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론’을 보면 1단계인 생리적 욕구가 해결된 다음 욕구는 ‘안전’으로 모아진다. 그 ‘안전’을 상품화한 무인경비시장은 선진국으로 진입할수록 커져 간다. 최근엔 ‘도둑과의 두뇌 싸움’에서도 첨단화 전쟁이 한창이다.

국내에 무인경비가 시작된 건 지난 1981년 3월 에스원이 명동의 한 귀금속점과 계약을 맺으면서부터다. 당시의 시스템은 그야말로 사실상 ‘유인경비’ 수준.

감지센서와 컴퓨터가 지켜 준다는 개념이 도입되기 이전이었다. 고객도 많지 않아 출동 차량이 거의 24시간 계약처 앞에 머물며 지켜 준 ‘문지기 개념’.

25년이 지난 현재 국내 무인경비시장은 환골탈태의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시장 규모는 연간 1조3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일부 ‘부자’들의 전유물이었던 고객층도 요즘엔 경비 부담이 덜한 아파트까지 넓어졌다. 남대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서울시청, 국립중앙박물관, 예술의 전당, 대한상공회의소 등 계약처도 전 업계로 확산중이다.

무인경비시장의 특징은 새로운 ‘보안 시스템 기술’이 기존 수요층을 대체해가고 있다는 점. 한마디로 얼마나 ‘첨단화’로 옷을 빨리 갈아입느냐가 경쟁의 관건인 셈이다. 최근 에스원이 선보인 일명 ‘영상관제 시스템’이 그 단적인 사례다.

무인경비 ‘유비쿼터스’시대 앞당겨

경기도 화성의 제조업체 대표인 김경식(가명) 사장. 과거 도둑을 맞아 상당한 재산 피해를 경험한 그의 평소 고민은 ‘공장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

그런 그가 지난 11월부터 마음 편히 퇴근할 수 있게 됐다. 집에 돌아와서도, 고객 접대 차 술자리에 가서도 공장 모습을 원격 체크할 수 있는 보안 서비스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 집의 PC와 본인 휴대폰을 이용, 공장 내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 ‘세콤’으로 유명한 에스원이 국내 처음으로 무인경비 시스템과 화상감시 시스템의 장점을 결합한 영상관제 시스템을 도입한 덕분이다.

문왕진 에스원 기술연구소장은 “영상관제 시스템은 고객의 ‘유비쿼터스 보안’ 요구에 맞춘 상품”이라며 “매년 무인경비 시스템 신규 계약자의 1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렇다면 이 시스템은 기존의 것과 어떤 점이 다를까. 쉽게 말해 외부 침입자의 동영상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 문자로만 ‘경보등’이 울린 것에서 한 단계 진화한 것이다. 말하자면 기존엔 ‘사후 대처’였다면 이제는 ‘사전 예방’으로 보안 서비스가 격상된 셈이다.

비결은 감지센서와 카메라가 연동 운영된다는 점. 이상 신호 시 에스원 관제센터로 실시간으로 전송, 침입자를 눈으로 지켜보면서 대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기존 화상감시 시스템으로는 이상 상황을 단순히 녹화하는 기능에 그쳐 위험 시 순간 대처가 불가능했다는 단점을 보완한 셈이다. 경비업체 관제센터는 물론, 고객이 직접 PC나 휴대폰으로 현장 상황을 조회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업계에서는 이우희(59) 에스원 사장이 적극 나서 이 상품을 밀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릴 정도로 관심이 높다. 에스원 한 관계자는 “감지센서와 카메라가 연동 운영돼 기존 감지센서형 무인경비 시스템을 빠르게 대체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실제 일본의 경우를 봐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는 게 판단 근거다. 연간 1조1000억엔(약 9조원) 시장인 일본은 지난 2000년 영상관제 시스템이 출시된 이후 매년 30% 가까운 고성장을 하고 있다는 것. 특히 무인경비 시스템 신규 계약자의 약 20%가 이 시스템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1조원대 시장 ‘빅3’ 다툼도 가열

반면 한국의 시장 규모는 이제 1조원대를 막 돌파한 상태다. 현재 에스원과 캡스, KT텔레캅 등 ‘빅3’가 전체 80% 이상 시장을 주무르고 있다.

에스원은 삼성, 캡스는 미국 100대 기업인 타이코, KT텔레캅은 KT의 계열사로 든든한 그룹의 ‘우산’을 쓰고 있다는 것도 특징. 3사의 2005년 매출액 합계는 1조790억원. 전체 시장을 연간 1조3000억원으로 봤을 때 83% 점유율을 보인 셈이다.

이 가운데 지난해 6267억원 매출액과 726억원 순익을 올린 에스원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 2, 3위 업체인 캡스와 KT텔레캅의 2005년 매출액은 각각 2294억원과 2229억원 수준.

점유율 면에서 ‘업계의 절반’ 이상인 에스원은 올해도 상반기에만 422억원 순익을 올려 연간 800억원대 순익을 남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덩치 뿐 아니라 에스원은 마켓 리더로서 무인경비시장의 ‘첨단화’를 선도해온 업체라는 게 에스원의 자부심이다. 에스원에서 처음 시작하는 게 곧 국내 최초가 된다는 공식도 성립한다.

실제 1990년 처음으로 무인 은행용 안전 시스템을 개발해 은행 자동화 코너에 기여했고 1996년엔 가정용 안전 시스템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가정 경비=세콤’이라는 등식을 만들어 왔다. 1999년 빌딩종합관리 시스템, 지난해 부산 신항만에 외곽 경비와 CC TV, 출입관리 시스템을 결합한 통합보안 시스템, 인천국제공항에 생체인식 출입통제 시스템을 설치한 것도 에스원이다.

최근 선보인 ‘영상관제 시스템’은 평소 이우희 사장이 강조한 ‘보안 패러다임의 전환’의 결과로 보인다. 기존 보안 개념은 ‘안전’에 맞춰졌다. 이상신호 시 긴급 출동해 대처하는 ‘애프터서비스’ 차원. 반면 영상관제 시스템은 ‘사고’를 미연에 예방하는 게 주목적이다. 고객 입장에선 안전보다 질 높은 서비스를 뜻하는 ‘안심’ 개념으로 ‘비포서비스’를 개척한 셈이다.

시장 출시와 함께 고객 반응도 괜찮다. 배홍만 에스원 과장은 “지난 6개월간 전국 13군데서 시범 운영한 결과 고객이 직접 PC와 휴대폰으로 경비 구역 상황을 체크할 수 있는 ‘조회’ 기능에 만족도가 높아졌다”면서 무인경비시장의 새로운 블루오션을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이번 영상관제 시스템 도입으로 국내 업계도 이젠 ‘동영상 감시 시스템’ 도입이 늘어나는 등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업계 3위 KT링커스가 보안 사업을 분리, ‘텔레캅 서비스’라는 독립 법인으로 재출발했고 텔레캅의 급추격을 받고 있는 캡스의 2위 수성 싸움까지 예상돼 국내 무인경비업계의 시장 쟁탈전도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그 대결의 승패는 결국 고객의 ‘유비쿼터스 보안 요구’를 맞춰 줄 수 있는 기술력 싸움에 달려 있는 셈이다.

박인상 기자 / 사진 : 이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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