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전략을 세우기 위해 사전 진단을 하는 경우 경영자에게 보통 이런 말을 던진다. “매장에서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경우가 가장 쉬운 상황이다. 같은 문제를 회사 내부에서 ‘이게 문제’라고 할 때면 심각해진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경영자가 ‘이거 문젠데’라고 느끼는 경우는 회복 불능인 경우가 많다”고. 다르게 말하면 문제가 너무 쉽게 보이면 치유가 힘들 정도로 어려운 경우가 많고, 문제가 없는 것 같지만 경영자의 눈에 들어오지 않을 뿐 어디선가 문제가 벌어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객관화시키기가 힘들기 때문에 없는 것처럼 보이거나 없다고 믿는 것이다.

“보이는 것만 믿으세요.” 증권회사인 미래에셋은 이 광고를 통해 자신들이 자산관리를 객관성과 신뢰성을 가지고 한다는 것을 표현하려 하고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보이는 것만 믿으려 한다. 실제로 보이는 것을 통해 사실이 확인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Seeing is believing에 대해 토를 다는 이도 별 없다. 인간이 받아들이는 정보의 80% 가량이 눈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라고 하니 과언은 아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아.” 생텍쥐페리는 그의 동화 <어린왕자>에서 여우의 입을 빌려 말한다. 진짜 중요한 것은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고,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고 말한다.

둘 다 틀린 말이 아니다. 특히 기업 컨설턴트의 입장에서 기업이나 경영자가 아주 쉬운 이 두 문장을 통해 큰 성공을 거두기도 하고 애쓴 결과를 수포로 만들기도 하는 경우들을 많이 보아 왔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은 것.’ 이 두 가지를 기업과 경영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해야 할까?

첫째, 성공한 기업과 경영자들은 존재하지만 잘 보이지 않는 것을 잘 찾아내서 성공이나 혁신으로 이끌어 내는 경우가 많다. 우리들 중 대부분은 블랙홀이 있다는 것을 들어서 알고는 있지만 실제 존재한다고 쉬 인정하지 못한다. 그 분야가 어렵기도 하지만 실제 블랙홀을 볼 수가 없으니 더욱 그렇다. 그런데 최근 X선 촬영에서 빛이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는 사진이 찍힘으로써 상당히 많은 이들이 블랙홀을 믿을 수 있게 되었다.

기업과 시장 주변에도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무수한 X선들이 있다. 이 X선들은 엄청난 성장성을 가진 신시장으로 가는 X선일 수도 있고 조직의 내부 문제를 알려주는 X선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경영자나 기업들은 그 X선이 보이지 않는다고, 인지하지 못한다고 외면하거나 놓치는 경우가 많다. 4년 전 EXR이라는 패션 브랜드는 일부 소비자들의 욕구 속에서 움트기 시작한 캐포츠라는 X선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브랜드의 핵심 콘셉트로 상품화하였고, 런칭 3년 만에 1000억원이 넘는 브랜드로 만들 수 있었다.

필자가 컨설팅을 한 어느 중소기업은 최근 매출이 좋지 않음에도 대부분 사원들의 만족도가 떨어지지 않았고 경영자는 이러한 부분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인사조직보다 영업이나 상품에 치중한 혁신 프로그램을 필자에게 의뢰하였다. 먼저 조직 진단을 찬찬히 해보니 언젠가부터 조직 내부에 다단계 판매와 주식 열풍이 불어서 대부분의 사원들이 업무보다 부업에 정신을 쏟고 있었다. 어느 누구도 이를 문제시하지 않고 짬짜미로 용인하면서 사이좋게 부업전선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만일 이 부분을 간과하고 혁신 프로그램을 진행했다면 성과 없이 끝나고 말았을 것이다.

둘째, 많은 기업과 기업인들이 눈에 보이는 것에 너무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국어사전에서 유언비어는 떠도는 말로도 풀이된다. 달리 해석하면 떠도는 말은 신뢰성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이 활자화했을 때는 달라진다.

여러분은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들을 얼마나 믿는가? 대부분은 허접한 쓰레기 정보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럴싸한 논리에 이미지까지 첨가되면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면서 받아들였던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시중을 떠들썩하게 했던 연예인 X파일을 기억해보라. 이전에 대중들은 이와 관련된 소문을 들을 때면 기껏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겠다’ 정도로만 생각했다가 정리된 문건으로 나오자 신뢰감이 더 높아졌고, 파장도 더 커졌던 것이다. 이런 현상은 어렴풋한 생각이나 정보가 활자화하고 객관화하면서 오는 효과이거나 자신이 믿고 싶어 하는 정보의 일부가 객관화할 때 이것을 확대 해석해서 오는 경우가 많다.

상식적으로 객관화한 가시적인 데이터나 정보를 통해 기업이나 경영자들이 판단하고 의사 결정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그러나 그 정보가 왜곡되어 있다면, 외부 환경에 대해서 상당히 가변적이라면 그 자료나 데이터만을 가지고 판단하기에는 너무 위험하다. 특히 신사업을 계획하거나 실행하는 경우 리더나 경영자의 의지가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러한 의지가 충분한 반대 의견이나 위험성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가공할 수 있는 빌미를 줄 수 있다. 정말 성공하기를 바란다면 의지는 보여주되 그것으로 인해 정보가 왜곡되게 해서는 안 되며, 객관적인 데이터라도 항상 이러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컨설팅을 하다 보면 시장에서의 기업의 현재 위치를 알아보고 향후 마케팅 포인트를 찾기 위해 리서치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에도 많은 경영자들이 기존에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과 유사한 결과가 나왔을 때는 쉽게 수긍하거나 오히려 그 부분에 너무 집착하여 다른 결과들에서 말하고 있는 것들을 무시하는 경우가 있다. 반면 자신의 생각과 어긋나는 결과가 나오면 그 리서치 자체를 믿지 않으려는 경우가 왕왕 있다.

‘Seeing is believing.’ 많은 이들이 보(이)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지만 어떻게 보아야 할지에 대해서는 많이 고민하지 않는 것 같다. 기업들과 경영자들은 정기적으로 객관화시키는 작업을 하자. 외부 조력자와 함께 간단한 리서치를 통해 시장에서의 객관화된 ‘나’와 ‘시장의 블랙홀’을 찾아보고, 내부 인력 인터뷰 등을 통해 잠재되어 있는 조직의 어려움을 발견하는 기회들을 가져 보자. 그리고 보기 위해 매번 ‘눈’의 힘을 빌리기보다 가끔은 침묵 속에서 내면이나 신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자! 세상 어디에든 X선들이 있다. 시장에도 기업에도, 경쟁자에게도, 다만 우리가 보지 못할 뿐이다.

권민

모라비안바젤컨설팅 파트너

coel@moravian.biz

장종원

모라비안바젤컨설팅 파트너

ccj@moravian.b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