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마케팅을 하는 사람에게는 두 가지 선입견이 있다. ‘매우 어렵다’와 ‘매우 쉽다’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어렵고 쉬운 기준으로 다음과 같은 사례를 들겠다. 로또, 바다 이야기, PC방, 노래방, 찜질방, 스타벅스, 저가 화장품, 캐포츠, 자일릴톨 껌, 월드컵 4강, 아웃백, 괴물, 주몽 및 고구려 트랜드 등등. 아마 무슨 규칙이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눈치가 빠른 사람은 이와 비슷한 사례도 더 낼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보았다면 아마 상대성이론과 같은 것을 만들려고 패턴을 연구할 것이고, 수학의 천재 가우스가 보았다면 한민족 방정식이라는 법칙을 만들었을 것이고, 다윈이 보았다면 새롭게 종의 기원에 대해서 우리나라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마케팅의 여러 사례를 말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2년 안에 혹은 5년이 지나가면 대부분 마케팅 성공사례로 말하기에는 너무나 궁색해지고 이미 다른 트렌드와 상품이 휩쓸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마케팅 원론에 의한 접근보다는 ‘그때그때 달라요’식의 임기응변, 혹은 혁신적 접근만으로 생존할 수 있다. 

검은콩 바람

아기가 생겼기에 아내는 항상 칼슘을 섭취해야 한다. 그래서 슈퍼에서 오렌지 주스(고칼슘), 우유 그리고 두유를 사다가 냉장고를 채웠다. 우유와 두유를 두 개 산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입맛 차이다. 두유는 건강에 좋았지만 나는 콩 냄새가 싫었다. 그래서 우리는 몸에 좋다는 우유와 몸에 좋은 두유를 번갈아 가면서 마셨다.

그러던 어느 날, 슈퍼 냉장고에 아주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우유팩을 보았다. 바로 ‘검은콩이 들어 있는 우유’였다. ‘갈아 만든 배’ 이후에 재미있는 시장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롯데우유의 신제품 ‘검은콩이 들어 있는 우유’는 광고 없이도 ‘만족한 고객’에 의한 입소문 마케팅(솔직히 입소문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컸다)의 힘을 받아 새로운 시장을 넓혀 갔다. 제품 출시 이후에 약 10여 개의 유사 제품이 터져 나왔다.

‘검은콩+우유’, ‘검은 깨·콩·쌀 우유’, ‘검은콩 우유’, ‘검은 참깨MILK’, ‘검은콩이 들어 있는 깜유’, ‘부산 경남우유의 검은콩 우유’, ‘빙그레 검은콩 우유’, ‘검은콩 우유ESL’….

이쯤 되면 요즘 유행어로 ‘이건 아니잖아’라고 볼 수 있다. 유업회사들은 ‘검은콩’에 관한 한 선점을 하려고 치열한 마케팅 공방전을 벌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들은 다음과 같다.

1) 두유시장의 몰락

2) 흰 우유들의 축소

흰 우유의 소비 축소는 그 동안 우유 리더인 서울우유에게는 치명적인 시장 붕괴를 예상한다. 그렇다면 두유시장은? 원래는 니치시장으로 철저한 우유의 열성을 자신의 강점으로 보완하여 시장을 단단히 구축했다. 그러나 같은 ‘두유’지만 ‘검은콩’이라는 새로운 트렌드에 의해서 두유시장 자체가 거대 통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검은콩의 포지셔닝과 맛을 점령한 브랜드가 새로운 이 ‘콩 우유’시장의 리더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할인점에 가서 검은콩 우유를 찾아보길 바란다. 몇 개가 남아 있을까? 왜 그럴까? 검은콩 우유를 만드는 기업이 키친게임을 할 때 뉴스에서 재미있는 기사가 흘러나왔다. ‘몸에 좋다는 검은콩 우유가 오히려 몸에 안 좋다.’ 결국 검은콩 혈전은 사라졌다.

스프링벅 마케팅

‘스프링벅 현상’은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스프링벅 무리 중 한 놈이 뛰기 시작하면 옆에 녀석이 뛰고, 그 옆에 녀석이 따라서 뛰고 다른 무리도 뛰고 그래서 결국 절벽이나 강에 떨어져 죽게 되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뛰는 이유는 무엇일까? 너무나 간단한 이유다. 자기 앞에 있는 달콤한 새싹 때문이다. 남들보다 먼저 먹기 위해 뛰고 그러면 그 뒤에 있는 녀석이 앞서 가고 이러다가 보면 정신없이 계속 뛰게 되는 것이다. 결국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뛰다가 처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고 한다.

콜라가 탄산음료시장에서 물러난 것이 아니라 웰빙 때문에 밀려난 것이다. 모두 경험했겠지만,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그 진원지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많지만 ‘잘 먹고 죽으면 귀신이 되어도 때깔도 좋다’는 ‘잘 먹자’의 강박관념은 ‘잘 먹고 잘 살자’라는 가치 기준을 만들었고 결국 ‘웰빙’이라는 이름으로 성육신되어서 결국 ‘웰빙 콩나물’이 되어 풀무원이라는 웰빙 식품 대표 기업을 만들어 냈다. 그 후에도 모든 기업의 상품에는 대부분 ‘웰빙’이 들어갔다. 그냥 수식어로 사용되어졌다.

그렇다면 마케터는 어디로 뛸 것인가? 선두 브랜드가 시장을 만들면 삽시간에 미투(me too) 브랜드는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고, 결국 선두 브랜드가 가지는 시장 창조의 이점을 무색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 우리나라 마켓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시장에서의 마케팅 클리닉이라는 제목으로 앞으로 실행방법론에 대해서 실제적으로 다루겠지만 이번 호에서는 스프링벅 마켓에서의 성공 마케팅 노하우의 개념만 전달하도록 하겠다.

의류시장은 다른 어떤 시장보다 스프링벅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곳이다. 트렌드라는 이름으로 다른 브랜드의 옷을 카피하는 것을 나름대로의 실력(?)으로 인정할 정도다.

이엑스알(EXR)이라는 브랜드는 2001년 110억원, 2002년 850억원 그리고 2006년 목표는 1500억원이다. 캐포츠라는 웰빙과 비슷한 트렌드를 만들면서 이엑스알은 시장을 통째로 삼킨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수십 개의 브랜드가 이엑스알 브랜드를 카피했지만 결국 소비자들은 브랜드 독해력이라고 할 수 있는 원조를 찾는 소비 능력으로 이엑스알을 구매했다. 결국 비슷한 브랜드는 시장만 키워준 채 사라지고 이엑스알은 독특한 스타일로 현재 일본과 중국 그리고 유럽까지 진출을 했다. 

이엑스알의 마케팅 인력은 다른 패션 브랜드의 마케팅 인력에 비해서 3배가 많고, CRM을 비롯해서 런던에 소재한 디자인 스튜디오 등 다른 브랜드가 가지지 못한 시스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결국 옷은 카피하겠지만 지속적인 연구개발 능력은 카피가 불가능하기에 이엑스알은 끊임없이 디자인 혁신에 치중함으로써 경쟁력을 만들어 온 것이다.

‘최고의 아첨은 모방,’ 미투 브랜드를 하나의 모방 브랜드 및 유치한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시장 리더십이며, 그 리더십을 갖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 혁신 시스템과 문화가 필요하다. 초기에 박카스에 위협적인 타격을 주면서 마시는 비타민시장을 만든 비타500. 그러나 비타1000과 비타500 중에 누가 이길까? 과연 비타1000일까, 아니면 다른 음료수가 이들을 한순간에 밀어내 버릴까? 결국 리드 브랜드는 카피 브랜드들과 또 다른 시장 파괴 브랜드와 싸워야 한다.

모방하는 브랜드 입장에서는 마케팅하기 편한 시장이 한국이고, 신시장을 만들고 리드하는 브랜드 입장에서는 마케팅하기 어려운 시장이 바로 한국이다. 선두를 지키기 위해서는 먼저 상품을 개발하기 전에 근본적인 차별화를 끊임없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업 및 브랜드만의 독특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대부분의 독자들은 모두의 사례에서 언급한 규칙이 스프링벅 법칙이라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이 법칙은 일단 베낀다. 그래서 단지 지금의 매출을 달성한다. 브랜딩도 그리고 브랜드 구축이라는 개념도 별반 없다. 아마 이 스프링법칙은 우리나라의 기업인과 마케터에게만 존재하는 특이한 바이러스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모라비안바젤 컨설팅은

 ‘기업을 기업되게 경영을 경영되게’라는 미션으로 지난 2001년 설립된 마케팅 및 매니지먼트 전문 컨설팅 기업이다. FnC코오롱, SK네트웍스, EXR KOREA 등 20여 개 기업과 30여 개의 브랜드에 대한 마케팅과 매니지먼트 컨설팅을 수행해 오고 있다.

무한경쟁 시장에서 새로운 수익지대 창조를 위한 ‘블랙홀 전략(Black hole Strategy)’과 핵심역량 강화를 통한 성장 전략인 ‘화이트홀 전략(White hole Strategy)’, 브랜드의 창조-성장 전략인 ‘네버랜드 전략(Neverland Brand Strategy)’을 주요 툴(tool)로 사용하고 있다.

권민, 장종원 모라비안바젤컨설팅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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