 대표는 “현대는 세일즈, 브랜드, 광고, IT 등에 노하우를 갖고 있고, GE는 컨설팅, 솔루션 제공 등에 탁월하므로, 두 회사의 합작을 통해 강력한 시너지 효과가 발휘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과 GE는 국내에서보다 미국, 중국, 유럽 등 해외에서 더 큰 수익을 얻겠다는 야심이 있다. 해외에서 한해 270만 대 이상 팔리는 현대·기아차 고객에게 리스·신용대출 등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후지모리 요시아키 GE소비자금융 아시아 대표는 “미국과 중국에서 현대차의 브랜드 파워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이들 시장 공략을 위해서도 현대와의 합작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주혁 재무지원실장은 “명함에 GE파트너라는 문구를 새기는 것만으로도 해외 영업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은 오너십을 바탕으로 한 한국 기업 특유의 과감한 의사결정과 GE의 수평적 조직 문화를 결합해 새로운 기업 문화를 만들고 있다. 관련자들이 수시로 모여 회사의 주요 사안에 대해 심도 있게 토론하는 위원회가 여럿 만들어졌다. 이 조직은 독립적, 수평적 관계에서 활동하며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대신 결정된 사항은 일상적인 수직적 조직라인을 타고 신속하게 실행에 옮겨진다. 여러 줄기를 통해 영양을 공급받는 형태로, ‘감자형 모델’이라는 독특한 이름이 붙여졌다.

박세훈 마케팅본부장은 “마케팅의 경우, 현대가 오히려 강점이 있어 GE에 성공 사례로 소개된다”며 “이런 정보, 지식 교류가 두 회사의 합작회사 성공에 밑거름”이라고 말했다.

최고경영자들만 초청하던 GE 크로톤빌 연수원은 지난 3월 이례적으로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의 실장·팀장급 직원 20여 명에게 문을 열었다.

연수 프로그램 중 참가자의 호응도가 가장 높았던 것은 워크아웃. 발언권이 없는 사회자를 두고 실무자들이 특정 주제에 대해 결론을 낼 때까지 자유롭게 토론하는 일종의 ‘끝장 토론’ 개념이다.

GE의 요수케 야기 인사담당 임원은 “워크아웃이 서열주의를 없애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결정된 사항에 대해 저돌적으로 추진하는 한국 사람의 특성과 결합돼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로렌스 스미스 교육 담당 임원은 “크로톤빌 연수 외에도, GE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직원들에게 전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 모델의 상호교류도 활발하다. 현대캐피탈은 작년 하반기부터 법인 대상 자동차 리스 사업 전담 조직인 ‘플릿(Fleet) 사업실’을 운영 중이다. 이미 유럽과 미국, 캐나다, 일본 등에서 총 140만 대 이상 차량을 운영하며 법인 대상 리스 사업을 이끌어 가고 있는 GE캐피탈의 ‘플릿 서비스’의 사업을 현대캐피탈이 국내에서 펼치고 있는 것이다. 플릿 사업실 장은구 이사는 “우리 상품의 가장 큰 장점은 고객사의 업종과 상황에 맞는 최적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일괄 운영할 수 있는 종합 컨설팅 기능이라 할 수 있다”며 “국내에서의 사업 비전이 매우 밝다”고 했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고객 관리에서도 GE의 노하우를 적극 채택했다. GE의 익발 식스 시그마 담당 임원은 “NPS(순추천고객지수)를 통해 고객과 상품을 관리하는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컨설팅회사인 베인앤컴퍼니가 지난 10월 발표한 NPS 조사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15%로 카드업계 1위, 전 금융사에서 2위에 올랐다.

이성훈 조선일보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